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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데이터] 누적 물가 상승률 역대 2위… 인플레이션의 의미가 달라졌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다면 물가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경제는 좋은데 물가가 엉망이라는 비판이 많다. 그런데!! 한국은 경제 성장률은 더 낮고 물가는 더 높다. 오늘은 정치와 물가의 상관관계를 살펴본다.

대파 875원 논란. 총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 물가도 물가지만 대통령의 안일한 대응이 민심 이반을 불러일으켰다는 관측이 많았다.
  • 아직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는 왜 윤석열(대통령)이 간 하나로마트 양재점만 가격이 낮았냐는 거다.
  • 3월 둘째 주까지 전국 평균은 1kg에 3851원, 하나로마트도 2670원이었는데 윤석열이 방문하기 이틀 전 1000원으로 떨어지더니 방문하던 날 875원이 됐다. 하필 그날 윤석열이 와서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른바 ‘대파 게이트’는 매우 징후적인 사건이었다.
  • 그날 전국 평균 소매 가격은 2866원이었다. 윤석열이 찾은 마트만 가격이 낮았다는 걸 윤석열은 알았을까 몰랐을까.
  • 이재성(한겨레 논설위원)은 박근혜의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고 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벌거벗은 임금님이 스스로 만든 상자에 갇혔다는 해석이다.
  • 아래 그림은 하나로마트의 대파 가격 추이를 전국 평균과 비교한 것이다. 하나로마트도 한때 875원을 유지하다가 총선이 끝난 뒤 조금씩 올리기 시작해 5월30일 기준으로 2110원까지 올랐다.

대파 원가가 1000원이 넘는다고 하지 않았나.


  • 대통령실 설명은 이랬다. 할인 전 가격은 4250원인데, 납품 단가 지원 2000원과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 1000원, 농축산물 할인 지원 375원이 적용되면서 최종 판매 가격이 875원이 됐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 덕분에 낮아졌다는 건데 왜 하필 윤석열이 찾은 마트만 할인 폭이 더 큰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 이수정(경기대 교수,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한 단이 아닌 한 뿌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것도 거짓말이었다.
  • 대파 한 단이라는 건 정확한 기준이 없다. 하나로마트 가격은 1kg 기준이었고 실제로 1kg이면 8~10뿌리다. 한 뿌리에 875원이면 오히려 더 비싼 가격이 된다. 이수정은 전혀 도움이 안 됐다.

문재인 정부 때 더 비쌌다는 말도 했다.


  • 지난 정부에서도 ‘파테크’나 ‘반려대파’와 같은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는데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파 가격이 더 비쌌던 건 맞다. 한파와 폭설 때문에 60% 가까이 물량이 줄었고 한때 6000원에 육박할 때도 있었다.
  • 아래 그림은 지난 16년 동안 대파 가격이다. 기후 변화 때문에 가격 변동 폭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미국 대선도 물가가 변수라고 한다. 미국은 어떤가.


  • 2022년 2분기 9.0%를 찍었다가 올해 1분기 3.4%까지 낮아진 상태다.
  •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물가 목표가 2%인데 3%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 금리를 내릴 타이밍을 보고 있는데 물가를 생각하면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다. 미국 금리에 세계 경제가 흔들린다.
  • (아래 그림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를 비교한 것이다.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가 더 낮은 게 벌써 2년이 다 돼 간다.)

바이든이 경제는 좋다고 하지 않나.


  • 성적표는 상당히 좋다(트럼프도 나쁘지 않았다). 심리적인 이유가 크다. 미국 정치의 당파성 때문에 경제 심리가 개선돼도 정치적 지지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었다.
  •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와 소비자심리지수가 반비례한다는 이론도 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 등 정치적 혼란이 극심하면 경제 위기가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리(vibe)와 불황(recession)을 합쳐 바이브세션(vibecess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소비자 신뢰 지수가 정부 지지도와 따로 가는 미국만의 특징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당파성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 물가에 대한 정의도 바뀌고 있다. 며칠 전 악시오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는데 “인플레이션이 과거에는 물가 상승을 의미했는데 이제는 높은 물가를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 아래 그림에서 빨간색이 인플레이션(전년 동기 대비 물가)이고 파란색은 집권 이후 누적 물가다.

통계와 심리적 지표가 다르게 간다는 이야기네.


  • 인플레이션의 더욱 직관적인 개념은 내가 예전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느냐다. 악시오스는 “이 새로운 정의에 따르면 물가가 떨어지는 시기에도 (심리적) 인플레이션이 높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인플레이션 지표는 4월 기준으로 3.4%까지 떨어졌는데 누적 물가로 보면 바이든 집권 이후 19.2%가 올랐다. 인플레이션 수치는 떨어졌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이야기다.

체감 물가가 선거를 흔든다, 이렇게 봐도 되나.


  • 인플레이션이 ‘물가가 높다’는 말로 쓰이는 시대다. 물가가 높으니 인플레이션이 높은 것이다. 우리가 알던 인플레이션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 악시오스는 “인플레이션이 높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는 바이든을 비난할 가능성이 높고, 바이든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했다.
  • 오건영(신한은행 WM본부 팀장)이 이런 말을 했다.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는 경제 주체들의 마음속에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레 자리 잡게 만든다.” 감기가 오래되면 고질병이 되고 재발하는 것과 같다. 인플레이션이 고착하면 경기 부양 효과도 떨어진다. 실제로 유고브(영국 데이터분석 기업)에 따르면 바이든 지지율은 40%까지 떨어진 상태다.
  • 아래 그림이 윤석열과 바이든 지지율을 비교한 것인데, 미국 대통령 임기는 4년, 한국은 5년이다. 윤석열은 아직 2년11개월이 더 남은 상태다.

트럼프와 비교하면 어떤가.


  • 트럼프 4년 평균 성장률은 3.2%인데 바이든 3년 평균은 8.7%다. 바이든이 성장률은 좋지만 물가 때문에 평가가 박한 측면이 있다.
  • 레이 페어(미국 예일대 교수)가 만든 페어 모델이라는 게 있다. 경제 성장률이 높을수록 물가 상승률이 낮을수록 집권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직전 3분기 성장률이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1916년부터 27차례 미국 대선을 분석한 결과 3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맞았다.
  • 조 바이든이 재선에 실패한다면 물가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 페어 모델을 한국 총선에 대입해 보면 국민의힘의 참패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 경제 성장률은 25년 만에 일본에 뒤졌고 실질 임금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줄었다. 물가는 미칠 듯이 치솟고 있다. 대파 논란이 총선을 지배했던 것도 당연했다.
  • 객관화된 경제 점수가 높아야 의대 정원 증원이나 연금 개혁 같은 거창하고 논란 많은 정책 추진도 힘을 받는다”는 말이 나온다.
  • 악시오스의 분석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물가가 한때 6.3%까지 올랐다가 올해 들어 3% 안팎을 오가는 추세다.
  • 누적 물가는 6.5%까지 올랐다. 바이든은 4년5개월 차고 윤석열은 이제 2년 차라는 차이가 있지만 문재인 정부 때부터 물가가 계속 올랐기 때문에 체감 물가가 매우 높은 편이다.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윤석열 정부 물가가 높은 수준인가.


  • 3년 차 기준으로는 역대 2위다.
  • 아래 그림은 정권 말 물가 상승률과 정권 교체 현황을 비교한 결과다. 초록색은 정권 연장, 주황색은 정권이 교체된 경우다. 지난 정권보다 물가가 더 오르면 교체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김영삼과 박근혜가 예외적인 경우다.
  • 노태우 때는 3저 호황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서 물가가 올랐다. 문재인과 윤석열은 코로나 팬데믹 때 사상 최대 규모 양적 완화와 세계적인 저금리 영향도 컸다. 이명박근혜 때는 경기 침체가 심했다. 김대중 때는 IMF의 기저 효과였다.
  •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민주당 정권이었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란 의견이 많지만 이렇게 대책 없이 방치하고 있지는 않았을 거란 분석도 있었다.
  •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4%를 기록했는데 3대 금융위기가 아니고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전체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는 추세지만 지난해는 성장률이 떨어지고 정부 재정지출이 모두 줄고 환율은 오르고 금리를 내릴 수도 없고, 물가도 오르는 상황이다.
  • 경제성장률은 문재인 때도 아주 좋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윤석열 들어 더욱 안 좋다.
  • 아래 그림은 미국과 한국의 연간 GDP 성장률을 비교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미국보다 덜 성장했다.

물가가 오르면 저소득 계층이 더 타격을 받지 않나.


  • 물가가 오르니 실질 임금이 줄었다. 2021년 360만 원에서 2022년 359만 원으로, 지난해에는 355만 원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이것도 처음이다.
  • 아래 그림은 통계청 가계 조사에서 소득 하위 20%의 식비 지출에서 세부 항목을 살펴본 건데 2년 전과 비교하면 육류 소비가 줄고 가공품 소비가 늘었다. 소득이 줄어드니 고기 대신에 통조림 음식을 먹는다는 이야기다. 2024년 1분기 조사다. 육류와 신선수산이 각각 3%와 2% 줄고 육류 가공품과 수산물 가공품이 각각 38%와 30% 늘었다.
  • 소득 5분위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상위 20%는 월 357만 원 흑자를 내는데 하위 20%는 달마다 36만 원씩 적자가 쌓인다.
  • 2019년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 식비에 식당과 배달 음식 등을 포함할 경우 1분위 가구에서는 31.2%에 이른다. 2분위는 30.1%, 3분위는 29.9%, 4분위는 27.7%, 5분위는 24.9%였다.
  • 아래 그림은 소득 1분위의 월 평균 소득과 지출을 나타낸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달마다 36만 원씩 적자가 난다.

정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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