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이 글은 필자가 ‘정운호 게이트’ 재판(정운호 외 피고인 13명)을 꾸준히 방청하면서 기록한 피고인과 주요 증인의 인상적인 발언과 증언을 정운호 게이트의 주요 인물을 기준으로 재정리한 것이다.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편집자)
정운호 게이트 재판, 그 ‘웃픈’ 진풍경
[/box]
최유정 변호사(사진, 이하 ‘최유정’)는 “보석·집행유예를 받아 내기 위해 재판부에 청탁하겠다”는 명목으로 송창수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이하 ‘송창수’)와 정운호 전 네이처 리퍼블릭 대표(이하 ‘정운호’)에게 각각 50억 원씩 총 100억 원의 부당한 수임료를 받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로 5월 27일 구속됐다. 검찰은 9월 8일 “65억 원의 수임료를 고의적으로 장부에 기재하지 않아 6억 7천만 원의 세금을 포탈했다”며, 조세범처벌법 위반죄로 추가 기소했다.
최유정이 정운호의 재판을 맡은 계기는 송창수의 소개였다. 그리고 송창수는 법조 브로커 이동찬 씨(이하 ‘이동찬’)의 소개로 만났다. 최유정의 부당한 사건 수임 과정에서 이동찬은 빼놓을 수 없는 관계이다. 이동찬은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진 5월 이후 도피 생활을 하다가 6월 18일 오후 9시 경기 남양주에서 체포돼 변호사법 위반죄가 적용돼 구속기소 됐다.
[box type=”info”]
주요 인물 정리
- 최유정: 부당한 수임료 등 변호사법 위반 혐의.
- 정운호: 상습 원정 도박. 최유정에게 로비 의뢰. 일이 틀어지자 최유정 폭행.
- 송창수: 회전문 사기의 달인이라는 의혹. 최유정에게 로비 의뢰.
- 이동찬: 법조 브로커. 최유정의 파트너.
[/box]
최유정과 이동찬이 사실상 2인 1조로 활동한 만큼 두 사람의 재판은 함께 진행하는 게 경제적이다. 검찰도 법원에 두 사람의 재판을 합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동찬은 “언론이 재판을 원색적으로 다룰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고, 결국 각각 재판을 진행했다.
최유정의 ‘레이저 광선’
최유정에 관한 공판에서는 10월 17일까지 3회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출석한 증인은 9월 12일 출석한 정운호와 정운호의 여동생 정 모 씨, 10월 17일 출석한 송창수였다. 최유정은 3회의 증인신문에서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유정은 움직임을 자제하면서 증인에게 눈을 고정하고 강렬한 눈빛을 발산했다. 마치 레이저 광선과도 같았다. 증인신문이 몇 시간이 걸리든 개의치 않았다.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 대로 증인을 향해 강렬한 눈빛을 뿜어냈다. 그러면서 이따금 볼 수 있었던, 증인을 향한 최유정의 미소도 아주 강렬했다.
최유정의 눈빛과 미소에 대한 증인들의 대처 역시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운호는 최유정이 자신을 쳐다보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6시간 동안 이어나갔다. 최유정에 대한 칭찬과 존칭을 늘 유지하면서도 “약속한 수임료의 총액은 50억 원이었다”는 주장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최유정은 “수임료는 20억 원이었다”고 주장하고, 정운호와 검찰은 “착수금 20억 원과 성공보수 30억 원 등 수임료 총액은 50억 원이었으며, 30억 원만 돌려줬다”고 주장한다. 구치소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던 이유는 보석과 집행유예 모두 실패한 것에 실망한 정운호가 “20억 원 중 절반이라도 내놓으라”고 최유정에게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것.
송창수가 증인신문에 임한 시간은 중간 휴식과 점심·저녁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약 10시간 정도였다. 아침 10시부터 시작해 검찰의 주신문과 변호인의 반대신문을 마치고 난 시간은 밤 10시 40분이었다. 하지만 증인신문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서 송창수는 12월 5일 예정된 공판기일에 다시 출석해 검찰의 재주신문과 변호인의 재반대신문에 임해야 한다.
송창수는 “최유정과 이동찬에게 수시로 돈을 뜯겼다”고 하소연했다. 최유정은 송창수의 증언을 지켜보면서 정 씨 남매를 바라볼 때보다 더 강렬한 눈빛을 뿜어냈다. 특유의 미소 또한 여전했다. 그래서일까? 송창수는 증언 중 재판부를 향해 “최유정이 계속 저를 쳐다보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증언하기 어렵다”며 하소연했다. 검찰도 “최유정이 증인들을 향해 위압감을 심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쳐다보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며 난감해했다. 이어 “피고인을 의식하지 말고, 기억나는 대로 증언하면 된다”며 송창수를 다독였다.
사기 달인을 상대로 한 이동찬의 대담한 ‘뽀개기’
송창수의 대형 사기 행각은 2011년 인터넷 쇼핑몰 사기 분양·휴대전화 판매 권한 위탁 등을 매개로 무등록 대출 중개 등으로 대금 지급을 주선해 약 500명에게 19억 원을 가로챈 ‘티움·진우커뮤니케이션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송창수는 그 전에 이미 사기 전과 3범이었다. 이 사건 이후 송창수의 사기 행각 규모는 급격히 커진다.
- 유사수신 업체 인베스트컴퍼니: 717명에게 106억 원을 가로챔.
- 유사수신 업체 리치파트너: 2,539명에게 1,139억 원을 가로챔.
- 유사수신 업체 이숨투자자문: 2,996명에게 1,381억 원을 가로챔.
위 사건들은 각각 재판이 진행 중이다. 만약 저 사건들이 모두 법률상 진실로 확정된다면, 피해자와 피해액의 규모는 약 6,700명에게 약 2,700억 원의 피해를 입힌 것이 된다. 송창수는 A 사건으로 구속기소되면 피해자에 대한 변제를 약속하며 보석을 받아내, 석방되면 B 사건을 일으켜 A 사건에 대해 변제하는 등 일명 ‘회전문 사기’의 달인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렇듯 대형 사기꾼으로 의심받는 송창수가 꼼짝 못 하고 돈을 뜯긴 상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니, 그들은 바로 최유정과 이동찬이다. 10월 17일에는 송창수가 최유정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고, 10월 18일에는 이동찬의 옛 친구이자 송창수를 이동찬에게 소개한 백 모 씨가 이동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이틀 동안 최유정과 이동찬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들이 연이어 나왔다.
검찰은 최유정의 재판에서 백 씨가 이동찬과 통화하면서 녹음한 통화 녹음 기록을 공개했다. 녹음들은 이동찬이 송창수를 상대로 어떻게 돈을 뜯으려 했는지 비중 있게 심리하는 핵심 근거들이었다.
송창수와 이동찬의 만남
먼저 송창수와 이동찬이 만나게 된 계기부터 돌아보자. 이동찬과 백 씨는 수감 생활을 함께하며 친해졌다. 백 씨는 약재상을 하는 A 씨와 친했으며, A 씨는 송창수와 친했다. 이 4명이 두루 인연을 맺으면서 이동찬은 송창수를 알게 된다. 그리고 이동찬·백 씨·A 씨가 “리치파트너에서 일하고 싶다”고 부탁하기 위해 송창수를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송창수는 난색을 표하다가 리치파트너와 별개로 투자자문사를 별도로 신설하는 것을 제안한다. 송창수가 이동찬을 주목했던 계기는 백 씨의 소개였다. 백 씨는 송창수에게 이동찬을 소개하며 “경찰과 검찰 일을 잘 보는데, 아는 사람이 수갑을 차고 끌려가는 것을 보고 이동찬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는 사람을 풀어냈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회전문 사기의 달인’ 송창수의 주장
송창수는 자신에게 집중되던 수사와 기소를 무마시킬 도구로 이동찬을 선택했다. 하지만 송창수의 증언에 따르면, “이때부터 수시로 돈을 뜯겼다”고 한다. 이동찬은 송창수에게 ‘정유정 부장판사’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유정 부장판사에게 아래 선물들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 1억 원 상당의 에르메스 가방
- 1,450만 원 상당의 해리 윈스턴 손목시계
- 다수의 현금 (송창수의 설명에 따르면 로비자금 명목으로 11억 원을 줬다고 한다.)
- 회원제 고급 바의 가입비 500만 원
그러면 정유정 부장판사는 누구일까? 바로 최유정이다. 최유정은 전직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이지 현직 부장판사가 아니었다. 송창수의 주장에 따르면 신분을 속인 셈이다. 송창수는 이에 대해 “변호사라는 것을 알았다면 수임료만 줬지 현금이나 시계를 왜 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동찬과 최유정은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송창수는 이동찬이 아래와 같이 말했다고 주장한다.
“‘형수(송창수와 이동찬은 최유정을 ‘형수’라고 불렀다)’가 곧 네 사무실에 간다. 형수가 화가 많이 났다. 화를 내면 내는 대로 받아주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해라. 설명은 나중에 하겠다.”
최유정은 송창수의 사무실에 오더니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다음은 송창수가 주장하는, 최유정이 했다는 말이다.
“너희들이 나에게는 오래 알고 지낸 것처럼 말했는데, 알고 지낸 지 2~3개월 밖에 안 된 것을 확인했다. 나를 농락하느냐? 짜고 치느냐? 나는 네 사건에서 손을 떼겠다. 알아서 해라. 구속되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쓴다. 내가 해놓은 것들은 다 원점으로 돌려놓겠다. 네가 구속되도록 모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송창수는 결국 ‘전직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임을 알고도 결국 최유정의 사무실을 방문해 사과했다고 한다. 송창수는 “선고를 앞두고 두려운 마음이 컸다”며, “내가 사과를 하자 최유정은 ‘금요일까지 현금 20개(20억 원)를 가지고 오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는 투자자문사의 속어인데 최유정이 이 표현을 써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유정은 송창수의 증언을 듣고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미치겠다”고 말했다. 송창수의 증언을 부인하는 제스처임이 분명해 보였다.
송창수는 “이후 이동찬과 최유정의 요구에 따라 수시로 돈을 줬다”고 주장했다. “판사에게 로비한다는 이유로 강남 아파트·명품 가방·자동차 등을 요구받았으며, 보석 심리 전에도 20억 원을 요구받고 그 돈을 줬다”는 것이 송창수의 주장이다. 송창수는 “돈 요구를 너무 많이 해서 ‘저런 사람이 법조인인가’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동찬과 백 씨의 통화 내용
백 씨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이동찬의 법인 카드 사용 내역에는 술값 등 이동찬이 송창수에게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역이 다수 공개됐다. 차마 공개할 수 없는 이동찬의 개인적인 사용 내역이 다수 공개돼 나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공개할 수 있는 것은, 이동찬이 커피를 많이 좋아한다는 정도일 것이다.
다음은 이동찬과 백 씨의 통화 녹음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송창수에 대한 이동찬의 이야기들이다. 이 표현들도 하나하나 놀랍다.
- “일을 보는 데에 10억 원 정도 필요하다. (송창수가) 100억 원을 내놓아도 시원치 않다.”
- “(송창수로부터) 땡겨야 한다. 끝난 게 아니니 독하게 마음 먹고 땡겨야 한다.”
- “송창수는 법정 구속될 확률이 높다. 이 부분을 살짝 자극해서 공포심을 주고자 한다. ‘검찰과 법원을 움직여 작살냈다’고 말해서 공포심을 유발하자. 100개(100억 원)를 ‘뽀개준다(‘가로챈다’는 의미)’고 하면, 10개·20개·50개를 왜 먼저 못 주겠나? 돈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 “디데이는 이번 주이다. 가시적인 것은 없지만 다음 주부터는 스톱이다. (최)유정이에게는 일단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 쟤(송창수)는 어느 것 하나 삐끗해서 조금이라도 뭐 하나 터지면 그냥 작살난다.” [footnote]이 말이 나온 통화가 있던 날은 2015년 6월 18일이다. 이어 이동찬과 최유정이 송창수에게 20억 원을 요구한 날(디데이)은 2015년 6월 26일이다.[/footnote]
그동안 검찰과 주요 언론은 “송창수가 최유정에게 50억 원을 줬다”고 보도했다. 검찰의 공소사실로부터 비롯된 액수이다. 하지만 송창수는 “실제로는 70~80억 원 정도를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유정 측은 “32억 원을 받았으며, 수표 교환 수수료를 제외하면 29억 원을 받았다”며, “돈을 받은 명목도 수임료가 아닌 보관금”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언급된 20억 원에 대해서도 “송창수 사건 19건을 맡아 활동하는 등 정상적 변론 활동에 따른 수임료”라고 반박한다.
수천억 원대의 사기 사건을 일으켰다고 의심받는 사람을 상대로 100억 원을 뜯으려 했고 실제로 송창수에게 받은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는 의심을 할 만한 정황이 공개됐다. 그 대담함과 치밀함은 일반적 상상으로는 짐작하기 어렵다. 물론, 이동찬의 대담함과 치밀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회의원을 꿈꾼 최유정, 이동찬이 뒷받침?
2015년 8월 31일,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이숨투자자문을 상대로 특별검사를 진행하려고 했다. 이숨투자자문 직원들은 이를 완력으로 막았다. 이후 최유정은 이숨투자자문을 대리해 금융감독원 직원을 상대로 12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월급에 대한 채권 가압류를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3단독 최기상 부장판사는 가압류 신청을 인용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을의 반란’이라며 대대적인 보도를 했다.
통상적으로 ‘갑’일 수밖에 없는 금융감독원을 직접 상대하기보다는, 그 직원 개인을 상대로 소송과 가압류 신청을 제기했고, 가압류 신청을 인용받았기 때문이다. “기관은 셀지 몰라도, 직원은 개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파고 든 전략이 통했던 셈이다.
최유정은 이것을 바탕으로 제20대 총선에 출마할 준비를 했다. 새누리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던 것이다. 하지만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그리고 총선이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최유정은 ‘정운호 게이트’에 휘말려 구속됐다.
송창수의 증인 신문 중 송창수와 이숨투자자문 직원들이 구치소에서 면담을 나눈 것이 기록된 접견부가 공개됐다. 직원들은 송창수에게 “금융감독원에 대한 신고를 이동찬이 언론에 띄웠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송창수는 “하지 말라니까 왜 그랬느냐”며 화를 냈다.
이것을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최유정은 금융감독원과 이숨투자자문 간 갈등과 그에 대한 언론 보도를 토대로 국회의원이 되려고 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언론 보도’였다. 그런데 그것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이동찬일 수도 있는 정황이 공개된 것이다. 최유정이 국회에 입성하면, 최 변호사와 이동찬의 관계상 사실상 이동찬이 국회에 진출하는 것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
송창수는 이에 대해 “원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내 입장에서는 문제를 키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최유정도 고소한 뒤에야 내게 통보했다”고 증언했다. 접견부는 구치소의 교정직 공무원들이 대화를 들은 대로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그리고 그 접견부에는 실제로 “송창수가 짜증을 냈다”고 기록돼 있으니, 송창수의 이 증언 역시 신뢰도가 보장된다.
돈과 권력을 향한 높았던 꿈은 정운호가 최유정을 폭행하고, 최유정이 이를 신고하고, 정운호가 대한변협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모두 물거품이 됐다. 그리고 그들 모두 구속된 피고인의 신분으로 재판받고 있다. 역시나 인생은 한 치 앞도 장담할 수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 송창수 vs 최유정·이동찬
앞서 이야기했듯이, 12시간 40분에 걸친 증인신문에도 불구하고 최유정 재판에서 송창수의 증인신문은 끝나지 않았다. 송창수는 12월 5일 출석한다. 또한, 송창수는 10월 31일 이동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예정돼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지금은 10월 30일이다.) 이날 재판도 장시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의 설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인연의 고리도 아직 엄청나게 얽히고설켜 있다. “송창수의 수사와 관련해 돈을 받고, 이동찬의 청탁을 들어줬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된 구 모 경정의 재판에 10월 25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동찬은 아래와 같이 검찰을 성토했다.[footnote]구 경정의 재판에서, 검찰은 이동찬이 구 경정에게 준 돈을 미리 촬영해둔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물증으로 제출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진’은 그 돈을 찍은 사진이다.[/footnote]
“나는 ‘팩트’만 말하는데, 검찰이 받아주지 않는다. 조서도 검사가 임의성 없이 내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넣어서 작성했다. 한국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른데, 검찰은 예상 질문지처럼 미리 답변을 정해 짜맞춰 작성했다.
촬영한 돈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사진만 찍고, 만나지 못해서 못 준 적도 있는데 무조건 날짜를 짜 맞춰 내게 ‘돈을 줬다고 하라’고 강요했다. 그러면서 나와 최 변호사에게 무기 징역을 구형하겠다고 협박을 하지 않았느냐.”
“송창수의 수사와 관련해 돈을 받고 이동찬의 청탁을 들어줬다”고 알려진 또 다른 경찰관 김 모 경위는 9월 22일 제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형과 벌금 4,200만 원, 추징금 3,850만 원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서로 이렇듯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정운호 게이트의 특성을 말해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따라서 방청하는 입장에서도 정리가 쉽지 않다.
나는 요즘같이 내 부족한 능력을 절실히 느낀 적도 없다.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14명의 재판에 대해서는 많은 공부와 함께 꼼꼼한 정리가 필요하다. 수사와 기소 상황에서는 떠들썩했던 대중의 관심도 재판 단계에서는 묻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내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