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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청소 노동자가 청소해 놓은 학교에 가, 비정규직 직원이 일하는 식당에서 밥 먹고, 비정규직 교수들에게 교육받으며, 결국 졸업하면 대부분 비정규직이 되는 한국의 대학생들.”

오월은 1년 중 가장 빛나는 달이다. ‘계절의 여왕’ 오월은 생명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오월은 그 생명 속에 어둠과 죽음의 기억을 품고 있기도 하다. 오늘은 성년의 날이면서 동시에 5.18 광주민중항쟁기념일이기도 하다. 그 이율배반은 마치 오늘날 대학을 상징하는 것 같다. 대학은 빛나는 청춘과 온화한 지혜로 가득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노동 착취와 취업 학원화가 실시간으로 심화하는 곳이다.

스승의 날이 불과 며칠 전이지만, 대한민국 대학, 적어도 대학 강의를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는 전국 7만~8만 명(추산)의 시간강사들은 여전히 스승은커녕 최소한의 노동자로서도 대접받지 못한다. 스승의 날을 앞둔 2014년 5월 14일, 김득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사무국장에게 대한민국 시간강사의 현실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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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시: 2015년 5월 14일 오후
  • 인터뷰이: 김득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사무국장 [/box]
오월은 생명의 날이며 부활의 날이다. 하지만 푸르른 오월, 대한민국의 대학은 어둠과 죽음으로 가득하다.
오월은 생명의 달이며 부활의 달이다. 하지만 푸르른 오월, 대한민국의 대학은 어둠으로 가득하다.

– 자기소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하 ‘한교조’)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김득중이다.

– 한교조? 간단히 소개 부탁. 

전국 시간강사들은 약 7만 명~8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교조는 시간강사들이 모인 노동조합이다. 전국에 9개 분회가 있다. 현재 조합원은 1,600명 정도다.

  • 경북대분회(정보선)
  • 대구대분회(권정택)
  • 부산대분회(이상룡)
  • 성공회대분회(홍영경)
  • 성균관대분회(현재원)
  • 영남대분회(이용일)
  • 전남대분회(박중렬)
  • 조선대분회(이강복)
  • 인제대분회(김상희)

– 한교조에서 성명서를 냈는데. 골자가 뭔가? 

수만 명의 비정규직 교수의 해고를 조장하고, 스승을 시간제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법(고등교육법 14조의2, 이하 일명 ‘시간강사법’)을 즉각 폐기하고 연구강의 교수제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 무슨 말이 하고 싶었나. 

내일이 스승의 날이다. 나는 묻고 싶다. 비정규교수도 스승인가? 아니, 최소한 교육 현장에서 ‘존중받는 사람’이기나 한 것인가?

– 시간강사에 대한 사회적 처우야 아는 사람은 다 알지 않나. 개차반이다. 

맞다. 1962년 군부정권이 지식인 통제를 위해 고안한 대학 시간강사 제도는 대학의 비용절감 요구로 계속 확대 재생산됐고, 또 그 사회적 처우는 대단히 열악한 상황이다.

박정희
박정희

– 시간강사는 군부정권의 지식인 통제수단으로 고안됐다? 

그렇다. 박정희 군부가 지식인 통제 수단으로 고안했다. 이후 교수 사회는 다음과 같이 극단적으로 양극화했다고 볼 수 있다.

  • 교수: 재임용심사를 거쳐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규직 교원. 고등교육법 14조2항의 교원은 전임교원을 가리키고, 전임교원은 전임강사와 조교수, 부교수, 교수를 의미한다.
  • 시간강사: 노동계약서나 취업규칙조차 없이 학기마다 쓰이다 버려지는 비정규직 교원. 일명 보따리장수.

 

– 교수사회의 카스트제도(계급제도)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1990년대 들어 법적 교원 지위가 없는 ‘겸임교수’와 ‘초빙교수’ 등 각종 비정규교수제도가 들어와 교수 사회 서열화는 더 복잡해졌다. 2000년대에 교육부와 사립대학들은 아예 계약직 전임교원제도까지 만들었다. ‘저임금 비정년트랙 교수’ 제도가 그것이다.

– ‘비정년트랙’? 

이제 사립대학들은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교원을 신규로 채용하기보다는 1~2년 단위로 재계약하다 혹독한 평가를 통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비정년트랙’  교수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 이들은 전임교원으로 간주되나 전임교원의 권리 일부만 부여받고, 재임용심사를 통과해도 정년 보장이 힘든 저임금 계약직 교수들이다.

출처: 교수신문 - 2년새 시간강사 강의시간 17% 감소 … 비정년트랙은 32% 증가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8278
출처: 교수신문 – 2년새 시간강사 강의시간 17% 감소 … 비정년트랙은 32% 증가

– 비정년트랙, 문제점이 뭔가. 

교육부는 오랫동안 계약직이면서 특정 업무만 담당하는 저임금 강의전담교수제도를 도입하려 시도해 왔다.

마침내 2011년, 교육부는 몇 달간 국회에 상주하면서 시간강사법을 통과시켰다. 그 내용은 교원 범주에는 강사를 “명목상” 포함하되 별도 규정을 두어 강사의 각종 권리 제한을 명시한 법이다. 즉, 모든 권리에서 배제되고, 이름만 교원이 됐다.

– 예를 들면 주 9시간 의무 규정 같은 걸 말하는 건가.  

그렇다. 시행령상 시간강사가 ‘교원’으로서의 권리를 가지려면, 주 9시간 이상 강의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주 9시간을 채울 수 있는 시간강사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대학이 한 시간강사에게 몰아주기 하지 않는 한, 대부분 강사가 주 9시간을 채워줄 수 없어서 나머지 시간강사는 쫓겨날 수밖에 없다. 이럴 바에는 2011년 개정법을 폐기하라는 게 우리 요구다.

– 교육부는 시간 강사를 전임교원 확보율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게 될 리가 없다.

– 왜?

비정년트랙 교수도 고등교육법 14조2항의 조교수나 부교수로 임용한 뒤 계약 횟수 제한만 두지 않는다고 하면 전임교원 확보율에 포함하는 게 교육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간강사법이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면 대학교수 자리는 비정규직, 그것도 저임금 강의전담 시간제노동자로 대부분 채워지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만 명의 비정규교수는 정리해고 당할 것이며, 운 좋게 강사로 남아 난파하는 대학호의 난간에 잠시 매달리게 된 사람들도 지금과 별반 차이 없는 저임금 비정규교수로 매년 고용불안에 떨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대학의 유령" 시간강사 (2014년 대학공공성 강화 교육주체결의대회, 2014년 11월15일, 사진 제공: 한교조)  http://www.kipu.or.kr/bbs/board.php?bo_table=data_03&wr_id=1187
“대학의 유령 시간강사” (2014년 대학공공성 강화 교육주체결의대회, 2014년 11월15일, 사진 제공: 한교조)

– 초중고교의 시간강사 기간제 교사도 열악하다. 

맞다. 초․중등학교의 시간강사나 기간제교사 또한 마찬가지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공무원 신분의 교사나 교수는 원래 보장받기로 되어 있던 연금도 정권에 의해 수천 만 원씩 강탈당할 위기에 놓여있다. 이들에게는 합법적 노동조합 활동 같은 노동기본권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전 세계 어떤 나라가 선생을 이렇게 취급하는가. 이게 과연 제대로 된 나라인가?

– 현 정부에 불만이 많겠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은 2015년 5월 19일부터 인천 송도에서 ‘2015세계교육포럼’을 개최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교육백년대계를 세워가겠다는 정부라면 ‘시간강사법’이라는 악법부터 즉각 폐기해야 한다.

김득중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사무국장
김득중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사무국장

대안? 정규직 교수 100% 충원과 연구강의 교수제 도입 

– 대안은 뭔가. 

지난 수년간 우리는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고 공론화해 왔다. 다음 세 가지 방향이 올바른 대안이다.

  1. 시간강사법 폐기
  2. 정년트랙 정규교수 100% 충원
  3. 연구강의 교수제 도입

– 연구강의 교수제? 그게 뭔가? 

우리는 2010년 10월에 권영길 전 의원이 부분적이지만 ‘연구강의 교수제’를 발의하도록 협조하였고, 2012년 6월에 여러 국회의원들과 함께 토론회도 개최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시간강사법 시행 유예법안 통과를 국회의원들의 협조를 얻어 끌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때 이후 국회 차원의 올바른 대안 모색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연구강의 교수제, 그 핵심을 설명해달라. 

정원이 보장되는 법정 전임교원을 100% 채용하라는 것이 우리의 핵심 주장이다. 인문 계열은 학생 25명당 교수 1명을 법률적으로 규정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임교원 의무 규정을 채우고 있는 대학은 서울대학교 외에는 없을 것으로 추정한다.

강의전담 교원, 연구교원, 겸임교원, 초빙교원은 1~2년 계약하는 비정규직이다. 이를 전임교원으로 우선 100% 뽑고, 전임교원이 될 필요 없는 분들은 연구강의 교수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도입하자는 것이다.

– 한마디로?

100% 정규직 전임교원을 뽑아라!

출처: 한교조  http://www.kipu.or.kr/
출처: 한교조

시간강사 1년 평균 연봉 ‘600만 원’ 

–  연구강의 교수의 급여는? 

국립대학은 당연히 국가가 지급하고, 사립대는 국가와 학교가 반반씩 분담하면 된다.

– 시간강사법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건 언젠가. 

2010년 조선대에 출강했던 서정민 씨의 자살을 계기로 시간강사에 관한 법제가 공론화했다. 당시 시강강사 한 시간 강의료는 3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은 국립대학 시간강사 강의료가 시간당 8만 원, 사립대 강의료가 4만몇천 원 정도다.

– 현재 시간강사 평균 연봉은 얼마 정도로 조사되고 있나. 

시간강사 평균 연봉은 600만 원 정도로 추산한다. 박사까지 받은 고학력 인재의 평균 연봉 600만 원이 말이 되나. 특별대우를 바라는 게 아니다. 최소한 교육자, 연구자, 노동자로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달라는 거다.

돈 실업
Truthout.org, CC NC SA

– 시간강사, 인문계와 이공계가 차이가 있나.

계열별로는 차이는 없지만, 인문계가 수적으로는 시간강사가 훨씬 많다. 전임교원을 100% 채용한다고 했을 때 이공계는 100% 흡수할 수 있지만, 인문계는 인원이 남는다. 인문계는 예를 들면,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과가 사라지거나 통폐합 되는데, 그래서 고용 안정성이 훨씬 더 낮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전반적으로 학과 통폐합 등을 통해 직격타를 맞는 건 인문계열 시간강사들이다.

 – 내일은 스승의 날이다. (인터뷰한 날이 5월 14일.) 

시간강사에게는 법적으로 어떤 교권도 존재하지 않는다. 짧게는 4개월~6개월 동안 일하는 초단기간 근로자다. 대학에서도 시간강사를 ‘자기 식구’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 처지를 한번 쓰다 버리는 ‘크리넥스 휴지’로 비유하곤 한다. 그나마 노조가 있는 곳은 한 한기 동안 잠시 쉴 수 있는 연구실이 마련된 곳이 많지만, 그렇지도 못한 대학은 강의를 준비하고, 끝난 뒤에 잠시 쉴 곳조차 없는 형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스승의 날?

물론 고맙게도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챙겨주는 경우가 있다. 너무 고맙지만, 학교가 스승의 날이라고 챙겨주는 일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스승이라고 할만한 교권 자체가 시간강사에게는 없다.

대학시간강사법 폐기와 법정교원 100% 충원을 위한 1인 피켓 시위 (2012년 10월 31일, 사진 제공: 한교조)  http://www.kipu.or.kr/bbs/board.php?bo_table=data_03&wr_id=1015&page=20
대학시간강사법 폐기와 법정교원 100% 충원을 위한 1인 피켓 시위 (2012년 10월 31일, 사진 제공: 한교조)

– 노조 활동을 한다고 불이익은 없나. 

많다. 시간강사를 임용할 때 가장 큰 고려사항은 별것 없다. 고용 권한을 가진 정교수의 마음이다. 그런데 고용 권한을 가진 교수들은 대체로 노조활동하는 시간강사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 임용 권한을 가진 (정)교수 눈치를 본다? 

그렇다. 그래서 우리 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도 보면, 젊은 시간강사들은 별로 없다. 앞으로 교수가 되려면 정교수 맘에 들어야 하니까. 그래서 한교조 조직원은 대개 50대 이상이다. 젊은 시간강사들은 아직 교수가 될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래서 교수 눈치를 본다.

– 지성의 상징인 대학 (정)교수야말로 이런 사회적 불합리에 나서야 하지 않나. 

비정규직 교수를 응원하는 정교수들을 거의 알지 못한다. 지식인 사회가 엄청나게 보수적이다. 특히 대학은 사회와 격리되다시피 해서 기득권 보호에 있어 그 폐쇄적인 환경을 십분 활용한다. 진보적인 교수들이 있지만, 대학 내부에서는 대부분 딴판이니까. 정교수들은 대개 노조활동을 말리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이 훨씬 많다.

–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단순히 시간강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교육 전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취업 경쟁에 ‘몰빵’하고, 연구는 도외시하고. 교육자라면 연구자라면 연구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대학을 각박하게 정부, 교육부, 대학 당국도 대학을 돈벌이 수단만으로 보는 것 같다.

시간강사법 폐기를 위해 삭발로 결의를 다지는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의 모습 (2012년 10월22일, 사진 제공: 한교조)  http://www.kipu.or.kr/bbs/board.php?bo_table=notice_01&wr_id=209&page=9
시간강사법 폐기를 위해 삭발로 결의를 다지는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의 모습 (2012년 10월22일, 사진 제공: 한교조)

– 끝으로, 김 사무국장이 생각하기에 대한민국 대학은 어떤 모습인가. 

이런 말이 있다. 비정규직이 청소하는 학교에 등교해, 비정규직이 밥하는 식당에서 식사하고, 비정규직 교수(시간강사)들에게 교육받고, 결국 학생들은 졸업하면 다시 비정규직이 된다. 대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냉혹한 곳이다.

조교수는 평균 연봉이 6천만 원이고, 정교수가 되면 8천만 원~1억 원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시간강사는 연 600만 원 정도다. 일반기업도 비슷한 일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는 2배를 넘는 경우가 드문데, 대학은 약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슬로우뉴스에서 연재한 [나는 시간강사다]를 즐겨 읽었다. 그 속에 나오는 이야기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시간강사에게는 생생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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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사립대학의 평균 이월, 적립금 규모가 서울권은 1000억원에 달하고 비수도권에 500억 가까이되는걸로 압니다만 그중의 10분의 1만 써도 정말 엄청난 수의 교원들이 제대로된 임금을 받을 수 있을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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