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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문제’ 법안 vs. 20대 국회 ‘기대’ 법안

20대 국회가 시작했다. 20대 국회에도 수만 건의 법안이 태어날 것이고,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상임위 단계에서 계류할 것이며, 4년이 지나 임기만료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회의 입법 기능은 가결율, 성공률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1인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이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일이고 공론을 모으는 일이다. 그래서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았더라도 각각의 법안은 그 자체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회, 선거를 키워드로 하여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문제 법안 3개와 20대 국회가 꼭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 3개를 꼽았다.

국회

19대 국회 ‘문제’ 법안 

1. 후보자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인사청문회를 도덕성 검증, 정책 검증으로 이원화하여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것.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했고, 당 차원에서 인사청문제도개혁 TF를 꾸려 추진하기도 했다.

기억을 더듬어보자.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이완구 후보자. 차례대로 아들 병역 문제, 전관예우 논란, 왜곡된 역사 인식, ‘성완종 리스트’ 불법정치자금 의혹으로 모두 낙마한 국무총리 후보자다. 정부의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지적해야 할 사례지만, 일각에서는 이보다 신상 털기식 국회 인사청문회만을 탓한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하나님이) 남북분단을 만들게 해 주셨어. 그것도 저는 지금 와서 보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디자인: 써머즈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가 국민적 검증을 거쳐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도덕성이든 정책역량이든 후보자가 적격한 인사인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개 검증하는 자리가 되는 게 타당하다.

2. 지지율이 낮으면 토론회도 나오지 말라? ‘이정희 방지법’

대선후보 TV 토론회 참석자 자격을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15% 이상 후보자로 한정하자는 것. 중앙선관위도 지지율 10% 이하의 대선후보는 2차 TV토론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TV 토론 참여의 기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5명 이상 국회의원을 가진 정당의 후보자, 직전 선거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의 후보자, 선거기간 개시일 30일 전부터 선거기간 개시 전날 사이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자를 대선 토론회 대상으로 한다.

이정희 토론회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그러나 소위 ‘이정희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이 내용은 거대 정당 중심,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들에게만 토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군소 정당의 선거 참여를 배제할 뿐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도 있다.

3. 규제 양산하는 의원발의를 통제하자?

의원 발의안 가운데 규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는 경우, 규제사전검토서를 첨부하도록 하자는 것.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마인드가 잘 녹아있다.

이 내용은 찬반이 나뉠 수 있겠으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제도가 ‘정부가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의원입법이 마구잡이식으로 규제를 도입하고 있으니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시각 위에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제도적으로 의회 권한을 약화하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는데,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0대 국회 ‘기대’ 법안 

반면, 20대 국회가 꼭 처리했으면 하는 법안도 있다.

1. 낡은 선거법은 이제 그만, 선거법 전면 개정

현행 공직선거법은 유권자의 참정권을 제약하는 대표적인 문제 법안이다. 선거법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현행 선거법 법조문은 모두 279개. 정치자금법이 65개의 단출한 체계를 갖춘 것에 비교하면 선거법은 너무 많은 분량을 유권자의 정치참여를 제한하는 데 쓰고 있다. 투개표 과정과 당선인 결정 방식, 후보자 등 관련 규정 이외에도 기간, 주체, 방법 규제조항이 다수 있다.

선거 180일 전, 선거 90일 전, 선거 60일 전 등 기간에 따라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며 지역구 후보자인지 비례 후보자인지, 선거운동원인지, 유권자인지 주체별로도 규제가 적용된다.

또한, 현수막, 피켓 사용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인지 “선거운동”에 이르는지에 따라 적용이 다르니 이 정도면 선관위가 신(神)이다. 몇 개 조항을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전면적인 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때다.

선관위

2. 법 위에 시행령? 시행령 통제 방안 강화

법률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서는 대통령령, 총리령 등에 대해 국회의 통제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위임입법 권한은 상위법인 법률에 근거해 행사되어야 하고 위임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가 만든 법률의 취지를 왜곡하거나, 아예 국회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사례가 이미 오래 누적되었다.

"2015 신년구상 기자회견 대통령 말씀" (청와대) http://www1.president.go.kr/news/newsList.php?srh[view_mode]=detail&srh[seq]=9121

2015 신년구상 기자회견 대통령 말씀 (청와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20조 원이 넘는 4대강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제외한 것, 박근혜 정부가 가맹사업주 권익 보호를 위한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모법보다 후퇴시킨 것 등등. 국회가 위임했으니 이에 대한 관리도 국회의 역할이다.

2015년 국회법은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까지 이르렀지만, 그 내용은 통제 방안 가운데도 가장 하급이었다. 통제 방안을 이보다 더 강화하고 다양하게 하는 것이 국회 권한을 회복하는 길이다.

3. 예산안 자동부의 폐기

기한 내 예산안 심의를 못 마치면 본회의로 자동 부의되는 독소조항. 국회는 시간만 되면 법안 찍어내는 공장이 아니다. 즉각 폐지해야!

예결특위가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의를 다 마치지 못하면 다음 본회의에 자동부의 되는 국회법 독소조항이다. 새해를 넘겨서까지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2년에 도입된 법 조항으로, 여야 협상 속도를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저금통 돈 돼지

특히 우리나라는 예산 편성권을 정부가 갖고 있고, 국회는 9월 중순쯤 정부가 제출한 이후부터 약 400조 원의 예산을 두 달여 동안 심의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꼼꼼하게 따져보고 협상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 또한, 여야가 정해진 시간 내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가 처음 내놓은 예산안 초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기 때문에 기재부 입장에서는 다급하게 조율할 필요 없이 느긋해지는 것이다.

예산안은 기한 내에 심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실하게 심의했을 때, 더 큰 피해를 불러온다. 예산심의권 침해하는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은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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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필자. 시민단체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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