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참교육학부모연대 이윤경 회장과 김경희 부회장, “학교 밖 해법, 갈등 조정과 화해 중재가 빠졌다”
학교폭력의 해법을 찾아서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에 더 깊숙이 뛰어들고 문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드러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가 어떻게 싸우고 있는가, 그 과정을 추적하고 해법을 모색하자는 제안입니다. 한 칼에 매듭을 자르는 해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들고 있는 많은 문제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우선순위, 기회비용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문제 중심의 접근에서 해결 지향의 접근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슬로우뉴스의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 첫 번째 기획으로 학교폭력의 해법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 여는 글: 학폭의 함정, ‘더 글로리’를 넘어서
– 박연진 대학 못 가게 만드는 것, 그게 우리가 원하는 결말인가.
– 못 본 척하는 친구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 “내 새끼 운명을 건 전쟁”, 학폭위가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
– “너는 그래도 우리의 좋은 친구야”- 회복적 정의와 회복적 생활교육
– ‘학교폭력’이라는 말이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 윤석열 정부가 학폭 피해자 시설을 폐쇄했다
– “교사가 학생에게 전화 한 통 못 거는 현실”
– 두 개의 마을: 학교폭력 취재 두 달 소회
– “학폭위 갔으니까 입 다물어” … 시장이 된 학폭, 변호사들만 신났다
– “‘은따’로 겪었던 절망, 물리적인 폭력이 전부가 아니에요”
드라마 ‘더 글로리’와 정순신 아들, 이동관 아들까지 일련의 학교폭력 이슈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의 분노의 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파국으로 몰아붙이면서 가해자들은 처벌을 피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아무런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은 드라마와 달라서 생활기록부에 못을 박고 대학 입시에 불이익을 준다고 해도 여전히 빠져 나갈 사람은 빠져 나가고 폭력은 좀 더 은밀하고 교묘하게 파고든다.
지난 3월29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학교 폭력은 처벌이 아닌 관계회복이 중요하다”는 성명을 냈다. 분노에 끓는 여론이 좀 더 강도 높은 처벌을 외치는 때 “생활기록부 기재를 강화할수록 법적 쟁송이 심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입학 원서에 기록되는 걸 피하려는 행태가 이 정도인데 대입에 반영한다고 하면 빚을 내서라도 변호사를 찾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4월12일 교육부가 내놓은 학폭 대책은 참교육학부모회 경고한 그대로였다. 참교육학부모회는 드러난 몇 가지 사례와 달리
- 학교폭력이 늘어난 게 아니고,
- 학교폭력이 흉포화된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 피해자 즉시 분리 조치도 피해자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지금 같은 엄벌주의로는 학교폭력을 줄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참교육학부모회는
- 학교폭력의 정의와 범위를 축소하고
- 범죄와 교육을 분리시킬 것,
- 교장과 교사, 전담기구에 중재 권한을 부여하고
- 갈등 조정 과정을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 학교 공동체 회복에 중점을 둔 교육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슬로우뉴스는 5월29일 참교육학부모회 이윤경 회장과 김경희 부회장을 인터뷰하고 여러차례 메일과 전화 통화를 통해 보완했다. 이들은 “지금의 학폭위 시스템은 가해학생에게 면죄부로 작용해서 피해학생을 두 번 울리고 있다”면서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둔 교육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지금까지 학폭예방법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윤경: “학폭예방법은 모든 조항이 다 문제입니다. 이 법은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법이에요. 피해자 보호가 안 될 뿐더러 가해자조차도 결국엔 피해자로 만들어 버리죠. 학부모들도 무슨 법이 이러냐고 합니다. 법이 너무 이상하다고. 심의에 올라온 가해 학생 학부모나 피해 학생 학부모나 다 똑같이 얘기하죠.”
“가해자도 결국엔 피해자로 만든다”는 말씀을 좀 더 풀어서 말씀해 주신다면요.
이윤경: “예를 들면 이 가해자라고 해도 처벌보다는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학폭위 조치가 진행되면 이 학생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주어지지 않죠. 얼마 전에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아버지가 전화를 주셨는데 이 학생이 가해 학생으로 1호 서면 사과를 받은 거예요. 그런데 행정심판을 청구하시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서면사과, 그 정도면 괜찮지 않느냐’고 그랬더니 아버님 말씀이 그 학생 별명이 ‘학폭’이 돼버렸다는 거에요. 그런 별명은 중학교에도, 고등학교에도 따라간단 말이에요. 모든 아이들을 이렇게 범죄자처럼 낙인을 찍어버리는 거죠.”
학폭예방법 1조는 첫째, 피해자의 보호, 둘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셋째,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데, 세 가지 목적 모두 실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윤경: “피해자 보호는 전혀 안 되고요. 학가협(학교폭력피해자협의회) 조정실 해맑음센터장께도 항상 그런 말씀을 하시죠. 피해자 보호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법이라고. 결국 법은 어떻게 하면 가해학생을 더 심하게 벌을 주고 어떻게 더 강하게 겁박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어요. 그런데 그런다고 해서 학폭이 주는 게 아니죠. 특히 조치에 불복하는 쟁송 건수는 굉장히 늘고 있어요.”
최근 당국이 피해학생 지원 시설인 해맑음센터를 폐쇄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윤경: “정부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건데요. 해맑음센터를 거쳐간 학생들이 굉장히 큰 도움을 받았거든요. 우리는 그래서 그런 기숙 시설이 각 시도마다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했는데,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고요. 사실 피해학생은 당국이 자기네가 의도하는 바대로 법을 개정하거나 이럴 때만 잠깐 그냥 등장시키는 구색 갖추기식인 거고요. 실제로 학폭예방법은 피해학생을 위한 법이 아니에요.”
‘경미한 학교폭력’… 어려운 문제
경미한 학교폭력이라는 건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죠. 그 취지를 깊이 존중하고, 이해하지만 학폭예방법 2조(정의)와 결합하면 학생이 대상이기만 하다면, 외국에서 생긴 일도, 복도에서 부딪혀 넘어지고, 축구하다가 태클당한 경우에도 얼마든지 학폭을 주장할 수 있게 됩니다. 더불어 학교폭력이라는 말 자체가 편견과 선입견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이기도 한데요.
이윤경: “일단 학교폭력이라는 용어가 잘못됐다는 문제 제기를 계속했었어요. 예를 들어 국회 폭력이란 말, 회사 폭력이라는 말 없지 않느냐고 말하죠. 장소로 묶이는 순간 이게 갈등을 폭력으로 보는 거예요. 모든 사람과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갈등은 당연히 있어요. 그런데 이 갈등을 폭력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순간 나는 갈등 상황, 갈등 관계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 폭력을 당한 사람이 되는 거죠.”
“경미한 학폭은 없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윤경: “저희도 학교폭력이라는 용어가 잘못됐다는 문제 제기를 계속했어요. 예를 들어 국회 폭력이란 말, 회사 폭력이라는 말 없지 않느냐고 말하죠. 장소로 묶이는 순간 이게 갈등을 폭력으로 보는 거예요. 모든 사람과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갈등은 당연히 있어요. 그런데 이 갈등을 폭력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순간 나는 갈등 상황, 갈등 관계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 폭력을 당한 사람이 되는 거죠. 경미하다라고 얘기할 수 없는 것도 이해해요. 왜냐면 지금 내가 당한 게 폭력이었구나, 이런 순간 거기에 계속 매몰될 수밖에 없죠.
갈등은 해결해야 다음 단계가 있지만, 폭력은 내가 당한 순간 대처해야 하고 뭔가 조치를 내려야 한다, 이렇게 접근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이제 처벌이 아닌 회복으로 가야 된다고 말하는 건, 너와 너와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럼 이걸 어떻게 풀까, 이런 식으로 가야 한다는 거죠. 학교는 교육기관이잖아요. 하지만 학폭예방법은 학폭 유형이라는 걸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짜 수십 수백 가지가 되는데요. 어떤 행동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찾고 있는 거예요. 이 행동은 언어 폭력인가, 신체 폭력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김경희: “범주를 떠나서 원인을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광주에서는 어떤 사례가 있었냐면 유치원 때 친구랑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1학년인데 친구가 계속 치마만 입고 다니니까, 야, 네가 공주냐, 맨날 치마만 입고 다니냐, 이런 거죠. 그런데 얘가 집에 가서 울었어요. 친구가 공주라고 놀렸다고. 그래서 이 엄마가 아이랑 함께 학교에 가서 ‘누구야? 누가 그런 거야? 너 우리 딸한테 이제 앞으로 이런 말 하면 혼낼 거야’ 한 거죠. 그런데 엄마들끼리 이야기하다가 이야기가 조금씩 왜곡되고 과장이 됐겠죠? 그래서 친구 아이 엄마가 ‘나 없는데 너희들이 내 딸하고 나를 흉 봐?’ 그랬더니 결국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거죠. 아동학대라고요. 학교에서도 난감해졌겠죠. 이게 무슨 학폭이냐고. 근데 신고하면 학폭위를 무조건 열어줘야 하는 게 현행 제도니까요. 선생님들이 조정이나 개입을 할 수 없어요.”
현재로선 학폭 신고 측에서 학교장 자체해결에 동의하지 않으면 학폭위로 갈 수밖에 없는데요.
이윤경: “지금 학교장 자체해결 요건이 좀 부족하긴 해요. 그 네 가지에 모두 해당한다고 무조건 경미한 사안이냐면 그렇지는 않아요. 이에 관해선 보완이 필요하지만, 이 네 가지에 모두 해당해도 피해학생 측이 원하면 학폭위로 넘어오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심의하다 보면 이게 왜 올라왔지? 이런 정도 사안이 왜 올랐지? 하면서 보면 피해학생 측의 ‘부동의’에요. 그 부동의 이유를 들어보면 대부분 학교에서 너무 무관심하고 아무것도 안 해주고 상대방하고 뭔가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요. 학교에서 그냥 학폭위 가라고 해서 나는 학폭위로 간다. 이렇게 오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측이 서로 대화하고, 화해할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요?
이윤경: “아예 화해 노력 자체를 안 해요. 학폭위에 올라온 보호자들이 하는 얘기가요. 교사는 그럴 의무가 없다고 해요. 그냥 알아서 접수하시라고 하고, 교육청 심의위(=학폭위)에 접수하라고 교사가 권하기도 한다고 하죠.”
학교 밖으로 이동한 학교폭력
말씀처럼 학폭위는 2020년 3월 이후 학교자치위원회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했습니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공간이 학교 밖으로 이동했는데요.
이윤경: “지원청으로 학폭위가 이관한 첫 번째 이유가 교사들 업무 경감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교원단체가 다 찬성했어요. 전교조도 찬성했어요. 교원단체는 다 찬성하고, 저희가 적극적으로 반대했죠.”
김경희: “실제적으로는 학교 안에서 신뢰가 엄청 무너진 거예요. 예를 들면 학교 관계자나 입김이 센 엄마라든가 학부모회 활동한 엄마들에 대해서 선생님이 불공정하게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의심의 눈초리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를 신뢰하지 않아요.”
학교와 교사를 불신하게 된 사회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이윤경: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힘 있는 학부모 편에서 학교 폭력을 은폐하고, 문동은을 폭행하는 교사 있죠. 그런 유사 사례가 비일비재한 거예요. 그러니까 실제로 제가 학교 안에 있는 자치위원회 활동을 해봐도 공부 잘하는 애가 가해학생일 때와 공부 못하는 애가 가해학생일 때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죠. 실제로 다르다는 게 아니라 다르다고 학부모가 생각하는 거예요.”
“다르다가 아니라 다르다고 생각한다”고요?
이윤경: “네, 그런 학부모의 인식도 학폭위를 교육 지원청으로 이관하는 핑계 중에 하나였어요. 학교 학부모들이 다 아는 학생이고, 이런 식으로 해서 감싸주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게 핑계여서 교육지원청으로 학폭위를 이관했는데, 지금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그 얘기를 또 해요. 지원청에 있는 학부모 위원들이 전문성이 없다, 그리고 그 지역이 어차피 관내 학부모다 보니까 한 다리 건너서 다 알더라, 옆에 학교 네트워크까지 다 해서 다 알더라. 그렇게 말해요. 그런데요. 그럴 거면, 학교 안에 학폭위가 있을 때하고, 이렇게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했을 때가 달라진 게 없고 똑같다면 차라리 학폭위를 다시 학교 안으로 원상회복하라는 거죠.”
요즘도 심의가 많은가요.
이윤경: “2020년 2021년은 코로나 시기여서 그렇게 학폭 건수가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2022년에 제가 체감하는 걸로 한 세 배는 늘어난 것 같아요. 심의위원이 요일별로 있어요. 저는 월요일 팀인데요. 2020~2021년에는 한 달에 한두 번 가면 많이 가고, 한 달에 한 번 가는 날도 많았는데 요즘은 거의 매주, 다른 요일까지 불려가요. 코로나 때문에 없었다가 늘어난 건지 아니면 학교에서 웬만한 거 다 ‘학폭 가세요’ 이렇게 학생과 학부모를 떠미는 건지, 저는 그 두 가지가 다 있다고 보거든요. 요새 선생님들이 골치 아프니까 ‘그냥 학폭 가세요’ 이렇게 얘기해버려요.”
학교폭력이 학교 밖으로 이동하면서 어떤 일이 생기고 있다고 보시나요.
이윤경: “학교와 교사가 학생 갈등을 다 밖으로 내쫓으면서 정순신 사태 같은 게 벌어지는 거고요. 지금 저희 심의팀에도 변호사들이 한 명씩 다 들어오니까 물어보면 한 건당 수임료 1000만 원부터 시작이에요. 2012년 학폭예방법이 강화된 이후부터 이미 학폭은 ‘시장’이 됐어요. 그래서 지금 어떤 사태가 벌어지냐면요. 지금은 이제 양쪽에서 다 변호사 선임하고 들어와요. 피해학생 측 입장에서 가해학생에 관한 조치가 원하는 대로 나오면요. 그걸로 끝이 아니예요. 그러면 피해학생 측에서는 학폭위 조치와 별개로 민사를 또 걸어요. 그래서 위자료 청구해요. 왜냐하면 변호사 수임료를 내야 하니까요. 이런 사례가 굉장히 많아지고 있어요.”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과 불신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과 불신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교사 입장에선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우울증에 걸릴 만큼 스트레스가 많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고,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무관심하거나 편파적이라는 불신이 쌓여 있는 상태인데요. 강민정 의원은 이런 상황을 “교사가 전화 한 통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죠. 이런 면에서는 학폭위 절차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고, 학교는 전담기구에서 1차적인 사안조사만 하는 게 교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반길만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긴 하고요.
이윤경: “교사 입장에서야 학부모가 무서워서라고 하지만, ‘귀찮아서’도 많아요. 그러니까 심지어 사안조사 과정에서도 A 학생과 B 학생 각각 진술서를 받고, 이 두 학생 이야기가 다르면 목격 학생을 어떻게든 찾아서 진술서를 받아야 하잖아요.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안 올라오는 조사 보고서가 너무 많고요. 그리고 2020년에 학폭위가 지원청으로 이관된 첫 해는 학폭 사안이 있는 학교 생활지원부장이라도 학폭위에 참석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심의할 때 학교에선 아무도 안 와요. 그러니까 그냥 서류만 보고 당사자들 얘기 듣고 심의하죠. 이게 서로 의견이 다르면 확인할 길도 없고요. 저희 참교육학부모회에서 접수한 상담 건 중에는 선생님이 학폭 관련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예 대놓고 ‘진술 거부하겠다’고 한다는 거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하나요.
이윤경: “두 학생 모두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그 학생들이 어떤 조치를 받았든 내일 또 와서 수업을 받아야 하고, 한 교실에 같이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잖아요. 그런데 계속 그렇게 너네끼리 밖에서 나와서 싸워라? 그러면 그 이후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거죠. 그거 딱 손 뗀다고 해서 이 갈등이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학폭위 조치로 상황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말씀에 아주 공감합니다.
이윤경: “피해학생의 회복이나 가해학생의 선도와 같은 목적을 중심에 놓고 보면, 피해학생이 뭐 때문에 힘들고 억울해하고 응어리가 남아 있는지를 들어줘야 되는 사람도 담임 선생님이에요. 그걸 얘기할 수 있게끔 자리를 만들어줘야 할 사람도 담임 선생님이라고요. 왜냐하면 계속 한 공간에서 내일도 보고 일주일 후에도 보고 계속 봐야 되니까. 그런데 이런 교사의 책임을 ‘나 몰라라’ 했을 때는요. 학폭이 그냥 학폭위 조치로 뚝 떨어져서 이것만 제거하면 되는 게 아니라 기존의 관계 속에서 그 이후로도 계속 발생할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맞폭’(쌍방 학교폭력)이 늘어나는 거예요.”
맞폭이요?
이윤경: “피해 신고에 맞대응해서 올라오는 맞폭이 지금 거의 50%까지 차지했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교사는 처음 의도는 그게 아니었겠지만, ‘나만 빠지면 돼’ 이렇게 했던 게 결국엔 교실 붕괴로 이어져요.”
말씀에 공감하지만, 학폭으로 인한 행정적인업무가 교과수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말씀하는 교사들도 많습니다.
이윤경: “학폭 행정 업무는 담임교사가 안 해요. 생활지도부장 선생님이 하죠. 지금은 학폭 신고가 됐다 하면요. 담임 선생님은 아예 손 떼고, 생활지도부장 선생님에게 연락하는 것부터 해요. 지도부장은 부장 교사고, 그 밑에 책임, 기획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학폭 신고가 되면요. 그 일은 생활지도부에서만 하고요. 담임 교사는 ‘학폭으로 하세요’ 하면서 완전히 손을 떼버리는 일이 많아요.”
학생도 교사도 방관자 만드는 제도
“방관자 친구들도 엄청난 피해자”라는 걸 좀 더 풀어서 설명해주신다면요.
김경희: “뉴스에 나올 정도로 심각한 사건이라면, 각 학급별로 회복적 교육 프로그램이 들어가야 돼요. 이미 학교에서는 소문이 다 나요. 이래서 죽었다고까지 아이들은 다 이야기해요. 그런데 수업시간에 어느 선생님도 여기에 관해서 이야기를 안 해요. 입 다물어, 그냥 이렇게 가죠. 심지어 자기 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데도 입 다물어, 이렇게 그냥 가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사안이 퍼지면 이미 애들은 다 알아요.”
교사는 학부모에게 시달리고, 교육지원청으로부터도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뭔가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하면 양쪽 학부모들에게 의심받고, 삐끗하면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고. 이중삼중의 애로사항을 말하는데요.
김경희: “어디어디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있었는데 우리 학교에도 빗대어 볼까, 이런 일 있을 때 너희는 어떤 느낌이야,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이렇게 이야기를 해야 돼요. 그래야 나중에 방관자 아이들이 그렇게 학습한 게 있으니까 그럴 기미가 보이면 ‘야, 네가 이렇게 말한 게 저 친구한테는 힘든 불편한 상황일 수도 있어, 그러면 안 돼, 멈춰!’ 해야 하는 건데,. 학교에서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 쉬쉬하는데, 심지어 우리 학교에서 학생이 죽었는데도 쉬쉬하잖아요. 말이 안 돼요.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방관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김경희: 집담회에서 우리 엄마들이 교복을 입고 역할극을 하는 이유가 학생들이 보라는 거예요. 너희들이 하는 행동을 직접 보라는 거죠. 교복을 입고 엄마들이 자기들을 연기하니까 학생들 눈이 반짝반짝하죠. 일곱 여덟 명 엄마들이 선생님 역할도 하고, 엄마 역할도 하고, 학생들 역할도 교복 입고 하니까요.
그래서 학부모들은 어떤 상황극을 연기하셨나요.
김경희: “작년까지는 공부 잘하는 얄미운 학생이 만만한 학생을 터무니 없이 왕따시키는 상황을 설정했는데, 이번에는 바꿨어요. 둘이 사귀는 관계고, 내가 여학생 애인이야, 내 남자친구가 내 친구한테 뭘 물어봐, 그런데 그냥 시험 범위를 물어본 거예요. 그래서 친구는 친절하게 알려줘. 그런데 누가 이렇게 나에게 말하는 거예요. ‘야, 네 남자친구가 누구랑 희희덕거리더라’ 그래서 ‘너 왜 내 남자친구랑 그렇게 얘기하는 거야? 왜 내 남자친구한테 꼬리쳐?’라고 물어보니까, 황당해서 ‘야, 그냥 시험 범위 알려준 거야’라고 하죠. 이 일을 계기로 그 친구를 완전히 따 시키고, 놀림거리를 만드는 거죠. 이번에 이렇게 각색을 했는데, 이런 상황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 반목과 불신의 골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다시 말씀해 주십쇼.
이윤경: “그래서 우리는 학폭법에 학폭위로 가기 전에 갈등 조정 과정을 필수로 둬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또 하나, 학폭위가 다시 교육지원청에서 학교자치위원회로 원상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원단체들이 반대할 것 같은데요.
이윤경: “네, 당연하죠. 전교조도 교총도 다 반대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요. 교사들께서 솔직하게 말하면 좋겠다는 겁니다.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한 건 업무절감을 위해서 그런 거라고. 국회의원들에게도 제가 강조했어요. 하지만 의원들은 안 된다는 거예요. 교원단체들이 다 반대해서. 그러면 저는 되묻고 싶어요. 학생들은요? 왜 학교 안에서 생긴 일을 학교 밖에서 해결하라고 하느냐고요.”
핀란드나 노르웨이의 학폭 예방 프로그램을 보면 학교 전체(whole-school)의 참여, 그리고 교사의 개입을 강조합니다. 학급 토론과 그룹 대화를 통해 목격 학생 방관자 학생들이 피해학생의 편에서 서서 그 행위를 저지할 수 있는 적극적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모두 ‘학교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윤경: “제가 아는 강릉의 한 학교는 학폭이 한 건도 없어요. 그 학교가 전교생이 100명 미만인 작은 학교이긴 한데 학폭 자체가 한 건도 없어요. 그 학교라고 왜 갈등이 없겠어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 있는데, 그런데 그런 갈등을 학폭위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 관계 속에서 푸는 거예요. 이 학교는 전교생이 놀이를 하는 학교예요. 그래서 저는 초등학교 학부모들이나 초등학교 선생님들한테 학폭 강의를 할 때 학폭의 대안은 놀이다, 이렇게 얘기해요. 서로 놀이를 하다 보면 같이 놀기 위해서 서로의 갈등과 의견 대립을 조정하거든요.”
대안으로서의 놀이, 교사에게 권한과 책임을
놀이가 갈등을 조정한다?
이윤경: “네, 참학이 오래 전부터 와글와글 놀이터라는 걸 계속했는데요. 이게 뭐냐면요. 학부모들이 ‘놀이터 이모’라는 이름으로 예를 들면 금요일 오후 2시면 항상 학교 운동장 놀이터에 이모들이 있어, 이런 식으로 계속 학교를 찾아 갔던 거예요. 전통 놀이 있죠? 오징어 게임이라든지 38선 놀이라든지 이렇게 같이 몸으로 이렇게 부대끼면서 노는 그런 놀이를 계속 했던 거예요. 그거를 본 떠서 가져간 게 강원도의 ‘놀이밥 100분’이에요. 지금은 교육감이 바뀌어서 제대로 안 되고 있지만요. 놀이만큼 아이들의 관계를 다져주고 갈등을 조정하는 게 없거든요. 그래서 놀이를 필수로 둬라. 특히 초등학교에선.”
아주 공감합니다. 그리고 정말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이윤경: “초등학교 경우에는 교과 시간 안에 놀이 시간을 반드시 둬라. 중간놀이 시간이 그래서 생긴 거예요. 근데 그것도 이제 다 또 없어졌잖아요. 그게 코로나 때문도 있겠고, 입시 위주의 교육도 있겠지만, 어쨌든 초등은 이 중간 놀이 시간이 그냥 필수로 있어야 된다고 봐요.”
그러면 중고등학교에선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요?
이윤경: “중고등은 지금은 다 없어진 HR이라고 부르는 ‘학급회의’, 예전에는 월요일마다 있었거든요. 일주일에 한번씩, 꼭 그 학급 회의를 했다고요. 그래서 우리 반의 문제가 무엇인지 서로 의견을 얘기하면서 ‘그거는 이러저러해서 아닌 것 같아’ 이런 조정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지금 아예 없죠.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으로 하면서 그 시간에 다 교과 대체를 하고 있죠. 그래서 뭔가 더 나아지려고 대책을 세워야 되는데요. 계속 잘못한 사람을 격리시키고, 아예 쫓아내고, 거기다가 이제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쪽으로 그렇게만 가는 거죠. 안 없어져요, 이러면. 교사의 중재가 가능하게끔 법이 개정돼야 돼요. 그걸 필수로 거쳐서 심의에 접수하게끔 갈등 조정과 중재, 이런 걸 더 강조해야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교사에게 일정하게 권한을 부여하고,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조금씩 늘려가야 된다, 이렇게 이해해도 될까요?
이윤경: “권한 더하기 의무예요. 교사가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인데 어떻게 보면, ‘우리는 그럴 의무가 없어요’라고 이제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거거든요. 이거는 당연히 교사가 할 일이에요. 교사가 교육을 하지 않는 순간, 이 학폭은 그저 행정절차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학교는 더는 교육기관이 아닌 게 되는 거죠. 그건 학교가 교육기관이기를 포기한 거예요. 학교에서 갈등 중재를 하라는 건 교사만 하라는 게 아니고요. 예전 자치위원회에서도 교사만 있었던 게 아니라 학부모 위원과 전문위원, SPO(학교전담경찰관)랑 변호사랑 다 들어갔었단 말이에요. 그 기구를 다시 부활시키고, 처벌이나 조치를 위한 기구가 아니라 화해와 중재를 위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현재는 이런 제도가 전혀 없나요.
이윤경: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그런 말씀을 하세요. 이미 ‘이런 제도는 다 있는데 피해자가 선택을 안 할 뿐이에요’라고. 그거 맞아요. 경기도는 그게 굉장히 잘 돼 있어요. 경기도에서 제일 먼저 시작해서 화해중재단이 지금 25개 교육지원청에 다 구성이 돼 있는데요. 서울 같은 경우는 그걸 형식적으로 갖춰놨지만, 저희 심의위원 받아보는 사안조사서에 ‘안내를 받았습니까?’ 하는 항목이 있어요. 거기 안내 받았다고 체크돼 있긴 하지만, 그 제도를 신청한 학부모는 거의 없어요. 왜냐면 이 화해와 중재를 위한 기구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고 홍보조차 제대로 안 돼 있는 거예요. 화재중재단이 뭘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는 걸 알지 못하니까 다 신청 안 해요. 그러면서 서울시교육청은 ‘있어요’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네, 맞아요. 그런데 있는 것뿐이에요. 누구도 노력하지는 않아요.”
치유와 반성을 위한 교육과 행정
어떻게 하면 피해학생도 치유받고, 가해학생도 반성할 수 있을까요.
이윤경: “지금처럼 이렇게 3호 조치, 6호 조치, 이렇게 조치로서 하면 절대로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반성하지 못해요. 그러니까 이 학생한테는 정말 상대방 아이가 뭐 때문에 힘들어했는지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켜야 하고요. 그래야 반성할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가 지금 가해학생한테도 잘못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가해학생도 피해자라는 게 자기가 뉘우치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나 교육을 받지 못하는 거에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수 있는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이윤경: “피해학생을 이해할 수 있게끔 하고, 그 학생이 나 때문에 마음에 이런 상처를 입었구나 하는 걸 반성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하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무조건 조치로만 내려지잖아요. 그러면 진짜 이거는 면죄부예요.”
김경희: “학습의 계기가 돼야 해요. 예를 들면 우리 학교 3학년 몇반에 학폭 사안이 일어났다면, 그 내용에 관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해야. 왜 쉬쉬하느냐고요.”
4.12 종합대책에도 일부 포함됐지만, 법률 지원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윤경: “교육청에 예를 들면 국선 변호사 같은 변호사를 두고, 그렇게 무료로 법률 지원을 해준다든지 어려운 상황인 분들에게 법률 지원을 해달라고 하면, 그걸 교육청이나 교육부나 뭐라고 하냐면요. 그런 제도는 이미 갖춰져 있는데 그들이 신청을 안 할 뿐이라고 얘기해요. 그런데 그런 답변이야말로 하나마나한 얘기예요. 왜냐면요. 그분들(법률적인 조력이 필요한 분들)은 이런 게 있는지도 몰라요.”
이런 행정서비스 정보에 관한 불균형도 아주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윤경: “그러니까요. ‘찾아가는 복지’가 돼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전화도 해봤어요. 통합지원센터라고 교육청에 학폭 담당 지원센터가 있어요. 제가 일부러 전화해보니까 ‘저희는 교사들을 변호하는 변호사지 학부모나 학생을 상담하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이렇게 말해요. 현실이 이 지경인데, 교육청에서는 변호사가 있다고, 지원 시스템이 있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그럼 똑같은 거예요. 그렇게 정말 필요한 사람들한테는 그림의 떡인 거예요. 그런 시스템 자체가.”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어떻게 찾아가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이윤경: “이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담임 선생님이란 말이에요. 근데 담임 선생님들이 그런 조력 제도를 학부모께 ‘이런 데 전화해 보세요’라든지 하고 알려주지 않으면 대다수 학부모는 잘 몰라요. 1차적인 대응이 제일 필요한데, 지금 1차적인 대응을 다 학교 바깥으로 넘겨버리는 게 제일 문제인 거예요.”
즉시분리 제도의 치명적인 약점: 악용 가능성
즉시분리 제도가 악용 사례가 많다고요?
이윤경: “가령, 일단 신고를 하는 거예요. 그러면 상대방이 3일 못 들어오잖아요. 그게 학교에 오지 못하는 게 아니라 학교 안에서 다른 공간에 분리가 되는 거예요. 교실에 못 들어오는 건데 그걸 7일로 늘린다잖아요.”
즉시분리 제도는 학가협(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에서는 그래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대책 중 하나인데 말이죠.
이윤경: “학가협에서 이탄희 의원을 찾아가서 만든 제도가 맞아요. 그런데 즉시 분리는요. 오로지 일방적인 신고만으로 이뤄져요. 그러니까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는 거예요. 먼저 신고한 사람이 무조건 유리해요. 내가 피해자다라고만 주장하면 사안조사 전에 즉시 분리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즉시 분리를 해버리는 거예요. 최소한의 증거도 없고, 신고도 진술서나 확인서나 이런 걸 쓰는 게 아니에요. 그냥 ‘신고’만으로 즉시 분리가 되는 거예요.”
학교폭력예방법상 ‘즉시분리 제도’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사건을 인지한 경우 피해학생의 반대의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지체 없이 가해자(교사를 포함한다)와 피해학생을 분리하여야 하며, 피해학생이 긴급보호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제1호(심리상담/조언), 제2호(일시보호) 및 제6호(그밖의 보호조치)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의 장은 심의위원회에 즉시 보고하여야 한다.” – 학폭예방및대책법 제16조 제1항 중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주신다면요.
이윤경: “저희에게 상담하신 분 사례인데요. 3명한테 왕따를 당했다고 해서 사안을 접수했는데, 그 3명 중 한 학생의 보호자였어요. 그런데 자기 아이는 그 상황에 있지도 않았고, 가해학생들과도 그렇게 관련이 없다고, 신고한 학생이 오해를 했을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걔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착각할 수도 있는 건데, 그 신고만으로 이제 그 3명이 다 즉시 분리되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3일이었던 것도 사실 굉장히 억울한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이걸 7일로 연장해버리면… 그게 만약 시험 기간이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교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별도 공간에서 분리돼야 하는 거거든요. 그렇게 도서관이 됐든, 상담실이 됐든 아예 그 신고 학생 근처에 못 가는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그게 ‘오해’였거나 ‘착각’이었으면, 이 신고당하고 즉시 분리된 학생의 권리 침해는 어디에서 보상받을 수 있나요? “
착각에 의한 신고는 별론으로 즉시분리를 악용한 게 상당히 의심되거나 밝혀지면 제재 수단은 없나요?
이윤경: “없어요. 패널티 없고요. 그냥 ‘어 미안, 잘못 알았어’ 이러면 끝인 거예요.“
법 조항의 문구를 보면, “피해학생의 반대의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지체 없이 가해자와 피해학생을 분리하여야”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학교장의 재량이나 판단으로 즉시분리를 하지 않을 수는 없나요?
이윤경: “학교장은 선택권이 사실상 없어요. 피해 측에서 즉시 분리까지는 안 해도 돼요라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면 그냥 즉시 분리가 원칙인 거예요. 2021년 6월부터 이게 원칙이예요.”
대안, 학폭위 전 단계 갈등 조정 필요
드라마 ‘더 글로리’는 어떻게 보셨나요.
이윤경: “저는 그런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되게 걱정이 되는 게 그래서 엄벌에 처해야 돼, 결론이 늘 그렇게 나요. 저는 그게 제일 겁나는 거예요. 연진이 같은 애들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저는 사실 피해학생 학부모였거든요. 그런데 이런 제도는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거예요. 피해자한테도 도움이 안 돼요. 제가 왜 이렇게 얘기하느냐면요. 말로만 ‘모든 아이가 우리 아이’라고 얘기하고 있거든요. 실상은 지금 아이의 미래를 완전히 망쳐 놓는데요.”
이윤경: “정순신 때문에 너무 화가 나는 게 그거예요. 이제 생활기록부 기재에서 대학 입시 반영까지 갔잖아요. 제가 대학교육협의회 회의에도 참석하는데요. 이제 학폭을 대학 입시에 반영해야 한다고 교육부에서 공문이 내려온 거예요. 어떻게 반영할지 총장님들 고민해 주세요, 그걸 지금 대학교육협의에서 논의하고 있어요. 그런데요. 소년범도 생활기록부에 기재 안 해요. 소년범도 생기부 기재를 안 하는데 학폭만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대학입시에까지 반영한다는 거예요. 이거 굉장히 불공평한 거거든요.”
2012년 학폭의 생활기록부 반영 이후 이번 4.12 대책에서 대입 정시에 반영하겠다고 하는 건 두 번째 폭탄이 될 거 같습니다.
이윤경: “이거는 학생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어떤 무기로 사용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 사회가 어른들이 똘똘 뭉쳐서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너희들은 그냥 영원히 매장시킬 거야, 이런 식으로 협박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정말 그렇게 될까요? 제2 제3의 정순신이 계속 나오죠, 당연히.”
학생들을 매장시키겠다는 어른들의 엄포다?
이윤경: “협박이고, 엄포죠. 정말 비겁한 거예요. 저는 어른들도 똑같이 음주운전 같은 교통범죄에 그대로 적용시키라고 하고 싶어요.”
김경희 : “이렇게 하면 좀 줄어들겠지? 그렇지 않아요.”
평소 생각하신 교육적 대안이 궁금합니다.
이윤경: “두 가지만 말씀을 드리면요. 학폭위에 올라오기 전에는 반드시 이 갈등조정이나 화해중재 과정을 필수로 거치게끔 그렇게 보완을 해야 되고요. 현재의 전담기구가 사실 이 역할을 잘 못해요. 그러니까 화해중재단이나 갈등조정단을 교육청마다 두고 있는 곳이 많으니 거기에서 파견을 하는 거죠. 전담기구가 별도 컨설팅처럼 신청하면 그들이 가서 해주는 거, 이게 1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담기구와 병행해서 학폭 사안을 중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두 번째로 학교도 좀 패널티가 있어야 돼요. 예를 들면 제가 지금 지원청에서 심의위원을 하면서 어떤 학교는 1년 동안 학폭 건수가 10건도 안 돼요. 어떤 학교는 53호까지 올라오는 경우도 봤어요. 그러면 이 기준을 정해서 1년에 10건 이상이 된 학교들에는 장학지도라는 게 있어요. 학교에는 장학지도를 필수로 받게끔 하고요. 왜냐하면 학폭이 많다는 건, 그 교육 공동체가 깨진 거예요. 그러면 그런 것들을 줘야 되는데 이건 절대로 안 받아들이겠죠.”
솔루션 기획 및 취재팀
슬로우뉴스의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는 주제를 선정해 집중 취재한 뒤 순차적으로 연재합니다.
기획 및 취재: 이정환, 민노씨. 기획 협력: 김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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