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2020. 6. 16) 오후 2시 50분경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파괴했습니다. 사무소는 그저 물리적인 건물이 아닙니다. 북한의 관할권에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또 다른 영토이자 대한민국 대표격으로서의 상징성을 가진, 남북한 평화 협상과 경제 협력을 위한 소통의 심장부였습니다.
그 ‘파괴’ 이후, 미래통합당의 한 의원은 “핵에는 핵으로”라는 망언을 서슴치 않습니다. 사인의 감정으로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공인의 언어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 망언의 뿌리는 북한이긴 합니다. 미군의 전략폭격기(B-52)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돌아간 다다음날인 2016년 1월 11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핵에는 핵으로, 이것이 우리의 대응 방식이다.”라고 대응합니다. 북한의 몰상식과 극단적인 벼랑끝 전술을 합리적 이성으로 분석하기 어렵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과 같은 언어로, 같은 전술로 북한을 상대한다면, 그 결과는 파괴와 파멸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을 ‘봐줘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에 찬물을 끼얹은 북한의 행위는 용납할 수 없고, 용납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평화의 길은 전쟁의 길, 파괴의 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인내와 지혜, 노력과 희생을 요구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한반도 평화는 개인이나 정당의 이해관계를 떠나 대한민국 공동체와 북한 주민,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한 초석으로 모두가 마음을 더하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 ‘우리의 과제’입니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는 어떤 특정 대통령의 업적으로 찬양되거나 실정으로 폄하되어선 안 됩니다. 성공한다면 우리 모두가 성공하는 것이고, 실패한다면 우리가 모두가 실패하는 것입니다. ‘베를린 구상’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까지의 희망과 실망, 믿음과 배신의 과정을 살펴보는 일은 더 실망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북한에 더 감정적으로 분노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결국 다시 쌓아올려야 하는 한반도 평화의 그 지난한 과정을 다시 돌아보고, 그 새로운 걸음을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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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6. 문재인 대통령, ‘베를린 구상’ 발표
- 북미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을 앞두고 2017년 7월에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구상’ (베를린 구상 전문)
- 문 대통령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2000. 3. 9.)을 언급하면서 ‘베를린 구상’이 김대중과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잇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첫째,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평화입니다.
둘째,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겠습니다.
셋째,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넷째, 한반도에 새로운 경제 지도를 그리겠습니다.
다섯째,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문재인, ‘베를린 구상’ 연설 중에서)
2017. 9. 3. 북한, 6차 핵실험
-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실행된 북한의 여섯 번째 핵실험. TNT 약 100~300kt 규모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한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소량화나 경량화에까지 성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18. 1. 1.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에서 남북대화 가능성 언급
“나는 조국의 통일을 위하여 투쟁하고 있는 남녘의 겨레들과 해외동포들, 침략 전쟁을 반대하고 우리의 정의의 위협에 굳은 연대성을 보내준 세계 진보적 인민들과 벗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냅니다.”(김정은, 신년사 중에서, 신년사 전문)
2018. 2. 9.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
2018. 2. 10. 문 대통령, 북 고위급 면담, 김여정 특사 친서 전달
-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 면담하고, 김여정 특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함(관련 링크).
2018. 4. 27. 2018 제1차 남북정상회담
- “평화, 새로운 시작”(Peace, A New Start)
- 헌정사상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
- ‘판문점 선언’ 채택: 한국전쟁의 종전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핵심 내용(전문 링크)
2018. 5. 26. 2018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우리 두 정상은 6.12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긴밀히 상호협력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우리는 4.27 판문점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했습니다.”(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문 중에서)
2018. 6. 12. 2018년 북미정상회담 (싱가포르)
- 평화·번영적인 새로운 양국 관계 설립
-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 4·27 판문점 선언 재확인
-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대규모 경제 개발 협력
- 한반도 전쟁 미군 포로 및 전쟁실종자 유해 수습 및 송환
2018. 9. 14.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
- 사무소는 북한에 세워진 대한민국 대표부 격의 건물로, 대한민국의 자본과 기술로 건설됐다.
2018. 9. 18~9. 20. 2018년 제3차 남북정상회담 (평양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거듭 확약했습니다.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 합의사항이 함께 이행되어야 하므로, 미국이 그 정신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준다면 영변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대국민 보고 중에서)
2019. 2. 27~2.28 2019년 2월 북미정상회담 (하노이)
- 정상회담 조기 중단: “정상회담은 짧게 끝났고,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함”(트럼프와 폼페이오의 발표)
- 북한 측 리용호 대표는 모든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종료를 위해선 미국의 추가 보상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즉,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파괴 외에 미국의 추가 보상 없이는 상호 합의가 불가능함을 확인했다.
2019. 5. 집권 2년 보고서 중 ‘남과 북’
2019. 6. 30. 2019년 남북미 정상회담 (공동경비구역 자유의 집)
김정은, (트럼프의 손을 잡으며) “이런 데서 각하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 북한, 미국은 모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한다고 밝힘.
2019. 9. 10. 트럼프, 존 볼턴 안보보좌관 해임
- 존 볼턴은 백악관 내 가장 대표적인 강경 매파이자 전쟁광으로 불렸다.
- 해임 이유: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서 리비아 모델을 제시하는 것은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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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모델’
북한은 소위 ‘리비아 모델’에 극심한 거부 반응을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 ‘리비아 모델’은 리비아의 비핵화 이후 카다피가 죽었다는 것인데, 사실 역사적 사실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는 2003년 핵 포기를 선언하고, 미국은 2006년 리비아와 수교를 맺어 리비아의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을 약속한다.
그런데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한 봉기가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이어진다. ‘아랍의 봄’으로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은 붕괴한다. 하지만 리비아 뿐만 아니라 튀니지(벤 알리), 이집트(무바라크), 시리아(살레) 정권도 ‘아랍의 봄’으로 붕괴했다. 즉, 미국의 배신으로 인한 정권 붕괴라기보다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분출한 민중봉기에 의한 정권 교체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리비아 모델’은 1) 비핵화 → 2) (미국의) 체제보장과 경제지원 약속 → 3) (미국의 배신) 정권 붕괴, 독재자 사망이라는 공식처럼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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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10. 문재인 취임 3주년 특별연설: ‘북의 실종’
“첫째,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습니다.
둘째, 고용보험 적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하여 우리의 고용안전망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습니다.
셋째, 일자리 창충을 위한 ‘한국판 뉴딜’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겠습니다.
넷째,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연대와 협력의 국제질서를 선도해나가겠습니다.”(문재인, 3주년 특별연설 중에서)
- 특기할 점은 굳이 ‘북의 실종’이다. 집권 2년까지 (업적으로) 강조해왔던 남북관계나 한반도 평화에 관한 업급은 거의/전혀 없고, 남북관계에 관한 언급은 “남과 북도 인간안보에 협력하여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합니다.”라는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점은 당시 경색된 남북 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 전반에 걸쳐 “K방역”의 성과를 강조하는 모양새. (참고: 3주년 타임라인)
2020. 6. 5. 북한 통일선전부, “사무소 결단코 폐지”
- 북한 통일선전부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결단코 폐지”한다고 밝히면서, 대북제재 관련 조항이 유지돼 남북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남측을 비난하면서 6월 8일 정오를 기준으로 모든 남북 연결 채널을 폐기함.
2020. 6. 13. 김여정 담화
“(…)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 하다.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다.
나는 위원장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사업련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련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남조선 당국이 궁금해 할 그 다음의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 (….)”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 전문)
2020. 6. 14. 0시 NSC 긴급 화상회의 개최
- 정의용(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긴급 화상회의 열림.
-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연철 통일부장관, 정경두 국방부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박한기 합참의장 등이 참석.
-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선 대외공표하지 않음.
2020. 6. 15. 문재인 대통령,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축사
“평화가 경제이고, 일자리이며 우리의 생명입니다.
평화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습니다.
어려울수록 ‘작은 일부터,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평화는 누가 대신 가져다주지도 않습니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합니다.
남과 북이 함께 해야 할 일입니다.” (축사 중에서)
2020. 6. 16. 북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오후 2시 50분경)
2020. 6. 16. NSC(국가안보회의) 상임위 긴급회의 결과 발표
“정부는 오늘 북측이 2018년 「판문점선언」에 의해 개설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함.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임.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함.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함.” (2020년 6월 16일, NSC 사무처장 김유근)
2020. 6. 17. 김여정, 문 대통령 직접 겨냥한 인신공격
- 김여정,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축사를 직접 문 대통령을 겨냥해 비난.
- 이하 김여정의 발언 중 발췌 (재인용 참고: MSN)
“새삼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
“명색은 대통령의 연설이지만 민족 앞에 지닌 책무와 의지, 현 사태 수습의 방향과 대책이란 찾아 볼래야 볼 수가 없고 자기 변명과 책임 회피, 뿌리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 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습니다” 등의 발언을 겨냥한 듯) 멋쟁이 시늉을 해보느라 따라읽는 글줄 표현들을 다듬는 데 품 꽤나 넣은 것 같은데 사태의 본질을 알고나 있는 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인정도 없고 눈곱 만큼의 반성도 없으며 대책은 더더욱 없다.”
“이런 뻔뻔함과 추악함이 남조선을 대표하는 최고 수권자의 연설에 비낀 것은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
“그토록 입에 자주 올리던 운전자론이 무색해지는 변명”
“저들이 빚어낸 사태의 책임까지도 우리에게 전가하려는 것은 참으로 오만불손한 행위”
“한 것이 있다면 주인 구실은 하지 못하고 상전(미국)의 눈치나 보며 국제사회에 구걸질하러 다닌 것이 전부인데 그것을 ‘끊임없는 노력’, ‘소통의 끈’으로 포장하는 것은 여우도 낯을 붉힐 비열하고 간특한 발상”
“북남관계가 오늘과 같은 파국에 이른 마당에 와서까지 제 집을 난도질한 강도에게 구걸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겠는가”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 순간까지도 남조선 당국자가 외세의 바지 가랑이를 놓을 수 없다고 구접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지난 2년간 남조선 당국은 민족자주가 아니라 북남관계와 조미(북미)관계의 선순환이라는 엉뚱한 정책에 매진해왔고 뒤늦게나마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흰 목을 뽑아들 때에조차 ‘제재의 틀 안에서’라는 전제조건을 절대적으로 덧붙여 왔다.”
“오늘 북남관계가 미국의 농락물로 전락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집요하고 고질적인 친미사대와 굴종주의가 낳은 비극.”
“짐승도 한 번 빠진 함정에는 다시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미련한 주문을 한두 번도 아니고 연설 때마다 꼭꼭 제 정신 없이 외워대고 있는 것을 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정신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항상 연단이나 촬영기, 마이크 앞에만 나서면 마치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같은 소리만 토사하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 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가니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들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 또 말 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
2020. 6. 17. 청와대, 김여정의 비난에 관해 유감 표명
-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입장 발표
“(…) 북측이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에서 이러한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입니다. 이는 그간 남북 정상 간 쌓아온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며 북측의 이러한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합니다. 북측은 또한 우리 측이 현 상황 타개를 위해 대북 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던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이는 전례 없는 비상식적인 행위이며 대북 특사 파견 제안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서 강한 유감을 표명합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6.17 발표 북측 담화 관련 청와대 발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