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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정 73화] 허위정보의 피해 줄이고, 자유로운 토론 공간을 지키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이재묵 / 한국외국어대 교수) (⌚4분)

🌱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소셜미디어가 여론 형성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허위정보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확증편향’…사이버 레커의 음모와 혐오 조장

이러한 우려의 배경에는 소셜미디어의 정보 유통 구조와 이용자의 선택적 정보 소비 패턴이 서로 맞물리는 문제가 있다. 이용자는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고, 추천 알고리즘은 유사한 주장만 반복적으로 노출해 필터버블을 강화한다.

이처럼 편향된 정보가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환경에서는 사실의 정확성보다 기존 믿음을 강화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주목받기 쉽다. 그 결과 분노와 공포를 앞세운 허위정보가 대중의 이목을 끌고, 음모론과 혐오가 정치적 진영을 결집하는 수단으로 동원되기도 한다.

수익을 노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조작 영상을 반복 유통하는 ‘사이버 레커’, 선거의 신뢰를 잠식하는 음모론,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혐오 선동이 개인의 권리를 넘어 민주적 공론장까지 침식한다는 우려도 크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허위정보의 폐해에 대한 대응을 자율규제에만 의존해도 충분한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자율규제의 한계를 보완할 적정 수준의 공적 규율이 필요한 이유다.

돈을 위해서는 조작도 마다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이버 레커’ 김세의. 2026. 6. 23.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과도하다

그러나 규제 목적의 정당성이 모든 규제 수단의 정당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난 7월 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개정법은 허위임을 알면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정보를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수익형 언론사와 유튜버 등에는 최대 5배의 가중배상을, 확정판결로 위법성이 인정된 정보를 반복 유통한 전문적 게재자에게는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대형 플랫폼에는 신고·조치 체계와 반기별 투명성 보고서 공표 의무도 부여했다.

새로운 정보통신망법의 시행과 적용에 안전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의와 목적을 요건으로 하고 풍자와 패러디를 제외했으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공익적 보도에는 면책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정당한 비판·감시를 봉쇄하려는 가중배상 청구를 조기에 걸러내는 중간판결 절차도 도입했다.

언론사 기사에 대해서는 플랫폼이 삭제·차단이나 노출·수익화 제한 등의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따라서 이 법을 정부가 모든 게시물을 사전 심사하거나 일반 시민에게 무차별적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이해하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운삭얄 정부 시절 ‘3연속 입틀막’ 사건처럼 ‘입틀막법’으로 비판받는다.

‘표현의 자유’ 위축 부작용

그렇다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근거 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사실이 아닌 경우”, “손해를 가할 의도”, “부당한 이익”, “공공의 이익 침해” 등의 개념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해석의 진폭이 크다. 금지되는 표현의 경계가 불분명하면 시민과 언론은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더라도 신고와 소송의 가능성만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발언과 보도를 주저할 수 있다. 위축 효과는 처벌의 확정이 아니라 불확실성에서 자란다.

플랫폼의 과잉 대응 가능성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흘러나온다. 플랫폼은 복잡한 정치적 주장의 진위를 충분히 심사하기보다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경계선상의 게시물을 우선 제한할 유인을 갖는다. 국가가 직접 삭제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선제적 조치가 누적되면 사실상 사적 검열에 가까운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정치인이나 대기업, 조직화된 정치 팬덤이 신고와 소송을 비판 봉쇄의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게티이미지.

외국 입법례와의 비교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도 허위정보를 방치하지는 않지만, 어떤 규제 수단에 무게를 두는지는 나라마다 다르다.

  • 미국명예훼손을 민사적으로 구제하면서 공인에 관한 보도에는 ‘현실적 악의’의 입증을 요구한다.
  • 영국형사 명예훼손을 폐지했으며, 허위임을 알면서 중대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줄 의도로 보낸 통신만 제한적으로 형사처벌한다. 공인된 언론사는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
  • 독일과 일본형사 명예훼손을 유지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두지는 않는다.
  • 유럽연합도 개별 표현의 진위를 국가가 광범위하게 판정하기보다 플랫폼의 위험관리와 투명성, 이용자의 이의제기 절차에 무게를 둔다.

그렇다면 한국은?

  • 기존의 형사 명예훼손
  • 행정적 삭제 및 차단 체계 위에
  • 가중배상,
  • 반복 유통 과징금,
  • 플랫폼의 신고·조치 책임을 추구했다.
게티이미지.

‘적절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문제는 개별 제도 자체보다 여러 규제가 중첩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데 있다. 허위정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전면 폐지할 것인지의 양자택일에 머물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비슷한 규제가 겹치지는 않는지,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제의 강도가 지나치지는 않은지 전체 제도를 다시 살펴볼 필요는 있다.

우선 형사상 명예훼손죄와 행정기관의 삭제·차단 절차를 정비하고, 정치인 등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과 공공의 관심사에 관한 표현은 더욱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 혹여 권력자가 비판적인 보도나 발언을 막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새로 도입된 소송 남용 방지 절차의 판단 기준도 분명히 해야 한다. 플랫폼의 투명성 보고서에는 게시물을 삭제한 이유뿐 아니라 이의 신청이 얼마나 받아들여졌는지, 삭제된 게시물 가운데 몇 건이 복원됐는지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허위·조작정보의 폐해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데에는 이념과 진영을 넘어 우리 사회 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논쟁이 첨예해지는 지점은 목적이 아니라 방법이다.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표현의 자유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찬반의 대립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후속 입법을 통해 규제의 실효성과 표현의 자유가 공존할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허위정보를 근절하겠다는 불가능한 약속보다, 그 피해를 줄이면서도 자유로운 토론의 공간을 지키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때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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