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 증세로 한 대학 병원을 찾은 아이가 병원의 부실한 진료 탓에 세상을 떠났다고 ‘인사이트’가 보도했다. 진심으로 안타까운 사고다. 병원 측에 과실이 있다면 그 잘잘못을 따져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단, 해당 기사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인사이트 해당 기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장염으로 대학병원을 찾았던 생후 5개월 아이가 의료진의 방치로 사망했다. 응급실에서 전공의는 30분이나 내려오지 않았으며 간호사도 혈관을 찾지 못했다.
취재원 없는 ‘분쟁 이슈’
인사이트 해당 기사를 읽어보면, 인사이트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아무것도 취재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원문 작성자에게도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 마치 복수의 취재원에게 확인한 것처럼 ‘오늘의 유머, 맘스홀릭 육아카페, 카카오스토리 등 복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따르면’ 같은 표현을 썼지만, 이는 오늘의 유머를 포함한 여러 커뮤니티에서 이 글을 퍼갔다는 얘기지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요약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 잘못된 요약
심지어 요약도 잘못되었다.
- 인사이트 요약: 아이가 응급실에서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했으며 의사도 내려오지 않았다.
- 원문 내용: 아이는 이미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은 뒤 의료진 권유로 병원에 입원. 입원 후 간호사가 주사를 놓으려다 혈관을 찾지 못하고 꽤 오랜 시간을 헤맸고, 아이가 이상 증상을 보이자 의사가 내려왔으나 아이가 결국 사망했다.
전혀 다른 내용이다.
인사이트 요약대로라면 ‘의료 과실’ 하지만…
인사이트의 요약처럼 만일 1.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를 의사가 보지도 않았고, 2. (의사의 관리 감독 없이) 간호사 혼자 혈관을 찾느라 30분 넘게 시간을 지체했다면 마땅히 의료 과실을 의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원문에서 묘사하는 정황은 전혀 달랐다. 간호사가 수액 주사를 시도했으나 혈관을 잘 찾지 못한 것은 아이가 실제 이상 징후를 보이기 전의 일이다. 또 혈관을 찾는데 긴 시간이 걸린 것과 아이가 이상 징후를 보인 뒤 의사가 내려온 것은 별개의 사건이다. 원문의 묘사대로라면 병원 측에 확실한 과실이 있다고 확정하기 어렵다.
한 아이 생명도 ‘우라까이’ 재료일 뿐
‘우라까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언론계의 은어로, 타 언론 등에서 다룬 내용을 요약하거나, 살짝 돌려쓰거나, 심한 경우 아예 베껴 쓰는 등의 관행을 말한다.
인사이트는 해외 가십 사이트 등에서 화제가 된 내용이나, 심지어 귀여운 반려동물의 모습 등을 자주 ‘우라까이’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런 ‘우라까이’에 아예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니다.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분노하라 더불어 그 분노의 재료를 한 번 더 고민하라
하지만 의료 분쟁과 같은 쌍방 당사자가 존재하는 사건을 다룰 때는 좀 더 조심해야 한다. 이런 글을 함부로 ‘우라까이’ 하는 것은 사건의 단면만 보여주며 선정적으로 분노를 자극하기 쉽다. 그저 인터넷에 도는 얘기를 요약했을 뿐인데 기사의 외형을 갖춤으로써 마치 객관적인 척 꾸며지고, 그로 인해 더 효과적으로 분노를 자극한다.
이건 그냥 인터넷에 도는 재미있는 자료가 아니다.
타블로의 학력위조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모여 부당한 공격을 가했던 ‘타진요’ 사건, 한 샤브샤브 체인점에서 고객이 점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 주장하는 글이 인터넷에 일파만파 퍼졌으나 경찰 조사 결과 사실은 그와 달랐던 ‘임산부 폭행 누명 사건’ 등, 인터넷은 반드시 진실만이 올라오는 장이 아니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
이런 보도 행태의 결론은 자명하다. 그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이렇게 고양이 ‘짤방’이나 모으듯이 얄팍하게 접근한다면 독자는 대체 그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억울함을 하소연해 진실을 찾고자 했던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에게 이런 기사는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유현이에게도 아무런 대답을 들려줄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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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노트
슬로우뉴스는 사회적인 약자의 권리에 주목합니다. 의료 사고에서 사회적인 약자는, 경험적으로 넉넉하게 축적된바, 병원과 의사 측이라기보다는 환자와 그 보호자 측입니다.
종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억울하고, 기막힌 사연이 올라옵니다. 게시판은 우리 시대의 ‘신문고’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 북소리에 안타까운 마음을 더합니다. 함께 분노합니다. 댓글과 퍼 나르기로 더해진 ‘우리’의 마음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원통함과 억울함을 풀 수 없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분노의 재료, 사회적인 공론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혜와 방법론이 필요합니다. 언론은 그런 분노와 억울함을 저널리즘의 방법론으로 고민합니다.
특히 쌍방 당사자가 존재하는 분쟁 이슈에서 일방의 주장만으로는 사안의 실체적인 진실을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때에는 각 취재원을 냉정하게 검토하고, 서로 대립하는 이해 당사자의 주장을 살핍니다. (물론 모든 이슈에서 이렇게 ‘공정성’의 원칙을 견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그것이 분노이든 대화이든 싸움이든, 합리적 토론의 ‘재료’를 추출해 냅니다. 언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 인터넷신문(인사이트)이 한 아이의 생명이 담긴 안타까운 사연을 다루는 방식에 이러한 최소한의 원칙과 방법론이 존재했는지 의문입니다. 이 글은 그 ‘최소한’에 관한 고민을 담은 글입니다.
1. 슬로우뉴스는 인사이트 측에 취재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슬로우뉴스는 인사이트 측에 이번 사안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취재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인사이트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주된 유통 공간으로 활용하는 인사이트 측에는 인사이트 페북 페이지 메시지를 통해 아래 내용을 전달했고, 일단 읽은 것으로는 나옵니다만, 아직 답변은 없는 상태입니다.)
귀사에서 보도한 아래 사안에 관해 취재 협조를 요청합니다.
사회적 공론화가 긴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좀 더 취재해보면 좋겠다 싶습니다.장염으로 대학병원갔다가 사망한 유현이 (사진)
http://insight.co.kr/view.php?ArtNo=8837
1. 원문 작성자와 직접 연락해보고 싶습니다. 원문 작성자의 연락처를 공유하실 수 있을는지요?
2. 원문 작성자가 문제 삼은 병원에 관해서도 좀 더 취재하고 싶습니다. 해당 병원과 그 연락처, 응급실 담당자와 담당의를 알고 싶은데요. 확인이 가능할는지요?
모쪼록 빠른 조언과 답변을 주시길 바라봅니다.
고맙습니다.
2. 원문 작성자를 찾습니다
원문 작성자를 찾습니다. 원문 작성자나 작성자를 아시는 분께서는 슬로우뉴스에 직접 연락해주시길 바라봅니다. 사안의 실체적인 진실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그렇게 추출한 자료가 정말 문제 있는 것이라면 ‘진실’을 위해 함께 싸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부탁합니다. (편집자)
3. 인사이트 측(기획실장)과 통화 요약 (업데이트. 2014년 11월 13일 오전 11:40 보충)
통화 시간: 2014년 11월 12일 오전 10:45~10:58 (약 13분)
- 유현이 사망 원인에 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음.
- 유현이 아버님께 슬로우뉴스 측 취재 요청은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함.
- 문제의 병원에 관해서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함. (유현이 아버님이 말씀해주지 않았다고 말함)
- 현재는 부검 결과 확인이 안 됐다는 취지로 수정된 인사이트 기사 원문에서 국과수 부검 결과가 나왔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고 기자의 착오라고 인사이트 측은 설명(즉, 오보 인정). 유현이 아버님이 부검을 요청하긴 했지만, 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함.
- 유현이 아버님께 슬로우뉴스 취재 요청 전달해주길 부탁하고 전화 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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