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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전주 사상 검열 작가 배제 사건 (2022) 

‘평등’과 ‘인권’을 기치로 건 지자체 문화행사에서 주최 측이 ‘성노동’에 관한 견해 차이를 이유로 참여 계약 작가들을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평등의 기치를 드높이기는커녕 스스로 ‘사상 검열’을 통해 작가를 ‘차별’한 셈입니다. 올해 7월 전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2022년 7월 16일과 18일, 전주시가 설치·운영하는 기관인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이하 ‘성평등전주’)는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에 참여 작가로 선정된 10인 중 3인(작가 사랑해, 치명타, 이시마, 이하 ‘작가 3인’)이 특정 개념을 사용하고 자신과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가진다는 이유로, 또 그 의견이 향후에 표출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전시에서 배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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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16일과 18일, 전주시가 설치·운영하는 기관인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이하 ‘성평등전주’)는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에 참여 작가로 선정된 10인 중 3인(작가 사랑해, 치명타, 이시마, 이하 ‘작가 3인’)을 이들의 사상과 양심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전시에서 배제하였다.

성평등전주가 작가 3인을 전시에서 배제한 근거는 예술제 준비를 위한 비공개 워크숍에서 작가들이 했던 발언이었다. 작가 3인의 발언과 전시예정작품이 예술제 취지인 성평등 혹은 페미니즘 관점에 반한다는 이유로 전시에서 배제한 것도 아니었다. 성평등전주는 작가 3인이 특정 개념을 사용하고 자신과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가진다는 이유로, 또 그 의견이 향후에 표출될지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예술활동 지원에서 배제하였다.

평등원칙은 보편적인 인권규범이자 우리사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국제인권은 내적 양심의 자유를 그것을 표현할 자유보다도 훨씬 강하게 보호한다. 작가 3인은 성평등전주가 문제삼은 개념과 의견을 예술제에서 작품이나 발언으로 표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예술활동을 지원받을 기회에서 배제 당하였다. 성평등전주에서 특정 개념과 의견을 문제삼은 것은 성평등 관점에 반한다는 이유도 아니었다. 성평등전주가 단일의 정치적 입장만을 강요하고 다른 의견을 가지는 작가들을 전시에서 배제한 결정은 명백한 차별이며 사상 검열로서 양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개최에는 국비와 시비가 사용되었다. 국가기관 등이 예산을 지원하는 예술지원사업에서 정치적 의견 또는 사상을 이유로 특정 예술인을 배제하는 차별행위를 하고, 예술인의 예술 활동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이다. 본 예술제 포스터에는 주최자로 성평등전주, 행정안전부, 전주시가 표시되어 있다.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 포스터

성평등전주에 의해 ‘페미니즘 예술제’에서 배제당한 작가 3인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23일 박근혜 정부 시절에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문화예술인을 구별하는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재정 지원 등을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은 평등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러한 ‘예술인 블랙리스팅’ 재발을 막기 위해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예술인보장법’)2021년에 제정되어 올해 9월 25일 시행되었다.

예술인보장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예술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재천명할 뿐 아니라, 예술인 권리 침해시 구제 및 시정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예술인보장법은 “국가기관 등 및 예술지원기관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예술지원사업에서 특정 예술인을 우대ㆍ배제ㆍ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8조 제2항은 )고 규정하고, “국가기관 등 및 예술지원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예술지원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예술인의 예술 활동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1조 제1항)고 명시한다.

또한, 작가들이 본 예술제에 관하여 체결한 ‘전시계약서’ 제2조 제2항은 “전시기관은 예술 창작과 표현에서 작가의 견해를 존중하고, 작품 활동에 부당하게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 계약서 제15조는 전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로 ‘천재지변 또는 기타 불가항력,’ ‘상대방으로부터 성희롱·성폭력을 당한 경우’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 3인은 정치적 의견 또는 사상을 이유로 페미니즘 예술제에 참여해 전시할 수 있는 일체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비공개 워크숍에서 밝힌 정치적 의견 혹은 개인의 사상 때문에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 전시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된 작가 3인.

작가 사랑해, 치명타, 이시마가 밝힌 ‘입장과 견해’ 검열한 성평등전주 

작가 사랑해는 1차 워크숍 중 스스로 ‘성산업종사자’라고 밝혔다는 이유로, 별도로 혼자 불려나가거나 워크숍 종료 후에 남아서 작가가 가지는 사상에 관한 질의에 답변해야 했고, 성평등전주가 규정하는 ‘반성매매’라는 정치적 입장과 함께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내몰리며 전시에서 배제되었다. 작가 사랑해는 폭력과 혐오 반대, 소수자의 생존과 감각에 관한 작업 계획을 밝혔고, 자신이 반성매매 운동의 대척점에 있지 않으며,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함께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지만, 답장할 필요도 없는 사람으로 대우받았다.

작가 치명타는 2차 워크숍에서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하고 세운 전주시혁신센터의 역사, 반성매매 운동의 흐름에 대한 주최 측의 이야기 중 성평등전주선희 소장의 “성매매업소 여성이 ‘성노동자’라고 불리는 것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반성매매 운동과 페미니즘 운동 안에서 성매매업소 여성을 성노동자로 개념화하는 것에 다양한 맥락과 논의 지점이 있기에, 나는 노동자로 개념화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작가 치명타 역시 전시 예정작품이 성노동/반성매매 라는 정치적 입장과 전혀 관련이 없었음에도, 바로 그 자리에서 조선희 소장으로부터 “같이 전시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고, 전시에서 배제되었다.

작가 이시마도 2차 워크숍에서 작가 치명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견해가 가능하고 성노동자라는 개념도 성립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는 이유로 전시에서 배제되었다. 이후에 이시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성노동에 대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성평등전주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여 해당 공간의 역사와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성평등전주는 지속적으로 작가의 사상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고, 작가 이시마가 추후 성노동 관련 작업을 할 경우에 이번 전시가 작가의 이력에 포함되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였다. 성평등전주는 작가의 추후 작업에까지 개입해 검열하고자 한 것이다.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까지 멋대로 검열하려는 오만한 권력. 누가 내 머릿속을 자물쇠로 잠글 수 있는가.

성평등전주는 작가 3인이 항의하자, 7월 22일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사이트에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작가모집 공고에 전시장소와 관련하여 반성매매 가치를 기반으로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한 장소인 점을 명시하지 않아 혼란을 야기했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러나 성평등전주가 문제삼은 성노동 개념은 소위 반성매매 운동을 표방하는 단체 및 개인도 사용하고 있다. 성노동 개념은 성매매가 구조적인 이유로 자원이 부족한 여성들의 생계수단이기도 하다는 점을 드러내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성매매여성에게 권리가 필요하다는 맥락에서 주장되기도 한다. 성평등 운동과 페미니즘 운동은 그 내부에서 성매매 및 그 해결방법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과 논의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성산업 내에서 상시적인 폭력과 부당한 처우에 노출되어 있는 취약한 여성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는 것에는 입장을 같이 한다.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의 기획 의도는 혐오와 차별 없는 평등하고 안전한 세상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평등전주는 ‘평등’과 ‘페미니즘’ 기치를 내걸면서도, 다양한 관점과 견해가 평등하게 표현되는 장에서 함께 논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입장은 표현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다. ‘반성매매 가치’를 자의적으로 편협하게 해석함으로써, 도리어 보편적인 인권규범과 평등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저질렀다. 성평등전주는 단지 ‘성노동’ 개념에 대하여 다른 의견을 가진다는 이유만으로, 작가 3인을 성평등 운동의 바깥이나 반대편으로 밀어냈고, 문제 제기도 “대화할 가치가 없다”로 일축하였다.

성매매여성이나 성노동자 담론에 관해 누가 성평등전주에 옳고 그름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나요? 자신의 정답을 미리 정해놓고, 그 정답에서 벗어나면 이미 계약한 작가들마저 내쫓는 성평등전주의 오만과 배타성은 ‘평등’이나 ‘인권’과는 별로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아니 평등과 인권의 반대말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성평등전주 조선희 소장은 작가 3인 배제를 두고 “반성매매 운동 진영과 성노동 운동 진영이 충돌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운동 진영 간 다툼은 개인을 예술활동 기회와 표현의 장에서 배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성편등전주는 이분법적인 논의 구도와 편협한 잣대를 들이대 작가들을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내적 양심의 내용을 이유로 전시에서 배제하는 차별을 저질렀다.

이에 우리는 성평등전주가 예술인의 사상을 검열하고 차별하여 예술인들을 전시에서 강제 퇴출한 점을 규탄하고, 성평등전주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 하나. 예술인에 대한 사상검열과 차별을 중단하라.
  • 둘. 본 사건 경위와 부당하게 전시에서 배제된 작가 3인의 성명을 명시하여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 셋. 성평등전주가 기획하는 행사에서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술인들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공식적으로 약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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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 동참 *
https://forms.gle/18vU2rCMhJFW9Nx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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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서명 단체: 사단법인 오픈넷,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문화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노뉴워크,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페미당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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