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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0년차 최 과장이 회사의 경비 지원에 힘입어 도전(?)한 ‘하노이 한 달 살기’, 그 소소하고 행복한 여행의 기록을 연재합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특정 회사의 상품과 서비스는 전적으로 필자의 취향이며 대가 관계가 없습니다. (편집자)

  1. 여행 준비
  2. 마트를 찾아서 
  3. 제 방을 소개합니다
  4. 일곱 개의 추억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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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 처음 방문하게 된 것은 2015년 혼자 배낭여행을 짧게 왔을 때다. 그 첫 느낌이 너무 좋아서 2018년 엄마와 동생과 함께 두 번째로 방문했었다. ​

그래서 오늘은 예전 두 번의 하노이 여행에서 갔었던 곳들을 찾아가 보기로 컨셉을 잡아봤다. 아직도 그 자리에 있을까? 혹시 없어졌을까? 어떻게 변했을까? 거짓말 조금 보태 예전 동창을 만나는 느낌처럼 마음이 콩닥콩닥 조금씩 설레기 시작했다.

하나, ‘리 타이 또’ 동상이 있는 공원

​천천히 걸어서 먼저 도착한 곳은 ‘리 타이 또’ 동상이 있는 공원이다. 974~1028년까지 54년을 살다 가신 베트남 리왕조의 초대 황제라고 한다. 우리나라 조선의 태조 이성계 같은 느낌이랄까.

공원에서의 추억은 2018년 엄마와 같이 아침 산책하다가 우연히 공원에서 체조하는 사람들을 보고 같이 따라 하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다. 아래 사진은 2018년 엄마와 공원 체조 중인 모습.

둘,  호엔끼엠 호수

그다음 호엔끼엠 호수로 가 보았다. 비가 올랑 말랑한 꾸리꾸리한 날씨에도 호엔끼엠의 편안함은 그대로 변하지 않았다. 호수에 손을 푹 담고 있는 오래된 나무들을 보면 왠지 신비한 사연이 숨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이름은 모르는 작은 개선문(?), 너도 아직 공원을 지키고 있구나~!

대왕 거북이가 입으로 큰 검을 건넸다는 전설이 있는 호수 중앙에 있는 거북이탑. ​

호엔끼엠호수의 신비로운 편안함에 잠시 벤치에 앉아있으니 2015년 첫 방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공산주의 국가라 굉장히 경직된 분위기일 거로 생각했었지만, 막상 이 호수에서 만난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 여유롭고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힐링이 되었었다.

셋, 호수 맞은편 ‘리틀 하노이 호텔’

그다음 찾아간 곳은 호엔끼엠 호수 맞은편의 작은 호텔이었다. 2015년 하롱베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마지막 이틀을 묵었던 곳이다. 그때 기억에 하루에 13,000원이었지만, 엄연히 조식까지 나오는 호텔이었다. 건물 외관이 공사 중이라 없어진 줄 알았는데 기억을 더듬어 골목으로 들어가자 ‘리틀 하노이 호텔’이 아직도 반갑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호텔에서 만났던, 남편을 잃고 아이 둘을 데리고 배낭여행 중이었던 프랑스에서 온 젊은 여성분은 지금은 잘 살고 있겠지?

넷, 하노이의 심장 ​‘동킨 응이아툭 광장’

그다음 발길을 옮긴 곳은 하노이의 상징 같은 ‘동킨 응이아툭 광장’이었다. 이곳은 세계 각지에서 온 배낭 여행자들을 거의 다 만나볼 수 있는 구시가지 여행자 거리에 위치해 있다. ​여기서 내 추억의 음식은 에그 커피, 추억의 공간은 실크 판매점이었다. 너무 일찍 왔는지 문이 닫혀 있어서 점심을 먹고 다시 방문하였다. ​

이곳은 2018년 가족여행 때 엄마가 너무 마음에 들어하시는 핸드메이드 실크 스카프를 구매했던 추억이 있던 곳이다. 물론 이번 하노이 여행에서 엄마가 스카프 몇 개만 더 사다 달라고 부탁하셔서 일부러 들른 이유도 있다. 카카오 페이스 톡으로 한국에 계신 엄마와 통화하며 원격으로 고른 스카프 5개~ 우리 돈으로 총 5만 원 정도에 구매 성공!!

다섯, 나를 위로해줬던 쌀국수집

​이제 슬슬 배가 고프네… 점심 먹으러 향한 곳은 2015년 하노이 방문 첫날, 공항에서 바가지 택시 아저씨와 대판 싸우고 안좋은 마음으로 숙소에 도착한 후 헛헛했던 내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줬던 닭 쌀국수다.

​그때 기억은 너무 지쳐있던 나에게 국물 한 모금으로 눈물이 날 정도로 큰 위로가 되었었던 좋은 기억의 쌀국수집… 아직도 그 자리에 있을까? 기억을 더듬어 가며 찾아갔는데 아직 그대로 있었다!  ​

8년만에 찾아간 가게(왼쪽), 8년 전인 2015년에 앉았던 자리와 먹었던 닭쌀국수(오른쪽 상하)

​두근, 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2015년 때와 똑같은 자리에 앉아 쌀국수 한 그릇을 주문했다. ​드디어 나온 닭 쌀국수(Pho Ga), 국물을 한입 떠먹는 순간… 헐~~~ 이래서 첫사랑은 다시 만나는 게 아니었던가…. 8년 전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의 느낌은 향신료가 많이 가미된 맛으로 바뀌어 있었다(ㅠㅠ). 가게 주인이 바뀐건지, 내 입맛이 바뀐건지, 아니면 그때의 상황이 바뀐건지, 분명한 건 무언가는 바뀌어 있었다.

뭔가 변해버린 맛….ㅠㅠ

아쉬운 마음에 다 먹지 못하고 다음 쌀국수 집으로 향했다. ​이번 쌀국수 집는 진한 갈비탕 느낌의 쌀국수 집으로 베트남 쌀국수는 무조건 향신료가 들어간다는 내 고정관념을 깨뜨려준 가게였다. 너무 맛있어서 2015년, 2018년 두번이나 찾아갔던 곳이다. (두번째) 헐~~~ 맞다. 여기는 영업시간이 친절하지 않았었다. 지금은 브레이크 타임(ㅠㅜ)…. 주인 아저씨가 저녁에 사용할 육수를 열심히 만들고 계셨다. 괜찮다. 난 앞으로도 시간이 많으니까! ㅎㅎ ​

너무 맛있어서 이 국수집(‘퍼지아쭈엔’)처럼 두 번이나 찾아간 곳이 또 있다. 바로 ‘분짜닥킴’이다. 여전히 사람이 많구나~ 요기도 다음에 와야지~^^* ​

다리가 살짝 아파 카페에서 살짝 쉬어 가기로 했다. 베트남 연유커피를 시원하게 한잔하면서 맞은편 거리 풍경을 감상했다.

참고로 베트남의 독특한 건물 모양(가로는 좁고 안으로 깊이가 긴 형태)은 세금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과거에 사유재산을 인정하기 시작할 때 건물에 대한 세금을 도로에 인접한 건물의 가로폭으로 기준을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명한 절세를 위해 지금의 건물 형태가 생겨났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그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재미있는 이야기다.

막간, 우연히 눈에 띈 한글 간판 ‘네일 아트’ 가게

​커피 한잔하면서 쉬고 있는데 내 손톱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삐뚤빼뚤 깨지고 금이 간 내 불쌍한 손톱을 보다가 우연히 커피숍 맞은편에 한글로 친절하게 ’네일 아트‘라고 쓰여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간단하게 손톱 정리만 받고 나오자.’

​가게 안에는 강렬한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사장님이 앉아계셨다. 구글 번역기로 ’손톱이 약하다, 손톱 정리를 하고싶다‘ 보여드렸더니 젤네일이 더 스트롱하다고 추천 해 주셨다.

나는 ”오케이~“

네일사장님 “프라이스; 가격이….”

나는 ”가격~ 노 프라블럼~ 오케이~“

​한국에서는 비싸서 네일샵에 절대로 가지 않던 내가 무슨 객기로 노프라블럼을 남발하고 있을 때 네일 사장님은 손톱 색깔을 고르라며 큰 판대기 2개를 보여주셨다. 이놈의 결정 장애….ㅠㅜ 나는 그냥 사장님을 가리키며 “디스 칼라~”라고 외쳤다! 사장님의 강렬한 보라색 티셔츠 색깔이 나의 초이스!

그렇게 손질을 받던 중간에 갑자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다시 나는 구글 번역기로 “왼쪽 엄지손톱만 베트남 국기를 그려주시겠어요?” ​

네일 사장님의 대답 “ 노 프라블럼~!” ^^*

​갑자기 빨간색과 노란색 매니큐어를 가져오시더니 그림을 그리신다. 짜잔!! 이게 바로 그 결과물!!! ㅎㅎ 노란 별을 나름 귀엽게 해석하신 것 같다. ㅋㅋㅋ

​젤 네일 금액은 총 6,500원. 이 정도 가격이라면 완전 만족이다!

여셧, 성요셉 성당

계획에 없던 네일 아트로 한껏 업된 발걸음으로 이번에는 성요셉 성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내 동생이 다시 가고 싶다는 ‘응우옌 신’ 레스토랑.

그리고 성요셉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엄마랑 동생과 함께 커피를 마셨던성당 바로 옆 3층 커피숍을 들렀다. 3층에서 만난 중국 어머님들 기념사진 열심히 찍어드리고, 이번에는 18년 가족여행 때 묵었던 호텔을 보러 이동했다.

​걸어서 이동하는 도중 눈이 마주쳐서 차마 거절 못 하고(ㅠㅜ), 알면서 바가지 쓰게 된, 길거리 과일 아주머니… 망고 1개만 달랬더니 바나나 한 개 더 넣어주고 잔돈을 안 준다(ㅎㅎ). ‘아주머니가 행복하시면 저도 행복합니다.’^^* 5만동의 행복(ㅋㅋ).

또 하노이 거리에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호객행위가 생겨났다. 바로 운동화 즉석 세척이다. 내 신발을 보고 계속 “아디다스~ 헤이~ 아디다스~~!!” 하며 따라오신다. 우리나라 메이커였다면 못 읽으셨을 텐데…ㅋㅋㅋ

일곱, 메디아 호텔 혹은 구 메라커스 호텔 ​

오늘 추억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메디아 호텔‘(구 메라커스 호텔)이다. 2018년 동생과 엄마와 2박 3일 동안 묵었던 호텔이다. 규모는 작았지만, 너무나 친절한 직원들과 예상 밖으로 정말 맛있는 조식으로 아직도 가족들과 하노이 여행을 회상하면 꼭 다시 오자고 얘기가 나온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왜 내가 하노이 한 달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는지 새삼 생각이 났다. 이런 좋은 추억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여행 기간이 길게 남았지만, 이번에는 또 어떤 새로운 추억을 만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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