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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신화 2: 짝퉁 옷은 불법이다

“이게 정말 불법이 아니라고요?”

저작권에 관한 잘못된 상식은 뜻밖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이용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마저 움츠리게 합니다. 오픈넷 박경신 이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잘못된 저작권법 상식, 그 신화를 하나씩 깨뜨려 보시죠. (편집자)

  • 주의! 이 글의 서술 대상은 ‘기능’을 담당하는 ‘디자인’입니다. 상표를 도용하거나 예술적 독창성이 인정되는 디자인은 이 글의 대상이 아닙니다. 즉, 상표를 도용하면 상표법에 저촉될 수 있고, 예술적인 독창성을 인정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일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명품 디자인 옷인데 똑같이 만들어준다는 곳이 있습니다. 불법일까요? 아닙니다!

명품 옷과 똑같은 디자인은 불법? NO!

왜 그럴까요? 남성 옷을 생각해보십시오. 남성 옷 디자인이 많이 다른가요? 남성이 양복에 많이 투자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새로 사도 비슷비슷하잖아요. 손목 단추가 세 개냐 네 개냐 정도 차이죠. 전부 브이넥이고, 깃이 있고, 오히려 새로 구입하지 않더라도 입던 양복의 깃을 세우면 ‘옷 새로 샀냐?’고 물어보는 형편이니까요.

실제로 옷들을 보면, 예쁜 옷과 예쁘지 않은 옷이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옷 디자인의 대부분은 기능성이 압도하고 있습니다. 셔츠를 생각해보세요. 구멍이 네 개 뚫려 있어야 합니다. 목, 양쪽 팔, 그리고 몸통. 그렇죠? 남자 양복 디자인이 한정적인 것과 마찬가지죠.

양복

남자 옷, 특히 양복은 다 비슷비슷하죠. 사진 속 세 남자의 옷에서 디자인의 차이점이 느껴지시나요? (사진: Carolyn Coles, CC BY)

기능성  vs. 예술성: 디자인에 기본적으로 저작권 인정 않는 이유

그런데 그런 디자인에 저작권을 인정해주면 어떻게 될까요? 저작권 보호기간이 얼마나 되죠? 네, 저작권자 생존기간 + 저작권자 사후 50년입니다. 저작권자의 생존 기간이 길다면 100년을 넘을 수도 있죠.

그런데 특허 보호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20년입니다. 즉, 저작권 보호기간은 특허 보호기간보다 훨씬 더 길죠.

기능성이 압도하는 디자인에 저작권을 부여하면, 특허라는 게 어떤 기능성, 처음으로 어떤 기능을 만든 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게 특허인데, 그 특허보다 훨씬 더 긴 기간을 보호하는 부당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능성’과 ‘예술성’을 분리해서 그 예술성만 저작권법으로 보호합니다. 기능성을 저작권법은 보호하지 않습니다.

사례. 비슷비슷한 자동차 디자인

자동차

위로부터 ‘기아 오피러스’, ‘재규어’, ‘벤츠’

뭐 느껴지시는 거 없습니까? 네, 다 똑같죠. 그런데 서로 소송 안 합니다. 해도 지죠. 왜 안 할까요?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자동차 디자인도 우리는 예쁜 디자인과 예쁘지 않은 디자인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기능성’으로 압도되는 디자인입니다. 항상 앞에 헤드라이트가 있어야 하고, 공기를 빨아들여야 하니까 라디에이터 그릴이 앞에 있어야 합니다. 엔진을 위에서 보면서 수리할 수 있게 해야 하니까 보닛(본네트, Bonnet)는 항상 앞으로 나와 있어야 합니다.

이런 디자인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저작권으로 보호해주면, 자동차회사들끼리 서로 ‘니가 내 차 베꼈다’고 소송을 하겠죠. 자동차 산업이 망가질 겁니다.

그래서 자동차 디자인에 저작권을 부여하면 하나의 디자인인 가진 차를 만들 때 그 디자인이 수행하는 기능을 하는 많은 디자인까지도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게 되서 자동차 디자인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지 않는 것입니다.

판례. 한복디자인 사건 (1991년)

한복디자인이란 종래의 문화적 유산인 복식에 기초를 두고 이에 변형을 가해가는 것이므로 그 디자인 중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은 저작자의 독창성이 나타난 개인적인 부분만에 한하고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제작기법이나 표현형식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어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해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위 독창적인 부분을 가지고 대비를 해야 한다.

– 대법원 1991. 8. 13. 선고 91다1642 판결

즉, 대법원은 한복을 만드는 “제작기법이나 표현형식”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다만, 그렇게 만들어진 한복들 가운데 만든이(저작자)의 “독창성”을 인정할 수 있는 “개인적인 부분”에 한정해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죠. 즉, ‘기능성’을 담당하는 부분에서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만든이의 독창적인 예술성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 저작권을 인정합니다.

저작권 신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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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경신
초대필자, 오픈넷 이사

오픈넷 이사.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진실유포죄], [호모 레지스탕스] 등 저자.

작성 기사 수 : 3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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