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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박원순 서울시장이 총 사업비 8조 5,333억을 소요할 것으로 보이는 경전철 건설계획을 발표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총 10개 노선을 건설한다는 ‘서울 경전철’ 계획은 민자 유치 필요성과 사업의 경제성에 관해 많은 갑론을박이 오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끝장토론을 통해서라도 사업 타당성을 증명하겠다고 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슬로우뉴스는 ‘서울 경전철의 모든 것’을 통해 경전철 사업에 현미경을 들이대고자 합니다. 논란에 관한 구체적인 근거와 상세한 데이터를 제시해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소하겠습니다. 연재 범위는 조정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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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전철의 모든 것 (목차)

1. 경전철에 관한 네 가지 질문
2. 경전철의 실태와 역사
3. 일반 버스로는 교통난 해소 어렵다
4. 경전철 노선, 어떻게 정해졌을까
5. 노선별 수요 예측 검토
6. 문제는 돈, 고가선로가 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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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 대중교통망의 두 축이 버스와 도시철도라는 점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두 수단의 역할은 사뭇 다르다.

버스 vs. 도시철도: 버스는 끌어오고 도시철도는 수송한다

도시철도 이용객 한 명이 이동하는 거리는 약 12km다(참고. 연도별 도시철도 수송계획). 반면 서울 시내버스는 약 6km 정도다(마을버스는 미포함). 도시철도 이용객이 버스 이용객보다 두 배 정도 멀리 간다. 이렇게 버스는 승객을 끌어오고, 도시철도는 이렇게 모인 승객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그리고 멀리까지 수송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역할 구별이 생긴 이유는 도시철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 도시철도 평균 속도는 약 33km/h 정도다. 반면 시내버스는 약 19.8km/h(2010년 기준)다. 중앙버스 전용차로도 21.8km/h 수준 속도를 내는 데 그치고 있다. 즉, 서울 도시철도는 서울 버스보다 한 시간에 11~13km/h 정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버스는 달리는 길마다, 그리고 시간대 속도 편차가 상당히 크지만, 도시철도는 노선별 속도 편차가 크지 않다. 배차 시간 역시 폭주하는 승객 덕분에 벌어지는 2호선, 4호선의 악명 높은 연착을 빼면 큰 변동이 없다(아래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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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현재 조건이 유지된다면, 서울 도시철도는 평균적으로 버스보다 60~70% 정도 더 빠른 속도를 기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서울 환경에서 버스는 도시철도와 비교하면 속도가 훨씬 느리다.

버스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두 가지 입장  

그럼에도 버스를 교통난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내세우는 주장은 다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35″]첫[/dropcap]째, 단순 버스 투입. 도시철도 차량에 비해 훨씬 값싼 버스를 구매해서 대중교통 공급량을 늘리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이 대안은 두 가지 문제를 지닌다.

우선 버스는 대중교통 속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중교통은 탑승과 목적지 접근을 위해 반드시 정류장까지 걸어서 움직여야 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승용차와 비교해 속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승용차보다 이동 속도가 빨라야 한다. 하지만 버스는 승용차에 비해 느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대안은 그저 초기 투자비용이 쌀 뿐, 대중교통 속도 개선은 전혀 이룰 수 없는 안이다. 단순 버스 투입만으로는 대중교통이 승용차보다 경쟁력을 가지게 만들 수 없다.

또한, 시설 개선 없이 버스만 늘리면 교통체증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버스는 대형 차량으로서 도로 용량을 일반 승용차보다 세 배 가까이 잡아먹기 때문에, 도로 여유가 없는 지역에서는 신중히 투입해야 하는 수단이다. 무턱대고 버스를 투입하다가는 버스 때문에 오히려 교통체증이 가중될 수 있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35″]둘[/dropcap]째, 간선급행버스체계(Bus Rapit Transit, 이하 ‘BRT’) 설치. BRT는 최근 국내에도 실물이 속속 등장하면서(세종시, 청라~가양) 점점 더 주목받는 시스템이다. 버스 전용차로, 버스 우선 신호, 전용 정류소, 필요할 경우 입체교차 등을 완비하여 도시철도 수준의 속도를 버스로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울 중앙버스전용차로는 우선신호나 입체교차가 없는 낮은 수준의 BRT라고 할 수 있다.

위키커먼스
브라질 쿠리치바 시의 BRT 정류장(왼쪽)
현재 오송역~세종특별자치시~반석역간 시범 운행 중인 BRT 바이모달 트램(오른쪽)
(출처: 위키백과 ‘간선급행버스체계, 위키커먼스)

[box type=”info” head=”‘간선급행버스체계'(BRT)란? “]간선급행버스체계(bus rapid transit, 약칭 ‘BRT’)는 버스전용차로, 편리한 환승시설, 교차로에서의 버스 우선 통행 및 그 밖의 법령이 정하는 사항을 갖추어 급행으로 버스를 운행하는 대중교통 체계다. (출처: 위키백과, ‘간선급행버스체계’)[/box]

나는 국내 BRT 가운데 기존 시가지를 관통하는 구간인 인천시계~효성동(5.4km/10분=32.4km/h)이 포함되어 있는 청라~가양 BRT를 직접 타보고 소요시간을 실측한 바 있다(아래 표 참조). 참고로 이 노선은 광역 버스에 주로 이용되는 고상(계단 2개) 45석 좌석 버스로 운행하고 있었으며, 내가 탑승한 버스에 탄 사람은 최대 약 10명 정도였다. 운임이 기본 2,200원이었기 때문에 시내 구간 수요는 거의 처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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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청라 BRT에는 버스 우선신호가 도입되어 있다. 덕분에, 기존 시가지구간에서도 도시철도와 비슷한 속도를 달성할 수 있었다. 만일 이런 수준의 BRT를 도입할 수 있다면, 굳이 훨씬 더 비싼 도시철도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

BRT 도입시 선결해야 하는 문제들 

1. 승하차에 걸리는 시간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내가 탄 버스에는 승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승하차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승객이 많아진다면, 특히 작전역 같은 주요 환승 거점에서는 승하차 시간이 오래 걸려 전체 속도가 저하될 것이다.

이에 대처하려면 1) 버스 높이와 정류장 높이를 모두 높이거나 2) 버스 높이를 낮추는 방법이 있는데, 2)를 통해 저상버스를 도입하면 현재의 기술상 바퀴와 엔진 공간 덕분에 개별 버스당 수송능력이 저하되어 대량 수송에 적합하지 않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BRT 시스템인 쿠리치바의 경우 주간선 버스는 버스 높이와 정류장 높이를 모두 높이는 방법을 선택해 버스의 수송력을 높이는 길을 택했다(2중 굴절버스의 수송인원은 경전철 급인 270명 수준). 어떤 방법이든 현재 차량과 정류장에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2. 도로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BRT를 제대로 굴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중앙버스전용차로에 필요한 만큼의 면적이 필요하다. 현재의 경전철 예정 노선이 지나는 도로에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 비슷한 노면 구성을 시도했던 난곡로의 경우, 약 3km 구간에서 3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여 도로 확장에 사용해야만 했다.

3. 우선신호와 교통질서 문제: 교차로 꼬리물기가 기승을 부려 용량이 저하되는 출퇴근 시간에 버스 우선신호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또 옆 차선에서 벌어진 문제가 BRT 차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평면교차 차량으로 인해 버스 운행에 위험이 생기지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위 표에서 제시한 운행 동안, 특히 작전역 인근 시내 구간에서는 기사가 경적을 울릴 정도로, 심각한 교통 질서 위반 행위가 세 차례 정도 목격됐다. 심지어 포터 차량에 의한 전용차로 역주행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는 다른 노면과 평면 교차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원천적으로 품고 있는 위험이다.

결국 가능한 대안은 도시철도 혹은 BRT뿐

승하차 시간 문제는 BRT 속도를 저하할 원인이고, 도로 확보와 우선 신호 문제는 서울, 특히 경전철 예정선 구간에서 BRT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다. 극히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이들 구간에는 중앙버스전용차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적어도 현재의 경전철 예정 구간에는 노면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노면 교통과 서로 간섭이 없는 입체 도시철도망을 짓는 것이 현재 서울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중교통 확충 방법으로 보인다.

이외에 나오는 대안으로 노면전차 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이는 우선 신호 등 교통 체계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면 공용 구간의 표정 속도가 20km/h 수준을 넘는 시스템을 찾기 힘든 저속 시스템이다. 도심이나 부도심 지역을 제외하면, 경전철을 이 방식으로 놓을 경우 속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대중교통이 승용차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으려면 승용차보다 훨씬 빨라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에서 택할 수 있는 대안은 도시철도 또는 이에 준하는 시설을 갖춘 BRT 뿐이다. 서울 시내 전 도로의 승용차 속도는 평균 21.5km/h(2010)다. 이와 유사한 속도를 가진 버스나 노면전차 정도로는 승용차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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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사이트와 문헌

미래철도 DB
부산교통공사 홈페이지
부산김해경전철 홈페이지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속도조사보고서
서울시 도시안전실 2013년 예산표
서울시 열린 데이터 광장
용인경전철 홈페이지
의정부경전철 홈페이지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홈페이지
한국개발연구원,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일반지침 수정•보완 연구(제5판)』, 2008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에 대한 종합발전방안』, 2013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우이~신설 연장선(2011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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