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이정현이 2016. 11. 30. 경 ‘야당이 추진하는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2016. 12. 9.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자, 대학생 안○○은 참가자 10여 명과 함께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 사회를 보면서 미리 기자단에게 배포한 기자회견문 낭독을 하고, 약 45분 동안 이정현을 희화화는 사진과 문구, ‘새누리당도 국정농단, 민생파탄, 범죄의 공범이므로 해체하라’라는 문구 등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이정현의 사퇴를 촉구하는 취지의 구호를 지속하여 제창하고, 이정현을 조롱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관할경찰서장에게 집회 신고를 따로 하지는 않았다. 이 사건 행사 진행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과의 구체적 충돌이나 교통방해 등의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
2019년 10월 25일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행사가 단순한 기자회견일 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정한 옥외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뒤집힌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행사 장소의 현황, 참여자의 수, 진행방식 및 시간, 피케팅과 구호제창 및 퍼포먼스의 대상에 일반 시민들도 포함되어 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여, 애초부터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행사는 집시법상 사전 신고 대상이 되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한편, 집시법은 옥외집회의 경우 사전 집회 신고의무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우발적 집회’의 경우에는 집회 신고 의무가 없다(대법원 1991.4. 9. 선고 90도2435 판결 참조).
[box type=”info”]
광장에 나온 판결
-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도16885 판결
- 대법관 노태악(주심),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이동원
[/box]
대법원은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 내지 시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해산을 명할 수 있다”면서도 “사전신고제의 규범력은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대법원 2012.4.19. 선고 2010도638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평화적 집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신고 집회의 경우, 주최자를 예외 없이 형사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 헌법의 정신 및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와 충돌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함으로써, 평화적 집회 그 자체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나 침해로서 평가되어서는 아니되고, 개인이 집회의 자유를 집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반대중에 대한 불편함이나 법익에 대한 위험은 보호법익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국가와 제3자에 의하여 수인되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등 참조).
헌법과 집회의 자유
헌법은 평화적 집회 그 자체를 보장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평화적 집회의 경우 집회 참여자뿐만 아니라 집회 주최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해 주어야 한다.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한다. 집회는 2인 이상 또는 3인 이상의 정치적 집회 또는 사적 집회를 모두 포함한다.
우리 주변에서 사전 집회 신고 없이 일상적으로 수많은 집회·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법원처럼 옥외집회의 경우 집회 미신고를 이유로 평화적 집회 여부를 따지지 않고 주최자를 당연히 형사처벌하게 되면, 옥외에서 일상의 수많은 2인 이상 또는 3인 이상이 정치적 또는 사적 모임 즉 집회를 하는 경우 모두 사전 집회신고 의무가 있고, 미신고의 경우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우리 모두 일상에서 집회의 사전신고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에 비추어보면, 옥외에서 일상의 수많은 집회가 미신고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집회 미신고를 눈감아 주는 경찰과 검찰 등 공권력의 시혜 때문이 아니라 평화적 집회이기 때문이다.
집회 사전 신고의무는 미신고 집회의 개최 그 자체로 주최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고, 미신고 집회가 헌법이 보호하지 않는 폭력집회 내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비로소 집회신고의무 위반도 함께 처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사전 집회 신고의무는 집회를 제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평화적 집회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며, 단순한 행정 절차적 협조의무에 불과하다. 협조 의무의 이행은 행정벌인 과태료로 충분하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자회견 중에 집회로 나아간 우발적 집회인지 여부, 기자회견 사회자를 집회주최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 판단을 하지 않았다. 미신고 집회의 경우에도 평화적 집회는 해산할 수 없다고 보면서 평화적 집회 주최자는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에 반한다. 앞으로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 평화적 집회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에 비추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divide style=”2″]
[box type=”note”]
이 글의 필자는 남경국 남경국헌법학연구소장입니다.
[/b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