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box type=”note”] 많은 언론이 정치 지형을 거칠게 도식화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정치 지형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지역 편 가르기 너머에 있는 내용과 맥락을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슬로우뉴스는 제6회 지방선거 결과를 개별 선거구 단위로 한층 세분화한 자료를 바탕으로 투표 성향 분석 시각화 작업을 독자들과 나눕니다. 이 작업을 바탕으로 좀 더 풍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래 지도들은 클릭하면 큰 원본으로 볼 수 있습니다.(편집자)[/box]

오래 전부터 언론이 선거결과를 다루는 방식, 특히 시각화하는 데 불만이 아주 컸습니다.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은 선거결과를 지도로 표시하는 데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주장을 할 때 수치/통계를 제대로 인용하지 않고 정량분석을 하지 않아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이는 다른 기회에 본격적으로 언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본편에서도 구체적인 가설검정법들은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지도에 색을 입혀서 선거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은 독자 대중에게 선거결과를 종합적으로 요약해주는 간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요약결과가 여러 이유로 편향되었다면, 유권자가 선거를 평가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총선결과를 시각화하는 언론들을 보면서 선거결과의 시각화 작업에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정확하고, 풍부하게 시각화할 수 있을지, 그 방법론을 황용하 님과 함께 고민했습니다. 그런 고민이 결실을 맺어 6.4 지방선거(제6회 지방선거)에 관한 선거결과를 정리해 기성 언론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지도들을 만들었습니다. (뜻밖에 시각화방법과 도구들은 잘 개발된 편입니다. 끝부분에 어떻게 자료를 정리, 시각화했는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래 지도들은 선거를 시각화하는 하나의 방법론적인 ‘예시’라는 점입니다. 이런 작업 방법론만이 선거를 시각화하는 최적의 방법이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저는 자연과학자로, 선거, 정치, 시각화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시각화에 어떤 고민이 있을 수 있는지 같이 나누고, 이런 것을 고려해서 선거, 특별히 각 지역의 세밀한 부분들을 고려하는 지방선거에 관해 좀 더 객관적이고 밀도 있는 시선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divide style=”2″]

문제의식

[divide style=”2″]

1. 모 아니면 도(all-or-nothing) 지도

1표 차로 당선되었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강도로 채색하는 것은, 정치지형을 실제보다 훨씬 더 분극된 인상을 줍니다.

통상적인 지도의 모습 (위키피디아의 이번 지방선거 항목 수록 지도)

지도로 제시된 것에 비해, 전체적인 득표 양상이란 정보가 좀 부족합니다. 이를 실제 행정구역별 득표율 데이터로 더 나눠서 제시하면 다음과 같은 지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광역단체장 후보 득표율 (전국)
새누리당 광역단체장 후보 득표율 (전국)

이렇게 새누리당의 득표율을 이극으로 해서 채도를 이극으로 하면 (여기서 새누리당의 득표율을 50%를 기준으로 이극으로 채색할 수 있었던 것은 광역지자체장 선거가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사실상 새누리 대 비 새누리의 양당 구도로 치러졌기 때문입니다. 제3 후보에 대한 고민은 아래 참고해주세요.), 실제로 영호남 지역의 강한 지역 정당색이랑, 중부권의 훨씬 유동성이 강한 경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대구와 부산의 결과가 얼마나 놀라운지, 강원의 영동/영서 구분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지도를 그려보고 무엇보다 바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수도권 지역이었습니다.

2014새누리당 광역단체장 후보 득표율 (수도권)
2014새누리당 광역단체장 후보 득표율 (수도권)

위에서 보시다시피 수도권을 확대해서 보면, 경기도라고 다 같지 않다는 것을 파악하게 됩니다. 가장 처음에 보여드렸던 통상적 지도가, 경기도/인천이 보수 새누리당 광역단체장의 승리로 단순히 요약됐다면, 이렇게 행정구역별 득표율결과를 표시하면 전형적인 여촌야도 구도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성남 분당과 구시가지의 구분, 강남 3구와 다른 서울특별시 구역의 차이도 드러납니다. 인천도 항구 쪽과 서울 쪽에 가까운 쪽과의 차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인구밀도와 행정구역별 투표자 수 차이 문제

사실 이런 식으로 좀 더 세부적인 행정구역별로 시각화해도 불만족스러운 것이 바로 이 여촌야도 현상 때문입니다. 행정구역별 후보들의 득표율로 표시했지만, 각 행정구역의 면적은 천차만별이고, 비교적 인구밀도가 적은 촌 지역이 인구밀도가 큰 도시지역보다 과대대표되는 인상을 주게 됩니다. 거기에 더해서, 행정구역별로 유권자 수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2014년 지방선거 유권자 수
2014년 지방선거 유권자 수 (수도권)

앞에서 본 수도권 지역 유권자 수를 색깔로 나타낸 지도입니다. 보시다시피, 행정구역별로 유권자 수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색깔로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송파구가 강남 3구 중에서도 유권자 수가 특히 많으며(54만 명!), 반면 과천시는 5만 명밖에 안 되어 10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남양주시도 비슷한 면적의 가평과 유권자 수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인구밀도의 문제는, 송파구와 남양주시의 유권자 수를 비교해보면 감이 잡힙니다. 송파구는 유권자 수가 54만 명이 넘는데, 이보다 조금 적은 남양주시(48만 명)는 면적이 훨씬 커서, 마치 훨씬 더 중요한 무게를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행정구역(대개 선거구죠) 간의 유권자 수 차이에, 인구밀도의 차이까지 겹쳐서, 유권자 수가 절대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밀도도 높은 지역(도시지역)의 중요성이 지도에서 과소평가되게 됩니다.

2014년 행정구역별 유권자 수 (전국)
2014년 행정구역별 유권자 수 (전국)

전국지도를 표시했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도권과 영남권의 행정구역별 인구수가 다른 지방에 비해 크다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광역단위의 선거로 갈수록, 행정구역별 득표율이 가지는 의미가 구역별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기초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에야, 거의 행정구역 단위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큰 면적의 촌이 더 강조되는 문제 정도만 있지만, 광역단체장선거, 비례대표나 전국 단위의 대선의 경우에는, 행정구역별 득표율이라는 것이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도에 색칠하는 기법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 선거결과도, 서부와 동부 지역이 압도적으로 인구밀도가 높다 보니, 빨강 파랑으로 그려진 주별 지도가 전체 선거결과를 조망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많이 이뤄졌고, 이를 보정하기 위해서 여러 시도가 이뤄져 왔으나, 지금까지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지도의 각 행정구역의 면적을 인구수 비례로 바꿔버리는 건 미국에선 좀 되는 편인 것 같은데(주들이 네모난 편이어서), 한국은 작고 행정구역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어서 지도를 인구수 대비 구겨 넣는 작업이 어렵습니다.

행정구역별 유권자 수가 차이가 나는 문제는 예를 들어 국회의원 선거구 기준으로 득표율을 정리하면 일정 정도 해소되나, 국회의원 선거구 간의 차이도 3배 정도 차이가 나는 데다가, 면적에 따른 잘못된 인상(송파구 대 남양주의 예)은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남습니다. (읍/면/동별 선거결과를 좀 더 얻을 수 있으면 차이가 작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자료는 무료로 중앙선관위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3. 득표율 대 득표차

우선 행정구역별 유권자 수의 차이의 문제가 적은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고, 면적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고민해봅시다.

2014년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당선자의 득표율을 그린 지도.
2014년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당선자의 득표율을 그린 지도.

여기서 한 가지 드러나는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지지기반인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후보들에게 많이 패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여러 언론에서 이미 지적된 바입니다.

하지만 이 지도에서조차 두 가지 문제가 발견됩니다.

(a) 하나는 앞에서 지적한 대로, 똑같이 한 개의 기초단체장 자리인데, 수도권 지역의 기초단체장은 그 면적(인구밀도) 때문에, 호남지역의 무소속당선자들의 지역단체장 결과보다 소외되는 효과가 있습니다(면적효과).

아래 수도권 지역만 확대해서 보면, 도시지역의 구청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후보들이 대거 당선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면적으로 따지자면 경기도 외곽지역의 새누리당 당선지역이 넓어 보이지만, 행정구역 구분으로 많은 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이 승리한 것을 전국지도보다는 더 파악할 수 있습니다.

2014기초단체장(수도권)
수도권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결과. 당선자들의 득표율. 전국지도에서 면적 때문에 잘 안 보이던 서울지역, 경기 남부 도시권역의 새정련의 승부가 드러남.

(b) 다른 문제 하나는 단순히 일극의 색채로 득표율만 표시하면, 과연 해당 기초단체장 선거가 매우 박빙으로 이뤄졌는지 아닌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영남과 비교하면 호남에서 무소속후보가 더 당선된 것이, 혹시 호남에서는 비록 당적이 새누리는 아니지만, 상당히 경쟁적인 선거구도가 벌어졌다는 것이고, 영남은 이에 비해 일당독재에 가까운 구도가 나타난 것일까요? 혹자가 선거 후 평했던 것처럼, 호남 지자체에 새정련 당 지도부가 좀 더 신경 썼다면 바뀔만한 구도였을까요?

두 번째 문제도 첫 번째 질문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유권자 측면에서 보자면, 경쟁 후보들끼리 박빙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 유권자 개개인의 표의 가치가 가장 높아지는 경우입니다. 광역지자체장 선거의 경우, 앞에서 보여드린 지도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충북/강원도에서 이뤄진 박빙의 경쟁 때문에, 내가 투표를 하느냐 아니냐, 누구에게 투표하느냐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입니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광역단체장 선거와 달리 지역별로 세세히 여러 후보가 경쟁하므로, 단지 새누리당의 득표율에 따라 색칠하는 것으로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1위 후보와 2위 후보 간 득표율 차”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수치들을 봤을 때 전체 선거구의 반은 득표율 차가 12.25% 안이었고, 20%의 선거구들은 4.3% 이내의 득표율 차에 따라 당선자가 갈렸습니다. 10개의 행정구역 중 1개 선거구는 약 2% 이내로 선거구가 갈렸습니다. 이를 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해봤습니다.

2014기초단체장격전지(전국)
2014년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당선자와 2위 득표자 간의 득표율차가 적은 지역 강조.

이 지도는 “격전지”라고 명명할 수 있는 지도로써, 채도를 5% 이내를 자세히 나눠서 강조하고, 나머지는 엷게 해서 기초단체장 중 어느 곳이 박빙이었는지 살펴본 것입니다. 역시나 호남지역, 특히 전북지역에서 박빙의 선거가 이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경상남도의 가장 큰 격전지는 0.1% 이내로 당선자가 가려진 김해시입니다. 사실 이 전국지도에서도 면적 문제가 드러납니다. 수도권, 대전지역과 부산시에도 격전지가 여럿 있는데, 면적이 워낙 작아서 잘 드러나지 않지요.

2014기초단체장격전지(수도권)
기초단체장선거에서 인천과 경기남부지역에서 격전이 벌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전지역의 격전지는 확대해야 알아볼 수 있다.
대전지역의 격전지는 확대해야 알아볼 수 있다. 전북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부산 중구와 동구는 하도 작아서, 확대해도 격전지라는게 티가 잘 안 난다.
부산 중구와 동구는 하도 작아서, 확대해도 격전지라는 것이 티가 잘 안 난다.

이렇게 득표차 정보를 표시하는 다른 방식으론, “각 당의 지배력”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지도로써, 채도 구간을 일정하게 해서 각 당이 큰 득표율 차로 승리한 지역을 강조한 지도입니다. 당선자 후보의 득표율과 다르게, (1)항에서 말한 “모 아니면 도”의 문제를 완화하면서도, 각 당의 기초지역 조직 당세를 파악할 수 있는 지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남에서 새누리당 후보의 압도적 경쟁력과, 호남에서의 새정련후보의 약화가 보인다
영남에서 새누리당 후보의 압도적 경쟁력과 호남에서의 새정련 후보의 약화가 보인다
수도권지역 확대사진.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와 달리 주요 도시지역의 새정련당세
수도권 지역 확대 사진.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와 달리 주요 도시지역의 새정련 당세가 단단해 보인다. 광역단체장 후보 효과?

4. 면적 문제 – 지도로 그리는 것이 능사인가?

이제 면적 문제로 돌아갑시다. 전에 살짝 선거결과를 분석한 후기를 올리면서, 선거구의 면적을 보정한 지도들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일종의 투표차밀도라는 개념이었지요. 광역비례대표, 광역단체장, 대선과 같이, 지역별 투표”수차”가 투표”율”보다 훨씬 중요한 경우, 득표율 지도를 그대로 올리기보다, 각 행정구역의 면적을 보정한 득표차를 제시하는 것이 좀 더 균형 잡힌 결과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굳이 이런 식의 보정법을 변호하자면, 일종의 “점묘법”으로 표차를 표시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저희가 사용한 GIS 프로그램인 QGIS의 경우, 점묘법을 쓰는 것이 좀 어렵지만, 다른 GIS 프로그램들은 실제로 점묘법으로 보여주는 기능들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군구별로 표차를 좀 더 편향 없이 본다고 시군구 면적을 보정했을 때, 각 표차의 구간은 광역자치단체별로 보정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보여드린 지도를 인용하자면,

새누리 대 야권 득표차밀도
(과거에 만든 이미지. Original shapefile: www.gisdeveloper.co.kr)

위에서 강원, 충북, 전북, 전남 등 대부분의 지역은 대체 어느 행정구역이 선거 판세에 중요한지 완전히 놓치게 되어 의미를 잃게 됩니다. 게다가 실제로 표차가 많이 난 지역들이 사실상 사라지고 면적효과만 남는 꼴이 됩니다. 그러니 광역지역별로 다른 척도를 쓴다든가, 면적효과를 일률적인 나눗셈 대신 어떤 함수에 따라 조정한다든가 하는 일들은, 지도가 간편한 요약기능보다, 더 복잡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로그값을 취하는 것도 다 이런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습니다.

어쩌면 이런 지도로, 대구와 광주 사이의 균형, 그리고 살짝 경남과 강원/충청의 박근혜 후보의 우세 정도를 파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서울 면적과 경기 면적의 차이 같은 불만족스러움은 그대로 두고).

그런데 광역자치단체장이나 대선과 같이 큰 권역의 선거에서 행정구역별 유권자 수와 지역별 면적 문제를 피하고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싶다면, 차라리 지도 없이 보는 방법은 어떨까요? 아래는 행정구역별로 절대 득표차를 정렬해서 보인 것입니다.

2014광역단체장(경기도)
행정구역별로 표차를 정렬해서 그린 지도. 살짝 남경필 후보 쪽으로 기울어진 것을 파악할 수 있고, 어떤 행정구역들에서 각 당 후보가 득표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2014광역단체장(서울특별시)
서울시에서 박원순 후보의 압도적인 표차를 파악할 수 있다.
2014광역단체장(부산광역시)
부산시에서 오거돈 후보에게 더 표를 준 선거구와 득표율에선 따라잡았어도 중과부적인 절대표차가 보인다.
2014광역단체장(충청북도)
충청북도는 이시종 지사와 윤진식 후보가 모두 한곳에서 몰표를 받은 것을 볼 수 있다.

아래는 수도권을 모아봤습니다. 각각의 그래프들을 모아서, 서로 비교함으로써, 면적에 치우쳐지지 않은 선거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2014광역단체장(수도권)
수도권 지역에서, 경기지사/서울/인천의 절대 표차의 추이를 같은 척도로 파악할 수 있다. 팽팽한 균형 속에 지역별로 갈린 경기도와 압도적인 서울 박원순 후보의 득표, 그리고 인천에서 살짝 치우쳐진 새누리 유정복 후보의 강세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실제로 각 후보들이 강세인 지역적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위의 득표차 지도와 함께 보면, 선거결과를 좀 더 입체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divide style=”2″]

교차비교

[divide style=”2″]

여기까지는 시, 군, 구별로 선거결과를 쪼갠 정보가, 그 정보의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지도라든지, 정렬된 막대그래프를 통해서 시각적으로 비교적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을 보여드렸습니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이번에 동시에 여러 층위에서 이뤄진 선거결과들을 종합해서 교차분석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1. 교육감선거

선거 막판을 달군 큰 이야기 중 하나가 고승덕 후보와 관련된 일명 “캔디고” 논란이었습니다. 선거 후에도, 진보적 정견을 가진 교육감 후보들이 대거 당선된 것에 대해서, 이것이 보수 후보들 사이의 분열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분석이 이어졌습니다. 아울러 이번 선거 때부터 실시된 교호순번제, 즉, 각 교육감 후보들의 번호가 선거구별로 달라진 효과가 어떨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이를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이때 결과는 지도보다는 분산 그래프를 통해 보는 게 도움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a) 고승덕 교육감 후보는 “보수후보”인가?

만약 혹자들이 말하는, 보수후보들의 난립으로 보수적인 정견을 갖은 유권자들의 표가 분산되어서 진보 교육감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된 것이라면, 난립한 보수 후보들은 각각 보수적인 선거구에서 표를 나눠 가졌어야 할 것입니다. 선거결과에서,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투표행태를 파악할 방법의 하나는 유권자가 어떤 정견의 정당에 투표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새누리당과 새정치당(새정치민주연합 아님)은 범보수당 투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누리당+새정치당)의 광역비례대표 득표율 대비, 각 교육감 후보들의 선거구별 득표율을 그려봤습니다.

2014교육감(서울)
조희연 후보와 문용린 후보는 강한 경향이 발견되나, 고승덕 후보는 전 선거구에서 고른 득표를 함. x축은 새누리+새정치(사실상 새누리 득표율), y축은 각 교육감 후보의 득표율

보시다시피, 고승덕 후보는 “보수 후보”라고 하기에는, 보수적인 투표경향이 큰 선거구나, 그렇지 않은 선거구나 고른 득표율을 보였습니다. 한 마디로 보수-진보로 나누기 힘든 후보가 아니었나, 또는 캔디고 논란으로 이념적으로 강한 이들은 문용린/조희연 후보로 재정렬한 것이 아닌가 의심해볼 수 있겠습니다(사전투표결과에 따르면 캔디고 효과가 없었다, 즉 고승덕 후보가 진보/보수 중 한쪽의 표를 더 갖고 갔었다고 하더라도 논란이 일기 전에 이미 재정렬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b) 보수분열로 교육감선거를 진보에 헌납했는가?

이런 식의 분산 그래프는 선거구별로 이념성향이 상당한 편차가 있는 지역에 대해서 해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선거구를 특정한 성향을 띈 유권자로 가정하는 것인데요, 따라서 선거구별로 득표율 차이가 거의 없는 부산 같은 지역에 대해서는 분석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분석을 그나마 해볼 만한 데는 경기도 교육감선거와 경남 교육감선거입니다.

2014교육감(경기)
경기지역의 경우 훨씬 관계가 지저분함. 유권자에게 정보를 잘 주지 않았거나, 각 진영의 주요후보들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 상대적으로 적은 탓으로 보임.

경기지역은 결과가 훨씬 지저분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조전혁 후보와 김광래 후보가 보수당 득표율과 약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만약 두 후보의 표를 전부 더한다면, 이재정 후보보다 4만 표 정도 (0.09%) 앞서게 되는데, 아주 약하지만, 보수분열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볼 것이, 이렇게 경기지역의 보수적 투표행태와 특정 교육감 후보의 상관관계가 약한 것이 2014년의 특징이라는 것입니다. 김상곤 교육감의 재선이었던 제5회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결과를 똑같이 그려보면,

2010교육감(경기)
김상곤 교육감은 선거구의 보수적 투표행태와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맺음.

훨씬 더 큰 상관관계를 보여줍니다. 참고로 이때도, 보수표를 갈라 가진 것으로 보이는 강원춘, 정진곤 후보의 득표를 더하면, 김상곤 후보와 약 1만 8천 표, 0.04%의 차로 보수후보가 승리하는데, 통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다른 요소들(이를테면 지역별로 후보가 특정한 강점이 있다든지, 예를 들어 특정 선거구 지역 출신)을 감안하면, 여전히 호각지세였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습니다.

2014교육감(경남)
경남지역은 말 그대로 두 후보가 나눠 가져갔다.

반면, 경남의 경우에는 표가 갈린 것이 결정적으로 진보교육감 후보의 당선요인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즉, 지역별로, 교육감선거가 진보로 결정된 것에 보수분열이 주요한 곳도 있고(경남 등), 상당하지만 결정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곳도 있고(경기 등), 별 영향이 없다는 곳(서울)도 혼재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선거구결과를 통한 잠정적인 분석임을 전제해둡니다.

(c) 교호순번제의 효과

실제 교호투표제가 특정한 역할을 했을까요? 사실 유권자들이 후보를 잘 모르고 무조건 1번 또는 2번을 찍는다는 것은 상당히 유권자를 무시하는 말이 될 수도 있는데요, 박빙인 선거의 경우, 번호가 작더라도 영향을 미칠지도 모릅니다. 약간의 실마리는 2010년 교호투표제가 시행되기 전 결과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10교육감(서울)
2010년 두 단일후보가 돋보이는 가운데 남승희 후보는 보수당 비례 득표율과 음의 상관관계.

여기서 역시나 곽노현/이원희 후보의 강한 상관관계 아래에, 남승희 후보가 나름 보수당 비례 득표율과 음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남승희 후보는 “보수” 후보로 분류된 바 있습니다) 이원희 후보가 “1번”이었고, 남승희 후보가 “2번”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보수적 유권자 중에서 잘 모르고 2번을 피했거나, 또는 진보적 유권자 중에서 그냥 2번을 찍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추측일 뿐입니다). (다른 가설로는 보수적 유권자일수록 다른 후보 대신 이원희 후보를 뽑았다고 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남승희 후보 말고 김영숙 후보에도 유의미한 음의 상관관계가 보여야 하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습니다.) 보수 단일후보 이원희 후보는 1번이었기 때문에 교호투표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살펴보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선관위에서, 음/면/동 투표결과를 통해 좀 더 자세히 다른 지역들을 포함해서 교호투표제의 효과를 평가하리라 믿습니다. (예를 들어 각 선거구에서 각 후보가 어떤 번호를 배정받았는지 알면, 회귀분석을 통해서 번호의 효과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2. 인물론 對 공중전

또 하나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야권후보가 인물론으로 승부를 겨뤘는지, 또는 여당심판론과 같은 정당에 기댄 바람에 기댔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습니다. 광역비례대표에서 야권에 해당하는 당들이 얻은 득표율과 야권의 대표 후보로 나선 광역단체장의 득표율을 비교해보는 것입니다.

광역단체장후보와 광역비례대표 득표차 (새정치)
예전 이미지를 사용했다. Original shapefile www.gisdeveloper.co.kr 제공.
광역단체장후보와 광역비례대표 득표율차 (야권)
예전 이미지를 사용했다. Original shapefile www.gisdeveloper.co.kr 제공.

최문순, 이시종, 안희정의 선전이 돋보이네요. 한 마디로, 강원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유권자 중에서, 도지사 후보는 인물을 보고, 정당은 도지사 후보의 정당을 찍지 않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입니다. 새정련 지지율 수준에서 보자면, 김진표가 선방했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야권 지지표까지 볼 경우, 전체 야권표를 아주 약하지만, 전부는 흡수하지 못했다는 점이 보입니다(이는 아래 제3후보/당에서 보론해보겠습니다).

이에 비해, 부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오거돈 후보의 경우에는, 무소속이 일정 부분 도움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몇 프로 안 되어도 그게 어딥니까!). 김부겸 후보는 경북고라는 학연의 무서움이 강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광역단체장 후보와 광역비례대표 득표율차 (야권/경남권)
Original shapefile www.gisdeveloper.co.kr

정몽준은 자멸한 것이 또 수도권 지도로 드러나구요.

광역단체장 새누리당 후보와 비례대표 투표율차 (수도권)
경기도는 살짝 남경필의 인물론 덕, 서울은 새누리 비례대표 득표율보다 떨어지는 정몽준 후보의 득표율이 보인다. Original shapefile www.gisdeveloper.co.kr 제공.

이렇게 광역비례대표 결과를 정당 지지에 대한 대리 변수로 삼고 광역단체장 선거결과를 파악할 때도, 행정구역별 유권자 수의 차이나 면적의 문제가 나타나게 됩니다. 지역 정보를 잃어버리는 대신에, 광역지자체별로 한 번 다시 한 번 더 볼까요? 여기서는 다시 정렬된 그래프를 사용해보기로 합시다.

2014광역자치단체장후보경쟁력(수도권)
수도권 지역 광역단체장후보의 득표차에, 보수당 대비 야권 비례대표 표차를 겹쳐봤다. 송영길 후보가 인심을 잃어 낙선한 게 아니라는 것이 보인다. (보수당=새누리+새정치+한나라+공화, 야권=새정치민주연합+통합진보+정의+국제녹색+노동+녹색)

우선 앞서 보여드렸던 수도권 득표차에, 보수당 대비 야권 비례대표 표차를 겹쳐봤습니다. 빨간색이나 파란색 부분이 회색에 파묻혀있다면, 후보자가 한 선거구에서 보수 또는 야권 비례대표 총합보다 표차를 벌리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선명한 빨간/파란색이 드러나 있을수록, 해당 선거구에서 당적을 뛰어넘어 후보자를 골랐다는 뜻이 되겠고요.

보시다시피, 경기도의 경우 남경필 후보는 대부분 선거구에서 좀 더 큰 표차로 득표했고, 김진표 후보는 대부분 선거구에서 야권 전체 비례대표 표차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 제3 후보/당 부분에서 좀 더 살펴보기로 합시다.). 서울의 경우, 비록 선거 지형 자체가 야권에 유리하게 되어 있었지만, 거기에 더해 박원순 후보가 모든 선거구에서 야권 비례대표 총합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후보자 본인의 경쟁력이 있었던 것이죠(하지만 박원순 후보 본인의 경쟁력이 당락에 전반적 서울특별시의 야권성향 대비 결정적이지 않았다는 것도 명료해 보입니다.).

반면 정몽준 후보는 여권표를 다 갖고 오는데도 실패했습니다. 즉, 여권 비례대표를 찍는 유권자 중 많은 수가 박원순을 찍었다는 얘기죠. 또 한 가지 볼만한 것은 인천시의 경우입니다. 인천시의 경우 송영길 후보 본인의 후보경쟁력이 야권보다 떨어졌다고 볼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표차를 송영길 후보가 따라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몽준 후보에 비해서 유정복 후보가 인천의 보수적인 유권자를 딱 그만큼 훑어왔다는 것에서, 남경필 후보 개인의 득표력과는 또 구분된다고 명료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4광역자치단체장후보경쟁력(중부권)
강원/대전/세종특별자치시/충남/충북 순이다. 안희정의 고른 압도적 경쟁력이 돋보인다.

대전의 권선택 후보는 전반적인 야권바람으로 이겼다면, 상대 새누리당 후보는 인물경쟁력이 좀 더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강원의 최문순 후보는 춘천과 강릉으로 대비되는 영서/영동의 대립구도를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충청지사 선거에서 안희정은 인물후보론으로 압도했지만, 상대 새누리당 후보는 경쟁력이 약했음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이시종 지사의 경우 안희정에 비해 한 지역구(청주시 흥덕구)의 몰표가 중요했다는 것, 그리고 윤진식 후보의 경우에는 여당 성향의 유권자들을 다 끌어모으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2014광역자치단체장후보경쟁력(영남권)
경상남도/경상북도/대구/부산/울산 순. 김부겸 후보와, 오거돈 후보의 인물경쟁력이 돋보인다. 울산의 조승수 후보는 후보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드러난다.

영남은 경상/경북지사의 경우, 두 새누리당 후보 모두 “편안하게” 경기를 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남 김경수 후보의 경우 창원 성산구와 김해에서도 야권표를 모두 갖고 오지 못했습니다. 이에 비해 오거돈 후보는 엄청난 여권 강세 속에서 무소속으로 잘 싸운 것이 보입니다. 구역별 득표차의 맞바람으로 볼 때 “새정치민주연합후보”로 나선 김부겸 후보의 인물 경쟁력은 어쩌면 오거돈 후보보다 더 큰 게 아니냐는 느낌도 지도와 달리 잘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특기할만한 것은 울산의 조승수 후보의 경쟁력입니다. 보시다시피, 새누리당 후보가 여권표 표차보다 훨씬 큰 표차로 이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14광역자치단체장후보경쟁력(호남권)
광주시장 후보의 약세가 눈에 띈다.

호남은 전남/전북지사의 경우 당세가 그대로 연결되었고, 광주의 경우 논란이 인 것만큼 인물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이 보입니다.

호남의 경우 역사적인 이유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상대 당이 새누리당이 아니라는 고민이 있는데, 이는 뒤에 “제3 후보/당”에서 보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족으로, “인물경쟁력”이라고 칭하는 것은, 특정후보 본인뿐만 아니라, 어떤 상대랑 싸웠느냐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예를 들어, 비슷한 방식으로 안희정 지사와 송영길 지사가 2010년에는 어땠을지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3. 전 선거들보다 못했다? 잘했다?

(a) 1년 반 전 대선과 지방선거

흔히 이번 지방선거를 박근혜정부의 전국적 규모의 중간선거로 내다봤습니다. 혹자는 광역의회/기초단체장에서 새누리당이 야권을 선도했다는 데에서, 집권당이 심판당한 선거가 아니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새누리당의 대선 득표율 대비 지방선거의 비례대표 득표율의 차이는 어떻게 될까요?

2014광역비례대선대비추이(전국)
사실상 1:1로 총력전을 벌인 대선에 비해서, 호남과 영남 모두 이완된 것을 볼 수 있고, 전반적으로 새누리당이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 보임.

전북지역에서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이 대선 때에 비해 많이 올라간 것이 특기할만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전북 임실군의 경우 12.2%에서 23.7%까지 올라갔습니다.) 다시 돌아서 야권은 어떻게 변했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상 같은 그림입니다(생략). 그 밖의 모든 지역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득표율이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실제로 지역적 이슈가 큰 지방선거를 대선과 비교하면 안 되고, 엄밀하게는 2010년 지방선거, 또는 적어도 지역적 이슈가 가미된 2012년 총선과 비교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비례대표선거를 보자면, 2010년이 충격적이라 할 만큼 야권의 “북풍에 대한 역풍”이 강했던 것과 2010년에 비해서 새누리당은 지역당인 자유선진당, 그리고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래연합/친박연합을 흡수통합했다는 것 때문에 지도로 표시했을 때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2014_2010광역비례(전국지도)
전남은 “평화민주당”을 보수당으로 계산해서 생긴 문제로 보인다. 수도권, 강원, 경남이 2010년의 큰 야권풍에 비해 다시 평균으로 회귀하는 모습이 보이고, 호서권의 선전, 대구지역의 선전 등이 보인다.

각 단체장선거의 결과는 어떨까요?

2014광역단체장지선대비추이(전국)
김두관 후보의 잘못, 안희정 후보 및 권선택 후보의 선전이 눈에 띈다. 원희룡 후보는 압도적이었다.

경상남도 도지사의 경우 새누리당 회귀와 다시 한 번 전북지역의 이완, 그리고 충청권의 스윙(swing)이 눈에 들어옵니다. 강원도의 경우 영동 영서 구분보다 오히려 남/북의 구분이 무언가를 얘기하는 것 같네요. 대구 김부겸 후보의 선전도 눈에 띕니다. 이를 또한 반대로 야권에 대해서도 해볼 수 있는데요, 사실상 위 지도의 반대지만(제주도에서 2010년 무소속 후보에 패한 것이었기 때문에 야권후보의 선전으로 기록됩니다.), 수도권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보입니다.

2014광역단체장지선대비추이(수도권)
경기도,인천.

바로 인천 전 지역에서 야권 후보 총합(사실상 송영길 후보)가 득표율이 감소한 것이랑, 경기지역의 김진표 후보의 득표율이 증가한 것입니다. 인천의 경우 ‘MB심판’ 분위기와 ‘북풍에 대한 역풍’효과가 이번 기회에는 불지 않았다는 평가를 상기하게 됩니다. 경기도의 경우, 2010년 당시 김진표를 누르고 후보가 된 국참당 후보 유시민보다 선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What if?” 하실 것 같네요.

앞에서 언급한 인구밀도나 행정구역별 유권자 수 차이 때문에, 보완하는 의미에서 지도가 아닌 방식으로 2010년 광역단체장 선거결과를 2014년 광역단체장 선거결과랑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 시각화하는 데는 몇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앞에서 한 것처럼 정렬한 막대그래프를 이용해서 두 시기를 비교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분산그래프를 더 적극적으로 써봅시다.

2014_2010광역단체장(전국)
전국 2010년 광역단체장 보수/야권후보들의 득표율총합 대비 2014년 광역단체장 보수/야권후보들의 득표율총합. 등분선은 2010년과 2014년 변화가 없는 경우. 각 점은 선거구의 보수 또는 야권후보들의 득표율을 (x,y)로 표시한 것임.

만약 2014년 후보가 2010년 후보보다 어떤 선거구에서 선전했다면, 그 선거구를 대표하는 점은 등분선의 위로 갈 것이고, 반대로 고전했다면 아래로 갈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보수당이나 야권의 세가 아주 강한 지역에서는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상대방 진영에서 고전했고 자기 진영에선 선전했습니다. 관심 있는 것은 혼전인 50% 득표율 근방의 추이입니다. 아주 살짝 야권후보들이 득표율이 경향적으로 높아졌고, 보수후보들이 줄어든 것이 보이는데, 지도에서도 본 바와 같이 경기지역이 가장 돋보입니다. 경기도 지역의 결과만 뽑아보죠.

2014_2010광역단체장(경기도) label
경기도는 두 후보밖에 안 나왔기 때문에 거울상이다. 2.5% 이상 득표율변화가 있는 지역에 이름을 붙였다.

이런 방식으로 2010년 경기도 광역단체장 선거와 2014년 경기도 광역단체장 선거를 비교해보면, 유의미하게 김진표 후보가 2010년보다 득표를 더 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하지만 그래도 보수후보한테 졌죠. 연천군/이천시같이 선전 후에도 여전히 득표율이 낮은 지역, 그리고 위의 분산 그래프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 행정구역별 인구수 차이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또한 아래 “제3후보” 항목도 참조).

지선의 기초단체장 선거는 국회의원선거 결과와 많이 비교하기도 합니다. 당장 7월 30일 재보선 결과를 구청장 선거결과를 통해 유추하려는 시도가 여러 언론을 통해서 보인 바 있습니다. 따라서 2012년 총선결과를 2014년 기초단체장 선거결과와 비교해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2014기초단체장총선대비추이(전국)
척도가 등간격이 아님에 주의.
2014기초단체장총선대비추이(수도권)
수도권 지역 확대도. 대부분 지역의 새누리당 득표율이 하락.

이 부분도 분산그래프로 그려주는 것이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014_2010기초단체장
2010년 대 2014년 지방선거 득표율 변화추이 (종합)
2014_2010기초단체장(호남)
2010년 대 2014년 지방선거 득표율 변화추이 (호남)
2014_2010기초단체장(충청)
2010년 대 2014년 지방선거 득표율 변화추이 (충청)
2014_2010기초단체장(인천)
2010년 대 2014년 지방선거 득표율 변화추이 (인천)
2014_2010기초단체장(서울)
2010년 대 2014년 지방선거 득표율 변화추이 (서울)
2014_2010기초단체장(경상)
2010년 대 2014년 지방선거 득표율 변화추이 (경상)
2014_2010기초단체장(경기도)
2010년 대 2014년 지방선거 득표율 변화추이 (경기도)
2014_2010기초단체장(강원)
2010년 대 2014년 지방선거 득표율 변화추이 (강원)

2010년 대비, 호남에서 야권의 득표율이 가장 많이 떨어졌고, 영남에서 비록 당선자를 더 낼 수준은 아니지만 나아졌으며, 충청에서 보수당 후보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경기도지역은 혼전, 강원, 인천에서는 살짝 득표율이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물론 강원지역이나 영남 지역에서 후보를 못 낸 부분들 때문에 인상이 완전히 공평한 건 아닙니다. 무투표 당선지와 각 선거 때 야권이나 보수당들이 후보를 못 낸 경우는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정당후보의 당선자수를 단순히 셈해서 비교하는 것보다, 득표율을 교차비교해서 어떤 경향이 있는지를 좀 더 세분해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모 아니면 도”의 문제 인식) 결국 패배했다고 하더라도, 득표율에서 어떤 흐름이 보인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래서 “선거구도” 차원에서 조금 더 보론하겠습니다) 2010년 결과와 교차비교하자면, 전반적으로 야권이 호남 등 전통적인 지역에서 많이 고전했으면서도, 다른 지역에선 선전했다는 인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새누리당은 이미 압도적 영향권 하에 있는 영남에서 기초단체장 득표율을 높였고, 경기/강원/인천 지역에서 선전했으나, 서울의 2010년 패배를 만회하지 못했고, 충청에서 크게 떨어진 모습입니다.

이는 2012년 총선 대비 변화를 볼 때도 보입니다.

2014_2012기초단체장(전국)
2년 전 선거로 비슷한 선거구에서 이뤄진 전국 총선 대비 기초단체장 선거의 결과 추이
2014_2012기초단체장(호남)
2012년 대 2014년 지방선거 득표율 변화추이 (호남)
2014_2012기초단체장(충청)
2012년 대 2014년 지방선거 득표율 변화추이 (충청)
2014_2012기초단체장(영남)
2012년 대 2014년 지방선거 득표율 변화추이 (영남)
2014_2012기초단체장(수도권)
2012년 대 2014년 지방선거 득표율 변화추이 (수도권)

야권은 2012년 대비 보아도 호남에서 크게 득표율이 떨어졌고, 충청/수도권에서 2년보다 선전했습니다. 다만 영남에선 2010년과 달리 2012년 총선 대비로는 고전했네요. 반면 보수당(새누리)은 영남에서 득표율이 높아진 지역들이 많고, 수도권에서는 총선 때에 비해서도 고전했다는 것이 보입니다. 2010년과 달리 2012년 대비 영남에서 고전한 것으로 나온 것은 굳이 따지자면 2010년보다 2012년 영남에서 총선 때 상당한 바람이 있었지만 2014년에서 기초단체장 레벨에서는 그만큼 바람이 불지 않았다고 해석해도 될 것 같습니다.

4. 제3 후보/당 효과

한국 선거 지형이 점점 더 양당제로 가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제3 후보는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광역단체장선거에서 제3 후보 사퇴가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유권자들은 당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무효표로 응징(?)했다든지, 아니면 충실하게 당의 결정에 따라 차악의 후보에 투표했는지?), 탈당 무소속후보의 약진이 위의 분석과 시각화에서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후보들의 돌풍들을 제대로 시각화했는지 등의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a) 제2당은 어디인가? – 호남

제일 먼저, 호남과 관련된 사항을 살펴보겠습니다. 앞에서 간단히 언급했지만, 호남에서는 새누리당보다 다른 당 및 무소속후보들이 사실상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쟁자 역할을 하고 있고, 울산 같은 영남권에서는 새누리당의 경쟁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보다 다른 무소속후보/당이 경쟁역할을 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를 시각화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각 권역 선거에서 “2위 후보(당)의 당적”을 그려보는 것이 도움될 것 같습니다. 3파전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겠지요. 이 경우는 “2위 후보(당)의 당적”에 채도로 2위와 3위 후보의 표차를 고려해서 색칠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광역비례대표선거와, 광역단체장선거 모두 전북과 전남의 분화를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2014광역비례선거2당지배력
대부분 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당은 새누리당과 강력히 경쟁하며 제2당의 역할을 맡고 있지만, 호남을 보면 전북은 새누리당이, 전남은 통합진보당이 약한 지방 야당세를 보이는 등 차이가 난다.
2014광역단체장선거2당지배력
중부권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의 강력한 경쟁관계(양당제), 그리고 경남과 전북에서 약하지만 의미 있는 경쟁력, 울산 정의당과 전남 통진당, 광주의 무소속후보, 경북의 약한 새정치민주연합후보의 경쟁력이 일목요연하게 보인다.

(b) 광역단체장선거 – 통합진보당

2010년 단체장 선거에서 한명숙/노회찬 등 제3 후보가 야권표를 나눠 먹는다는 논란이 있었고, 2014년 지방선거 때도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선거 막판에 사퇴함으로써 제3 후보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일단 2014년 무효표가 이런 통합진보당의 “사퇴도 당선되지 못하게 하는 선거운동의 일환”이라는 결정에 대한 통합진보당 지지자들의 반대표시, 또는 통합진보당 지지자들이 보기에(통합진보당 당지도부와 후보의 뜻과 달리) “차악”의 후보를 도저히 뽑을 수 없다는 행위인지, 즉 무효표의 증가와 통진당 후보의 사퇴가 연결될 수 있는지 살펴봅시다.

2014무효표분포
전국 광역비례대표 선거 무효표수 대비 단체장 선거 무효표수. 울산에 대규모 무효표가 있었고, 경기지역에도 6천 표 이상 차이 나는 지역들이 보인다

전국 모든 선거구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무효투표”수”(광역 레벨이기때문에 여기서는 “숫자”가 중요합니다)와 광역비례대표선거 선거의 무효투표”수”를 분산그래프로 비교해보면, 울산에서 엄청나게 많은 무효표가 나왔고, 경기지역에서 그보다는 작은 표가 나온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큰 논란이었던 경기지역 선거구들의 무효표 상관관계만 따로 볼까요?

2014무효표분포(경기)
울산 때문에 잘 안 드러났지만, 경기지역은 비례대표선거 무효표에 비해 경향적으로 광역단체장선거에서 무효표가 더 나왔다. 통진당 광역단체장 후보 사퇴 여파일까?

만약 통진당 지지자들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무효표(기권)를 만들었다면 비례대표수와 무효표수가 강한 상관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비슷한 규모의 다른 정당(정의당)과 비교했을 때에 비해서 강한 상관관계가 발견됩니다.

2014무효표대통진(경기)
실제로 경기도 내 선거구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득표수와 광역단체장선거 무효표수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비교로, 같은 식으로 정의당 득표로 정리했을 땐 상관관계가 약하다.

물론 얼마나 많은 통진당 지지자들이 무효표에 일조했는지는, 다변수 회귀분석같이 정량적인 분석으로 살펴봐야 하겠습니다만, 상당한 수의 통진당 지지자들이 광역단체장선거에서(사퇴후보와 정당 당 지도부의 “선거운동”과 달리) 포기했던 것으로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앞서 김진표 후보가 야권이 만들어낸 비례대표 표차 전부를 갖고 가는 데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고 앞서 언급했는데, 그렇다면 통진당 표를 뺀 보수당-야권표 표차와 두 경기지사 후보 사이의 표차와는 좀 더 상관관계가 보일까요?

2014광역자치단체장후보경쟁력(경기_통진)
통진당 비례대표 득표를 야권에 포함하지 않으면, 김진표 후보는 상당수의 야권표를 다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통진당 표가 김진표 후보에 안 간 걸까?

이렇게 보면, 김진표 후보는 (통진당표를 제외한) 야권표를 거의 모두 흡수했다고 말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단순 상관관계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비슷하게 정의당 표차를 빼서 보면,

2014광역자치단체장후보경쟁력(경기_정의)
하지만 정의당의 비례대표를 야권표에서 빼면, 오히려 김진표 후보가 얻은 득표차와 더 가깝다. 그렇다면 너무 보수 후보라서 정의당 지지자들이 김진표 후보에게 표를 안준걸까?

이와 같이 정의당 지지자들이 2010년에도 경쟁한 바 있는 김진표 후보에 표를 주지 않았다는 가설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쟁하는 가설들은 좀 더 세밀한 데이터(읍, 면, 동별 선거결과)에, 회귀분석을 통해 정량적으로 판별 시도해 봐야할 문제입니다. 전문가분들께서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다만, 당과 당 소속 후보의 “선거운동” 관점에서 사퇴가,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이번 분석에서 어느 정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울산에서 큰 무효표수는, 통진당 후보의 사퇴보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사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4무효표대통진(울산)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울산의 경우에는 오히려 통진당과의 상관관계가 별로 안 보인다. 오히려 여기선 시장후보를 사퇴한 새정치민주연합후보의 효과로 보는 것이 더 들어맞는다. (정의당의 상관관계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의 정당득표의 상관관계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임.)

(통진당 후보가 사퇴한 부산의 경우, 야권 제 정당들의 득표율이 서로 강한 상관관계를 띄고 있어 정당별 교차분석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이 3당 후보가 나오지만 않고 사퇴했다면 이겼을 텐데~” 이런 얘기는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단일화를 했는가, 그냥 사퇴와 선거협약(김두관 대 오거돈 비교) 등등 좀 더 세밀하게 따져볼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전문가분들께서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작은 수의 싸움일수록 상대적으로 보기에 특이한 선호의 유권자들(통진당 아니면 새누리당 찍는 것 같은… 극단적 예시였습니다.)의 행동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c) 기초단체장선거 – 무소속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후보의 규모, 강세는 어떻게 될까요?

위에서 광역 레벨에서 했던 것처럼 한 번 그려봤습니다.

2014기초단체장선거2당지배력
영호남 모두 제2당보다 무소속 후보들이 더 강세인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경북은 무소속과 새누리의 대결. 울산에서 통합진보당, 하지만 전남에서도 통합진보당이 2위 득표자인 경우는 없다.

영호남과 같이, 일당의 지배력이 강한 지역에서, 2당을 택하기보다 무소속 후보로 나오는 경향이 모두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유권자구성 변화와 선거

마지막으로, 사실은 제일 먼저 했어야 할 유권자 수 변화입니다. 이는 선거지형 변화를 파악하는데 첫 번째인데, 행정구역별 유권자 수가 공개된 관계로 한 번 지도로 그려볼 수 있습니다.

충청권(세종시) 인구증가양상. 대전에 대덕구에 인구증가가 수반됨
충청권(세종시) 인구증가양상. 대전에 대덕구에 인구증가가 수반됨
2014행정구역별유권자 수변화
절대치로 본 인구변화. 춘천/원주의 인구증가, 대전 유성구, 서구의 인구증가, 아산 등 서해안 인구증가와, 야권 광역자치단체장이 큰 표차를 갖고 온 지역과의 상관관계가 눈에 띈다. (천안이나 수원 같은 경우 행정구역변경에 따른 인구변화일 가능성이 높음.) (중부권 확대 이미지는 여기 클릭)

수도권 외곽 경기 지역이 인구증가로 인해 야성을 띌 것인지, 또는 대전 및 세종시 일대 인구변화가 일정 정도 충청지역의 야성(?)에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6. 보론: 선거구도에 대해

선거를 평하는 데 있어서, 당선자수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일견 당연해 보입니다. 반면 부산이나 대구 광역단체장 선거와 같이, 야권후보가 비록 당선되진 못했지만 단순한 당선자수로 놓칠만한 흐름이나 의미가 있다는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혹시 당선자만 파악하는 것이랑, 이렇게 득표율로 좀 더 세부적인 부분들을 살펴보는 것이랑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이번 분석을 하면서, 당선자수를 놓고 보면 놓치는 득표율의 흐름 같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봤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양당제에서 특정 권역에서 한 당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져서, 이를테면 5% 정도의 바람(굉장히 큰 바람이라고 할 수 있지요.)에도 기본적으로 당락이 별로 바뀌지 않는 선거지형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구도를 요약해서 시각화하는 방법을 고민해봤습니다.

여기서 최대한 간단히 하기 위해, 양당구도(보수 대 야권)를 가정하고, 후보 개개인의 효과를 배제하기 위해서, 2014년 지선 선거구별 광역비례득표율을 가장 최신의 정당별 지지세로 간주하겠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보수 대 야권 득표율차를 확인하여, 보수당이 크면 보수당후보가 그 지역에서 이기고, 야권이 크면 야권후보가 그 지역에서 이긴다고 간주하고 보수후보 당선자수와 야권후보 당선자수를 셈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 이제 전국적인 바람이 불어서, 모든 선거구에서 득표율차가 일정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합시다. 예를 들어 강남구의 보수-야권 득표율차가 30%에서 40%로 바뀌는 것같이 모든 선거구에서 보수당에 +10%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해보면, 이런 “바람”에 의한 당선자수의 변화는 어떻게 될까요? 2014년 선거구별 광역비례 득표율을 통해 보수당(새누리,새정치,한나라,공화당; 사실상 새누리당)과 야권(새정치민주연합,통합진보,정의당,노동당,국제녹색당,녹색당)으로 나누어 “바람”의 세기에 따라 당선자수를 그려보면,

선거구도(전국)
0%가 2014년 지선 결과. 전국적인 보수 바람이 불면, 보수 바람이 15% 정도로 세게 불 때까지 선거구에서 보수당 승리수가 늘어나며, 반대로 야권바람이 불면 야권승리 선거구수가 늘어난다. 보수바람이 15% 이상 불 경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이는 호남권에서 보수당세가 매우 약한 변곡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프참조).

비교적 바람과 당선자수가 선형관계를 갖는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기할 점은, 전체 광역비례대표 투표수를 단순 합산하면, 보수표가 48.9%, 야권표가 51.1%라는 것입니다. 이 또한 많은 야권표가 지역적으로 집중되어 “낭비”되어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그래프참조).

나아가, 이 당선자수의 증감이 권역별로 똑같이 일어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선거구도(수도권)
“기울어진 운동장(테란맵?)”. 2014년 현재 야권은 현 구도에서 거의 최대치에 근접한 결과를 얻은 상태.

수도권은 2014년 기준으로 야권 쪽으로 5% 이동해도, 야권 쪽으로 넘어오는 선거구가 거의 없는 반면, 조금만 보수바람이 불면 같은 규모의 득표율차가 벌어졌는데도 많은 선거구들이 보수 쪽으로 넘어오는 구도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권심판론”같은 분위기가 당선자수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권역이라고 해도 될까요?

선거구도(충청권)
충청권의 선거구도는 양쪽 바람에 다 민감한 구도.

반면 충청권의 경우 보수바람에 살짝 덜 민감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쪽이든 바람이 선거구별 승리와 더 연결되기 쉬운, 유동적인 선거지형이라고 말할만합니다. 혹자는 “전국적 표심의 바로미터”같은 말이 다른 지역(수도권)의 충청권 표심을 견인한다는 측면 때문에 인용하지만, 어느 쪽으로의 전국적 득표율 분위기가 바로 선거구별 당선자의 차이로 연결되기 쉬운 지역이라는 뜻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선거구도(강원권)
강원도는 현재 보수당이 모든 선거구를 석권하고 있지만, 야권바람에 이동의 여지가 있는 상태.
선거구도(호남권)
호남권(전라도/광주)은 20~30% 정도의 바람이 불어도 현 구도상 보수당이 당선자를 내기 난망한 상황.
선거구도(영남권)
영남권(부산/울산/대구/경상도)은 아주 센 야권바람이 불어야만 조금 변화가 가능한 수준.

반대로, 영호남, 그리고 강원도는 선거구도가 웬만한 바람에는 별 영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구도입니다.

요약하자면,

(a) 야권표의 지역별 집중이 심해서, 50:50의 구도에도 당선자수는 보수당 쪽이 많은 구도,

(b) 어떤 “바람”이 불어 득표율의 변화가 일어났을 때 그 전체적인 변화가 권역별 당선자수 증감으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 – 충청권이 가장 민감하고, 수도권은 야권바람에 덜 민감하며, 영호남은 웬만한 바람이 불어도 당선자 결과에는 거의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

을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즉, 당선자수의 변화만을 놓고 그 아래 보이는 득표율차이를 놓치기 쉽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매우 거칠게 시각화했지만, 권역별 여권/야권의 민심에 대한 “탄성계수”가 다르다는 느낌이 전달됐으면 합니다. 물론 대단히 거칠고 단순화한 분석이고, 어떤 공천한 후보가 어떤가, 제3 후보/당, 선거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유권자 구성의 변화 등등 여러 변수를 다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divide style=”2”]

어떻게 그렸는가

[divide style=”2″]

많은 분께서 궁금하셔서 이 기회를 빌려 짧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데이터들은 중앙선관위에서 시/군/구 수준의 개표결과로 공개된 결과들을 반자동으로 구문해석(parsing)해서 테이블을 만들었습니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테이블을 변환하고, 적절한(-_-;; ) 계산식을 통해서 정리했고, 나중에 총선/대선 등등의 결과들을 정리하는 데는 몇 가지 스크립트들을 썼습니다. 사실 이 데이터수집/정리/가공 부분은, 중앙선관위에서 좀 더 사용자 편의적으로 제공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처음에 황용하 님과 얘기한 것은, 이렇게 예시를 주면, N사나 D사 등 훌륭한 프로그래머들께서 다음부턴 제대로 서비스해주지 않으실까였습니다).

이 테이블들은, 김형준 님께서 만드신 시/군/구 쉐이프파일(shapefile: 구역 지정 데이터)을 기반으로, 사이즈를 줄여서 사용했습니다. 보아하니 2014년 5월 기준으로 업데이트되었네요. 여기에 행정구역 코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를 선관위에서 제공하는 행정명이랑 대조를 하고, 어긋나는 부분 (예를 들어 여주군이 여주시로 바뀌면서 이름 대조에서 불일치)을 수동으로 수정해주었습니다.

총선의 경우, 시/군/구에 여러 후보가 들어가므로, 일단 이 경계에 맞춰 각 갑/을/병/정 선거구의 결과를 모두 합산했습니다. 또한, 2010년 지방선거 데이터의 경우 충남 연기군의 결과를 세종특별시로 결부시켰고, 창원/마산시 통합에 따른 행정구역변경은, 일단 진해시는 그대로, 창원 마산시의 분구된 부분은 그냥 반으로 나눠서 분류했습니다.

이렇게 시군구 키값과 대조된 선거결과는 쉐이프파일을 이용하여 무료 오픈소스 GIS 소프트웨어인 QGIS를 통해 시각화했습니다.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고, 조금만 파악을 하면 시각화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미국의 많은 저널리스트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도를 제외한 모든 그래프는 간단히 엑셀로 수행했습니다. (물론 통계적인 처리들 등 좀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자면, 프리웨어인 R를 비롯해서 좋은 소프트웨어들이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더 나은 선거결과 분석에 대해 몇 가지 느낀 점을 말씀드리자면, 우선 중앙선관위 같은 기관이나, 또는 그 데이터를 재가공해서 보여주는 포털이나 언론사들에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형태로 미가공(raw)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업을 젖혀두면서 데이터를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애써봤는데(실제로 지금 데이터들도 엑셀 오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감안해 주세요.), 전혀 불필요한 진입장벽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251개 시/군/구 구역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살펴보았지만, 더 세부적인 정보들이 공개되어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런 행정구역별로 정리된 다른 통계자료들 – 예를 들어 소득분포, 부동산정보 기타 등등 – 과 선거결과를 교차분석하는 것입니다. 잘 정리된 데이터들이 있다면, “IT 강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많은 분이 분석에 나서실 것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시각화의 부분입니다. 많은 부분을 다루고 여러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만, 위의 교차분석이라든지, 다른 정보들과 결합한 metric을 개발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요약할 수 있는 색깔 ramp, 또는 다른 식의 시각화방법 (3차원 막대그래프, 사이즈가 다른 파이그래프 등등)을 시도해서, 유권자들에게 선거결과를 좀 더 공정하고 밀도 있게 전달하는 것이, 끊임없이 “국개론”이니, “나라 망조 들었다”느니 하는 약간 뜬구름 잡는 언설보다 더 내실 깊은 논설의 밑바탕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이런 작업이, 꼭 아주 전문가가 아니어도 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저도 황용하 님께 배우기 전까지는 GIS에 대해서 전혀 몰랐습니다).

[divide style=”2”]

감사인사와 피드백 

[divide style=”2″]

1. 황용하 님

GIS에 관한 모든 개념, 초기 그래픽 작업, 템플릿 등은 황용하 님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습니다. 황용하 님은 시각화에 대한 관심을 이어오면서, 현재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결과 사이트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프로그래머들은 GIT로 끌어올(fetch) 수 있는 주소를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2. 김형준 님, 트윗 친구들, capcold 님과 슬로우뉴스 편집진 

아름답고 정확한 대한민국 시/군/구 지도를 제공하시고, 이런 작업에 쓸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gisdeveloper.co.kr의 김형준 님이 없었으면 지도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트윗 세상에서, 여러 가지 선거결과 분석과 해석들을 접할 수 있게 해주신 많은 트친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마감을 어겨가며 늦어버린 원고 투고할 때까지 기다려주신 capcold 님을 비롯한 슬로우뉴스 편집진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3. 피드백: @nobody_indepth

선거결과를 수작업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결과들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류로 의심되는 문제가 있으면 트위터의 @nobody_indepth로 알려주세요. 모든 지도들은 원 제작자(credit)와 원문 주소를 포함해 퍼가실 수 있습니다(Original shapefile www.gisdeveloper.co.kr 크레딧이 안 들어간 지도는 꼭 이를 붙여주세요.). 원자료는 적절한 시기에 공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련 글

11 댓글

  1.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우리편/내편이 아니라 더 많은 정보를 담은 지도가 훨씬 가치있어 보입니다.

  2. 필자입니다. “강원의 최문순, 대전의 권선택 후보는 전반적인 야권바람으로 이겼다면(그리고 춘천과 강릉으로 대비되는 영서/영동의 대립구도가 선명히 드러납니다.),” 이 문장이 씹혔고 잘못 썼는데요, “대전의 권선택 후보는 전반적인 야권바람으로 이겼다면, 상대 새누리당 후보는 인물경쟁력이 좀 더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고, 강원의 최문순후보는 춘천과 강릉으로 대비되는 영서/영동의 대립구도를 이용한게 보이고, 반면 충청지사 선거에서..” 이렇게 이어져야 말이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3. 꼼꼼하게 다시 확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말씀하신 부분은 반영했습니다.
    논지나 주요 내용 변화가 아니고, 좀 더 정확한 표현상 퇴고이므로 별도 업데이트 표시는 하지 않았습니다.

  4. 정말 엄청나게 디테일한 사고체계를 갖고 계시는군요. 과학도답습니다.^^ 진실을 알기위해선 사실을 잘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감사합니다.^^

  5. 몇가지 생각나는 걸 첨언합니다.

    1. 단순하게 시군구를 모두 동일한 네모(ㅁ)꼴로 처리해서 등가로 배치하는 방법도 의미는 있어 보입니다.

    2. 한편 인구와 면적을 비례시켜 여러 원의 집합으로 나타내는 지도도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지도 왜곡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구요.)

    특히 기초단체장의 경우엔 몇명이 새누리-새정연 시/군/구장을 선출했는지를 비교하면 단순한 수의 비교가 아닌 좀더 정확한 비교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새정연의 승리는 주로 인구가 큰 도시(특히 수원/성남/고양과 같은 경기도의 특정시)에서의 승리였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묻히는 것 같습니다.

    새정연의 원주시 승리나, 통합 청주시와 충주의 새누리 석권 등도 중요하고.. 또 시/도의회의 중요성이 기초단체장에 비해 묻히는데 중량감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이런 면모들도 분석이 가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충북의 결과를 의미심장하게 보는 편이고, 충남에서의 자유선진당 세력이 어떻게 나누어졌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여하간 한마디로 극찬, 극찬입니다. 이런 자료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흐뭇할 지경입니다. 특히 “바람”을 통한 분석은 개인적으로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과 거의 일치해서 특히 놀랐습니다.

    ps. 교육감 선거는 개인적으로 분석한게 있긴 한데 나중에 트위터에서 공개해보겠습니다.

  6. 댓글 써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6월 11일부로 대부분의 각 광역시/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읍/면/동 개표결과자료들이 나와있습니다.

  7. 정보 시각화 관련 수업을 수강하며 해당 자료를 보고 이런 자료들을 보며 감사한 마음과 나도 해보고 싶단 마음이 함께 들었습니다. 이번 해석을 넘어 다른 선거 자료들을 가지고 정보 시각화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혹시나 원 자료를 보고 실험해볼 수 있을까 하여 무례하지만 이렇게 댓글을 남겨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