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한국판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지난 10월 1일부터 2주간 일정으로 열렸다. 원조 블랙프라이데이에 비해선 이래저래 말이 많았지만, 어쨌든 정부 주도의 대대적인 할인행사로 소비자 매출을 증가시켰다는 점에서 성공이라고 평가받는다.
집중(!) 모니터링
관세청에서도 이 기간에 맞추어 온라인 불법거래를 집중 모니터링했다. 대규모 할인행사에 편승해 해외로부터 불법으로 반입한 물품 판매 행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피해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모니터링이었다.
주요 모니터링 대상은 다음과 같다.
- 할인행사를 가장하여 가짜 상품(짝퉁 가방 등)을 정품인 양 위장하여 판매
- 개인용품으로 위장하여 관세 등을 감면받은 물품을 상업용으로 재판매
- 중국산 저가 물품 등을 국산 고가 물품으로 원산지를 둔갑하는 행위 등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해외직구의 꾸준한 증가세로 인해 위조상품이 국내에 분산 반입되는 사례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에 관세청은 특급탁송 및 국제우편을 이용한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은 용도와 수량과 관계없이 국내반입을 전면 금지한다.
[box type=”info” head=”지적 재산권 침해 물품의 통관 정책”]
기존: 개인용도 소량 짝퉁 → 통관 허용
소량(품목당 1개, 총 2개)으로 수출입되는 특송물품이나 우편물품은 짝퉁이라 하더라도 개인용도로 인정하여 지식재산권 보호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통관을 허용해 왔다.
현재: 용도와 수량에 관계없이 → 전면 금지
‘짝퉁’ 유통업자들이 이러한 규정을 악용하여 해외에 위조상품 제조업체나 인터넷 서버를 두고 개인정보를 무단 도용해 소량씩 물건을 통관하는 방식으로 짝퉁을 분산 반입하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용도와 수량에 관계없이 국내 반입 전면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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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통관 과정에서 위조상품으로 의심되는 물품을 적발하면 상표권자, 권리자 및 수출입자에게 침해가 의심되는 물품의 통관 사실을 통보하고, 위조상품으로 확인되면 관련법에 따라 유치하고, 폐기한다. 또한,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여 짝퉁을 분산 반입하면 밀수입죄, 상표법 위반 등으로 처벌한다.
밀수는 왜 범죄일까?
내 돈 주고 사온 걸 내가 쓰겠다는 데 왜 법으로 제재하는 걸까?
1) 법적 측면
법으로 대답하면 외국에서 산 물품을 국내로 들여올 때는 세관에 신고해야 하고, 신고하지 않고 몰래 들여오는 것이 밀수이므로 이는 불법행위가 된다. 밀수하면 관세 및 각종 수입세를 탈세하는 것으로 관세법을 위반한다. 또한, 수출입 근거 없이 일정 액수가 넘는 외화를 신고 없이 국내로 들여오거나 해외로 유출하는 때에도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된다.
2) 사회적 목적
국민 정서와 보건 안전, 사회질서를 위한 작용 목적도 있다. 마약류는 국내에서 당연히 유통이나 사용이 금지된 물품이다. 밀수를 법으로 엄격히 다스리지 않으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화장품, 의약품, 의료기기, 식품 등 국민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물품에 대해서 위해 성분 함유 여부 등을 검증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련 기관에 신고 또는 허가를 득해야 통관이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밀수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
어떤 수법으로 어떤 밀수품이 유행했는지 들여다보면 그 시대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밀수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
우리나라 최초의 밀수꾼(?) 문익점 선생
우리나라에서 확인되는 최초의 밀수꾼(?)은 고려 시대 문익점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백성은 당연히 값비싼 비단옷을 사 입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삼베나 모시로 된 옷을 입었다. 하지만 문익점 선생이 면을 만드는 목화 씨앗을 중국으로부터 붓에 숨겨 들여왔고, 이를 통해 면화 재배를 시작하면서 목면 보급이 되었다. 백성의 겨울나기가 한결 쉬워졌다.
그뿐 아니라 목면으로 면포를 만드는 직조업의 발달로 면포가 쌀과 마찬가지로 유력한 교환수단이 되면서 상업 발달마저 촉진한 계기로 작용한다. 당시 중국은 목화씨 국외 반출을 엄격히 금지했다. 따라서 문익점 선생이 몰래 우리나라에 목화씨를 들여온 것은 불법이겠지만, 고려 조정이 목화씨를 수입금지품목으로 정한 것은 아니므로 밀수죄까지 적용되진 않을 것 같다.
시대별 밀수 수법과 유행 밀수품
밀수 수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나날이 교묘해졌다. 그리고 유행 밀수품은 시대를 한걸음 앞서가면서 한마디로 들여오면 돈이 됐던 당시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대표 품목들이다.
1950~60년대: 전쟁 후 사회 혼란을 틈타 소형 쾌속선을 이용, 일본과 우리나라 남해안을 오가며 행해진 조직화된 이른바 ‘특공대’ 밀수가 성행했다. 시속 30노트의 밀수 전용 쾌속선에는 폭력배와 권력기관원까지 개입했으며 각종 공문서위조 등은 예사였다.
- 50년대 → 화장품
- 60년대 → 일제 시계
70년대: 냉동운반선과 활어선을 이용한 밀수가 성행했다.
- 70년대 → 일제 전자제품
80년대: 밀수 수법이 점차 지능화돼 컨테이너선을 이용한 품목위장 밀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 80년대 → 카메라와 전자계산기
90년대: WTO 출범에 따른 통관절차 간소화를 악용한 합법 가장밀수가 등장해 지적 재산권 침해, 원산지 허위표시 등 새로운 밀수 수법이 대세를 이뤘다.
- 90년대 → 골프채 등
2000년대: 들어서는 우편물과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소액·소량 물품의 밀수가 새로운 방식으로 유행 중이다.
고율의 관세 회피 목적
밀수는 마약류처럼 국내 정식 수입이 안 되는 물품을 몰래 들여오는 경우가 많지만, 고율의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악용된다.
예를 들면 농산물이나 축산물처럼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물품에 대해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의 유사 물품으로 신고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얼마 전에도 중국산 ‘고춧가루’를 ‘고추씨분’으로 품명 위장하여 밀수입하던 업자가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관세법상 고춧가루는 관세율이 270%지만, 고추씨분은 3%에 불과하다. 그래서 관세 포탈을 위한 목적으로 이러한 불법 사례가 인천항이나 평택항과 같은 중국산 농산물 대량 수입 지역에선 빈번하게 발생한다.
걸리면 죽음! 무거운 처벌 규정
수출입금지 물품을 수출입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밀수입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 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부과되어 관세법에서는 밀수출입죄를 가장 무거운 형벌로 다루고 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형법에서는 ‘상상적 경합’이라고 해서 1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면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지만, 관세법상 밀수출입죄에 대해서는 징역과 벌금의 병과가 가능하다.
또한, 법인의 대표자나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관세법상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한다. 이를 ‘양벌규정’이라고 하는데 관세법에서는 이처럼 형법 규정의 예외 조항을 두어 조세수입의 확보를 위해 엄격한 처벌규정을 마련하여 형사법적인 법규로서 작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