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박원순 서울시장이 총 사업비 8조 5,333억을 소요할 것으로 보이는 경전철 건설계획을 발표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총 10개 노선을 건설한다는 ‘서울 경전철’ 계획은 민자 유치 필요성과 사업의 경제성을 두고 많은 갑론을박이 오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끝장토론을 통해서라도 사업 타당성을 증명하겠다고 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슬로우뉴스는 ‘서울 경전철의 모든 것’을 통해 경전철 사업에 현미경을 들이대고자 합니다. 논란에 관한 구체적인 근거와 상세한 데이터를 제시해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소하겠습니다. 연재 범위는 조정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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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전철의 모든 것 (목차)
1. 경전철에 관한 네 가지 질문
2. 경전철의 실태와 역사
3. 일반 버스로는 교통난 해소 어렵다
4. 경전철 노선, 어떻게 정해졌을까
5. 노선별 수요 예측 검토
6. 문제는 돈, 고가선로가 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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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georgia” fontsize=”49″]박[/dropcap]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발표한 ‘서울시 도시철도건설기본계획에 대한 종합발전방안’은 50여 년 동안 이어진 서울 도시철도 계획의 일환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2기(5~8호선)까지는 대형 전철을 확보하여 도시 교통의 주축을 확보하는 데 힘썼으나(주1), 9호선 개통 이후에는 대형 전철망은 수도권 광역망과의 연계를 위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사업 이외에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지선망을 늘리는 데 착수한다(주2).
[box type=”info” head=”경전철이란?”]
경전철과 현재 운용 중인 대형 도시철도를 구분하는 기준은 축중이다. 법률에 따르면, 철차륜 경전철의 최대 축중(軸 重: 수평상태에서 1개 차축에 연결된 모든 바퀴가 수직으로 누르는 무게)은 13.5톤, 고무차륜 경전철의 최대 축중은 9.5톤이다. 반면 대형 도시철도의 축중은 최대 16톤이다. 고무차륜 차량의 최대 축중은 도로 차량의 최대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철도 구조물은 도로보다 육중한 편인데, 이 덕분에 경전철 구조물은 도로와 유사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경전철 시스템은 철차륜 자동안내궤도(Automatic Guideway Transit, 이하 ‘AGT’), 고무차륜 AGT, 선형유도전동기(Linear Induction Motor) 세 가지이며, 시공 중인 시스템은 자기부상열차와 모노레일 두 가지, 논의만 있는 시스템은 노면전차(Tram)가 있다. 이외에도 노웨이트, 무인궤도택시(Personal Rapid Transit), 산악열차 등이 있다. AGT는 대형 도시철도에도 적용되는 기술이다(신분당선).
이들 시스템은 땅을 직접 다지거나, 고가나, 지하 터널 모든 방식으로 다 만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땅을 직접 다져 만드는 방식이 가장 싸며, 고가는 그에 비해 1.5배, 터널은 고가보다 2배 정도 더 비용이 들어간다.[/box]
질문 1. 경전철은 정말 경제적일까?
현재 국내에서 운행 중인 도시철도, 즉 경전철 노선은 4개, 시공 중인 노선은 4개이다(주3). 경전철의 수송능력을 고려할 때 차량을 충분히 갖춘다면 경전철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서울 9호선이나 (부산 1호선을 제외한) 광역시 도시철도의 수송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주4).
도시철도는 최소한 30km/h의 평균 속도를 낸다. 반면, 버스는 일반 가로를 주행하는 경우 2010년 기준 19.8km/h, 중앙버스 전용차로를 주행할 경우 21.8km/h의 속도를 낸다. 버스만 입체교차 시키지 못한다면 버스 속도를 더 올릴 방법은 없다. 승용차 속도는 도시 전체적으로는 버스보다 평균적으로 조금 더 높지만, 경전철이 지나가는 주요 도로의 속도는 도시철도의 속도인 30km/h보다 훨씬 느리다(주5).
또한, 독립된 길을 달릴 수 있는 수단이라면, 차량의 지연이나 배차간격 편차 역시 줄어들게 된다. 역에서 열차를 대기하는 시간은 오히려 현재의 대형 전철보다 짧을 수 있다. 서울의 조건에서, 교통 개선을 위해 도시철도보다 나은 선택은 없다. 다만, 목동 지역의 경우 이미 노면 속도가 양호한 편이기 때문에, 목동 구간에서는 노면전차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도 무방할 것이다(주6) .
현재 [기본계획에 대한 종합발전방안]에서 추진할 것으로 제시된 노선은 다음과 같다.
1. 우이~신설 북부 연장선(우이동~방학, 2.6km)
2. 신림선(여의도~대방~보라매~신림~서울대, 7.8km)
3. 동북선(왕십리~미아삼거리~하계~은행사거리, 12.3km)
4. 면목선(청량리~면목~신내, 9.1km)
5. 서부선(새절~신촌~여의도~장승배기~서울대입구, 15.82km)
6. 목동선(신월동~오목교~당산, 10.9km)
7. 난곡선(신림선과 보라매공원 분기~신대방~난향초교, 4.13km)
다음은 위례신도시 개발에 따른 광역교통계획의 일환이다.
8. 위례~신사선(신도시~삼성~압구정로데오~신사, 14.4km)
9. 위례선(도시 내부 노면전차, 5.1km)
위례~신사선과 위례선은 신도시 개발과 연계되는 노선으로 현재 사례로 수요를 검증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신도시 개발부담금을 활용하여 건설할 노선이기 때문에 도로 투자를 최소화하는 대신 한강 이북으로 진출하는 고규격 도시철도를 도입해도 무방하다. 단, 위례~과천선과의 재정 부담 비율을 조절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주7) .
나는 노선 바로 옆에 존재하는 버스 정류장의 승하 차량을 합산하여 서울시가 공개한 서울연구원의 용역보고서 값에 있는 역별 순승차량과 비교했고, 그 결과 대체로 믿을만한 수요 예측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얻었다(버스 정류장 분포가 불규칙한 면목선, 비용편익비 1 이하일 수 있는 목동선 제외). 하지만 우이~신설 연장선의 수단 변화 예측은 KDI 연구 결과와 매우 달라서 제시된 정보만으로는 서울시가 제시한 교통수단 수송분담률 변화는 믿기 힘들다.
한편 이번 예측 노선에서 최대 교통량이 걸리는 동북선 미아삼거리 일대를 통과하는 사람 숫자는 하루 편도 약 5만 명이기 때문에, 이 가운데 20%가 러시아워에 몰린다고 해도(1만명) 2.5분 배차(2기 지하철에서 시행 중) 유지시 철차륜 AGT(김해경전철) 5량, 고무차륜 AGT(부산 4호선) 8량을 투입하면 혼잡도 150% 수준(1인당 사방 50cm의 공간 정도가 주어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질문 2. 노선망은 보완할 필요가 없을까?
서울 시내 제안 노선망은 보도자료에 나온 노선을 제외하면 비용편익 분석에서 탈락한 노선들이기 때문에 여건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사업이 더는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주8) .
하지만 광역망과의 연계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서부선 남쪽 구간이 그렇다. 이 구간 이남에는 대체로 1번 국도를 따라가는 인덕원~동탄 광역전철이 있는데, 이 노선을 4호선에 접속시키면 기존 4호선 열차의 빈도가 줄어드는 상황이 빚어진다. 이 노선의 서울 시내 네트워크로 서부선을 승격시키는 조치의 타당성이 어떤지 검토해야 한다.
이외에 신내역을 경춘선과 평면 환승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서 경춘선의 부족한 네트워크를 보강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이 모두를 위해서는 광역전철 네트워크를 책임지는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질문 3. 민간 투자가 꼭 필요한 걸까?
무엇보다도 민자 유치가 뜨거운 감자인데, 민자를 들여가면서까지 사업을 시도하는 이유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대비 편익비가 최대가 되는 개통 시점이 대체로 2020년대 초반으로 계산되었기 때문이다.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최적 개통시점 계산을 무시할 이유도 없다.
토목시설을 고가로 건설하느냐 지하 터널로 건설하느냐에 따라 건설 비용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고가로 건설하면 지하 건설보다 건설비를 절반까지 감축시킬 수 있고, 따라서 민간자본을 투입해야 할 필요도 그만큼 줄어든다. 재정이 귀중하다고 생각한다면 지형이 허락하는 한 고가화를 해야만 한다. 예상되는 집단 민원에 설득할만한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도로 예산을 줄이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경전철과 경쟁 관계인 대규모 도로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인 서부선이나 화곡-홍대입구선과 경쟁 관계인 월드컵대교(제2성산대교) 신축 정도다(주9) .
질문 4. 경전철이 과연 주변 지가를 뒤흔들까?
논의가 가장 부족한 문제는 주변 부동산 가격 변동이다. 지금까지 교통개선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변동은 세입자에게서 토지 또는 주택 소유주에게로 향하는 이전 수익으로 간주하여 사회적 편익 계산에서는 배제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의 이해관계를 그들을 위해 지은 도시철도를 이용하여 쫓아내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든다.
하지만 간략한 공시지가를 조사해 본 결과 심각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전철이 지나가는 많은 지역의 공시지가가 이미 1기, 2기 지하철(1~8호선)의 서울 변두리 인구집중 지역의 지가보다 높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관악구 지역의 지가는 지금도 매우 높다. 그런데 1기, 2기 지하철보다 경전철의 네트워크 수준은 떨어지고, 집값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강남 무환승 접근 노선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여 역 주변에서 재개발이 이뤄질 때 임대주택을 일정 부분 공급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역 주변 종상향도 각오해야 한다(주10) . 대로변 대지의 가격 안정을 원한다면, 바로 지가 때문에 민원의 초점이 되는 고가 시공을 지가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도시 지선 교통망 역할 충분히 할 것으로 판단
결론을 내자면 경전철은 도시 지선(영향 범위가 몇 개 구 정도로 제한) 교통망으로 설계되었고, 그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이들 노선은 토목 규모가 줄어든 8호선이다. 광역 노선망과 연계되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이는 서울시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수요 예측에서 순승차량은 대체로 믿을 만하지만 수단전환량은 교차 검증이 되지 않으므로 믿기 어렵다는 점은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
민자는 최적 건설시기를 맞추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고가 건설을 통해 사업비를 줄이는 방안 등을 활용한다면, 민자 의존을 줄이면서 동시에 최적 시기의 도시철도 개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가 변동은 분명히 풀기 어려운 문제지만, 1, 2기 지하철 주변 지역의 사례로 보아 경전철로 인해 지가 상승이 심각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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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서울지하철 개발은 1~4호선을 1기, 5~9호선을 2기로 나눈다. ↩
2. 계획의 출발점은 [2000년 서울 교통 정비 중기계획]이며, 지금 진행 중인 노선망은 당시에 언급된 노선망들이 대부분이다. ↩
3. 국내 경전철의 사업비와 연장, 단가 및 일평균 승객 수 (표) ↩
4. 경전철의 수송 능력은 차량의 크기와 배차 간격에 따라 결정된다. 국내 도시철도의 정원 기준은 탑승한 사람마다 0.35제곱미터(약 사방 60cm)의 바닥 면적이 분배될 정도의 상태다. 대형 전철 전동차의 바닥 면적은 이 기준에 따르면 16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경전철의 정원은 통상 1/3에서 절반 정도다. 통상 배차 간격은 약 90초까지 좁힐 수 있다. ↩
5. 경전철이 경유하는 주 도로의 일평균 속도 (표) ↩
6. 속도 보고서는 다음 링크를 참조했다. (www.traffic.seoul.go.kr/archives/417) ↩
7. 1번 경우는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홈페이지에서 예비 타당성조사 보고서의 요약본을 열람할 수 있다. 2~7번은 일반이 접근할 수 있는 다른 타당성 보고서는 없으나, 서울시 열린 데이터 광장에서 버스 정류소별 승하차 통계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이 수요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존재한다. 출발지/도착지 통계도 동 단위까지 산출되어 있으나, 경전철로 인한 교통망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교통 네트워크 변화를 가정해서 입력해야 하는 노고가 필요하여 수행하지 않았다. ↩
8. 서울시가 공개한 서울연구원의 용역보고서 5장에는 다양한 노선 제안이 이뤄져 있다. ↩
9. 서울시 도시안전실 2013년 예산표를 참조했다. 신도시 광역교통망 투자를 조절해 투입할 수 있는 위례-신사선을 제외하면, 도로 예산을 경전철에 투입할 여력은 없다. ↩
10. 종상향: 종을 상향한다는 뜻. 가령 재건축할 때 3종 주거지역에서 1종 주거지역으로 바뀌면 재건축 용적률을 높일 수 있는데, 이를 테면 100가구가 사는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지어서 150가구가 사는 아파트로 만들면 원래 살던 100가구는 건축비용을 새로 들어오는 50가구에게 팔 집으로 충당할 수 있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좋지만 난개발을 막기 위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주10’은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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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사이트와 문헌
미래철도 DB
부산교통공사 홈페이지
부산김해경전철 홈페이지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속도조사보고서
서울시 도시안전실 2013년 예산표
서울시 열린 데이터 광장
용인경전철 홈페이지
의정부경전철 홈페이지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홈페이지
한국개발연구원,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일반지침 수정•보완 연구(제5판)』, 2008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에 대한 종합발전방안』, 2013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우이~신설 연장선(2011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2013
고가화가 가장 큰 변수일 것 같습니다. 노선 대부분이 상업지구라서 특히…
서울시에 살지 않지만 이런 기획은 읽고 싶은 욕구가 팍팍 솟구치네요. 주석이 달린 부분을 일일이 내려가서 읽어야하는게 좀 불편하긴 하지만… 누르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방식이 좋던데
Gyujeong Jo 님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 )
더불어 주석에 관한 불편함을 알려주셨네요. ^ ^ 본문과 주석에 링크를 설정해서 좀 더 읽기 편하게 수정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지만, 앞으로는 이런 작은 부분에도 좀 더 신경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서울시는 지하철 2기(5~8호선)까지는 대형 전철을 확보하여 도시 교통의 주축을 확보하는 데 힘썼으나(주1), 9호선 개통 이후에는 대형 전철망은 수도권 광역망과의 연계를 위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사업 이외에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지선망을 늘리는 데 착수한다(주2).
말도안되는 말이네요. 그러면 IMF사태때 비용의 문제(IMF권고 이행)로 취소된 3기 지하철 (9,10,11,12 호선)(9호선만 정상추진됨) 계획은 왜나왔나요. 그냥 심심해서 만들어본건데 IMF사태가 마침 딱 잘 터져서 없어진 계획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