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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워스트 사례로 본 여론조작 대처법

일간워스트 운영자인 레이니걸 님이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체득한 ‘여론조작’ 대처법과 그 현실적 한계, 그리고 여론조작 없는 투명한 사회에 관한 고민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일간워스트(이하 ‘일워’) 커뮤니티에서는 며칠에 한 번꼴로 ‘쟤 일베 유저임이 의심된다!’ 라는 글이 올라옵니다.

‘너 OOO당 알바지?’… 여론조작 일상화된 사회의 풍경

실제 과거 글 작성 기록을 보면 명백히 커뮤니티에 잠입해 회원들의 덕망을 얻은 뒤 노알라 사진(고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화한 합성사진 -편집자 주)을 올려 희롱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헌데 가끔은, 노알라 사진을 투척한 일베 유저를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동조하는 댓글을 남겼다는 이유로 덩달아 의심받는 회원들도 나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지목한 회원은 사과의 글을 올리는 일이 반복됩니다. (사과가 즉각 이루어진다는 건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국정원 댓글 여론조작사건’을 겪은 한국의 모든 커뮤니티들이 한차례 치른 홍역이기도 합니다. 작년 대선 직전에는 ‘너 ㅇㅇㅇ당 알바지!’ 라는 지목이 여기저기서 쏟아졌죠. 알바로 내몰린 일반 시민들은 ‘저 폐쇄적인 자들을 보라’ 라며 혀를 끌끌 차며 커뮤니티를 떠나곤 했습니다. 대선이 끝난 뒤, 정치 이야기가 커뮤니티에서 나오기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피하는 건 이런 경험의 산물들이죠. 미얀마(구 ‘버마’)에서 아웅 산 수 치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들 자리를 피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고요.

여론조작이 일상화된 시대에 서로가 서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이제 한국에서 일상적인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최근의 일인 것만은 아닙니다. 80년대에는 대학가 여러 조직에서 ‘너 프락치지!’ 로 지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프락치로 내몰아 사람을 죽인 사건도 있었죠. 공작기관이 실제 프락치를 심은 것도 사실이고 지금도 많은 프락치들이 버젓이 활동한다는 목격담들이 쏟아집니다. 의심은 의심을 낳고, 공동체가 가져야 할 상호신뢰를 끊임없이 해체합니다.

꼭두각시를 조정하듯 공중의 여론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 권력은 여전하다. (사진: finders_capture, CC BY NC ND)

꼭두각시를 조종하듯 공중(소비자/국민) 여론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 권력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른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죠.
(사진: finders_capture, CC BY NC ND)

무엇이 여론조작인가?

무엇을 여론조작으로 볼 것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각자 바라는 대로 여론을 바꾸기 위해 글을 남기고 사람들을 설득합니다. 이를 ‘조작’이라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언론의 사설이 여론조작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조작’이라 할 정도가 되기 위한 기준은 결국 누군가가 정할 수밖에 없고, 이 부분만큼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주관적인 만큼 합리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위 프락치 언급에서 소개된 것처럼, 처음 오자마자 벼슬부터 하겠다고 나서거나, 어디론가 숨어 “네, 정보관님” 하고 전화를 받는 행위가 발견되면 프락치로 간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온라인에서도 그에 따르는 몇 가지 단서들이 있을 터이고, 이를 근거로 그간의 활동기록을 다시 분석하여 여론조작 활동임을 판정하는 것이 기본 골격이 될 것입니다.

이는 사실 포털이나 게임서비스 기획 때 ‘어뷰징 탐지’를 할 때의 관점을 빌리면 간단해집니다. ‘명백히 의심되는 접속’, ‘명백히 의심되는 활동’ 그리고 ‘명백히 뻔히 보이는 의도’, 이 세 가지입니다. 또는 공직선거법에서 자유로운 선전행위를 유달리 강하게 규제하는 몇 가지 규정들, 이를테면 ‘전화를 통한 지지호소는 신고된 장소에서 무급 자원봉사자만 할 수 있다는 등의 규칙을 빌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점조직’ 활동… 파악 어려웠던 국정원 여론조작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 때 각 요원들이 저마다의 오피스텔로 흩어져 활동하는 바람에 커뮤니티 운영자들이 차마 잡아낼 길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활동과 지시사항들의 퍼즐을 짜 맞추고 나서야 적발이 된 것이죠. IP나, 위치, 모든 것이 다 달랐기에 조직적 활동으로 판단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그들이 양적 팽창을 노리고 트위터 봇으로 동일 트윗을 여러 계정에다 동시 전송하며 티가 나게 활동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들통 나기 전까지는 그저 ‘의심’의 수준에 지나지 않았지만, 들통 난 이후 명백히 ‘여론조작’으로 우리가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활동을 집단으로 묶어 분석했을 때 일반 시민집단이 생활 속에서 인터넷에 글을 남기는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행동패턴이었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라’는 보스의 지시문서가 공개되었고요.

여론조작을 ‘탐지’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하고요. 잠정적으로 모두의 활동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 같은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위현장 경찰 증거수집 카메라에 대응하는 카메라를 들이대듯, 우리도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어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 1주년 기자회견을 위한 “댓글 1년, 관권부정선거 일지”
(참여연대 CC BY NC SA, 2013년 12월 11일, 세종로 이순신 장군 동상 앞)

일워 사례를 통해 본 여론조작 방어

일워 사례를 풀어볼까 합니다. 저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규칙’이라고 한다면, 사실 우리가 늘 즐기는 게임의 ‘규칙’과 같은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그 게임 규칙을 실제 세계에 유사하게 짜는 것을 일워 내 여론조작 차단 목표 수준으로 잡았습니다. 그 이상은 쉽지도 않고, 딱 거기까지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사실 여러 계정을 만들어 동시에 활동하는 이중인격 일베 유저들의 활동 방식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 같은 장소에서 두세 개의 휴대전화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 가상머신을 띄워서 서로 다른 OS/브라우저로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여러 VPN을 돌려가며 미국, 중국, 유럽 IP를 번갈아가며 글을 쓰기도 합니다.
  • 걸리겠다 싶으면 유머글을 올리거나, 괜히 주위에 ‘싸우지 마세요’라고 댓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들을 이중인격자로 판단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스스로 자신의 활동을 모조리 캡처해 닉네임과 함께 ‘일베’에 버젓이 자랑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처럼 여러 지역에 흩어져 활동하더라도, 결국 사람이 사람을 속이고자 하는 일은 속셈이 뻔히 보이기 때문에 꼬리가 잡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쏟아낸 수만 건의 트윗으로 우리는 그들의 행동양식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일베 유저들이 일워 내에서 진행한 지능적 분탕질도 그렇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세 가지 유형: 럴커-조력자-이중인격자

일워에서, 의심될만한 유저를 걸러내는 시스템은 다음 세 가지 부류를 잡아냅니다.

  • 특정 글에만 지속해서 민영화 버튼을 누르는 럴커충
  • 훗날 일베유저로 들통 났는데 그 일베 유저가 들통 나지 않도록 적절히 여론을 호도했던 숨은 조력자
  • 여러 아이디를 만들어 마치 여론인 것처럼 행동하는 이중인격자

‘럴커충’과 ‘트롤

럴커충: ‘일베에서 건너온 트롤’이란 의미입니다. 일베 이용자 모두가 일베충이 아니듯, 일베에서 건너와 해당 커뮤니티를 교란하고 망치려고 노력하는 특정 이용자를 지칭합니다. 일베 + 충(트롤). 럴커는 스타크래프트의 종족 중 하나인 저그의 공격 유닛이고 영어로는 ‘lurker‘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숨어있다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갑자기 나타나 공격을 하는 형태의 인터넷 트롤을 의미합니다.

트롤: 커뮤니티 사이트 안에서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의도적으로 악의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용자를 ‘트롤’이라고 합니다. ‘Don’t feed the troll'(어그로꾼에게 관심을 주지 마세요)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이죠. (편집자)

럴커를 판정해내는 것은 사실 애매한 측면이 있습니다. 정말 반대의견을 가진 일반 시민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반대버튼을 누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숨은 조력자를 판정하는 것도 사실 예민한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베 유저임을 모르고 동조했을 가능성이 꽤 크니까요. 이중인격자 또한, 가볍게는 공유기를 쓰는 가족일 수도 있으니 쉽사리 ‘너 같은 IP잖아!’ 라고 따져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들 유저를 어떻게 탐지할 수 있을까요?

1. 럴커충 판별

럴커충을 잡아내는 것은 간단합니다. 이들은 일베를 비판하는 글, 정부 비판 글에만 집중적으로 민영화 버튼을 누릅니다. 가입인사 쓰자마자 투표부터 합니다. 보통은 글을 천천히 읽은 뒤에 투표하는데 말이죠. 좋은 글, 재밌는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데에는 사실 세련된 감각이 없습니다. 일베를 옹호하는 글에 집중적으로 투표하지요. 결과적으로 일반인들의 취향과 동떨어진 투표 행태를 보입니다. 티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 ‘너 럴커짓하지!’ 라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의심될만한 투표행적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누구는 투표권을 많이 주고, 누구는 적게 주는 것은 차별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되도록 글을 더 많이 쓰고, 그 대화량에 걸맞게 투표권을 부여받으라’는 정책이 모두에게 적용되고, 럴커충도 이를 적용받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다만 의심되는 유저로 조금씩 점수가 매겨지도록 합니다. 시스템 내에서 ‘단서’로만 활용합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저그 족의 일종인 럴커
(사진: starcraft.wikia.com, (c)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2. 이중인격자 탐지

여러 아이디를 만들어 마치 여론인 것처럼 행동하는 이중인격자는 1주일에 한두 명쯤 탐지됩니다. 갑자기 여러 아이디가 동시에 일워 트롤밭에 빠진다면 이 경우입니다. 이 탐지는 간단합니다. 구글이 부정사용자를 탐지하면서 여러 아이디를 묶어서 한꺼번에 정지시킬 때 쓰는 기술과 같은 기술이 적용됩니다. 쿠키 고유값, 같은 브라우저인지 아닌지, 활동 IP 대역이 비슷한지 또는 갑자기 확 바뀌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사실 가장 큰 판단 기준은 활동시간이 겹치는지의 여부입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잠자는 시간이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사람이 두 개의 아이디로 동시에 다른 글을 읽거나 동시에 글을 남길 수는 없습니다. A가 활동한 뒤, A가 활동을 멈추고, 그다음에 B가 활동을 시작할 수밖에 없죠. 선형적(linear)인 활동패턴을 깨트리려면 양손을 써야겠지만 양손으로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는 건 무척 힘든 일이죠. 이러한 패턴 분석을 통해 럴커충 탐지와 마찬가지로 조금씩 점수가 매겨집니다.

IP 대역의 경우 비슷하거나 아주 다르거나 둘 다를 다 분석한다는 점이 아마 의아하실 겁니다. 분탕질이 걸리지 않기 위해 여러 IP를 돌려가며 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VPN을 쓰거나 Proxy를 쓰는 것이죠. 한 유저의 IP가 한날한시에 미국으로 갔다가 중국으로 갔다가 하면 100% 이상한 사람이겠죠. 우리는 이를 ‘거동수상자’라고 부릅니다. :)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3. 숨은 조력자 찾기

숨은 조력자는 사실 찾기 쉽습니다. 일베 유저가 쓴 글에만 집중적으로 댓글을 달기 때문입니다. 일베 비판 글, 정부 비판 글에만 집중적으로 민영화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습니다. 긴 글을 쓰려는 노력을 잘 안 하기 때문에 더욱 판단하기 쉽습니다. 조력자이기 때문에 지니는 한계입니다.

이렇게 시스템이 조용히 점수를 매기고, 어느 유저의 점수가 어느 한도를 넘어가게 되면 그간의 활동 기록들을 다시 분석하여 이들 집단이 여론조작 시도를 한 것인지를 판정하게 됩니다. 이후 최종 판정은 사람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건에 부합하면 무조건 판정, 아니면 무조건 통과(‘if else’)가 아니라 점수 매기기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계가 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니까요.

구글도 부정접속 여부를 판정하더라도 무작정 계정을 막는 게 아니라, 다시 한 번 ‘당신이 실제 사람인지를 확인하겠다’며 캡챠(CAPTCHA)나 휴대폰인증을 묻는 것처럼 말입니다. 페이스북도 ‘로그인한 사람이 실제 계정 주인인지 확인하겠다’면서 친구 사진을 내밀고 맞추라고 하지요. 단서는 어디까지나 단서이고, 의심은 어디까지나 의심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의 감각으로 판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글에서 안내하는 '비정상적인 활동 알림' 페이지 (구글에서 갈무리)

구글에서 안내하는 ‘비정상적인 활동 알림’ 페이지. 구글은 날짜, 시간, 브라우저, 브라우저 버전, 위치, IP주소, 도메인 등으로 이용자의 비정상적인 활동을 판단합니다.

탐지된 기록은 이장(일워 관리자)에게 메일로 전송되고, 기록을 확인한 뒤 최종 판정을 하게 됩니다. 기록을 받아보면 정말 재밌습니다. 휴대전화 네다섯 개에 저마다 다른 아이디로 가입한 뒤 휴대전화를 돌려가며 쓰는 사람도 있었고, (과거 국정원에서 이렇게 활동했겠죠?) IP를 미국 중국 유럽 하도 빈번히 바꿔서 하루에 지구를 네다섯 바퀴 돌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일리지 많이 쌓았겠네요) 뭐 대단한 커뮤니티라고 이런 거까지 하나 싶지만 어쨌든 그렇게 탐지하여 트롤밭으로 보내버립니다.

럴커충, 숨은 조력자, 이중인격자, 최소한 이 세 가지 행동패턴은 이렇게 기술적으로 탐지할 수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그런 활동을 하려다가, 일워에 매력을 느낀 나머지 하나의 아이디로만 활동을 꾸준히 하며 그냥 농민이 된 분들도 있는듯합니다. 좋은 결과라 생각합니다.

시스템의 한계

개인의 (어쩌면 편향된) 활동은 이 시스템으로 탐지해낼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 임원이 일워에 가입하여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고 관련 우호 여론에 동조하는 것까지는 설령 편향되어있다 하더라도 그의 권리이니 허용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너 임원이니까 이런 글 올리는 거지?’ 정도의 토론은 가능할 것이고, ‘우리가 밤을 새워서 정말 열심히 만든 거예요. 전 자부심이 있다고요.’라고 항변한다면 그때 가서 이야기를 나누면 되겠죠.

오바마가 레딧(reddit)에 들어와 직접 유권자들과 대화하는 것은 여론조작으로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오바마 선거팀이 수십 명을 고용해 매일 출퇴근하며 레딧에 투표를 한다면 그건 부정행위로 볼 수 있겠죠. 시스템이 여론조작을 잡아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조직적 활동’과 ‘의심되는 다중이 놀이’에만 한정 지어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계점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여론조작 제지에 부합되기도 합니다.

사실 이들 기술은 11번가, 옥션 같은 쇼핑몰들이 ‘너 예전에 이 화장품 찾고 있었지!’ 하고 기가 막히게 찾아줄 때 쓰는 그 기법과 같습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위치기록을 몽땅 분석해 심야버스(올빼미 버스) 최적노선을 정하는 데에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빅데이터’라고 하기도 하고 ‘행동감시’라고 하기도 합니다. 기술적 원천은 사실 같습니다. 각 기술에 활용되는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통제하고, 유익한 곳에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아마존닷컴은 이용자가 구입한 상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을 추천합니다. (사진은 아마존닷컴에서 갈무리)

아마존닷컴은 이용자가 구입한 상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을 추천합니다. (사진은 아마존닷컴에서 갈무리)

빅데이터일 것까지도 없습니다. 데이터가 빅이 아니니까요. 다만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산물일 것입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사실 이런 짓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유달리 일워의 경우 일베 유저들의 분탕질이 많으니 이런 것까지 잡고 있는 것이죠. 이메일 인증조차 안 하는 뻥 뻥 뚫려있는 커뮤니티인데 게시판 퀄리티가 무척 깨끗하게 보이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로직으로, 여론조작 차단뿐만 아니라, 좋은 글을 찾아내는 모듈도 조금씩 만들고 있습니다.

이 로직이 언제까지 작동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좀 더 지능적인 여론조작 시도가 생겨날 수도 있겠죠. ‘오유에 적절히 유머글도 올려 티나지 않게 하라’던 국정원 지침이나, ‘화분이 잘 자라고 있어요’라고 올렸던 국군 사이버사령부 사례처럼 패턴에서 벗어난 사례도 나올 것입니다. 보이는 족족 보완해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영화 평점 생태계가 무너진 것이, 옐프(yelp)같은 맛집 서비스가 성장하지 못한 것이 다 어뷰징에 대한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끝없는 도전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만인가? 구원인가?

갈릴리 해변으로 지나가시다가 시몬과 그 형제 안드레가 바다에 그물 던지는 것을 보시니 그들은 어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곧 그물을 버려두고 따르니라
(마르코복음 1:16-18)

교황 레오 13세의 '어부의 반지' 문양 (출처: 위키커먼스)

교황 레오 13세의 ‘어부의 반지’ 문양 (출처: 위키커먼스)

‘사람을 낚는 어부’라는 성경 문구는 훗날 교황의 인장 ‘어부의 반지’ 의 유래가 됩니다. 시몬과 안드레를 거두는 것을 시작으로 예수는 공생애를 시작하게 되고, ‘사람을 낚는 것’은 ‘구원’의 사역으로 이어집니다. 2천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서, 사람을 낚는 것은 성경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통용됩니다. ‘낚였다’ 라는 말은 ‘사기당했다’, ‘속았다’는 의미로 쓰이죠. 지금도 한 여론조작 집행조직은 ‘좌경용공세력으로부터 국민을 구원한다’거나 ‘국민의 오염을 막기 위해 대남심리전을 펼쳤다’ 라 주장하며 자신의 공작을 ‘구원’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기만에서 구원은 사실 한 끗 차이인 거죠. 사람을 낚는 것은 본질에서 이 모든 것을 포괄합니다. 이것은 인류의 오랜 역사였습니다.

사실 여론조작행위는 국가정보기관이나 군부, 또는 일베 유저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본주의 체제하의 대다수 기업은 ‘마케팅’이라는 핑계로 여론을 관리하곤 합니다. 악성 댓글에는 글쓴이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고, 자사 제품에는 좋은 댓글을 일부러 달고, 경쟁사 상품에는 악플을 달기도 합니다. 조그마한 쇼핑몰부터, 맛집 지위를 노리는 식당, 가전제품을 파는 대기업까지 모두 이러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매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고 그것이 기업에 있어 ‘선’이기 때문입니다.

알바천국에는 이러한 업무를 수행할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글이 항상 올라와 있죠. (‘댓글알바’ 직접 해보니 월수익 100만원까지-머니투데이) 이 때문에 우리는 쇼핑몰 댓글이 정말 믿을 수 있는 상품 사용기인지 알바가 쓴 거짓 댓글인지 늘 의심하며 살아갑니다. 시민단체들 역시 ‘여론전’, ‘선전전’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 반복적으로 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광고를 올리는 활동을 그동안 꾸준히 전개해 왔습니다. 정당들도 ‘사이버전사 양성’, ‘투윗터 전사 양성’등의 이름으로 여론전을 전개하였습니다. 식당에 들어가 경쟁업체를 비난하며 술 한잔 하자고 하는 주류업체 영업사원과 똑같은 짓을 해온 거죠.

"어제 일요일 임에도 불구 하시고 많은 회원님들께서 SNS 투윗터 교육을 받으시여 "투윗터 전사" 들이 새롭게 탄생 했습니다.1219 그날의 승리를 반듯이 이루낼 겁니다. 화이팅!!!" (박사모 카페 게시물) (사진: 대한민국 박사모, 'SNS 투윗터 열공중', 2012년 10월 15일)

“어제 일요일 임에도 불구 하시고 많은 회원님들께서 SNS 투윗터 교육을 받으시여 “투윗터 전사” 들이 새롭게 탄생 했습니다.1219 그날의 승리를 반듯이 이루낼 겁니다. 화이팅!!!” (박사모 카페 게시물 본문 인용)
(사진: 대한민국 박사모, ‘SNS 투윗터 열공중’, 2012년 10월 15일, 원본에 일부 모자이크 합성)

게다가 잠입해서 덕망을 얻다가 ‘일밍아웃’(일베 사용자임을 스스로 밝히거나 밝혀지는 일) 하는 행동패턴은 사실 모든 군사조직들이 민사작전을 펼칠 때 쓰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가까이는 간첩이 그러하고, 멀리는 각 분쟁지역에 파견 나가 있는 파병부대들이 그 일을 합니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이 패배한 것도 베트남인민군의 민사작전 덕이라고들 하지요. 누구도 중간 과정에서 제지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인류 역사가 이를 반증합니다. 결코, 이를 도중에 제지하기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여론조작, 아예 없앨 수는 없을까?

다시 ‘의심’이라는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다섯 명이 함께 고깃집 가서 고기를 먹고 있다고 합시다. 다섯 명은 좋은 직장동료이고요. 그런데 B 씨가 A 씨를 가리켜 “너 평소에 다른 회사 알아보는 거 같아 의심스러워…” 라고 외칩니다. A 씨는 사실 다른 회사로 이직할 준비를 하고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직장동료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만일 회사를 떠나더라도 원만히 지내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들켰네요. 사실이 아니라고 일단 잡아뗐습니다. 거짓말을 한 게 마음에 걸리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C와 D, E도 A를 힐끗 의심합니다. 분위기를 보아가며, A의 편을 들어 B와 다툴까, 아니면 B의 편을 들어 나머지 사람들과 원만히 지낼까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자, 풀어볼까요.

  • 사실 C, D, E 는 A가 의심받는 혐의를 판단하기 전에, “누구의 편을 들어야 내가 마음이 편할지”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 A는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 B는 섣불리 의심을 표현해버려 고기 먹는 파티 분위기를 망쳐버립니다.

모두가 지는 것이죠. 그래서 공익적 주제가 아닌 상황에서 의심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되려 공동체에 무척 위험한 일이 됩니다. 적절한 중재자나 중재시스템, 거버넌스가 사회에 존재하는 것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며 결속을 유지하기 위해서이죠.

의심은 자신을 스스로 방어하기 위한 기제입니다. 의심을 원천 봉쇄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만 그 의심의 근원이 될 만한 행동들에 대해 대응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의심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행동이 결과적으로 건강한 여론 형성을 망치고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여론조작 행위를 경계합니다. 하지만 여론조작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러한 여론조작 시도가 잘 먹혀들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의심되는 조직들을 찾아낼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겠죠. 지난 대선을 통해 우리는 온라인 게시판 시스템이 여론 조작에 무척이나 취약했음을 배웠습니다.

결국, 이러한 행동을 ‘업무’나 ‘놀이’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기에 지속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겠죠. 게시판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은 시스템을 진화시켜야 할 것이고,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국가기관과 정치조직들의 ‘숨은 럴커충’을 잡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4년 뒤 미래는 우리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의심과 확신 사이에서 우리는 늘 갈등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우리는 '대화'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또 악의적인 편견 조장세력들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일러스트: Mister Kha, CC BY SA)

의심과 확신 사이에서 우리는 늘 갈등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우리는 ‘대화’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또 악의적인 편견 조장세력들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일러스트: Mister Kha, CC BY SA)

참고할만한 글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인 레이니걸닷컴(rainygirl.com)에도 실렸습니다. 글의 표제와 본문은 슬로우뉴스 편집원칙에 따라 일부 수정, 보충하였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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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초대필자, 일간워스트 뉴스고로케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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