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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디아망’은 경기도 용인시 서천동에 위치한 제과점으로 빵과 케이크와 커피 음료를 파는 소담스러운 가게다. 2020년 여름께 문을 연것으로 보이는 이 가게는 흔히 다른 베이커리나 카페들이 그렇듯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들었고, 다시 1년이 지나서는 트위터에도 가게를 알리기 위한 계정을 개설했다.

케이크 디아망의 작은 기적 (ft. 사자솜) 

그리고 코로나가 모두를 덮치는 나날 사이 가끔씩 타임라인에 먹음직스런 빵 사진과 가게 풍경이 스쳐갔고 그렇게 많은 반응이나 눈에 띄는 일은 없었던 가게 계정은 그럼에도 꾸준히 트위터 활동을 이어가다 2022년 8월 30일 추석에 맞춰 제과선물세트 출시 소식을 알렸다.

물론 그 트윗 역시 여느때처럼 몇 안되는 반응과 각자 바쁜 트윗 일상에 묻혀 지나가고 있었다. 이틀뒤 다른 트윗 계정 ‘사자솜’이 생소한 하소연으로 인용 트윗을 쓰기 전까지는.

여러 작품과 상품을 개발하는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사자솜은 저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웹툰 창작과 관련 전시회부터 의류와 팬시 문구 판매까지 다방면에서 손님을 맞는 자영업자다.

아직 큰 상업적 판매와는 거리가 있어보였지만, 그의 재미있고 개성적인 디자인과 상품에 끌린 사람들은 적지 않아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이 꽤 있던 ‘사자솜’은 ‘케이크 디아망’을 잘 알고 있었다. 친절하고 맛있지만 항상 손님은 없어 보였던 제과점, 그리고 다들 힘든 코로나 덕에 더욱 위태해진 가게사정 그럼에도 맛있는 제품을 여전히 부담스럽지 않은 값으로 내놓지만 팔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 사실에 누구보다 안타까웠던 사자솜이 올린 트윗 한 개가 어떻게 퍼져나가게 될지는 아마 작성자인 사자솜도 예측하지 못했을 거다.

갑작스런  ‘행복한 위기’와 ‘남다른’ 직원 그리고 숨겨진 사연들

케이크 디아망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는 직원은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 공간에 적합한 마케팅 능력과 유연한 소통 태도를 지닌 ‘남다른’ 이였다.

갑자기 큰 반향을 일으킨 트윗 하나로 예상치 못하게 ‘행복한 위기’를 맞이한 케이크 디아망은 가게의 일반 영업을 중지하고, 쏟아진 주문을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 성사시켜나갔다.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짧은 트윗으로 가게 근황과 온라인에 쏟아진 손님 대응까지 해냈다. 그렇게 케이크 디아망의 놀라운 트위터 운영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가게가 어떤 가게였는지 그리고 왜 이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건지 널리 퍼뜨리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자신의 가게를 제치고 케이크 디아망의 주문 폭주 사태 처리를 돕게 된 분이라든지, 인근 학교 학생들이 도우러왔다든지, 예전에 안팔리던 세트가 너무 안타까워 사장 몰래 직원인 자신이 사서 응원으로 하나를 보탰던 이야기라든지, 어려운 와중에도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그 발생한 매출을 선뜻 나눠주던 이야기라든지, 주문이 폭주해 일 자체가 어렵고 힘들어졌을 때 그 상황을 웃음기 어린 소동으로 묘사하고 그 모든 이야기를 사장 모르게 쓰다가 결국 트위터 계정을 뒤늦게 개설해 그간의 트윗을 보게 된 가게 사장의 근황과 심경까지…

9월 2일에 촉발된 작은 케이크 가게의 이야기가 일주일이 더 지난 현재까지도 계속 트위터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관심과 응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행복한 위기를 잘 헤쳐 나간 디아망,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숨겨진 흐뭇한 사연들.

디아망의 기적이 떠올리게 한 그림 형제의 ‘요정과 구두장이’

문득 이 이야기는 말 그대로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동화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러니하게 이 이야기와 닮은 동화의 원형이 떠올랐다. 19세기 독일의 민담 수집과 동화 구성으로 널리 알려진 그림 형제(1785-1863)의 동화 중 1812년 발행된 [요정과 구두장이] (요정 이야기의 첫째편)가 말이다.

구두를 만들지만 정작 가죽이 모자라 한 켤레도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사정의 가난한 수선공이 어느날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구두를 만들어 팔고, 그렇게 가게가 잘되자 그 몰래 밤마다 도움을 주고 있던 요정을 알아내 크리스마스에 자신도 몰래 그들을 위한 옷과 구두를 만들어 선물한다는 이야기.

그림 형제의 다른 환상동화들에 비해 유달리 이 이야기에는 현실적인 자영업자가 등장하고 그 자영업자에게 구두를 만들어주는 요정들은 의외로 자신들도 그렇게 풍족한 존재가 아니어서 업자가 선물하기 전까지 스스로 옷과 구두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쩐지 그림 형제 동화의 이야기는 그저 전설이나 민화이기보다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동화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밤에 선물받는 사람 모르게 뭔가를 만들어 베푼다는 이야기의 패턴은 동화를 넘어 자연히 영상 문화로도 변주가 됐다. 그림 형제의 [요정과 구두장이]에 영향 받았을 작자 미상(저작자 클레멘트 무어인지 헨리 리빙스턴인지 의견이 분분함)의 미국 동화 [성 니콜라스의 방문] (“Santa’s workshop”)과 [크리스마스 전날 밤] (“The Night Before Christmas”)을 애니메이션화한 1932-1933년의 디즈니 단편애니메이션이 그 중 하나다. (참고: 크리스마스에 함께하면 좋은 고전 애니메이션) 월프레드 잭슨의 탁월한 연출력이 깃든 이 작품은 다시 그 비슷한 플롯을 포함해 그림 형제의 “요정과 구두장이”를 원작으로 유니버설 픽쳐스가 1934년에 만든 [유쾌한 작은 요정들] (“Jolly Little Elves”)로 이어진다.

그림 형제의 원작에는 왜 요정들이 구두수선공을 돕는지 그 구체적인 이유가 나와있지 않지만, 이 애니메이션에는 자신들도 가난해 가게의 마지막 도넛 하나를 나눠먹어야 하는 수선공 부부가 배고픈 요정에게 그 도넛을 나눠준다는 플롯이 제시된게 특징이었고 이후 비슷한 애니메이션들의 시나리오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1935년에는 콜럼비아 픽쳐스가 역시 [구두장이와 요정들] (“The Shoemaker and the Elves”)이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가난한 구두방 주인이 추위에 쓰러진 요정을 돌봐 그들의 도움으로 가게를 가득 채울 구두를 선물받게 되는 이야기를 선보이고, 1940년에는 워너브러더스가 배경을 구두가게가 아닌 빵집으로 바꾼 버전인 [분주한 제빵사] (“Busy Bakers”)를 내놓았다.

왜 이 시기에 갑자기 이런 애니메이션들이 연달아 제작됐을까? 해당 시기는 대공황(1929-1939년 무렵)으로 그 어느 때보다 미국 사회가 불황과 빈곤에 시달리며 너나 할 것 없이 위기를 맞은 시기였다. 그 시기에 자신도 어려운 처지지만, 그 얼마 안되는 뭔가를 나눠 그 은혜를 보답받는다는 자영업자의 이야기는 해당 애니메이션을 보는 주 관객층인 어린이들을 포함한 대중의 많은 공감을 샀을 테고, 그렇게 비슷한 애니메이션들이 연달아 나오게 된 계기를 마련했을 것으로 보인다.

무료 급식소에 줄을 선 시카고의 남성 실업자들 (1931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결국, 그림 형제의 [요정과 구두장이] (1812)는 단순한 동화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난 실화에 뿌리를 둔 이야기고, 당시의 어려운 현실과 상황을 함께 극복해가는 공동체의 노력에서 따스한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트위터에서 케이크 디아망이라는 가게에 쏟아진 응원과 애정, 그리고 그 가게주인의 평소 행동과 가게 운영도 여러 모로 그림 형제의 동화 [요정과 구두장이]와 닮아 있다. 무엇보다 서로 넉넉하지 않은 처지에도 누군가를 같이 도우며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잘살자는 그 마음이 똑같이 닮았다. 그 마음들은 나에게도 전해져 그림 형제의 동화와 그 동화에 영향을 받은 애니메이션들을 돌아보게 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는 유독 ‘돈쭐’이라는 유행어가 돌 정도로 뭔가 시혜적인 태도로 어떤 가게를 돕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케이크 디아망’의 기적은 그런 유행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어쩐지 다르게 보인다. 케이크 디아망의 선물세트 폭주 소동은 아마 뒤끝 없는 손님들의 자선이나 시혜가 아닌 누군가의 어려움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달려가 같이 돕는 사람들의 공동체 정신의 발로로 느껴졌기 때문일 거다. 소셜미디어가 근본적으로 지향하면 좋을 ‘네트워크로 확장된 지역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말이다. ‘케이크 디아망’에 일어난 일을 단순하게 지나치고 싶지 않아지는 이유다.

‘#우리동네_디아망’을 제안한 케이크 디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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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동화는 무슨..
    오프라인 매장은 아예 열지도 않아 예전에 자주 가던 사람들은 먹을수도 없고 빵도 안만들고 쿠키만 팔고 그마저도 택배판매에 너무나 가격도 비싸지고 사장님이 동업자들 때문에 변질되신듯하네요.

    정감가던 인심좋으시던
    사장님의 동네가게는
    폐업한거나 마찬가지..

    이제 그냥 가격 사악한 온라인 쿠키장사죠.동네 단골은 그 동업자분들이 싫으네요.
    장사가 잘되시길 바란게 오프라인 매장 문닫으라고 바란게 아닌데요.

    빵도 케잌도 저렴하고 맛있었는데
    이제 실망스럽네요.

  2. 동네사람이신데 왜 저러실까

    그 가게가 어려워진 것은 가격에 비해 너무 좋은 재료와 노동이 들어간채 빵과 케익을 만들어왔기 때문이에요

    문닫기 직전에 그 가게를 아끼던 주변 분과 직장동료가 재료비와 노동을 계산하고 놀라서 지금처럼 가격비율을 맞추고 제일 만들고 싶어하던 것을 온라인으로 내놓게 된거에요

    가격을 유지하면서 살아남으려 했다면 재료가 안좋아지고 맛과 품질이 떨어지는 길 밖에 없었을텐데

    그렇게해서라도 동네 장사 되는 가게로 남아주길 바랬다면 그건 그 사장님의 자존감과 명예에 대한 모독 아닐까요

    동네사람이라는 분이 좋아했던 그 가격 그 디저트들은 애초에 그 사장의 손해보는 장사였던거라구요

    자주 가던 가게가 로드 영업을 하지 않아 아쉽고 가격도 오르고 케익도 없어서 아쉬워하시는건 인간적으로 이해하지만

    그게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좀 알고 불만을 쓰세요

    사람 잡아가며 변질 운운 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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