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②] 손바닥에 ‘王’자 쓰고 나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탄핵과 구속 이후 풀어야 할 과제들. (🕰️22분)

돌아보면 윤석열은 정말 이상했다.

일찌감치 대통령 선거 TV토론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 자를 쓰고 나왔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논란이 되자 “연세 많으신 이웃 주민이 써줬는데 안 지워졌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한 번도 아니고 확인된 것만 세 차례였다. 누가 써줬는지도 말이 계속 바뀌었고 안 지워진 게 아니라 지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손가락 위주로 씻었다고 해명했지만 애초에 말의 무게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대통령=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몰락의 결정적인 장면 27가지를 살펴봤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혹도 많다.

(경제 관련 이슈는 시리즈 1편, “민주주의가 경제다, 윤석열 탄핵을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이유”에 있습니다. 편집자 주.)

1. 고속도로는 왜 휘었나.

  • 결국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삽도 못 떴다.
  • 고속도로가 휘었는데 알고 보니 김건희 땅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벌어진 일이다.
  •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21년 4월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윤석열 당선은 2022년 3월10일, 취임은 2022년 5월10일인데 5월24일 개편안이 등장했다.
  • 원희룡(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치 공세라며 백지화를 선언했고 아직 방치된 상태다.

2. 재벌 총수들과 폭탄주 파티, 엑스포는 참패.

3. 바이든-날리면 논란, 애꿎은 MBC만 두들겨 팼다.

  • “(미국)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 윤석열이 2022년 9월 미국 방문 도중 회의 직후 한 말이 방송을 탔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 반박했고 외교통상부는 MBC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국익을 자해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 MBC 기자를 전용기에 타지 못하도록 했고 “뭐가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의 질문이 무례하다며 도어 스태핑을 중단했다.
  • 윤석열은 정작 ‘새끼들’ 발언을 사과하지 않았다. ‘바이든’이라면 미국 의회가 ‘새끼들’이 되고 ‘날리면’이라면 한국 국회가 ‘새끼들’이 된다. 명예훼손 소송 재판부는 MBC에 정정 보도를 명령하면서도 “바이든과 날리면 가운데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 “이게 나라냐”, 이태원에서 확인한 정부의 부재.

윤석열-기시다 한일 정상회담. 2023.11.16.

5. 아낌없이 퍼주고 농락당한 굴욕 외교.

  • 윤석열이 최대 성과라고 자화자찬하는 한일 관계는 참담하기 짝이 없다.
  • 첫째, 강제 동원 피해자 보상을 3자 변제 방식으로 하자는 일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미쓰비시 등 피고 기업들은 배상 책임에서 빠졌고 일본 정부의 사과도 없었다. 2023년 3월 박진(당시 외교부 장관)이 “물컵이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했지만 그 나머지 절반은 채워지지 않았다.
  • 둘째, 일본 니가타현의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과정에서 강제 동원의 역사를 삭제하는 데 합의했다. 박물관 한구석에 조선인 노동자 전시실을 만든 게 성의 표시의 전부였다. 전쟁 범죄의 흑역사를 묵인해 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추도식이 열렸는데 강제 동원은 언급조차 없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란이 있는 이쿠나이 아키코(일본 외무성 정무관)를 일본 대표로 내세운 건 외교적 결례를 넘어 도발에 가까웠다.
  • 셋째, 오염수 방류도 허용했다. 7년이 걸릴 거라 했다가 30년으로 늘었다가 “적어도 30년”으로 다시 늘었는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란 말도 나왔다. 오염수는 일본이 방류하는데 한국 정부가 국민들 세금으로 오염수는 안전하다는 홍보 영상을 내보낸 것도 논란이 됐다.
  • 강제 동원 피해자의 아들 정종건이 이런 말을 했다. “나라 없이 억울하게 끌려가 일했는데 나라가 있는데도 억울하다.”

6. 눈 떠보니 후진국, 국제 망신 잼버리.

  • 새만금 갯벌 매립지에 4만 명이 텐트를 쳤는데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열사병이 속출했다.
  • 샤워기는 5000개가 필요한데 1650개만 설치됐고 급수대도 278개에서 120개로 줄었다. 그늘도 없고 의료 시설도 부족했다. 편의점에서는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700억 원 넘는 예산을 들였지만 무엇보다도 화장실과 샤워실이 엉망이었다.
  •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예산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대회를 주도해야 했을 스카우트연맹을 소외시키고 주요 결정을 좌지우지하면서 대회를 망쳤다는 지적이다.
  • “부끄러움과 참담함은 왜 늘 시민의 몫이어야 하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 결국 부랴부랴 조기 폐막과 함께 K팝 콘서트를 급조했고 아이돌 그룹을 동원해 ‘국풍 2023’ 관제 행사로 마무리했다. 김순덕(동아일보 논설위원)이 “긴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 420억 원을 들인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는 1년 뒤에야 준공됐다.
  • 국정 조사와 함께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윤석열은 “무난하게 마무리됐다”고 말하고 넘어갔다.

7. 군인의 명예로운 죽음을 누가 모욕했나.

  • 충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수색 작업에 나섰던 해병대 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죽었다. 사단장이 구명조끼도 주지 않고 (카메라에 잘 잡히도록) (해병대 상징인) 붉은색 티를 입으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책임자를 문책하고 국가가 보상하면 끝날 일이었다.
  • 그런데 수사 결과를 받아본 윤석열이 격노했고 갑자기 수사 결과가 뒤집혔다. 임성근(당시 사단장)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한 박정훈(수사단장)이 애꿎은 항명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 알고 보니 임성근이 김건희 주가 조작 사건의 ‘선수’였던 이종호(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골프치는 사이였고 이종호가 “내가 VIP에게 이야기할 테니 사표 내지 말라 했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 그 VIP가 윤석열인지 김건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종호의 허세였을 수도 있지만 윤석열이 왜 그렇게 임성근을 감싸고 돌았는지 밝혀지지 않는 의문이 있다.
  • 이종섭(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람이 김건희라는 의혹도 있었다. 윤석열이 휴가 중이었고 발신 기지국은 한남동이었다.
  • 채 상병 특검법이 세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탄핵과 별개로 이 사건은 원점부터 다시 조사해야 한다.

8. 윤석열의 아킬레스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 윤석열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거론될 때마다 “지난 정부에서 탈탈 털었지만 나온 게 없다”고 주장했다.
  • 사실이 아니다. 수사팀이 꾸려진 건 2021년 8월이고 권오수(도이치모터스 회장)가 구속된 건 2021년 11월이다. 윤석열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수사가 중단됐다.
  • 이 사건은 사실 관계가 상당 부분 확인돼 있다. 이종호는 “윤석열과 김건희 결혼 이후 김건희에게 연락한 적 없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주가 조작 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36차례에 걸쳐 문자 또는 전화를 주고받았다.
  • 김건희와 최은순(윤석열 장모)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2억 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증권사 직원이 “2650원이 될 때까지 매수하겠다”고 보고하자 김건희가 “알겠다”고 말한 정황도 확인됐다. 윤석열은 “손실만 봤다”고 주장했는데 알고도 거짓말을 했다면 허위 사실 공표가 된다.
  • ‘주포’가 ‘선수’에게 “12시에 3300에 8만 개 때려 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김건희의 계좌에서 8만 주 매도 주문이 나간 사실도 확인됐다. 미리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크다.
  • 김건희는 전주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검찰은 결국 무혐의 처리했다. 네 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됐고 다시 수사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 이종호가 말한 “삼부 내일 체크하고”도 검증해야 한다. 임성근과 골프 약속을 이야기했던 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나온 말이다.
  • 지난해 5월 올레나 젤렌스카(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다음날 윤석열이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틀 뒤부터 삼부토건 주가가 치솟기 시작해 윤석열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까지 주가가 무려 네 배 이상 치솟았다.
  • 김종대(연세대 교수)는 “이종호의 정보력이라면 굳이 과거처럼 주가 조작을 할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뭘 할지 사전에 알고 주식을 사두기만 하면 차액이 저절로 수익으로 굴러들어 온다”는 이야기다.
  • 삼부토건은 윤석열과 특별한 관계다. 조남욱(삼부토건 회장)은 15년 동안 윤석열에게 명절 선물을 보냈다. 조남욱에게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도 있다. 김건희와 최은순과도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졌다.

“파우치, 외국회사 조그마한 백” ‘파우치’ 사장 박장점은 2024년 12월10일 제27대 KBS 사장 취임했다.

9. 디올 백을 왜 디올 백이라 말 못 하고.

  • 최재영(목사)이 김건희에게 준 뇌물은 세 차례다. 첫째, 180만 원 상당의 샤넬 향수와 화장품. 둘째, 40만 원짜리 위스키와 책 8권. 셋째, 300만 원 상당 디올 백 등 대략 520만 원어치다.
  • 공직자의 배우자는 부정 청탁 금지법의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 검찰은 최재영과 윤석열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최재영은 청탁했다고 자백하고 있다.
  • 국민권익위가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린 뒤 국민권익위 과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양심에 반해 괴롭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 조국(전 조국혁신당 대표)과도 비교된다. 조국은 딸이 받은 장학금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며 유죄 선고 받았다. 다른 혐의들과 함께 징역 2년이 확정돼 수감될 상황이다.
  • KBS와 신년 대담에서 박장범(당시 KBS 앵커)이 “외국 회사의 조그만 파우치”라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박장범은 KBS 사장으로 임명됐지만 반발하는 직원들을 피해 새벽에 출근하고 있다.

10. 김건희 지인 찬스로 몰아준 수상쩍은 수의 계약.

  • 하루라도 청와대에서 잘 수 없다며 관저를 옮긴 이유도 앞으로 밝혀져야겠지만 일단 수상쩍은 돈의 흐름이 있었다.
  • 김건희가 대표로 있었던 코바나컨텐츠의 행사 후원사로 참여했던 21그램이란 업체가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는데 입찰 공고 이후 낙찰까지 세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종합 건축업 면허가 필요했는데 자격도 안 됐고 공사비가 12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뛰어올랐는데 정작 준공 검사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 감사원이 1년 8개월 동안 감사를 하고도 이 업체를 누가 추천했는지 밝히지 못했다.
  • 윤석열의 검찰 선배라는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김건희가 도배지나 수도꼭지를 고르는 건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만약 국가 예산이 투입된 관저 공사의 업체 선정, 수의계약 등에 관여했다면 국정농단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럴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최순실도 권한이 없는데 국정에 관여했다가 처벌받은 것 아닌가.”
육사 충무관. 2020년 당시 모습. 왼쪽에 홍범도 흉상이 보인다. 지금은 철거됐다. 위키미디어 공용.

11. 철 지난 이념 논쟁 부른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

12.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딴 세상 역사관.

  • 김형석(독립기념관장)은 “1945년 광복됐다는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멘트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 김문수(고용노동부 장관)는 “일제 강점기 우리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야지. 1919년은 일제 식민지 시대인데 무슨 나라가 있나.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국적이 있었나.”
  • 윤석열의 술친구라는 김태효(국가안보실 차장)가 KBS에 나와서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해 논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게 과연 진정한가.”
  • 성한용(한겨레 선임기자)은 “윤석열은 외교와 안보에 편견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정치에 뛰어들어 대통령이 됐다”면서 “김태효 등이 윤석열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면서 냉전 시대 극우 이념 노선으로 급속히 의식화됐다”고 분석했다.

13. ‘건폭’ 몰이로 시작된 윤석열의 폭주.

  • 민변(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노동기본권 부정이 국헌 문란과 내란 시도의 출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은 건폭 몰이부터 시작해서 지지율이 떨어진다 싶을 때마다 노조를 공격했다.
  • ‘건폭’은 ‘건설 폭력배’의 줄임말이다.
  • 윤석열이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한 게 2023년 2월의 일이다. 원희룡이 나서서 건설노조를 “경제에 기생하는 독”이라고 비난했고 “노피아(노조+마피아)”, “국민 경제의 암적인 존재” 등의 공격이 쏟아졌다.
  • 2800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서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 인권위원회가 “정치인의 표현행위가 특정 집단의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공론장을 왜곡하는 형태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국제노동위원회(ILO)의 권고도 무시했다.
  • 월례비와 전임비를 집요하게 공격했지만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과 과장이 넘쳤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불법 하도급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14. R&D 예산 삭감과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

  • 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던 한 졸업생이 입이 틀어막힌 채로 끌려 나갔다.
  • R&D(연구개발) 예산을 줄인 이유도 명확하지 않고 다시 늘린 이유도 논리적인 설명이 없었다. 2023년 31조 원에서 27조 원으로 줄였다가 내년 예산은 다시 30조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 “R&D 카르텔을 타파하겠다”고 했지만 애초에 실체가 없는 개념이었다. 갑자기 예산을 삭감하면서 수많은 연구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일부는 해외로 떠나기도 했다.
  • 연구비 지급 관행에 일부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엄청난 혼란과 충격, 손실을 초래했다.

15. 정권 몰락을 부추긴 의대 정원 확대.

  • 지난 2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의료 대란이 해를 넘길 판이다.
  • 일단 왜 2000명어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려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 첫째, 상급 병원 쏠림 현상. 우리나라 사람들 아프면 큰 병원에 가서 드러눕는다. 그래서 응급실 뺑뺑이에 병상이 없어 구급차에서 죽는 환자들도 여전히 많다.
  • 둘째, 전공의들 과로. 전공의 평균 근로 시간이 주 78시간에 이른다. 4주 평균 주 80시간 이상 일했다고 답변한 비율은 52%였다. (한때 주 120시간도 일했다고 한다.)
  • 셋째, 필수 의료의 붕괴. 지금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응급실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가 부족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다.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이 부족한 게 아니다. 당장 의료 대란으로 필수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
  • 윤석열의 고집 때문에 수많은 희생을 치렀고 또 치르는 중이다.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전체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중증도 보정 사망률을 산출한 결과 지난 9년 평균 대비 사망자가 1700여 명 늘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살 수 있었던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 윤석열은 건설노조와 싸우듯이 의대 정원 문제를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 거라고 봤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1년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당장 내년에 7500명이 한꺼번에 1학년 수업을 듣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나마 윤석열이 퇴출당해야 협상이 가능한 상황이다.

16. ‘대파 게이트’와 ‘벌거벗은 임금님’의 악몽.

  • 윤석열은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믿고 있을 수 있지만 총선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가 대파 게이트였다.
  • 윤석열이 마트에 가서 대파를 샀는데 1kg에 875원이었다.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나요?” 같은 복장 터지는 소리였다.
  • 알고 보니 3월 둘째 주까지 전국 평균은 1kg에 3851원, 하나로마트도 2670원이었는데 윤석열이 방문하기 이틀 전부터 가격이 뚝 떨어졌다. 그날 전국 평균 소매 가격은 2866원이었다. 하필이면 윤석열이 찾은 마트만 반의반 값이었다는 사실을 윤석열은 몰랐을까.
  • 이수정(경기대 교수, 당시 국민의힘 후보)이 “한 단이 아닌 한 뿌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는데 이것도 거짓말이었다.
  • 이재성(한겨레 논설위원)은 박근혜의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고 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17. 김건희-한동훈 ‘읽씹’ 논란으로 보는 파멸의 징후.

  •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터져 나온 김건희 메시지 ‘읽씹’ 논란은 윤석열 정부의 몰락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예감하게 했다.
  • 디올 백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1월 김건희가 한동훈에게 “사과하라고 하면 하겠다, 뜻대로 따를 테니 검토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한동훈이 답을 하지 않았다.
  • 첫째, 한동훈이 공개했을 리는 없으니 김건희가 공개했을 가능성이 크다.
  • 둘째, 어차피 윤석열이 사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김건희가 사과했더라도 판세가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 셋째, 굳이 둘 사이의 대화를 공개한 것은 한동훈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고 당 대표에서 떨어뜨리려는 계획이었을 수 있다.
  • 어차피 사과하고 말고는 윤석열 부부가 결정할 문제였고 뒤늦게 한동훈을 공격한다고 해서 참패한 총선을 되돌이킬 수도 없고 이미 떨어진 지지율이 오를 상황도 아니었다.
  • 애초에 윤-한 갈등이 아니라 김-한 갈등이었다는 말도 나왔다. 애초에 김건희 심기 경호를 두고 여당이 발칵 뒤집히는 상황도 어처구니없지만 윤석열 위에 김건희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 김건희가 김대남(전 대통령실 비서관)을 시켜 한동훈을 공격하게 하고 연봉 3억 원의 서울보증보험 감사 자리를 준 사실도 확인됐다. 명백한 국정농단이었다.

18. 윤핵관도 못 건드린다던 김건희의 ‘칠상시’.

19. 검사 위에 여사, “김이 곧 국가”였다.

20. 마약 수사 외압 사건, 아직 수사는 시작도 안 했다.

21. 언론 때려잡으면서 성공한 정부 없다.

  • 윤석열은 이명박과 박근혜의 실패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시스템을 무너뜨리려다 붕괴한 최악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부나 비판을 뭉갤 때 몰락이 시작된다.
  • KBS 사장을 갈아치우고 YTN 매각을 밀어붙이고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했다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복귀했다. MBC 사장 교체는 실패했다.
  • 방송통신위원회의 합의제 구조를 무너뜨리고 우리 편만 채워서 운영하려다 이진숙(방통위원장)이 탄핵당하고 셧다운된 상태다.
  • 이진숙은 세월호 추모를 두고 “나라 앞날이 노랗다”고 했던 사람이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좌파 시민단체, 좌파 언론의 뒤에는 대한민국을 뒤엎으려는 기획자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과 멘탈을 공유하는 사람이었다. “좌파들은 집요하다. 독하다. 그들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그들보다 더 강하고 더 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싸움은 진다.”
  • 류희림(방송통신심의위 위원장)은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해 셀프 민원을 넣은 사실이 드러났다. 한겨레는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의혹의 본질은 독립적이어야 할 방심위의 수장이 심의 민원을 사주해 비판적인 언론을 손보려 했다는 것이다. ‘심의 권력’의 남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에 무더기 징계를 퍼부었지만 여덟 건 모두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상태다. 애초에 두 명만 남은 방통위에서 결정한 모든 결정이 무효라는 게 최근 법원 판단이다.
  • 방통심의위 법정 재제 30건 가운데 30건 모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1심 본안 판결이 난 3건은 모두 제재가 취소됐다.
  • 윤석열은 비판과 토론에 귀를 닫고 언론을 적으로 몰고 유튜브 채널에 빠져들었다. 급기야 선거 결과는 조작됐고 국회에 종북 세력들이 암약하고 국가가 비상사태에 놓여 있다는 망상에 빠져들었다.
  •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집계하는 언론자유지수는 62위로 추락했다. 순위는 박근혜 정부 때 70위가 바닥이었지만 그때보다 점수는 더 낮다.
  • 검사 출신 대통령이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찍어 누르려다 자멸한 반면교사로 역사에 기록돼야 한다.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2022년 3월 6일. https://newstapa.org/article/ybGav

22. 윤석열 검사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사건.

  • 이른바 김만배 커피 사건은 완전히 다시 시작해야 한다.
  • 뉴스타파가 윤석열 명예훼손을 했다며 압수수색에 제재에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공소 유지도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사건도 이제부터 다시 탈탈 털어봐야 한다.
  • 이 사건은 복잡하지 않다.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 중수부장 시절,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이 검찰에 불려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왔더니 사건이 사라졌다는 게 핵심이다. 윤석열이 사건 무마에 관여했는지를 밝혀야 하고 애초에 커피를 누가 타 줬는지는 본질이 아니다.
  • 뉴스타파 보도에는 “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줬다”는 말이 없다. 핵심은 커피가 아니라 수사 중단이다.
  •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며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외쳤지만 태산명동 서일필, 떠들썩했지만 나온 건 없었다.
  • 김만배는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검사 윤석열의 수사 무마 사건도 다시 수사해야 한다.

23. 윤석열 폭주를 부른 명태균 게이트.

  • 박근혜 탄핵에 JTBC의 태블릿 보도가 있었다면 윤석열 탄핵의 트리거는 뉴스토마토의 명태균 파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 명태균은 지난 10월 JTBC와 인터뷰에서 “내가 구속되면 한 달 안에 정권 무너진다”고 엄포를 놨는데, 실제로 지난달 15일 구속됐고 오는 일요일이 딱 한 달 되는 날이다.
  • 김건희가 명태균을 처음 만난 날 “물건이 왔네요” 했다고 한다.
  •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았더라도 명태균 게이트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터져 나올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명태균은 윤석열이 후보 시절 비공개 여론조사를 공짜로 넘겨준 대가로 김영선(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받고 김건희의 후광을 입고 국민의힘 인사들을 접촉했다.
  • 윤석열이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다”고 한 통화 녹음이 공개됐고 명태균에게 “화내서 미안하다”며 한 시간 동안 사과한 통화 녹음이 곧 공개될 거라는 말도 나왔다.
  • 윤석열 부부와 통화 녹음과 메시지 등이 저장돼 있다는 명태균의 ‘황금폰’도 검찰 손에 들어갔다. 명태균은 구속되기 직전인 지난달 13일 박주민(민주당 의원)과 통화하면서 “내가 구속되면 12월12일에 접견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박주민이 접견하러 간 날 검찰이 명태균을 구치소 밖으로 불러 조사하는 바람에 접견이 이뤄지지 않았다. 명태균은 ‘황금폰’을 검찰에 넘겼다. 그 ‘황금폰’에 윤석열 부부가 감추고 싶었던 결정적인 무엇인가가 들어있을 수 있다.

24. 막말과 궤변, 내란은 예고돼 있었다.

25. 술 마신 다음날 가짜 출근? ‘뻥카’가 일상이었다.

  • 한남동 관저로 옮긴 뒤 출근이 늦을 때마다 가짜 출근 행렬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한겨레가 확인했더니 지난 한 달 동안 정시 출근한 날이 이틀밖에 안 됐다.
  • 11월10일의 경우 아침 9시1분에 관저에서 출발한 차량 다섯 대가 9시6분 대통령실에 도착했는데 10시1분에 한 번 더 차량 여섯 대가 출발했다. 9시에는 정문으로 10시에는 남문으로 왔다.
  •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12월3일도 ‘뻥카’가 8시52분에 출발하고 진짜 출근 차량은 9시42분에 출발했다.
  • ‘가짜 출근’ 쇼는 경찰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위장제대’라는 은어도 있었다. 전직 경찰 고위 간부가 이런 말을 했다.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늦게 출근하는 날이 늘었다. 그때부터 차량 행렬을 두 번씩 내보내기 시작했다.”
  • 골프 논란도 있었다. 대통령이 골프를 칠 수도 있지만 거짓말이 문제였고 때도 적절치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직후인 11월13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가 이뤄지려면 공이 제대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연습을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는데 지난 8월과 9월, 10월에도 골프를 쳤다.
  • 애초에 거짓말인 데다 취재 기자를 강제로 끌어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가뜩이나 10월12일은 북한이 보복 조치를 선언한 날이었다. 11월2일은 지지율이 17%를 찍던 날이었다.
  •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습관적으로 금세 들통날 거짓말을 하고 언론과 시민을 ‘입틀막’하는 정권의 말로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경고했다.

26. 왕처럼 행동했던 ‘59분 대통령’.

  • 명태균은 윤석열 부부를 “장님 무사 위에 올라탄 앉은뱅이 주술사”라고 평가했다.
  • 대통령실 수석과 보좌관들에게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것은 물론이고 59분 동안 혼자 떠든다고 해서 ‘59분 대통령’이란 별명이 있었다.
  • 참모들은 주눅이 들어 보고를 못 하고 ‘알겠습니다’ 하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부터 공무원들이 ‘사고만 안 터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티기만 했다고 한다.
  • 윤석열 주변에는 직언하는 사람이 없었다.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자폭을 하기까지 보수 언론의 조언도 듣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구정물을 함께 뒤집어쓴 느낌”이라면서 “아내와 나라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을 정도다.

27. 자리 지키려 전쟁이라도 일으킬 생각이었나.

이제는 무너진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할 때.

  • 김준일(시사평론가)은 윤석열의 2년 반을 이렇게 평가했다. 김영삼(전 대통령)은 사악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으론 확실히 무능했다. 이명박(전 대통령)은 사악했지만 상대적으로 유능했다. 박근혜(전 대통령)는 적당히 무능했고 상당히 사악했다. 윤석열은 무능한 데다 의도적으로 사악했다. 윤석열의 끝은 자폭일 뿐만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비극이다.
  • 김정하(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윤석열이 3중 중독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 권력 중독이다. 평생을 검사로 살아왔으니 내가 마음먹으면 제압하지 못할 대상이 없다고 믿게 됐을 거란 이야기다. 둘째, 유튜브 중독이다. 부정선거 음모론 이전에 이태원 참사 음모론도 있었다. 셋째, 알코올 중독이다. “술로 인한 판단력 저하가 자신의 인생과 정권을 파멸로 몰고 갔다”는 이야기다.
  • 윤석열은 비상계엄과 내란 때문에 탄핵당하고 아마도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무너져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상계엄이 아니라도 윤석열이 거부한 수많은 특검법 때문에 정권의 몰락은 결국 닥칠 일이었다. 비상계엄 이전에도 탄핵 사유는 수두룩했다. 탄핵을 피하려 계엄을 선택했겠지만 결과는 더욱 참혹했다.
  • 우리는 이제 윤석열 2년 7개월 만에 바닥부터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 12.3 윤석열 내란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가 보여주는 사건이지만 동시에 여전히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살아 움직인다는 자긍심을 확인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우리는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3시간 만에 해제했고 내란 11일 만에 윤석열을 축출했다.
  • 이제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그동안 뭉갰던 권력형 비리를 원점에서 수사해야 할 때다. 검찰 국가를 종식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모색해야 할 때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헌법적 가치를 뛰어넘어 권력을 사유화할 수는 없다는 헌법적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 한국 사회는 이제 윤석열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윤석열의 실패를 딛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토론을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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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비극의 출발점, 용산이전이 빠졌습니다.
    대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수천억을 들여서 국방부를 몰아내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 한것이 비극의 출발입니다. 꼭 들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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