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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6월 7일 서울중앙지법(2015가합13718 제34민사부 김양호 재판장)은 일본제국주의 강제동원 피해자 80여 명이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판결입니다. 법원은 “개인 청구권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판절차를 끝내는 결정을 내린 것인데요.

특히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을 인용해 판결을 내릴 경우 국제재판소로 사건이 넘어갈 가능성이 있고 이때 대한민국이 받게 될 압박이 극심할 것이고, 패소할 경우 문명국으로서의 위신이 추락할 수 있다는 것 등을 각하 사유로 제시하며 논란을 샀습니다.

‘문명’국이라면 식민지배의 부당함을 다시 한 번 알리고, 피해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처신이 아닐까요? 국민적 법감정과는 동떨어진 판결로 사회적 분노가 컸던 판결인데요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해당 판결을 전범진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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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7. 선고된 서울중앙지법 2015가합13718 손해배상(기) 판결(이하 손해배상 판결) 은 아래와 같이 각하 판결했다.

이 손해배상 판결은 대법원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반대의견인 소수의견이 “청구권 협정의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언의 의미는 개인청구권의 완전한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하는 것을 기본적인 맥락으로 한다.

청구권 협정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언의 의미는 결국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위자료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2018. 10. 30.선고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등은 (중략)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한 것으로, 합의에 이른 ‘조약’에 해당하는 청구권 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대한민국은 국제법적으로는 청구권협정에 구속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사 13명의 역사적 판결을 가볍게 '무시'하는 서울중앙지법 김양호 판사의 깔끔한(?) 논리(??)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역사적 판결을 가볍게 ‘무시’하는 서울중앙지법 김양호 판사의 깔끔한(?) 논리(??)

위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져 피고들의 손해가 현실화될 경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여러 차원의 압박을 받을 수 있고, 국제재판소에서 패소하는 경우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 세계10강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서의 위신이 추락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더불어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국가들 중 하나인 일본국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한미동맹으로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어 있는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 이어져 헌법상의 ‘안전보장’ 훼손, 사법신뢰의 추락으로 헌법상의 ‘질서유지’를 침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강제집행은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고, 결국 이 사건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소구할 수 없는 권리에 해당한다.”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양호의 판결은 틀렸다 

 

그러나 위 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대법원 2013다61381 손해배상(기) 전원합의체 판결(재상고심)(이하 ‘2018년 대법원 판결’)의 취지 등을 무시한 판결이다.

1.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위자료청구권을 행사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청구권협정문이나 그 부속서 어디에도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언급하는 내용이 전혀 없으므로 청구권 협정 제2조 1.에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a)의 범주를 벗어나는 청구권인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직결되는 청구권이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청구권협정 제1조의 돈은 기본적으로 경제협력의 성격이었고 청구권협정 제2조와 제1조 간에 법률적인 상호관계는 없고, 협상과정에서 12억 2,000만 달러를 요구하였음에도 3억 달러만 대한민국이 받은 상황에서 개인들의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기는 어렵다.”

이번 판결이 근거로 삼은 부분은 대법원 판결의 소수의견에 불과하다.

일제 강제동원(신일철주금, 옛 일본제철) 피해자들. 시계 방향 순으로 '19년 3월 현재 유일한 생존자 이춘식 할아버지, 고 여운택, 고 신천수, 고 김규수 할아버지. (출처: 민중의소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일제 강제동원(신일철주금, 옛 일본제철) 피해자들. 시계 방향 순으로 ’19년 3월 현재 유일한 생존자 이춘식 할아버지, 고 여운택, 고 신천수, 고 김규수 할아버지. (출처: 민중의소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 대한민국은 청구권 협정에 구속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미 2012년 5월 24일(2009다68620) 판결에서도 불법행위로 인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청구권 협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2018년 대법원 판결에서 역시 “개인들의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즉,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닌 개인들의 위자료청구권을 소로서 행사하는 것에 대하여, 대한민국에 청구권협정에 구속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감안할 필요도 없다.

이번 판결도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정의견과 달리 판단하여야만 하는 현저한 사정변경이 있지 않는 한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는 게 타당하다.

또한, 비엔나협약 제27조는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을 원용한 것이지 국내법규정을 원용하여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뿐만 아니라 2005년 8월 26일 민관공동위원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한민국정부는 국가권력기관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와 관련한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그 입장을 유지하여 왔다. 이는 국제법상의 &묵인&에 해당하여 국제법상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1965년 체결된 치욕적인 '한일협정'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정당한 보상을 가로막는 '장벽'이었다.
1965년 체결된 치욕적인 ‘한일협정’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정당한 보상을 가로막는 ‘장벽’이었다.

또한, 재판부는 ‘위안부’ 생존자 배상금 강제추심을 목적으로 한국 내 일본 재산을 공개하라는 재산명시 신청사건(2021카명391)에서도 생존자들의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며, 비엔나협약 제27조에 반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바 있다.

 

3. ‘문명국 위신’ 걱정하는 ‘예언가'(?) 김양호 재판장 

김양호 재판장은 이렇게 말한다:

“국제재판소에서 패소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등의 경우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 세계10강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서의 위신 추락,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국가들 중 하나인 일본국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한미동맹으로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어 있는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 이어져 헌법상의 안전보장 훼손, 사법신뢰의 추락으로 헌법상의 질서유지를 침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본안판결에서는 본안 판단의 대상만이 심리되고 선고되어야 할 것이고, 강제집행위 위법성은 본안판결 선고 및 확정 후에 다투어져야 하는 것이다. 본안판결을 하면서 장래의 강제집행의 위법성 때문에 본안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

만일 본안판결에서 강제집행의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위 판결에서 “우리 대법원이 국내법 사안에서 강제집행의 권리남용 해당여부에 관하여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위 판결처럼 쉽게 강제집행의 권리남용을 인정해야 하는 지도 의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승소 판결이 내려진 2018년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며 소감을 밝히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 할아버지.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김슬찬 기자) http://www.vop.co.kr/A00001347500.html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승소 판결이 내려진 2018년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며 소감을 밝히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 할아버지.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김슬찬 기자)

4. 왜 사법부가 외교정책을 정해주는데? 

또한, 국제재판의 고도의 불가예측성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이 승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위 판결은 지나치게 대한민국에 국제재판소에서 패소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오류가 있다.

일본국과의 관계,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 인한 헌법상의 안전보장이 훼손된다는 주장은 논리의 비약이다. 이는 오히려 비법률적인 판단이다. 패소를 하게 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과연 그것이 국가안전보장이 훼손되는지는 의문이다. 위 판결은 대한민국의 외교관계가 대일동맹, 대미동맹으로 고정되고 영원히 지속된다는 모순에 빠져 있다.

아울러 사법부에서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인 외교에 대하여 국가원수나 외교부 등 행정부의 권한을 침범하여 대일동맹과 대미동맹으로 대한민국의 외교관계를 고정시키는 것은 국익을 위하여서도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과의 외교정책을 왜 재판부에서 걱정하는 건가?
대일본 외교정책을 왜 서울중앙지법 김양호 판사가 걱정하나?

5.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법적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강제동원 가해 기업들이 장기간 해태하고 역으로 일본 정부가 나서 외교적 공격을 하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오히려 이 부당한 상황의 원인을 확정판결로 권리를 인정받은 피해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피해자들의 권리행사가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만든다며 권리 남용이라고 낙인을 찍는 것이다.

강제징용사안, 영유권 주장 사안, 위안부 사안은 오히려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헌법과 법률의 규범력과 헌법기관의 유지 등 국가적 안전의 확보라는 국가안전보장과 국민의 인권에 관련된 사안들로 대한민국이 적극적으로 이의 보장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사안이다.

대한민국이 위 사안들에 대한 노력을 경주하지 아니하고 위 판결이 말하는 국제관계의 경색이나 국격 및 국익의 치명적인 손상을 이유로 이를 소홀히 한다면 국가로서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의무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정부의 의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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