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중독법 때문에 날마다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있습니다. 게임산업을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강제적 셧다운제가 국회에서 논의되던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논의의 수준이 크게 발전하지 않은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사족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규제를 반대하는 진영의 잘못된 프레임과 향후 실천방안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볼까 합니다.

게임에서 지고 있다면 잘못된 규칙 위에 서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잔: shawnzrossi CC BY)

‘잘못된 프레임’ 규제 반대론이 죽 쑤는 두 가지 이유

담배산업 위축 이유로 금연구역 반대하는 꼴

게임규제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게임산업 위축에 대한 우려가 가장 먼저 언급되곤 합니다. 하지만 게임산업이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콘텐츠 수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규제가 부당하다는 항변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게임에 대한 너무 강력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효자산업·수출역군의 이미지로 이를 극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담배산업이 위축될 수 있으니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규제는 결국 누군가의 이익

또 하나의 잘못된 프레임은 바로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규제가 시도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게임이 중독행위로 규정되면 중독 여부를 검사하고, 중독자를 관리·치료하는 집단은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특정 집단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 정책이나 규제가 존재할까요? 모든 규제는 감독과 처벌을 축으로 작동되고, 결국 누군가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줍니다.

본질은 게임중독성 규정의 정당성 여부

게임중독법과 관련된 핵심적 문제는 게임을 중독행위로 규정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이지 이 규제를 통해서 이익을 취하는 집단이 존재하는지, 만약 존재한다면 그게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이익을 보든 필요한 규제라면 도입하는 게 맞고, 부당하고 불합리한 규제라면 저지되는 게 맞습니다. 아주 냉정하게 말하면, 이와 같은 논리는 게임회사들이 규제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매출 감소를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사회의 본질적 모순과 맞닿아 있는 게임 과몰입

그럼,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아직 저도 뚜렷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게임 과몰입의 문제는 결국 입시지옥, 실업대란, 성과중심의 경쟁사회 등 사회의 본질적인 병폐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게임 과몰입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사회적 병폐들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목표가 이렇게 원대해지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할지 아득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아이디어 제공 차원에서 두 가지 정도만 제안해보고 싶습니다.

우선 부모가 게임을 알아야

우선 부모를 위한 게임교실, 아이와 함께하는 게임교실처럼 학부모들이 게임을 이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통로를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해보고 싶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게임 때문에 아이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데, 아이가 게임 때문에 짜증을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상황을 경험해 본 부모라면 게임을 우호적으로 보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부모가 먼저 게이을 알아야 한다  (사진: karschsp, CC BY SA)
부모가 먼저 게임을 알아야 한다
(사진: karschsp, CC BY SA)

하지만 부모들도 게임을 하다 보면 아이가 왜 이걸 재미있어하는지, 왜 아무 때나 전원을 끄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가 즐기는 게임을 이해하면 이를 토대로 아이가 겪고 있는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해볼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임업체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들이는 비용과 노력 중 일부라도 학부모들을 위해 사용한다면,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해 봅니다.

게임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자 

다음으로,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게임과 폭력성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지, 게임 과몰입은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강한 내성과 금단증상을 가졌는지, 게임 과몰입은 게임 내부의 요소에 기인하는 것인지 외부 환경에 기인하는 것인지와 관련해서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정당한 근거 없이 게임을 중독행위로 몰아가는 정부도 무책임하지만,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위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진 바 없다는 점에서 게임업계도 책임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게임 관련 연구자료들이 체계적으로 분류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관심과 열의를 가진 많은 이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초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논의가 전개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쪼록, 게임중독법과 관련된 논쟁이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하는 단순한 이권다툼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연구를 시작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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