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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전주 사상 검열 작가 배제 사건 (2022) 

‘평등’과 ‘인권’을 기치로 건 지자체 문화행사에서 주최 측이 ‘성노동’에 관한 견해 차이를 이유로 참여 계약 작가들을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평등의 기치를 드높이기는커녕 스스로 ‘사상 검열’을 통해 작가를 ‘차별’한 셈입니다. 올해 7월 전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2022년 7월 16일과 18일, 전주시가 설치·운영하는 기관인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이하 ‘성평등전주’)는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에 참여 작가로 선정된 10인 중 3인(작가 사랑해, 치명타, 이시마, 이하 ‘작가 3인’)이 특정 개념을 사용하고 자신과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가진다는 이유로, 또 그 의견이 향후에 표출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전시에서 배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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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성평등전주는 공식사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 “성매매에 대한 다른 입장을 가진 예술가들과 예술제를 준비한다는 것이 그간의 선미촌의 변화 노력과 모순되는 것이라는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했고,
  • “사랑해, 이시마, 치명타 3명의 작가에게 하차를 요구하는 것을 ‘전여문'(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에 맡기고 사업의 주최기관인 성평등전주가 직접 작가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너무 안일한 대처”이며,
  • “성평등전주가 예술가들을 민주적이지 않은 절차에 노출시킴으로써 논란을 확대해 온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습니다.
전주시 사회혁신센터,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작가 3인 하차에 대한 사과문” (2022. 10. 7.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 중에서

즉, 성평등전주는 작가 3인을 전시에서 퇴출하는 절차상의 미흡함에 대한 사과를 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당 사건의 본질이 사상 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것을 성평등전주는 여전히 모르고 있습니다. 성평등전주의 이와 같은 안일한 인식은 추후 작가 전시 퇴출 절차를 공식화하여 노골적인 작가 전시 퇴출로 이어질 우려가 높습니다. 이에 전시에서 강제 퇴출당한 작가 3인과 오픈넷,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성평등전주의 작가 전시 퇴출과 해당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를 공론화하는 기자회견을 10월 17일 개최하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상 검열을 이유로 부당하게 ‘지구탈출’ 행사의 참여 작가 지위를 박탈당한 작가 ‘사랑해’와 ‘치명타’의 입장을 전합니다. 참고로 우리 시민사회는 성평등전주의 예술인에 대한 사상검열과 차별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전주시에 항의서한의 형식으로 민원을 넣을 예정이며, 그럼에도 재발방지 조치가 없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접수할 계획입니다.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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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사랑해’ 입장문

 

청년 페미니스트 예술가, 사랑해입니다.

2022년 7월 3일, 저는 선미촌 내의 폐쇄된 성매매 업소에서 진행되는 전시 ‘제3회 페미니즘예술제: 지구탈출’ 전시의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달인 7월 18일, 일방적인 전시 하차 통보를 받았습니다.

페미니즘예술제의 주최·주관단체인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는 제가 스스로 ‘성산업종사자’임을 밝혔다는 이유로 저를 ‘반성매매 운동의 가치와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제 작업 내용이나 방향과는 관련 없는 말들로 저의 입장이나 사상을 검증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실제 작업 계획이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제가 출품작이나 작가와의 대화에서 반성매매 운동에 반하는 메시지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상정하여 일방적으로 전시에서 배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소통 시도와 문제제기는 “반성매매 운동과의 입장 차이”라는 말로 차단당했습니다.

저는 스스로 반성매매 운동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착취 없는 평등한 사회를, 개인이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사람이 사람을 환대하는 사회를 꿈꾸며 페미니즘 관점의 작업을 하는 한 사람의 예술가일 뿐입니다. 제가 꿈꾸는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반성매매 운동의 대척점에 있습니까? 왜 저를 당신들의 반대편으로 억지로 밀어내시나요? 제가 정말 반성매매의 가치에 반하는, 혹은 페미니즘의 기조에 반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전시 참여 작가로 선정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페미니즘예술제’라는 이름 아래에서 ‘개인을 섣불리 규정짓고’, ‘일방적으로 배제하고’, ‘이분법적인 진영논리로 부당한 대우를 정당화하는’ 일이 일어났음에 큰 분노를 느낍니다.

‘페미니즘예술제’라는 이름 아래에서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와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는

  • 참여 예술가 개인에 대한 사상 검열을 행하고, 이분법적인 진영논리에 기반하여 개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 전시에 선정된 작가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결정하고 통보하는,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주관 단체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 오직 ‘입장 차이’라는 말로 이 모든 부당한 행위의 논점을 흐리고, 피해를 입은 작가들에게 그 피해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의 전시 기획 의도는 ‘안전’과 ‘평등’, ‘자유’, ‘신뢰’, ‘검열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평등전주와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는 최초 선정 작가 10명 중 3명을 손쉽게 밀쳐내고는 ‘자유롭고 평등한 행성 3-4’로 떠나버렸습니다.

작가 ‘사랑해’의 1인 시위 모습

‘지구탈출’ 전시가 약속했던 ‘안전’과 ‘평등’, ‘자유’, ‘신뢰’, ‘검열 없음’은 어디에 있습니까? 저는 ‘지구탈출’의 과정에서 ‘선입견’과 ‘권위’, ‘검열’과 ‘배제’, ‘책임 회피’만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성평등전주와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에 이 모든 부당함에 대해 ‘누구에게’ ‘왜’ 사과하는지가 명시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합니다.

또한, ‘페미니즘’과 ‘예술’의 단어 아래에서 사상검열과 일방적인 배제를 당하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 역시 요구합니다.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와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는 더 이상 운동이나 입장의 문제라는 말로 해당 사안을 흐리지 마십시오. 페미니즘과 예술의 이름 아래에서 예술가 개인의 사상을 검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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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타 작가 입장문

치명타입니다.

저는 지난 2022년 7월,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 전시에 지원하여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전 행사인 워크숍 도중, ‘성평등전주’ 소장 J의 ‘성매매 업소 여성들이 성노동자라고 불리는 것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에 다른 견해를 밝혔다가 전시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저는 본 사건을 주관·주최 측이 작가와의 생각 차이를 수용하지 못하여 발생한, 충분한 소통과 절차 없이 공모 선정 작가를 일방적으로 제외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입장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은 ‘페미니스트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구현’한다는 취지의 기획 전시입니다. 저는 기획 의도에 동의하여 포트폴리오를 제출했고, 10인의 참여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사전 행사인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7월16일에 열린 워크숍에서 소장 J는 전시 공간인 선미촌(폐쇄 성매매 업소)에 대한 설명, 전주에서 지속 중인 탈성매매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J는 ‘성매매 업소 여성들이 성노동자라고 불리는 것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해당 발언은 전시 기획·주제와 전혀 맞닿는 지점이 없는 발언이었는데, ‘그런 말을 굳이, 지금 이 자리에서’ 한다는 맥락에서 말의 무게를 느꼈습니다. 더욱이 저는 소장 J와 생각이 달랐으므로 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었습니다.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을 ‘성노동자’라고 규정하는 것에 대해 페미니즘 운동 안에서도 다양한 맥락과 논의 지점이 있기에, 저와는 다른 생각이었지만, 소장 J의 발언을 존중했고 저 또한 저의 생각을 밝혀 앞으로의 전시 진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저의 당시 발언은 아래와 같습니다.

‘성노동자라는 개념에 반대하는 것이 소장님께 굉장히 중요한 맥락인 것으로 들린다. 나는 당신과 다르게 성매매 업소 여성을 성노동자라고 개념화하는 것에 동의하는 입장인데, 나에게도 이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에 말씀을 드린다. 우리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는 작가 ‘치명타’ (2022년 10월 17일, 오픈넷)

그러자 소장 J는, 제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은 상황임에도 “같이 전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당황하여 주최 측인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에 문제 제기를 했더니, 본인들은 성노동 담론에 대해 무지하고 공부를 안 해서 지금까지 ‘성평등전주’가 말하는 의견이 맞는다고 생각하며 살았다고, 더 공부를 해보겠다며 전시를 같이 하자는 쪽으로 이야길 했습니다. 하지만 소장의 의견(전시 제외)은 완강했고, 저는 워크숍이 끝난 후에도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주최 측으로부터 확답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7월 19일, 끝내 저는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의 Y에게 전화로 전시 제외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후 저는 ‘성평등 전주’,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에 일관되게 ‘사건 경위를 담은 공식 사과문’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7월 22일, 두 단체는 본 사건의 핵심과 무관하며 사과의 대상마저 명시되지 않은 사과문을 업로드하여 저를 기만했습니다. 성평등전주 소장 J는 ‘해당 사과문으로 충분하다.’며, ‘사과할 일이 아니기에 사과할 수 없다’는 궤변과 함께 “작가님 이야긴 듣지 않아도 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는 “우리는 용역이기 때문에 힘이 없다”, “성평등전주가 설득되지 않는다.”는 핑계로 ‘성평등전주’의 뒤에 숨어 주관자의 책임을 저버리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예술제’는 진정으로 ‘페미니즘’ 가치를 따르고 있습니까? 제가 아는 ‘페미니즘’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차이를 왜곡 없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잘못한 것에 사과하며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제가 더 잘 압니다. 그래서 저는 사과를 원합니다. 사과를 통해 주관·주최 측이 그동안의 성과를 잃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저는 주관·주최 측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추후 지속될 다음 ‘페미니즘예술제’에서도 저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원하기에 본 사건을 공론화합니다. 그리고 공론화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페미니스트로서의 제 가치관을 견지하고자 합니다. 생각의 차이로 인해 누군가를 배제하고 불합리한 것에 침묵을 요구하는 것이 ‘페미니즘 예술’이라면, 저는 그 예술을 더 이상 할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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