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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사저는 무너진 삼풍백화점 터에 지어진 주상복합아파트입니다. 그 주상복합아파트 주민의 목소리를 빌려 “여기 집터가 세다고 삼풍(백화점) 무너졌다고 시끄러웠었다”, “이제는 땅의 기운이 막 돋아난다”, “대통령이 나와서 그래서 주민들이 너무 행복해한다”고 채널A(‘뉴스TOP’)는 보도합니다. 그렇게 기뻐하는 주민의 인터뷰를 보면서 삼풍아파트 유족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정파성이니 공정성을 이야기하기 전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찾아볼 수 없는 보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민언련이 2022년 5월 9일~15일까지 모니터링하고 분석한 지방선거와 관련한 방송 보도 중 ‘종편’, 특히 채널A 의 ‘문제 있는’ 보도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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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의 이중잣대: 연고 없는 건 같지만… 사뭇 다른 보도  

선거가 23일 남은 시점인 5월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힘 경기 성남 분당갑 후보가 해당 지역구로 전입신고를 마쳤습니다. 두 후보 모두 거주지가 다른 곳이었다는 방증이자 지역 연고가 없음을 말해주는데요. 하지만 두 후보의 전입신고를 전하는 채널A의 보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채널A는 5월 9일 차례로 [계양으로 주소 이전…‘민심 듣기’ 시작] (김성규 기자), [분당으로 전입신고…계양을 내일 확정] (김단비 기자)을 보도하며 이재명‧안철수 후보의 전입신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채널A는 이재명 상임고문의 행보를 “인천 무연고 비판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지역 방문 일정”이라며 “카드 돌려막기는 들어봤어도 지역구 돌려막기는 처음 봤”다는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발언과 “여전히 출마의 명분이 없다”고 비판하는 국민의힘 주장을 전했습니다. 뒤이어 안철수 인수위원장을 두고는 “안랩 본사가 있어 친숙한 곳이라며 지역과의 인연을 강조했고, 전입신고 후 노인회와 소방서도 잇따라 찾았”다고 보도했습니다.

△ 이재명·안철수 재보궐 선거 후보자들의 주소 이전을 다르게 바라본 채널A(5/9)

후보의 지역 방문 일정을 두고 ‘연고’를 강조하며 ‘비판 정면돌파’ vs ‘친숙·인연 강조’라며 다르게 보도한 것인데요. 두 후보 모두 해당 지역 연고가 약하고 각 정당의 지방선거‧재보궐선거 전략에 따른 출마라는 비판이 있음에도 어떤 후보냐에 따라 비판의 온도를 달리한 겁니다.

게다가 각 후보의 정책과 지역에 대한 관심을 살펴보기보다는 출신과 연고를 강조하는 정치권 관행을 답습했습니다. 지역 연고가 있다면 민심을 수렴하고 지역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후보가 갖춰야 할 역량 중 일부일 뿐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어디 출신’이 아닙니다. 지역주의, 연고주의를 강화하는 데 언론이 앞장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합니다.

TV조선, 채널A, MBN의 취임식 ‘무지개’ 타령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습니다. 대통령 취임식 당일, JTBC를 제외한 TV조선‧채널A‧MBN 종편3사는 취임식 중 우연히 나타난 무지개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MBN [뉴스와이드] (5월 10일)에서는 진행자 백운기 앵커가 “비 온 뒤에 이런 무지개가 아니고 구름 사이로 이렇게 무지개 같이 아주 상서로운 그런 무지개가 있는 게 떴다”고 말하자, 최수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이 화답하듯 “대한민국에 서광이 비친 것 같다”, “상서로운 기운이 윤석열 정부 첫날을 이렇게 축하했다”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백운기(앵커): “오늘 취임식장에서 이렇게 무지개가 떴어요? (중략)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글을 올렸는데 “자유, 자유, 자유, 무지개” 그래 가지고 사진을 찍어서 올렸더라고요. 보니까 비 온 뒤에 이런 무지개가 아니고 구름 사이로 이렇게 무지개 같이 아주 상서로운 그런 무지개가 있는 게 떴고 ,오늘 또 윤석열 대통령과 참모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아주 오늘 참 좋다. 무지개까지 뜨고 그런 얘기도 했대요.” (백운기 앵커, MBN 뉴스와이드, 2022. 5. 10.)

최수영(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그 대한민국에 서광(상서로운 빛)이 비친 것 같습니다. (중략) 어쨌든 상서로운 기운이 윤석열 정부의 첫날을 이렇게 축하했다 그러면 앞으로도 뭔가 국민과 진짜 소통하는 정부 그리고 협치하는 정부 그리고 성공하는 정부가 되지 않을까 저도 그렇게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상  MBN 뉴스와이드(2022. 5. 10.) 방송 중에서 

△ 자연 현상에 “상서로운 무지개”라고 의미 부여한 MBN [뉴스와이드] 진행자 백운기 앵커(5/10)와 최수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출처: MBN 뉴스와이드, 2022. 5. 10.)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5월 10일)도 무지개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기자가 “취임식 도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를 할 때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이런 그림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하자, 배승희 변호사는 “이 의미 있는 날에 무지개까지 뜨다 보니까 많은 분이 ‘더욱 의미가 있는 거 아니냐’, ‘하늘까지도 이렇게 해주는 것 아니냐’, 이렇게 또 많이 SNS에 올리셨다”고 답했습니다.

윤정호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낼 평산마을 주변 하늘에 원형 무지개 ‘햇무리’가 떴다”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하늘도 환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에게는 취임식 소감을 물었는데요.

패널로 나온 김준일 대표가 “자연현상에 대해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거야말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반지성주의’”라고 했지만, 윤정호 기자는 “(무지개가) 윤 대통령한테만 뜬 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한테도 같이 나타났기 때문에 한쪽만 편들지는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는데요.

윤정호(기자, 진행자): 김준일 대표, 어떻게 취임식이라든지 이런 것들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준일(뉴스톱 대표): 취임식은 저는 잘 봤고요. 다만 자연현상에 대해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거야말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반지성주의’죠. 그냥 자연은 저렇게 무지개도 뜨고 햇무리도 뜨고 그런 거고요. 예전에 광주에 윤석열 후보가 방문했을 때 ‘무지개가 떴다’ 그래가지고 그걸 쓴 언론이 비판도 받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자연현상은 자연현상이고 그냥 마음속으로만 간직하셨으면 좋겠고…. (중략)

윤정호(기자, 진행자): 자연 현상이긴 합니다만 하필 그때 또 떴다는 게 사람들의 회자가 되는 그런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한테만 뜬 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한테도 같이 나타났기 때문에 한쪽만 편들지는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사실.

△ 무지개에 의미 부여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5/10)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5‧18 민주 묘지에 묵념을 하고 돌아갔을 때, 언론들은 민주묘지에 뜬 무지개를 두고 ‘성스러운 징조’라는 해석을 달아 윤석열 후보를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진 이유는 언론이 선거 중립을 훼손한 탓도 있지만, 자연 현상에 불과한 무지개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특정 후보를 미화하는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종편은 “(무지개가 양쪽 진영에) 같이 나타났기 때문에 한쪽만 편들지는 않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할 게 아니라, 자연 현상에 쓸데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방송에 내보내는 행태를 멈추면 될 일입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채널A의 ‘삼풍 집터’ 인터뷰

채널A [뉴스TOP10] (5월 13일)은 방송 당일 가장 화제가 된 이슈를 선정해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매긴 후 대담하는데요. 용산 대통령 집무실 관련 대담에서 김종석 기자는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대담 주제와 관련 없는 미담을 소개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따뜻한 분”이라 칭찬하자, “아무리 국민의힘 대변인이라도 칭찬만 하신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거주 중인 주상복합아파트 관련 소식을 전할 때는 김종석 기자의 앞선 지적이 무색할 만큼, 윤석열 대통령 부부 미화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거주 중인 주상복합아파트 주민을 취재하며 미화하는 목소리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참사 유족을 고려하지 않은 인터뷰가 전파를 타기도 했습니다. 주상복합아파트 주민이 “여기 집터가 세다고 삼풍(백화점) 무너졌다고 시끄러웠었다”, “이제는 땅의 기운이 막 돋아난다”, “대통령이 나와서 그래서 주민들이 너무 행복해한다”고 인터뷰한 내용을 내보낸 것입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유족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않은 것인데요.

삼풍백화점이 있던 자리에는 현재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거주 중인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 있습니다. 참사 당시 피해자와 유족들은 참사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로 위령탑을 세우고 싶어 했는데요. 기억하지 않는 참사는 반복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도 사고장소에 위령탑 건립을 약속했지만, ‘위령탑이 들어서면 땅값이 떨어진다’는 반대 목소리로 인해 참사 2년 만에 약속을 뒤집었습니다. 유족들은 1997년 참사 추모 2주기를 맞아 위령탑 건립을 촉구했고 결국 사고 현장에서 5km 정도 떨어진 양재시민의숲 가장 구석진 곳에 ‘삼풍참사위령탑’이 세워졌습니다.

△ ‘집터가 세 삼풍 무너졌다’는 참담한 인터뷰를 그대로 내보낸 채널A (출처: 채널A ‘뉴스TOP10’, 2022, 5. 13. 방송 장면 중 갈무리, 인터뷰한 주민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경솔한 발언이고 비판받아 마땅한 발언이지만, 그 책임은 언론사에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편집자)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는 모두가 기억하듯 사람이 만든 인재였습니다. 땅의 기운이 안 좋아 우연히 벌어진 사고가 아닙니다. 그러나 채널A [뉴스TOP10]은 유족 가슴에 큰 아픔이 될 수도 있는 주민 발언을 그대로 내보냈고, 진행자와 출연자 중 그 누구도 부적절성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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