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box type=”note”]박원순 서울시장이 총 사업비 8조 5,333억을 소요할 것으로 보이는 경전철 건설계획을 발표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총 10개 노선을 건설한다는 ‘서울 경전철’ 계획은 민자 유치 필요성과 사업의 경제성을 두고 많은 갑론을박이 오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끝장토론을 통해서라도 사업 타당성을 증명하겠다고 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슬 로우뉴스는 ‘서울 경전철의 모든 것’을 통해 경전철 사업에 현미경을 들이대고자 합니다. 논란에 관한 구체적인 근거와 상세한 데이터를 제시해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소하겠습니다. 연재 범위는 조정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box]

[divide style=”2″]

서울 경전철의 모든 것 (목차)

1. 경전철에 관한 네 가지 질문
2. 경전철의 실태와 역사
3. 일반 버스로는 교통난 해소 어렵다
4. 경전철 노선, 어떻게 정해졌을까
5. 노선별 수요 예측 검토
6. 문제는 돈, 고가선로가 답이다 (끝)

[divide style=”2″]

이번 회에선 우선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경전철’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본다. 더불어 국내에서 현재 영업 중인 네 개 노선과 시공 중인 세 개 노선의 상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서울 도시철도 계획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봄으로써 현재의 서울 경전철 계획이 자리한 맥락을 살펴보고자 한다.

경전철의 개념

‘경전철’이란 말이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던 것은 1992년 김해경전철(현 김해-부산 경전철)이 국가 시범사업으로 결정되었던 시점이다. 이 노선은 약 20년에 걸친 개통 준비 과정을 거쳐 2011년에야 개통되었는데,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단 한 개의 철도 노선이 개통되지 못하고 표류했고, 또 개통 이후에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경전철의 개념에 혼란을 가중하는 원인 중 하나다.

경전철은 매우 느슨한 개념이다. 경전철의 ‘경(輕)’은 차량과 구조물이 작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도시철도차량표준규격]에 따르면, 현재 대형 도시철도의 최대 축중, 즉 차량의 한 개 축에 실리는 최대 중량은 16톤이다. 반면 경전철의 축중이 규정되어 있는 [도시철도차량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철차륜 경전철의 최대 축중은 13.5톤, 고무차륜 경전철의 최대 축중은 9.5톤이다. 고속도로의 최대 축중이 10톤이기 때문에, 고무차륜 차량은 덤프트럭보다 축중이 가벼울 수도 있는 셈이다.

물론 만차시 축중이 6~7톤 수준인 버스나, 자체 중량이 무거워 봐야 2톤 정도에 불과한 세단 차량에 비한다면 경전철 차량의 무게는 훨씬 무겁다. 통상적인 철도차량보다 가벼우면서, 도로 차량보다는 무거운 차량이 경전철 차량이라고 보면 무방하다. 물론 차량이 가볍기 때문에, 구조물 특히 기둥이나 노반처럼 하중을 받는 부분은 더 작게 설계된다. 통상적 도시철도보다 경전철의 사업비가 적은 중요한 이유다.

경전철의 유형

경전철의 다양한 유형은 차량을 구동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표준적이다.

국내에서 영업중인 시스템은 다음 세 가지 유형이다.

1. 철차륜 자동안내궤도(Automatic Guideway Transit, 약어 ‘AGT’) 방식

AGT 방식은 철도차량 자동운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폭넓게 지시한다. 예를 들어, 신분당선은 설계축중은 16톤 수준인 대형 전철이지만, 상용 무인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철도차량 제어 방식은 AGT에 해당한다. 경전철이려면, 차량의 축종이 13.5톤 이하의 차량이어야 한다. 이 시스템은 철제 차륜과 철 궤도의 마찰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동력을 얻는다. 부산김해경전철이 채택한 시스템이다.

AGT를 채용한 부산김해경전철
AGT를 채용한 부산김해경전철

2. 고무차륜 자동안내궤도 방식

자동운전이 가능하고, 바퀴와 궤도의 마찰을 통해 구동력을 얻는다는 점에서는 철차륜 AGT 차량과 동일하다. 단, 차량의 바퀴가 고무이며 궤도가 콘크리트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철과 철 사이의 마찰력보다는, 고무와 콘크리트 사이의 마찰력이 더 세기 때문에 보통 철도보다 경사에 더 쉽게 대응할 수 있다. 의정부 경전철과 부산 4호선이 채택한 노선이다.

의정부경전철
고무바퀴를 채용한 의정부경전철

3. 선형유도전동기(Linear Induction Motor, 약어 ‘LIM’) 방식

철차륜과 궤도가 열차의 방향을 잡고 무게를 지지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추진력 발생 장치가 유도전동기의 변형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철제 궤도 중앙에 설치된 반응판(reaction plate)과 열차에 설치된 유도전동기 모터 사이의 전자기 작용에 의해 추진력이 발생한다. 용인경전철 홈페이지에서는 원통형으로 회전하는 유도전동기를 평면으로 펼친 모양이 선형유도전동기의 구조라고 해설하고 있다. 전자기 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다는 점에서는 자기부상열차와 유사하다. 철차륜이 구동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소음과 분진이 저감되는 효과가 있다. 용인 경전철이 이 시스템을 채택했다.

LIM
LIM(선형유도전동기)를 채택한 용인경전철

국내에서 시공 중인 시스템으로 다음 두 가지가 있다.

4. 시형 자기부상열차

자석의 두 극이 서로 밀어내는 성질을 활용하는 열차가 자기부상열차라는 사실은 잘 아실 것이다. 이 덕에 주행으로 인한 마찰이 없고 진동과 소음이 적다. 다만 전력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되는 시스템은 최고시속 110km/h 정도의 주행을 통해, 도시 내부의 교통을 처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현재 인천공항 일대에서 시운전 중이다.

5. 모노레일

하나의 콘크리트제 철제 궤도를 따라 열차를 굴리는 방식이다. 현수식, 즉 궤도가 차량 위에 있어 차량이 매달려서 주행하는 방식과 과좌식, 즉 궤도가 차량 아래에 있어 차량이 궤도 위에 얹혀 있는 상태로 주행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궤도와 지지 기둥 이외의 고가 구조물이 필요 없기 때문에, 고가 구조물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처럼 간소한 구조 덕분에 비상시 역 바깥에서의 탈출은 대단히 힘들다. 분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대구 3호선이 시공을 마치고 곧 시험 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도입 논의가 있는 시스템으로 다음이 있다.

6. 노면전차(Tram)

60년대 서울과 부산에서 폐지된, 전차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시스템이다. 노면에 궤도를 심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시공이 매우 간편하고, 비용도 저렴하다. 다만 노면을 공유하기 때문에 신호를 무시하고 우선 통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고, 도로 노면에서는 고속 주행도 힘들다. 실제로 대체로 유럽의 신형 시스템도 20km/h 수준의 표정 속도로 설정된 경우가 많다. 단, 혼잡 구간에서 입체교차를 시킨다면 그 이상의 속도도 가능하다. 창원 도시철도가 이 방식을 택하려고 하고 있다.

7. 기타: 노웨이트(nowait) 무인궤도택시(Personal Rapid Transit) 등 

이외에 일종의 컨베이어벨트에 열차를 올려놓고 구동하는 방식인 ‘노웨이트'(nowait), 승합차 정도의 차량을 궤도 위에서 굴리는 ‘무인궤도택시'(Personal Rapid Transit), 궤도 중간에 톱니바퀴와 맞물리는 장치를 설치하여 일반적인 철차륜 열차보다 경사지를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을 배가한 산악용 열차 등도 국내에서 경전철 시스템으로 입에 오르내린 바 있는 시스템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무수한 철도 시스템이 지금도 개발되고 있을 것이다.

굳이 철바퀴와 철제 궤도를 사용하지 않는 시스템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 보자. 철차륜 AGT나 LIM방식 전동차, 노면전차 이외의 시스템을 철도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분명치 않은 셈이다. 경전철의 개념이 잘 잡히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이들 기술이 이처럼 애매한 영역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동력원인 전기를 전동기에 공급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는 외관과 시공 비용에서 많은 차이를 불러오기 때문에 중요하다. 대체로 중전철은 공중에 걸린 전차선이나 터널 위쪽에 걸린 강체가선에서 전력을 공급받는다. 반면 많은 경전철 시스템은 노면의 궤도 근처에 전력공급선을 설치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이른바 “제3궤조” 방식이다. 공급전력의 전압도 낮은 경우가 많다. 직류 750V의 전력이 많이 사용된다. 국내 전동차가 지상 구간에서는 공중 전차선, 지하에서는 강체가선을 통해 직류 1500V 전력을 공급받는 것과 다르다. 노면전차는 예전에는 공중 전차선을 설치하여 전기를 받아왔으나, 최근 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공중 전차선을 모든 구간에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전동차가 등장하고 있다. LIM 방식 역시 전동기가 궤도를 따라 쭉 펼쳐져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따로 공중에 전차선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공중 전차선이 없는 시스템은 지하 터널에 유리하다. 터널의 단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업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전철 노반은 지하로 갈 수도 있고, 고가로 갈 수도 있고, 땅을 직접 다져서 만들 수도 있다. 토목 공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는 어떤 노선을 경전철로 규정하는 데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말이다. 물론, 사업비 차이가 막대하기는 하다. 통상, 교통시설 노반의 건설비는 고가는 땅을 직접 다져 만든(토공) 노반의 1.5배 정도, 지하 터널은 고가의 2배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리해 보자. 어떤 노선을 경전철로 만드는 결정적인 특징은 차량의 최대 중량이다. 경전철 차량은 차축당 중량이 가벼워서, 아주 무거운 도로 차량 수준이다. 경전철은 이것이 가볍기 때문에 토목 공사비를 아낄 수 있다. 경전철에 사용되는 시스템 가운데 현재 국내 도입이 가능한 것은 여섯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주력은 이미 대형 전철에서도 검증된 기술인 자동안내궤도 방식(AGT)이다. 차량이 주행할 수 있게 해주는 바퀴는 전통적인 철도처럼 철로 만들 수도, 도로처럼 고무 타이어로 만들 수도 있다. 아니면 전자기력을 직접 이용하여 열차를 기동할 수도 있다. 경전철은 대체로 공급되는 전기의 전압이 낮으며, 기존 대형 전철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력 공급 구조를 짜기 때문에 터널 단면적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국내 경전철의 실태

국내에서 현재 영업 중인 경전철 노선은 다음과 같다.

1. 부산 4호선

미남~안평간 12.7km에서 영업하는 노선이다. 골짜기 깊은 곳에 있어 도로 교통으로는 한계가 있는 반송 지역과 동래 지역을 빠르게 잇는 역할을 한다. 고무차륜 AGT 시스템을 채택했다. 차량제조사는 우진산전이며, 2012년의 이용 승객은 일평균 2.7만 명 수준이다. 총사업비는 1.26조 원 가량이며, 석대역 동쪽 지역은 고가, 서쪽 지역은 지하다.

2. 부산-김해경전철

사상~가야대간 23.5km에서 영업하는 노선이다. 김해 시가지와 부산을 잇는 광역 전철로 설계되었으나, 버스 노선과의 경쟁에서 대체로 열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철차륜 AGT 시스템을 채택했다. 차량제조사는 현대로템이며, 최근의 이용 승객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개통 초기 약 3.1만 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용객은 4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총사업비는 약 1.31조 원이며, 전 구간이 고가다.

3. 의정부경전철

발곡~탑석간 10.6km에서 영업하는 노선이다. 인구밀도가 높고 도로가 좁은 의정부 구시가, 그리고 서쪽의 새 택지 지구를 연결하는 역할을 상정하고 건설되었다. 통합환승제에 참여하지 못해 승객 확보에 애로사항이 꽃피고 있다. 통상 운임 1300원을 받을 때는 1.5만 명, 작년 11월 운임을 300원으로 할인했을 때에는 3만 명 이상이 탑승하였다. 차량제조사는 지멘스이며 고무차륜 AGT인데, 최근 폭설을 극복하지 못해 구설수에 올랐다. 0.55조 원 정도의 총사업비가 들어갔다. 전구간을 고가에 설치했다.

4. 용인경전철

기흥~전대간 18.5km에서 영업하는 노선이다. 처인구 지역의 구 용인읍과 인구에 비해 기반시설이 부족한 기흥구 지역을 잇는 노선이나 부적절한 노선 선정은 물론 통합환승제에도 참여하지 못한 덕에 승차량이 채 1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차량제조사는 봄바르디어이며 LIM 방식으로 구동한다. 총사업비는 1.01조원 정도이며, 전 구간 고가다.

이 가운데, 부산 4호선만은 재정 문제로 인한 문제가 없었다. 이는 공기업인 부산교통공사가 이 노선을 다른 노선과 함께 통합 운영하기 때문에, 비교적 재정적으로 넉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회사들은 민간 기업으로서 상당히 높은 이자율을 물고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부산교통공사는 이자율 2.5% 수준의 도시철도채권을 발행하고, 게다가 의무 매입시킬 권리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 측면에서 월등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경전철로 인한 대부분의 소란이 재정 문제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경전철로 인한 소란은 경전철의 비효율보다는 기초 지자체의 재정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는 것이 옳다. 특히, 광주 지하철은 하루 승차량이 채 5만 명이 되지 않지만, 총사업비는 광주도시철도공사의 유형자산 규모로 볼 때 1.5조 원을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김해 경전철보다 투자한 비용 대비 승객 처리량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다음은 현재 시공 중인 국가의 시범 사업이거나, 광역 지자체 사업이다.

5.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국산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의 시범선을 만드는 사업. 영업거리 6.1km. 국가가 사업비의 69%, 인천시가 6%, 공항공사가 25%를 분담하는 사업으로 지자체의 재정과는 거의 무관한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약 3천억 원 수준이다.

6. 대구 3호선

대구 시가지를 서북쪽에서 동남쪽으로 가로지르는 간선 노선으로, 약 23.5km의 영업 거리를 달린다. 히타치의 과좌식 모노레일을 채택하였으며 전 구간 고가다. 총사업비는 1.45조 원으로, 9년 먼저 개통한 대구 2호선(문양~사월간 28km)에 들어간 약 2.4조 원에 비해서도 거의 1조 원 이상 싸다(출처: 경영공시>결산현황 >재무상태표 11기(05년)와 12기(06년) 유형자산 규모 비교). KDI 예비타당성조사(이하 ‘KDI 예타’)에 따르면, 2019년 승차객, 즉 3호선 역에서 열차에 올라타기 위해 개찰구 안으로 들어간 이용자 규모는 17.8만 명이다. 2012년 현재 1호선의 승차객이 18.3만 명, 2호선이 16.3만 명이기 때문에, 1, 2호선과 비슷한 노선 주변 인구 및 네트워크 효과를 감안하면 과장이 없거나 미약하게 과장된 예측으로 보인다.

7. 인천 2호선

인천 시가지를 서북쪽에서 동남쪽으로 가로지르는 간선 노선이다. 약 29.5km의 영업 거리를 달리며, 북쪽 5.7km 구간만 고가고 나머지 구간은 지하다. 철차륜 AGT를 채택하였으며, 차량 제조사는 현대로템이다. 총사업비는 2.46조 원이다. KDI 예타에 따르면, 2016년의 승차객은 약 15.3만 명이다. 비슷한 여건(주변 인구, 노선 길이)의 노선인 인천 1호선의 승차객은 2012년 약 18.2만 명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 없는 예측으로 보인다.

8. 우이-신설 경전철

최근 발표된 서울 경전철 계획에 앞서 발주된 노선으로, 서울 경전철 시범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철차륜 AGT를 채택했다. 총사업비는 0.93조 원이며, 총연장은 11.4km다. 모두 지하로 건설된다. 9호선처럼, 역사 건축과 같은 상부 부분(노반과 다르다)에 대해 민간투자를 받고 있다.

이들 노선은 비교적 재정이 탄탄한 광역 지자체의 사업이므로, 재정상 위기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도시철도의 운임이 낮게 유지되는 이상 철도 사업자 자체가 시에 재정적 부담을 주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경전철 때문에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한편 대구 3호선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고가 건설은 지하 경전철 사업보다 사업비를 2/3 또는 그 이하로 낮출 수 있다. 특히, 최근 개통한 9호선 1단계의 사업비와 비교해 볼 경우, 절반 이하의 돈으로 2/3 이상의 수송 용량을 갖춘 간선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sn_2013_0903_gab_1이들 노선 가운데, 시범사업인 자기부상열차를 빼면 최대 수요가 검증되지 않은 노선은 용인경전철 정도다. Km당 승객 숫자가 약 500명에 불과한 상태로, 지금 상태로도 1400명 수준인 의정부 경전철보다 훨씬 적다. 어찌 되었든, 실패라는 인상을 주는 현 상황은 경전철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잘못된 노선선정과 그에 따른 빈약한 수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없는 기초지자체의 빈약한 재정 능력 때문이다. 광역 지자체가 민자 없이 재정 사업으로 수행한 부산 4호선의 경우에는 다른 전통적인 방식의 지하철처럼 별다른 문제 없이 운행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sn_2013_0903_gab_2

혼잡도 100%는 통상 열차 바닥 면적이 한 사람 앞에 0.35㎡ 정도 돌아가는 상황을 말한다. 이 면적은 가로세로 60cm 정도의 사각형 면적이다. 지하철 좌석에 성인 남성이 정자세로 앉으면 이 면적 정도를 점유하게 된다. 단 해외 차량인 의정부, 용인의 경우 이 수준보다 2/3 정도 많은 정원을 제시했으므로, 발표된 수치가 곧 국내 차량의 150% 혼잡도라고 보았다.

일각에서는 경전철의 빈약한 수송 능력으로는 폭주하는 교통 수요를 해결하는데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전철 시스템은 차량만 충분하다면 배차 간격을 90초까지 줄여 시간당 40편의 열차를 투입할 수 있다. 또한, 한 개 편성을 이루는 열차의 량 수를 늘리는 증결을 해서 승객 증가에 대처할 수도 있다. 인천 2호선의 경우 4량 편성까지 늘릴 수 있다. 따라서 열차 조달 계획만 잘 세워놓는다면, 현재의 경전철 시스템으로도 인천 1호선 수준의 교통량을 처리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경전철의 최대 용량은 어느 정도일까? 기존 지하철 수준의 최대 혼잡을 감수한다면, 즉 한 사람 앞에 가로세로 40cm 정도의 바닥이 돌아가는 상황을 감수한다면 4량 1편성 철차륜 AGT 열차를 2분 배차 간격으로 투입할 경우 약 25,000명의 편도 승객을 한 시간 동안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즉, 현재 9호선의 수송량도 원리상으로는 경전철을 통해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인천 2호선의 경우) 이를 위해서는 차량을 현재 수준(37편성 74량)의 4배로 늘려야만 한다. 다행히 서울 이외의 신규 도시철도 노선에서는 이런 수준의 수요가 나올 곳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도시철도 계획의 흐름

이번 계획은 지난 50년간, 아니 전차 시대까지 감안하면 100년간 있었던 서울시 도시철도 계획의 한 가지 형태이다. 따라서 최근 시장이 발표한 [서울특별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에 대한 종합발전방안]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울 도시철도 계획이 지닌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서울 도시철도 계획은 크게 세 시기로 분류할 수 있다. 전차가 철거된 이후 무성한 논의 끝에 1974년 1호선의 개통부터 85년 3,4호선의 개통에 이르는 1기 지하철 시기, 그리고 3, 4호선 연장선과 5~8호선의 전격적인 시공과 개통이 있었던 2기 지하철 시기(1989~2001), 그 이후의 시기가 바로 그것이다. 1, 2기 지하철 시기의 목표를 간략하게 살펴본 후, 현재의 시기에서 시가 주로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1기 지하철과 2기 지하철

대형 전철로 건설된 1기 지하철(1~4호선)과 2기 지하철(5~8호선)은 현재 서울시의 간선 교통망을 이루고 있는 노선이다.

1. 노선의 구조

이들 노선은 대부분 서울시 전체를 관통하는 장대한 규모로 건설되었다. 1호선은 원래부터 철도청(현 철도공사)의 수도권 전철망과 직접 연결된 망으로 구상되었으며, 2호선은 서울의 주요 지점을 모두 통과하는 순환 노선으로 계획되었다. 3, 4호선은 X자 모양으로 시가지를 관통하며, 90년대에는 1기 신도시로 연결되는 철도와 직접 연결되었다. 1기 지하철과는 달리, 5~8호선은 철도공사의 노선과 열차를 직접 연결시켜 운행하는 방법을 염두에 두지 않고 건설되었다.

물론 7호선이나 8호선은 서울시계 밖의 광명과 성남을 각각 연결하지만 8호선의 경우는 광주대단지 건설이라는 일종의 “원죄” 때문에 서울시가 모든 부담을 진 것이었고, 광명의 경우에는 외곽 차량기지와의 연결이나 미래의 인천 도시철도(지금은 부평구청까지의 구간이 7호선으로 실현되었다)방면 연결을 위해서였다.

1, 3, 4, 5호선이 도심과 외곽을 연결하는 방사형 노선이고, 2호선은 물론 순환선, 6, 7호선은 외곽 지역과 부도심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모두 서울시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간선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단, 8호선은 강동•송파 지역과 성남을 잇는 지선망으로, 영향 범위가 국지적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서울 도시철도 이용객 규모 (8호선은 성남 구간 제외)

2. 재정

중앙정부의 계획과 서울시의 재정으로 건설된 노선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특히 1기 지하철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은 전체 재정 중 약 3%에 불과했다. 특기할만한 것은, 긴축 재정을 기조로 하던 5공 초기의 사업이었던 3, 4호선에 대해서는 민자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모두가 알다시피 그렇게 되지 않았고, 이들 노선에는 중앙정부 재정은 거의 투입되지 않았다. 2기 지하철의 경우에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분담 비율이 비교적 제도화되어 현재의 4(중앙):6(서울시) 분배와 비슷한 지출이 있었다. 이들 모두는 지방공기업이 운영하는 노선이 되었다.

이후의 계획

2기 지하철을 전격적으로 건설하던 와중인 90년대 초반에 3기 지하철 계획이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었으나, 97년 경제위기 당시 재정 긴축을 위해 사업이 전면 취소된 뒤 지금에 이른다.

9호선, 3호선 연장선

2000년대 들어 서울시는 대형 전철 사업을 대부분 포기하였으나, 유동 인구와 비교하면 도시철도망이 부족한 강남 지역을 여의도 및 강서 지역과 연결하는 9호선 계획과 길이에 비해 네트워크 효과가 뛰어난 3호선 연장선(수서~오금)은 추진하기로 결정한다. 특히 9호선에는 민간투자가 5천억 원 가량 투입되어, 시의 단기적인 재정적 부담은 덜 수 있었다.

경전철 단계

2000년대 이후, 시는 9호선이나 3호선 연장선으로 대형 전철 방식의 도시철도 도입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대형 전철 사업은 외곽의 광역 철도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정리되었다. 물론 이는 중앙정부와의 조율을 대체로 끝낸 입장이었다. 3기 지하철 당시의 10호선(시흥대로~영등포~여의도~도심~동대문~청량리~면목동~구리)의 서쪽 부분은 신안산선 계획으로, 11호선(강남대로~도심~마포구청~목동~신월동) 계획의 남동쪽 부분은 신분당선으로 대체하는 식이었다. 이처럼 남은 대형 전철 사업은 국가 주도 계획으로 넘긴 채, 서울시 교통 당국은 지선 교통망을 도시철도로 정비하는 방향으로 주력 사업을 바꾼다. 현재의 경전철 계획선의 상당수는 2000년 서울 교통정비 중기계획 당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노선들이다. 다음은 당시의 계획 노선이다.sn_2013_0903_gab_4

중기 노선에 포함된 경전철은 대부분 오세훈 시장 시기의 [서울시 도시철도건설기본계획](2007)에서도, 그리고 이번에 박원순 시장이 발표한 [종합발전방안]에서도 살아남은 노선이다. 90년대 잠시 논의되고 말았던 3기 지하철 노선보다도 오히려 오래 살아남은 노선인 셈이다.

우이-신설 경전철

이들 노선 가운데, 정릉, 미아, 수유, 우이동을 잇는 우이~신설선의 사업 속도가 가장 빨랐다. 이 노선에는 9호선처럼 민간자본이 투입되었다. 경전철 가운데 가장 먼저 개통될 노선이다. 서울 경전철의 시범사업인 셈이다. 따라서 따로 시범사업을 선정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 사업의 성패가 곧 서울 경전철이 성공할지 아닐지를 보여줄 것이다.

난곡선

그다음 사업속도가 빨랐던 난곡로의 경우, 신대방역~난향초교 사이의 도로를 확장하고 노면에 유도 시설물을 설치하여 굴절 버스가 이를 따라 운행하는 형태의, 즉 차량이 노면을 공유하는 형태의 사업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1단계 사업인 도로 확장 이후 현재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시가 노선의 설계 속도를 중앙버스전용차로(20km/h) 수준으로 낮췄기 때문에, 주민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이 계획은 사업 방식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던 2007~8년 계획에는 포함되어있지 않다가, 현재 지하 경전철을 짓는 것으로 바뀐 상태다.

[divide style=”2″]

참고한 사이트와 문헌

미래철도 DB
부산교통공사 홈페이지
부산김해경전철 홈페이지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속도조사보고서
서울시 도시안전실 2013년 예산표
서울시 열린 데이터 광장
용인경전철 홈페이지
의정부경전철 홈페이지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홈페이지
한국개발연구원,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일반지침 수정•보완 연구(제5판)』, 2008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에 대한 종합발전방안』, 2013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우이~신설 연장선(2011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2013

 

관련 글

첫 댓글

  1. 예시된 경전철은 기술적으로는 소음 분진 진동 전자파 등의 부정적 외부효과는 무시해도 되는 수준이겠군요.

    이제 남은 문제는 인프라의 알파와 오메가인 입지와 경로일듯….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