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전철의 모든 것 4: 경전철 노선, 어떻게 정해졌을까

[box type=”note”]박원순 서울시장이 총 사업비 8조 5,333억을 소요할 것으로 보이는 경전철 건설계획을 발표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총 10개 노선을 건설한다는 ‘서울 경전철’ 계획은 민자 유치 필요성과 사업의 경제성에 관해 많은 갑론을박이 오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끝장토론을 통해서라도 사업 타당성을 증명하겠다고 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슬로우뉴스는 ‘서울 경전철의 모든 것’을 통해 경전철 사업에 현미경을 들이대고자 합니다. 논란에 관한 구체적인 근거와 상세한 데이터를 제시해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소하겠습니다. 연재 범위는 조정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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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전철의 모든 것 (목차)

1. 경전철에 관한 네 가지 질문
2. 경전철의 실태와 역사
3. 일반 버스로는 교통난 해소 어렵다
4. 경전철 노선, 어떻게 정해졌을까
5. 노선별 수요 예측 검토
6. 문제는 돈, 고가선로가 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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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전철 노선 선정은 네 단계로 이뤄졌다. (참고: 서울시 도시철도 기본계획 종합발전방안에 대한 용역 보고서, 2013.)

노선 선정을 위한 4단계 절차

1단계. 검토 대상 노선 선정: 지난 계획 노선 8개와 함께 시민 및 연구자가 제시한 새롭게 제안한 노선 29개를 검토 대상으로 올려 이번에 검토가 이뤄진 노선은 37개다.

기본계획 수정을 위해 검토한 전체 검토 노선도(서울시, 2013: 156쪽)

2단계. 37개 노선 타당성 분석: 37개 노선에 관한 개략적인 대안을 설정하고, 경제성과 기술적 타당성 등을 분석했다. 위 그림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기존 노선은 2008년 당시 대안 그대로 분석했다.

3단계. 최종 노선 선택: 분석 결과,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수요가 심각하게 적은 노선을 제외하고, 계속 진행할 노선을 추렸다. (아래 표 참조)

4단계: 최종 선정 노선 종합계획 수립: 최종적으로 선정한 노선에 관한 수송수요와 주변 교통 영향, 경제성, 재무성을 분석하고, 건설∙운영 계획을 세우며, 재원조달 및 투자 계획, 건설 시 대책을 세우고, 환경 및 재해영향평가를 수행했다.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비용편익비’다. 기본 계획 노선은 비용편익비가 1을 넘기는 노선이다. 단, 서울대 내부 노선은 수혜자와의 사업비 분담 비율이 정해진 다음에 추진될 예정이다. 그리고 후보 노선이 되려면 비용편익비가 0.8을 넘겨야 한다. 단, 동북 D선(신이문~선릉)은 KTX 의정부 연장선과 겹치기 때문에 제외했고, DMC 노면전차는 여건 변화가 기대되지 않기 때문에 제외했다. 즉, 기본 노선은 투입한 사업비에 비해 정량적 편익이 더 많다는 예측 결과가 나온 노선이다.

노선 선정 기준 ‘비용편익비’

비용편익비란 투입한 사업비에 비해 얼마만큼의 정량적 편익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비용은 설계, 토목, 건설, 차량 구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 투입되는 총사업비에 해당한다(단, 세금 제외). 편익은 다음 일곱 가지 항목에 해당한다.

1. 운행비용 절감: 철도로 옮겨간 자동차 이용자의 차량 운행비용 절감 액수와 도로 소통 개선으로 인해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차량 운행비용 절감 액수. 연료비, 정비비, 감가상각비 등의 항목이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항목이다.

2. 통행시간 절감: 철도로 옮겨간 이용자가 아낀 시간과 도로 소통 개선으로 인해 이용자가 아낀 시간을 합산해 시간 가치에 곱해 얻는 값. 대체로 비업무 통행은(통근, 귀가 등) 1시간에 약 5천 원, 업무 통행은 1시간에 약 1.5만 원으로 계산한다.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3. 교통사고 절감: 교통량 절감 수준에 교통량당 사고 수를 곱해 얻는 값에 사고당 피해 액수로 지정된 계수를 곱해 얻는 값이다.

4. 환경비용 절감: 교통량 절감으로 인해 대기오염물질과 소음이 감소하는 수준에 대해,일정 계수를 곱해 얻는 값이다.

아래 세 항목은 최근 새롭게 철도의 편익으로 포함된 항목이다. 이 덕분에 기본계획 노선들의 편익이 상승했다는 점을 서울시의원 강감창이 지적한 바 있다.

5. 온실가스 절감: 교통량 절감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수준에 일정 계수를 곱해 얻는다.

6. 주차비용 절감: 승용차를 이용하다 도시철도를 이용하게 된 덕분에 아낄 수 있게 된 주차장의 가치를 계산한 값. 여기서는 비주거 지역 주차장의 운영비만 감소한다고 가정한다.

7. 선택가치: 도시철도가 있을 때 이를 전혀 이용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더 돈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느냐는 설문조사를 통해 얻는 값이다.

‘교통 수요 예측’이 중요한 이유

이들 편익 중 여섯 가지를 산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교통 수요 예측이다. 그 때문에 교통시설에 관한 비용편익 분석에서 가장 결정적이고 복잡하다. 수요 예측이 믿을만해야만 비용편익 분석 역시 믿을 수 있다. 비용편익 분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던 이유는 교통 수요 예측이 잘못된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통수요 예측을 하지 않고서는 교통 시설 편익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근거는 없다. 현재로선 못미덥지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수단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두 연구 기관이 국책사업이나 지역 공공 교통사업의 타당성 평가를 위한 교통 수요 예측을 한다. 국토교통부 산하의 기관인 교통연구원과 재정 당국 산하의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그 주체다. KDI는 김해 ∙ 용인 경전철에 관한 수요 예측을 과도하게 해서 오명을 남겼다. 더불어 의정부경전철에 관해서는 민간의 수요 예측 검증에 실패했다. 다만, 재정 사업에 대한 타당성 평가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개통한 철도 노선 가운데 대구 2호선 경산 연장과 경원선 광역전철 소요산 연장에서는 KDI 예비 타당성 평가의 수요를 많이 웃도는 수요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재정 당국 산하의 연구 기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KDI가 보수적인 예측을 하는 경향도 있다.

현재, 수요 예측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이뤄진다. 서울시 보고서 수요 예측도 같은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1. 교통수요 데이터베이스 구축

3% 표본조사를 통해, 어떤 시점의 출발/도착지 교통량을 추정한 데이터를 만든다. 이 교통량이 주변 인구 변화나 미래에 예정된 교통망 변화로 인해 어떻게 바뀌고, 또 어디를 거쳐 가는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가교통 DB(ktdb.go.kr)에 의해 5년마다 상세한 교통수요 데이터베이스가 제공되어 교통수요 예측의 기초 데이터로 사용된다.

2. 수요 전망

비용 편익 분석의 목적은 어떤 사업이 실현되지 않은 세계와 실현된 세계 사이를 비교하는 데 있다. 미래의 교통수요에 관해 사업이 실현되지 않은 세계의 모습은 국가교통 DB의 데이터베이스가 준다. 사업이 실현된 세계의 모습을 구하는 것이 수요 예측 연구자들의 몫이다. 이들은 분석 대상 노선을 교통망 네트워크에 집어넣는 한편, 이 노선 덕분에 연관된 전체 네트워크의 이동 시간과 이동 비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산출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사업이 실현되지 않은 세계와 실현된 세계의 전체 통행량이 같다고 가정한다. 즉, 새로운 노선을 다니는 이용자가 모두 다른 노선이나 수단을 이용하던 이용자라고 가정한다. 이는 비현실적인 가정이지만, 수요 과잉 예측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정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분명 이런 통상적인 방법에 따라 수요를 예측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석 결과에 교차검증이 잘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분석에 사용된 경전철의 속도나 운임을 잘못 설정했거나, 개발계획으로 인한 인구 이동을 전제했거나, 기존 버스 네트워크와 경쟁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평가가 달랐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노선 선정 절차에서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교통 수요 예측이다. 간략히 소개한 대로, 이 예측은 상당히 체계적으로 수행되는 과제이므로 만일 분석이 틀렸다면 잘못이 있을 부분은 정해져 있다. 다음 글에서는 노선별 수요 예측을 검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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