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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해왔습니다. 산업영역에서는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비용을 절감하고, 더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해왔습니다.

그러나 교육에서만큼은 과학기술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습니다. 1970년대의 학교와 2015년의 학교는 많이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거의 같습니다.

1970년대의 교실과 2010년의 교실
1970년대의 교실과 2010년의 교실

과학이 수많은 발전을 이뤘음에도, 아직도 교육은 수십 명의 학생이 칠판을 바라보는 수업에 의지하고 있고, 교사의 권위와 능력이 수업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합니다. 학생들은 학습의 방해물일 뿐인 휴대폰을 제출함으로써, 다시 1970년대의 교실로 돌아갑니다.

과연 교육이 맹목적으로 무시하는 기술은 학습을 방해하기만 하는 걸까요?

유튜브 강의가 최고의 교육사이트가 되다

칸아카데미의 설립자 살만 칸(Salman Khan)
칸아카데미의 설립자 살만 칸(Salman Khan) (출처: Steve Jurvetson, The Future of Education. CC BY 2.0)

MIT를 졸업한 살만 칸은 2004년 초등학생 조카에게 수학을 가르치고자 유튜브 강의를 제작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유튜브 채널웹사이트 “칸 아카데미”(Khan Academy)는 지금 최고의 교육 사이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칸은 이 서비스를 완전히 무료로 전 세계에 공개하였습니다.

칸은 이를 각 학교에 적용하고자 했습니다. 칸은 칸 아카데미의 학습 프로그램을 로스 알토스(Los Altos) 학군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는 간단합니다. 학생들은 방과 후에 칸 아카데미에서 진행되는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풉니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시간, 문제를 푸는 속도, 정답률과 같은 직관적으로 표현된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직관적인 데이터가 제공되니, 교사들은 “어디가 이해되지 않니?” 같은 불필요한 질문을 하는 대신 더 높은 수준의 수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무료화와 데이터화는 성인들의 교육에도 적용됩니다.

무크(MOOC)
이미지 출처: Antenna)

무료 온라인 강의 무크(MOOC)

무크(MOOC)는 ‘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약자로, 전 세계 유수의 대학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교육과정입니다.

무크에는 하버드, MIT, 스탠포드, 동경대 등 전 세계 최고의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강좌가 가능해진 데에는, 알고리즘의 발달과 빅데이터가 뒷받침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인터넷으로 강의를 제공하는 데에 그쳤었다면, 무크 서비스에서는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을 체크하거나, 동료(peer)를 평가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수강자는 챕터별로 원하는 강좌를 무제한으로 학습할 수 있고, 약 15분의 간략한 수업 뒤에는 퀴즈를 풀어 수강자의 이해정도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이 제출한 오답을 기반으로, 각 답변자에게 맞춤형 조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과정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교육혁명’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입니다.

외국 교육자들의 무크 평가

외국의 교육자들은 ‘무크 시대의 도래’를 두고 이런 평가하고 있습니다.

  • 미국 대학체제에 대한 ‘지진(seismic)’ (하버드대 총장, 2014년 가을 신입생 축사)
  • 미국대학들에 ‘쓰나미(Tsunami)’가 몰려오고 있다. (스탠퍼드대 총장)
  • ‘전복적(disruptive)’ (MIT 총장)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Thomas Friedman)은 무크가 기존 대학 체제에 미칠 영향을 ‘대학 혁명(Revolution)’이라는 용어로 정리했습니다. L. 라파엘 리프(L. Rafael Reif) MIT 총장은 “(무크 덕분에) 컴퓨터 수업은 스탠퍼드대에서, 문학은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수강하는 등 분야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학위를 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유명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교육의 질은 높고 가격은 싼 무크 기술은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면서 “15년 내에 미국 대학의 50%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외 무크 서비스들

현재 에드엑스(edX), 코세라(Coursera), 유다시티(Udacity), 칸 아카데미 등에서 무크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변화를 맞아 무크에 참여하고 있는 학교가 늘고 있습니다. 서울대, 연세대, KAIST 등 국내 최고의 대학들이 각종 무크 서비스들과 파트너 협약을 맺고 강좌를 제공하고 있고, 교육부는 MIT 공개강의의 한국형 모델인 KOCW(Korea Open Courseware)의 강좌를 기반으로 케이무크(K-MOOC)라는 교육 플랫폼을 준비 중입니다.

글로벌 무크 캠퍼스 캡처
글로벌 무크 캠퍼스 캡처

무크 플랫폼 제작은 한국디지털휴머니티즈연구소(KCDH)를 주축으로 한 숙명여대가 앞서고 있습니다. 숙명여대는 글로벌 무크 캠퍼스를 통해 각종 무크 서비스의 강좌를 모아 보여주고, 학생들 간의 스터디 그룹을 장려하는 등 무크의 도입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학사모와 학위증명서

무크 서비스의 장단점

이렇게 최고의 대학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많은 무크 서비스의 약점 중 하나는 체계적인 학위시스템을 갖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강좌에 수강료를 내고 발급받는 자격증(Certificate)이 존재하거나 6개월의 나노 학위(Nano Degree) 과정을 제공하는 정도랄까요?

반면 정식 학위 발급 기관으로 인정받은 곳도 있습니다. 2008년 교육전문가 샤이 레세프(Shai Reshef)가 교육에서 소외된 학생들을 위해 설립한 유니버시티 오브 더 피플(University of the People; UoP)이 좋은 예입니다.

유니버시티 오브 더 피플

UoP는 2014년 정식 학위 발급 기관으로 인정(accredited)받았습니다. 무크의 특징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에 등록금 무료(tuition free) 대학입니다. 모든 강의 자료도 pdf로 제공을 합니다. 현재 UoP에서는 경영학(business administration)과 컴퓨터 과학(computer science)에 대하여 전문대학 수준(associate), 학사 학위(bachelor degre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가져온 교육 혁명의 시대

한계비용 제로 사회

[엔트로피],[소유의 종말] 등의 저자이자 저명한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그의 저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미래의 모습을 예측했습니다. 정보화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3D 프린터 등 기술에 의한 극단적인 생산력 향상이 재화와 컨텐츠 등의 생산비용을 무료에 가깝게 만들어,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의 모델이 사회 전반에 적용되리라는 것입니다.

이 같은 예측은 교육분야에 적용되어 가고 있습니다.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이자 한국디지털휴머니티즈 연구소장은 무크 출현에 대해 “인터넷을 통한 지식정보의 민주화라는 인류문명전환에 기인하는 것으로 외면하거나 돌이킬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단언합니다.

이제 기술은 교육에 천덕꾸러기가 아닌 생존의 길입니다. 이처럼 교육 혁명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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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댓글

  1. 이건 무슨 자다가 봉창 때리는 소리? 무크가 이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실패한 거라는 거 모르고 기사화한겁니까? 무크야 말로 대학의 기업화에 기여하는 신자유주의적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거 모르고 기사화한겁니까? 제가 좃선일보 읽고 있는겁니까? 지난번에도 프랑스 관련해서 이상한 기사 싣더니, 슬로우뉴스 맛이 갔군요!

  2. 그래도 무크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 이제 좀 더 세세하게 논쟁해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3. http://chronicle.com/…/california-puts-mooc-bill…/45215
    이것때문인것 같습니다. Mooc 수강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서 보류되었다는 내용인데요. 하지만
    이것만으로 무크의 실패를 말하는건 성급합니다. 이 현상은 이제 막 시작된것이나 다름이 없고, 오히려 이런 법인이 제안될만큼 피할수
    없는 흐름임을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4. http://chronicle.com/blogs/wiredcampus/california-puts-mooc-bill-on-ice/45215 이것때문인것 같습니다. Mooc 수강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서 보류되었다는 내용인데요. 하지만 이것만으로 무크의 실패를 말하는건 성급합니다. 이 현상은 이제 막 시작된것이나 다름이 없고, 오히려 이런 법인이 제안될만큼 피할수 없는 흐름임을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5. 정보의 접근성을 ‘엄청나게 개방’ 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교육 혁신’ 요소가 맞는데요. 님이 지적한 뽀인트처럼 대학의 또다른 기업화 전략인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아직은 긍적적인 흐름이 더 높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한국처럼 ‘대학’이 사회 진출의 ‘자격증’처럼 여겨지는 페쇄사회에서는, 정보 개방과 권위있는 학문기관의 개방성이 굉장히 새로운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기업이나 사회단체에서 MOOC를 통해 공부하고 성장한 새로운 시도들을 얼만큼 인정하고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대학의 역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보고, 기업 전략에서도 임팩트 투자 요소가 높다고 봅니다. 캘리포니아주 실패에 대한 평가는 소수의 힐난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직 미국에서도 도입기기 떄문에 너무 빠른 효과 판단은 무리수 같아요.

  6. 안녕하세요, 교육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고있는 학생입니다
    오늘 이 사이트를 처음 알게되었는데, 이 분야에 대해 진지하신 분들이 많아 정말 반갑고 든든한 기분이네요
    혹시 이곳처럼 교육,사회에 대한 정보를 얻고 토론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알고계신다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7. 말을 좀 공격적으로 하시긴 했지만 틀린말은 아닙니다. 아이보리 타워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도 이미 실효성에 대해서 비판한적이 있죠

  8. 뉴스페퍼민트를 추천합니다.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해외뉴스를 큐레이션해서 매일 업데이트하는 곳인데 말씀하신 ‘정보를 얻고’에는 도움이 되지만 토론이 조성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은 아니라서 아쉽네요. 홈페이지 하단에 분야별로 태그를 만들어서 관련분야에 대한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http://newspeppermi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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