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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0년차 최 과장이 회사의 경비 지원에 힘입어 도전(?)한 ‘하노이 한 달 살기’, 그 소소하고 행복한 여행의 기록을 연재합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특정 회사의 상품과 서비스는 전적으로 필자의 취향이며 대가 관계가 없습니다. (편집자)

  1. 여행 준비
  2. 마트를 찾아서 
  3. 제 방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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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연고와 쌀국수는 성공! 과일은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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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끝에 난 물집은 하룻밤 사이에 검지 손톱만 하게 퍼져있었다.  몸도 으슬으슬~ 가져온 전기방석과 전기히터 틀어놓고 이불 속에 푹 숨어있었다. ​

‘안되겠어…. 아쉽지만 오늘은 그냥 푹 자자!’ 

욕심을 버리고 컨디션 조절을 위해 오늘은 숙소에서 푹 쉬기로 결정! 일단 입술에 붙어있는 물집들을 떼어내려면 헤르페스 연고가 필요하다. 검색을 하니 누군가가 친절하게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

‘이제 약국을 찾아가야 하는데…. 오늘은 또 약국 찾으러 얼마나 헤매야 하나….’

어제의 기억을 되새기며 구글맵을 열었다.

‘pharmacy'(약국) 검색!!

아싸~! 약국이 바로 숙소 건너편에 있었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숙소 건너편이 하노이 약학대학이었다(ㅎㅎㅎ). 한국과 다른 언어, 낯선 간판들이라 외관만 봐서는 아직 분간이 잘 안된다. ​따뜻하게 옷을 챙겨 입고 나와 1분 만에 약국 도착! 

휴대폰에 미리 캡처 해 놓은 사진을 보여주니 흰 가운을 입은 약사님께서 친절하게 연고를 꺼내주셨다. 헤르페스 연고 한 개와 만능 연고로 통한다는 ‘SILKRO’라는 연고 하나를 구매했다. 연고 가격도 매우 저렴한 편.

‘이제 점심을 사고 숙소로 들어가서 약 먹고 자야지.’ ​어제 빈 마트를 다녀오면서 냄새가 아주 좋은 길거리 쌀국수 집이 생각났다. 어제 기억을 더듬어 가며 쌀국수 집을 찾아갔다. 젊은 남자 2명과 어린 여학생 한 명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

최 과장: “포(pho) 원 플리즈~”

남자 사장 : “오케이”

최 과장 : “테이크 아웃 플리즈~”

남자 사장 : “오케이”

내 말을 알아듣는 게 아니라 나의 손동작을 이해하는 거다. 역시 여행에서는 손짓 발짓 커뮤니케이션이다!  남자 사장은 도마 위에 세 가지 종류의 고기 중 고르라고 한다. 난 제일 빨간 놈을 골랐다. 두 번째 남자 사장인 나에게 소스를 머머 가져갈 건지 고르라고 한다. 라임과 마늘 피클(?)을 골랐다. 어눌한 소통이었지만, 나름 원하는 건 득템한 거 같다. 처음으로 쌀국수 포장 성공!!

​숙소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과일이 먹고 싶어져서 과일가게에 들어갔다. 샤인 머스캣 하나를 골랐다. 점원이 나와서 고른 샤인 머스캣을 저울에 잰다. 금액을 말해준다. 헉….! 480,000동!! 순간 고민했지만 나를 바라보는 점원 눈빛에 밀려 500,000동을 내어주었다. 한국보다 더 비싼 25,000원짜리 포도 한 송이~ 그래, 나의 비타민 보충을 위해 투자하겠다!

한국보다 비싼 48만동(25,000원 상당)의 샤인머스켓 1송이

숙소에 도착해서 1층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하고, 밖으로 나와 숙소 경치를 감상했다.

아래는 내가 묵고 있는 6 레 타인 똥 빌딩 외관 모습.

아래는 숙소 1층 주변 풍경.

​아래는 2층 테라스에서 항상 보이는 건너편 집 모습.

​아래는 1층 카페 Sii Coffee 모습. 그리고 서 계신 분은 웃으며 나에게 말 걸어주는 착하고 친절한 직원이다.

포장해온 쌀국수는 어제 남은 김치와 함께 세팅~! ​우선 따뜻한 국물을 마셔보았다. 오, 완전 갈비탕이다! 내가 고른 고기는 소고기인 거 같다. 면도 부들부들 탱글탱글 엄청 맛있다. 길거리 쌀국수 먹어보기 성공! 이번엔 함께 주신 라임을 국물에 넣어 보았다. 으음….한국에서 파는 전형적인 쌀국수 맛이다. ‘괜히 넣었나?’ ㅠㅜ 그다음엔 마늘피클(?)을 넣어 보았다. 헐…. 넣지 말 걸!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원래 국물이 훨씬 더 감칠맛이 좋다. ​

이제 약 바르고 약 먹고 다시 잔다. 제발 내일 아침은 상쾌하게 일어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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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날:
“제 방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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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은 비도 주룩주룩 내리고, 몸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 계속 잠만 잤다. 여행 와서 이렇게 숙소에서 잠만 잘 수 있는 것도 바로 한 달 살기의 매력~! 3박 4일, 5박 6일 여행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나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 좋다. ​

점심쯤 눈을 떠서 1층 카페에서 커피를 사고 올라오면서 오늘은 내가 한달동안 함께 지낼 내 방을 소개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과 다르게 이틀 동안 계속 방안에만 있어서 그런지 이제는 내방과 꽤 많이 친해진 거 같다.

아래는 내가 이틀 동안 거의 살고 있는 침대. 보기와는 다르게 움직일 때마다 끽~ 끽~ 소리를 낸다.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지금은 신경을 거의 쓰지 않는다. 침대 매트리스의 쿠션감 또한 끽~ 끽~ 이다. ㅎㅎ. 쿠션감 좋은 매트리스는 편안함이 있지만, 왠지 내 거란 생각이 안 든다. 이렇게 끽~끽~ 대는 침대가 훨씬 더 재미있고 정이 간다. 오른쪽 스탠드 조명 앞에 있는 기다란 장비는 방 공기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히터(^^).

아래 사진은 요번 여행의 히든템 전기방석! 원래는 푸꾸옥 가족여행 때 엄마를 위해 준비해 간 건데 도착하자마자 바로 꺼내서 연결했다. 이놈 때문에 이틀 동안 감기약 먹고 따뜻하게 땀 빼고 푹 잘 쉬었다.

​아래 사진은 침대에서 바라본 모습. 그리고 입주한 첫날부터 24시간 내내 켜져 있는 넷플릭스. 그리고 TV 오른쪽에는 가져온 아이템으로 살짝 꾸며보았다.

​이번 여행 중에 또 하나의 미션인 김양숙 시인의 시집 두 권, 그리고 오랜만에 잡생각을 끄적거릴 작은 스케치북과 색연필 그리고 용도 모를 검은 고양이 스펀지(ㅋ).

침대 오른 편에는 이 방에서 최고로 애정 하는 테라스가 있다.  테라스에서 본 풍경은 내가 원하던 모습이다. 정신없이 어질러진 전선들, 나무와 화분들, 여유 없이 딱딱 붙어서 지어진 좁고 길다란 건물들…. 이 안에서 진짜 베트남 안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

아래 사진은 숙소 앞에 작은 쉼터 같은 공간이다. 비가 안 올 때는 동네 어머님들이 여기 모여서 담소도 나누고 아이들도 맘껏 뛰어논다. 오른쪽 사진은 건너편 미용실인 것 같다.

테라스에서 보는 하늘은 우중충하다. 베트남은 지금 건기라고 해서 비가 올 거라는 걱정 안 했는데…. 아마도 내가 있을 한 달 동안 날씨는 계속 이렇게 우중충할 거 같다. 적어도 이번 하노이 여행에서 햇빛에 탈 일은 없을 것 같다.  ​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이곳은 작은 창문과 그 아래 소파. 창문을 열면 맞은편 집들이 보인다. 근데 아마도 이곳 커튼을 열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그리고 아래 사진은 약간 중후한 느낌의 장롱. 장롱 안은 깔끔하다. 여분의 베개와 이불도 있고 다리미도 있다. ​

장롱 옆에는 선풍기, 그 위에는 에어컨이 있다. 여름에 왔다면 쓸 일이 많았겠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을 거 같다. ​ 아래 벽에 걸려있는 옷은 원래 푸꾸옥을 위해 가져온 수영 타월 가운이지만, 방안을 조금 더 따뜻한 느낌으로 꾸미기 위해 옷걸이에 걸어봤다. 나름 더 내 방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든다(이 아이는 나만의 비밀을 가진 히든템이기도 하다.ㅋ).

​아래는 책상 겸 화장대다. 상비약과 화장품을 다 수납할 정도로 넉넉하다. ​

마지막으로 내 방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곳! 바로, 천장이다!!  천장의 쑥색도 마음에 들고 전등이 연결된 모양도 마음에 든다.

이 방의 가장 큰 매력 아닌 매력은 소리다. 물건마다 각자 자기 소리를 낸다.  아까 말한 침대도 움직일 때마다 ‘끼~익~ 끽~ ’ 자기 소리를 내고, 장롱도 가끔씩 ‘딱!! 딱!!’ 소리를 낸다. 건물 자체도 소리를 낸다. 갑자기 ‘둘둘둘둘~~’ 큰 팬이 돌아가는 소리, 또 ‘떼레레렐~~“ 방 크기만 한 전화기가 울리는 소리.  ‘크어어억’ 거대한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처럼 건물이 살아있다! ㅎㅎㅎ

​이러한 소리들이 천장의 모습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 물론 외부 소리도 참 잘 들린다. 오토바이 소리, 개 짖는 소리, 아주머니들 수다 떠는 소리 등등… 만약 편안하고 조용한 휴식을 원한다면, 이 숙소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재미있는 경험을 원한다면, 나는 내 방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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