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사회 » 게임이 문제라고요? 그 게임 제목이 뭔가요?

게임이 문제라고요? 그 게임 제목이 뭔가요?

2012년 12월 14일 미국 코네티컷 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끔찍한 사건으로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총 28명이 사망했고, 미국 전체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사건 직후, 범인이 게임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부 미디어는 게임을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1월 16일 게임과 폭력 사이의 인과관계를 주제로 연구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고, 질병통제센터와 연구단체는 1천만 달러의 예산을 가지고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미국의 문제 해결 방식을 바라보며 무엇보다 먼저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문제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태도가 부러웠고, 게임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도 부러웠고, 연구에 참여하는 기관의 전문성과 많은 예산도 부러웠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 한 게임 개발자에 의해 ‘게임 제목 묻기 운동’이라는 캠페인이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처럼 정부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규모 예산과 전문기관의 참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캠페인 기획자는 게임의 제목을 묻는 작은 실천만으로도 게임에 대한 편견을 상당 부분 타파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에 슬로우뉴스에서는 캠페인을 기획한 개발자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본인의 요청에 따라 실명은 밝히지 않습니다. (편집자)


1. 간략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몇 년간 게임회사에 다니면서 온라인 게임들을 개발하다가, 지금은 독립해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있는 인디 게임 개발자입니다. 개발 시간을 쪼개가며 ‘게임 제목 묻기 운동’이라는 게임 편견 타파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2. ‘게임 제목 묻기 운동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근 몇 년간 정부, 언론 합심하여 모든 게임을 일반화하여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법까지 만들어가며 수많은 게이머, 게임 개발자, 게임 업체들을 핍박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의 문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많은 사람의 ‘게임에 대한 몰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란 단어는 수많은 게임을 통틀어 일컫는 통칭입니다. ‘과일’이란 단어가 수많은 열매의 통칭으로 쓰이듯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일의 효능/효과/주의사항 등을 이야기할 때는 당연하게도 과일의 이름을 언급합니다.

보통 ‘과일은 밤에 먹으면 안 좋아요’라고 말하지 않잖아요? 밤에 먹으면 안 좋다고 알려진 건 ‘사과’니까요. 하지만 게임을 하면 어떻게 되더라 식의 이야기에선 보통 게임 제목이 언급되지 않습니다. 제목은커녕 장르도, 게임 특징도 언급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게임을 하면 뇌가 어떻고… 폭력성이 어떻고…’ 이런 한심한 현실이 바로 게임에 대한 몰이해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잊혀질 소리를 찾아서,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그 첫걸음으로, 구체적이거나 납득 가능한 구분, 연구, 과학적 근거 없이 모든 게임을 일반화하여 비난하는 글이나 발언에 대해 ‘게임 제목이 뭔가요?’라는 질문을 건네자는 의도의 캠페인입니다. 사회적 이슈의 원인을 특정 게임에게 전가하자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게임 제목이 뭐냐는 질문에 특정 게임이 거론되었다면, 구체적으로 그 게임의 어떤 시스템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지, 정말로 그 시스템이 문제인지, 혹은 다른 요인이 있는 것인지 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됩니다. 유명한 TV 프로인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봐도 아이가 이상 행동을 하는 원인은 보통 아이가 아닌 부모나 환경적인 부분에 있잖아요?

이렇듯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의 통칭인 게임의 다양성에 대해 알리기 위한 한 걸음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3. 게임 제목 묻기 운동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몇 년 전부터 사회적, 정치적으로 게임 때리기 운동(?)이 자행되고 있는 실태입니다. 최근엔 그 정도가 심하다 못해 언론이건 정치권이건 가히 코미디에 가까운 행태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나고, 슬프고, 억울했습니다. 왜 아니었겠어요. 어린 시절부터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런 가치 있는 일이 잘못된 일이라며 난도질당하고 있는데 결코 기분이 괜찮을 리 없었습니다.

상처 난 마음을 달래며 ‘무엇이 문제일까?’ 많은 생각을 하다가 제가 찾은 답은 게임에 대한 몰이해였습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명언 중 “유일한 악은 무지다”라는 말이 있듯, 많은 분이 게임을 잘 모르는 현실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사례를 읽어보며 나름대로 분석해본 결과 게임 대부분을 비난하는 기사나 발언, 정책들에서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구체적이거나 납득 가능한 구분, 연구, 과학적 근거도 없이 단순히 추상적인 ‘게임’이라는 커다란 통칭을 감정적으로만 비난하고 있었습니다. 유명한 ‘PC방 전원차단 실험‘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요. 이게 바로 마녀사냥이구나 싶었습니다.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게임을 좀 더 이해하고 올바른 시선으로 봐주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도 정확히는 알지 못합니다. 어떤 게임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안 주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저 스스로 과학적인 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비현실적인 일이었고요. 마침 2013년 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께서 폭력 게임과 사회의 영향에 관한 연구 조사를 정부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하는데, 어느 나라 정부와는 다르게 아주 건설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을 하고 있더군요. 정말 정말 부러웠습니다. 아무튼, 미국은 미국이고 우리나라에서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전략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기법인 ‘질문법’을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질문법 : 상대방에게 탐구적이고 비평가적인 질문을 건네는 것으로, 질문을 들은 사람이 대답을 생각하며 스스로 분석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화법.

그리고 ‘가장 쉬운 질문을 먼저 건네보자’는 생각을 거쳐서 ‘제목을 물어보자’에 이르게 되었고, 그렇게 ‘게임 제목 묻기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4. 캠페인에 대한 온·오프라인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주로 페이스북(facebook.com/askgametitle)과 트위터(twitter.com/AskGameTitle)로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영향력이 큰 유명 개발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을 들여 캠페인 광고를 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봤을 때 반응이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취지를 공감하는 분들이 천천히 함께 해주시겠지’라는 믿음으로 혼자서 꾸준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고, 예상했던 것 보다는 많은 분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주고 계셔서 이런 관심들을 원동력으로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캠페인은 유닛이 저 혼자뿐인데다 게임 개발하는 데만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물리적인 한계상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오프라인 활동이라고는 가족들을 포함한 제 주위 사람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제목 묻기를 강요했다… 정도네요. 온라인상에서나마 취지에 공감하시는 분들께서 꾸준히 관심 둬 주시고 운동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5. 강제적 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 쿨링오프제에 이르기까지 지난 몇 년간 게임에 대한 규제가 계속 강화되고 있는데,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잘못 판단하고 처방을 하게 되면 역효과가 발생합니다. 그럼 더 강한 처방을 할 테고 그다음엔 더 강한 처방을 찾겠지요. 정부가 감정적이고 허울뿐인 정책 양산하기를 멈추고 이성을 찾고 과학적인 접근법을 찾기를 바랍니다.

6. 게임사로부터 기금을 징수하여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하려는 법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저는 정부의 이러한 행태의 큰 원인 중 하나가 “게임에 대한 몰이해” 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근거도 없이 오로지 모든 게임을 일반화하여’게임’이라는 통칭을 문제의 원인으로 삼고 있으면서 그 기금을 걷겠다고 합니다. 병의 원인도 잘 알지 못하는 의사에게 치료비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7. 본인에게 게임이란? 그리고 게임 개발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게임은 이 시대의 과학이 선물하는 최고의 간접 체험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게임 중에서도 자유도가 높고 현실성 있는 시뮬레이션 장르를 특히 좋아합니다. 한 번 매력적인 월드에 빠지면 그 가상체험에 매료되어 몇 시간이고 몰입해서 그 시간을 즐깁니다. 최근에 즐겼던 게임 중 기억나는 게임으로는 엘더 스크롤 5: 스카이림, 폴아웃 3,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 심즈 3, 스포어, 삼국지 X, 마인크래프트 등이 있네요.

게임 제목 묻기 운동 운영자가 좋아하는 게임

게임은 경험을 전달하는 도구이고, 개발자는 그 경험을 선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지금 제가 만들고 있는 게임도 스케일은 작지만 그러한 가상 체험에 핵심을 두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얼른 만들어서 많은 분들께 제가 만드는 이 경험을 하루빨리 선보이고 싶습니다.

8. 혹시 자녀가 있으신지, 자녀가 있다면 게임에 대해서 어떻게 교육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는 아직 없지만 귀여운 조카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이상은 꼭 놀러 옵니다. 아직 너무 어려서 플레이시켜줄 수 있는 게임은 별로 없지만, 게임은 가상 체험이고 그 자체로 교육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조카에게 가능한 많은 게임을 경험시켜주고 싶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지금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갖게 된다면 마찬가지로 가능한 많은 게임을 경험시켜주고 싶습니다.

9. ‘게임 제목 묻기 운동’에는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까요?

취지에 공감하신다면 적극적인 동참 부탁합니다.
동참하기 어렵지 않아요.

  • 인터넷 기사, 글 등으로 전체 게임을 비난하는 글을 보시거든 댓글로 제목을 물어봅니다.
  • 통칭으로서의 게임” 이라는 단어 대신 게임 제목을 명확하게 사용합니다.
  • 제목을 직접 말하기 어려울 때는 장르나 핵심 컨셉, 시스템 등을 이야기합니다.
  • 이 외에도 자신이 즐기는 게임의 제목, 장르, 특성 등을 잘 파악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단순히 통칭으로서의 게임이 아닌 수많은 게임의 다양성을 주위에 알리는데 동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약제조업으로 분류되던 게임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덕분입니다. 어제는 학교폭력의 원인이었던 게임이 하루아침에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미디어가 필요에 따라 언제든 게임을 미운 오리 새끼로도, 백조로도 바꿔놓을 수 있는 이유는 아직 우리가 게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임 제목 묻기 운동’ 같은 실천적 행동들이 결실을 맺으면, 게임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마음대로 재단할 가능성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슬로우뉴스의 ‘게임중독법’ 논란 짚어보기

쥐 공원 실험과 게임 중독의 문제 (이병찬)
게임이 문제라고요? 그 게임 제목이 뭔가요? (이병찬)
그들이 게임업계에 원하는 것 (rainygirl)
프레임을 바꿔라: 게임규제 반대론의 함정 (이병찬)
게임중독법과 소통 (필로스)
인터넷 게임 중독 문제는 의학계에서 ‘논란 중’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강임성)
’10% 넘는다’는 청소년 인터넷 중독률의 실체 (aichupanda)
게임 개발자여, 독일로 가자! (강정수)
신의진 의원님, 게임중독법이 규제 법안이 아니라고요? (써머즈)
“알아서 쓰세요”라는 신의진 의원실 (민노씨)

좋은 기사 공유하고 알리기
슬로우뉴스에 커피 한잔의 여유를 후원해주세요. 필자 원고료와 최소한의 경비로 이용됩니다.

필자 소개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

집단지성과 민주주의를 지향합니다.

작성 기사 수 : 11개
필자의 페이스북 필자의 트위터

©슬로우뉴스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슬로우뉴스 안내 | 제보/기고하기 | 제휴/광고문의
등록번호: 경기아51089 | 등록일자: 2014년 2월 10일 | 발행일: 2012년 3월 26일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동판교로 153 802-902 | 발행인: 김상인 | 편집인: 강성모 | 청소년보호책임자: 강성모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