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 대선 첫 번째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테드 크루즈가 승리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아이오와 코커스는 단순히 승자를 결정하는 것 이상의 함의를 가진다.
표로 증명된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혐오
트럼프를 연호하던 많은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표를 사용할 순간이 오자 마음을 돌렸다. 하지만 그래도 비주류인 크루즈를 1위로 만들어 주었다.
힐러리에게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 2008년 바로 그 자리에서 새파란 버락 오바마에게 패배하면서 결국 그에게 민주당 후보의 자리를 내어줘야 했던 힐러리로서는 아이오와만큼은 절대 내어줄 수 없다는 각오로 몇 년 전부터 아이오와 표밭 가꾸기에 돈과 시간, 조직을 퍼부어왔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힐러리 700표, 샌더스 695표. 샌더스는 단 5표의 근소한 차이로 힐러리를 바짝 따라붙으며 위협했다. 힐러리는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만으로 만족해야 했고, 샌더스는 “정치혁명이 시작됐다”고 자평했다. 특히 30대 미만의 젊은이들이 압도적으로 샌더스를 지지했다는 것은 2008년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했다.
결국, 비기축세력(비주류)의 반란은 표로 증명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아이오와에서의 첫걸음은 기축세력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한다.
그들이 보는 세상, 그들이 생각하는 대선
제3세계의 어느 척박한 땅에서 힘겹게 살아가던 가난한 십대 소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지역에 테러리스트가 잠입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외국 군대의 무차별 공격으로 아이의 가족이 억울하게 몰살당하고 아이만 운 좋게 살아남는다.
울분에 찬 이 소년은 종교에 귀의하고, 수퍼파워에 저항하는 과격단체에 가입해서 테러리스트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을 죽인 국가의 핵심부에 테러를 자행하여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힌다.
알 카에다 혹은 IS에 가입한 청년들의 전형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는가? 사실 스타워즈의 줄거리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가족을 잃고 제다이라는 “오래된 종교(old religion)”에 귀의해 수행하면서 제국을 공격하는 테러리스트다. 제국의 입장에서 보면 말이다.
하지만 자기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영웅이거나 아니면 피해자다. 우리가 중동 테러단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비슷한 줄거리를 가진 스타워즈에는 환호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상황을 어느 편에서 바라볼지를 다르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반기축세력의 총궐기
관점이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선악에 관한 가치판단이 개입한다. 그건 잘못이 아니다. 선악 판단에 근거한 세계관은 어쩌면 인간에게 내재한 피할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을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싶으면 때로는 나만의 시각을 애써 벗어나서 상대방의 눈으로 세상을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무식한 인종주의자들처럼 보이고, 샌더스 지지자들이 철없는 이상주의자들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미국의 정치가,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보이는지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상황을 좀 더 명확하게, 편견 없이 혹은 적은 편견으로 파악할 수 있다. 편견이란 대개 고정된 관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의 대선은 반기축세력(anti-establishment)의 총궐기로 특징지을 수 있다. 진보진영에서는 샌더스 지지자들이, 보수진영에서는 트럼프와 크루즈 지지자들이 들고일어나서 워싱턴의 기존 양당공조체제를 무너뜨리겠다고 작정을 하고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이 상황을 그들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그들을 워싱턴을 뒤집어엎으려는 테러리스트가 아닌, 미국을 황제의 압제에서 구원하려는 스타워즈의 반란군으로 바라보면 그들이 보는 정치관, 세계관이 좀 더 명확하게 보일 것이다.
아, 그리고 이 이야기에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마이클 블룸버그다.
블룸버그 = 위기의 기득권층
지난 주말에 한동안 잠잠했던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1942년~현재, 사진)의 출마설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뉴욕 소식에 정통한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의 특종보도이니, 블로거가 제기하는 음모론 수준은 아니다.
그는 잘 알려진 대로 경제뉴스 전문서비스인 블룸버그의 설립자이자 뉴욕의 대표적인 유대계 갑부이면서, 9/11 직후 부터 뉴욕시장을 세 번 역임했던 인물이다. 재계의 큰손이면서 중앙정치에 관심을 보이는 인물로, 전임자였던 루돌프 줄리아니 못지 않게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출마설을 단순히 돈 많은 노인의 객기로 취급할 수는 없다. 블룸버그는 섣부르게 움직이는 성격이 아니다. 따라서 그가 출마를 고려할 때는 충분한 것 이상의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블룸버그가 기축세력의 불만, 혹은 불안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당을 옮긴 인물이다. 그것도 두 번이나. 한국이라면 정치 생명을 스스로 끊는 행위이고 미국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블룸버그는 그렇게 하고도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블룸버그의 존재는 민주-공화 양당체제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그는 동성애자들의 인권문제나 낙태문제 등의 소셜 이슈에 관해서는 민주당과 의견을 같이하지만, (재력의 근거지인) 월스트리트나 기타 경제적 이슈에 관해서는 공화당의 주장에 동의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가리켜 흔히 “중도”라고 부른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이런 사람들에게 좀 더 나쁜 이름이 붙었다. 바로 기축세력(establishment; 기득권층, 지배층)이다.
미국 정치의 다스베이더: 젭 부시와 힐러리 클린턴
루크 스카이워커가 황제를 찾아가 죽이려는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황제는 루크를 직접 상대하지 않는다. 황제와 루크 사이에는 다스 베이더가 있다. 베이더는 황제와 루크 사이에서 1) 루크를 상대로 황제를 보호하고, 동시에 2) 루크를 달래서 황제의 편으로 포섭하는 두 가지 역할을 해내야 한다. 루크는 그런 베이더에게 황제의 편에 서지 말라고 간곡하게 요청한다.
미국 정치의 기축세력은 황제와 같다. 황제는 새파란 제다이 정도와 직접 싸워야 할 위치가 아니다. 황제가 다스 베이더를 키운 것은 그 역할을 대신 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현재 미국에는 황제, 즉 기축세력을 보호하는 두 명의 베이더가 있다: 젭 부시와 힐러리 클린턴.
부시는 오른쪽에서 쳐들어오는 반란군(트럼프, 크루즈)을 막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힐러리는 왼쪽에서 쳐들어오는 반란군(샌더스)를 막아내야 한다. 이들이 임무를 잘 수행하면 황제는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 조용히 어두운 구석에 정체를 감추고 앉아 있으면 된다. 황제는 그걸 선호한다.
그런데 반란군은 생각보다 강했고, 두 명의 베이더는 자꾸 일을 그르친다. 젭 부시는 황제가 내어준 막강한 함대(=기축세력의 대규모 공개지지)를 가지고 출전했다가 초전에 박살 났고, 힐러리는 더 큰 함대를 가지고도 주요 거점 두 곳(아이오와, 뉴햄프셔)에서 샌더스에 밀리거나 끌려다니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힐러리가 샌더스의 공격에 끌려다니는 것을 몹시 못마땅해 하면서, 힐러리가 질 경우 자신이 직접 나서겠다는 의사를 지인들에게 밝혔다는 것이다. 힐러리가 초반에 샌더스를 강하게 공격하지 않은 이유는 샌더스 지지자들이 결국은 자신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선일을 앞두고 샌더스의 상승세를 버거워하는 힐러리 진영에서는 ‘우리가 잘못 판단한 것 같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스타워즈에서 루크를 포섭하기는커녕, 그의 공격을 받아 쩔쩔매는 베이더를 보다 못해 황제가 직접 일어나서 루크를 처리하기로 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아웃사이더의 상황인식
샌더스와 트럼프를 지지하는 ‘워싱턴 아웃사이더’들은 현재 일어나는 정치적 투쟁을 위와 같은 스타워즈 스토리로 인식한다.
물론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다. 가령, 오바마는 임기 내내 그러한 정치적 반란군(가령, 티파티 의원들) 때문에 워싱턴이 마비되고, 정부가 멈춰서는 사태를 겪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공화당과 협상을 하려고 해도, 티파티의 지지를 받는 의원들은 일절 협상을 거부했고, 자신이 추진하는 법안은 너덜너덜한 누더기가 되어서 간신히 통과되거나 아예 막혀버렸다.
하지만 아웃사이더의 관점은 다르다. 그들은 공화당의 수뇌부가 항상 오바마와 야합하거나 끌려다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수뇌부는 서로 싸우는 시늉만 할 뿐 사실은 월스트리트 큰 손들의 로비에 놀아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매수되어 국민의 요구와는 전혀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본다.
제다이(비주류 아웃사이더) vs. 황제(유대 자본)
그들에게는 샌더스, 크루즈, 트럼프 같은 후보들이 반란군을 이끌어줄 제다이들이며, 젭 부시와 힐러리 클린턴은 황제 편으로 돌아선 배신자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제다이의 공격에 비틀거리자 황제가 더는 못 참고 일어서려는 것이다. 이제껏 흑막 뒤에 숨어서 워싱턴을 조종하던 월스트리트의 유대 자본(!)이다.
그들의 눈에는 블룸버그의 출마 움직임이 자신들이 이제껏 생각했던 스토리가 맞는 것이었음을 확인시켜주는 마지막 퍼즐조각인 것이다.
알 카에다는 전 세계를 테러의 공포로 몰아넣는 악당들인가, 아니면 서구제국주의에 항거하는 사람들일 뿐인가?
우리는 흔히, 그리고 특히 정치적인 이슈와 관련해서 어느 한 쪽의 시각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사고의 틀을 정해놓고 시선을 고정하고 싶은 관성과 같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욕구를 억누를 필요가 있다. 이분법적으로 고정된 세계관은 편하기는 해도 지적으로 게으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재밌는 비유네요 잘 읽었습니다
마우스를!!!! 딸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딸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분 어디가셨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국언론, 통계학자, 도박사등등 다른 전문가들 싸그리 무시하고 오직 여론조사 하나로 모든걸 주장하시더니 진짜 결과나오자 갑자기 사라지심 ㅋㅋㅋ 히스패닉은 인구분포상 선거영향력 없다는 그분만의 주장 나무위키에도 도배되어 있던데 아마 그분짓인듯 ㅋㅋㅋ 공화당에서 히스패닉 표심잡으려고 안달이 난 상황에 도대체 왜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주장을 하시는지 참 ㅋㅋㅋ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던 루비오가 토론에서 실수로 폭망한것 같던데 과연 공화당 후보는 누가 될까요? 마우스딸깍 그분말대로 여론조사대로만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지금 주류후보들 다 나가리되버려서 진짜 트럼프가 가장 가능성 높은것 같긴 하네요 ㅡㅡ; 물론 트럼프가 본선나오면 공화당 무조건 지겠죠 ㅋㅋ
아 네에 뉴햄프셔 경선에서는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1위했는데요? ㅋㅋㅋㅋ
정말 치졸한 행태를 보여주시는군요.
물론 여론조사 결과도 중요합니다. 트럼프가 지난 여러 여론조사에서 승승장구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요. 하지만 지난 포스트에도
적혀있듯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본선승리 가능성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보는 이유는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다른
요소들을 무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발, ‘나는 글쓴이의 고의적 왜곡을 비판하는 투사다!’ 같은 유치한 생각은 그만하셨으면 합니다. 트럼프가 이기면 님에게 밥이 떨어집니까?
더불어, 누가 대선에서 이길지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포스트는 그와 함께 미국의 정치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또 대선을 진행하는 중간 과정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들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매 포스트마다 그렇게 공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도배하시고 뭐 유감표명을 하라니 뭐니 하는 건 글쓴이 뿐 아니라 이 글을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무례한 행동입니다.
어디 사시는 방콕 키워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인성부터 갖추시길 바랍니다.
뉴햄프셔 경선에서 트럼프가 이기고 대세론 재점화 했는데요? ㅋㅋㅋㅋㅋ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 기자분은 항상 트럼프는 후보가 안될
가능성이 높고 루비오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논조였는데, 루비오는 5위로 완전히 박살이 난것이죠 ㅋㅋㅋㅋㅋ 자! 기분이
어떠신가요? 그리고 제가 방콕키워든 능력자든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할말이 없으니 인신공격인가요?
결국 제말대로 흘러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