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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淺薄)

“학문이나 생각 따위가 얕거나, 말이나 행동 따위가 상스러움.”

한 동영상이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타고 퍼졌다.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악플을 쏟아내는 포털 댓글러를 응징하듯 욕설을 내뱉는 한 청년의 동영상이었다. 동영상을 만든 건 인터넷 신문 ‘미스핏츠’ 영상팀. 그리고 그 청년은 미스핏츠 창간 멤버인 구현모(필명 ‘지켜본다’).

YouTube 동영상

그는 자신의 연기(이것은 물론 연기다)에 대해 ‘천박’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과 실종자 가족에 대한 세상의 천박함, 그 잔인함에 대해 도덕적 올바름으로만 대답하는 건 힘들고 지치는 일이다. 그렇게 1년 넘게 지친 이들에게 구현모의 의도적인 천박함은 ‘아~사이다!’스러운 통쾌함과 청량감을 줬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때로 이토록 잔인한 광기의 세상은 광대의 천박한 연기 속에 고결함과 숭고함을 숨겨놓곤 한다. 구현모의 욕설은 천박하지만, 그 천박함 속에 담긴 마음은 어쩌면 고결함과 숭고함에 이어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은 리얼리즘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이러니와 반어, 풍자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세상의 진짜 진실을 만난다.

천박함, 그 통쾌한 카타르시스에 담긴 함정에 대해 나는 근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적어도 나는, 그동안 너무 억눌리고, 숨 막혀 있었나 보다. 구현모의 천박함이 나는 지금, 여기, 그 어떤 드높은 저널리즘보다 고맙다.

앳된 얼굴을 한 미스핏츠의 창간 멤버.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대학생, 구현모, 아니 ‘지켜본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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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소: 한양대 인근 카페
  • 일시: 2015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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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구현모 혹은 지켜본다

 

– 자기소개. 

미스핏츠의 지켜본다, 구현모.

– ‘세월호 악플 응징’ 동영상은 누가 기획했나. 

미스핏츠 영상팀에서 기획했다. 영상팀은 4명 정도가 활동 중이다. 원래는 ‘뉴스 읽는 남자’라는 설정이었는데, 아이디어를 나누는 과정에서 세월호가 합쳐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동영상이다.

– 취지는. 

나는 출연해 욕만 했기 때문에 모르겠다.

– 찍는 과정은. 

미스핏츠 편집장 자취방에서 찍었다. 세 명이 참여했는데, 촬영 한 명, 편집 한 명,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었다.

– 찍으면서는 어땠나?

힘들었다. 스크립트가 없으니까. 어떤 악플을 골라서 읽어야 할지도 몰랐고, 어떻게 평해야 할지도 몰랐다. 준비과정까지 합쳐서 전체 촬영에 들어간 시간은 1시간 30분쯤인데, 실제로 찍은 영상은 3~40분쯤이다.

– 미스핏츠 자체 평가는?

뿌듯해 한다. 개인적으로 더 뿌듯했던 건 세월호 유가족과 활동하는 로스쿨 다니는 분이 유가족들이 통쾌해 하신다고 전해주셨다. 그래서 더 뿌듯했다.

“정말로 큰 도움이 되신 것 같습니다. 가족 부모님들께서 굉장히 많이 영상 돌려보시며 통쾌해 하시고, 웬만한 언론이나 어른보다 백배 낫다며 감사하고 계세요. 생존학생들도 페북에서 계속 공유하고 있고요. 아무 도움도 못 되는 거 같은 제가 오히려 훨씬 감사하죠.” (김민후)

– 주변 친구들 반응은 어떤가. 

공유가 많이 돼서 신기하다는 반응도 있고, 그런 말을 거리낌 없이 하다니 대단하다는 반응도 있다. 물론 ‘왜 그렇게 욕을 많이 했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반응은 ‘너 앞으로 조심해라,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라는 반응이었다.

– 롤모델은 있었나. 조윤호 기자 지적처럼 ‘지미 키멜 라이브’를 참조했나. 

‘지미 키멜 라이브’는 일종의 모티브 정도로 작용했다. 사실 지미 키멜 라이브는 본 적도 없다.

– 동영상 타이틀이 ‘지켜본다의 지켜보쇼’다. 

원래는 ‘구현모의 들어보쇼’였나? 그랬는데, 쫄아서 필명으로 ‘지켜본다의 지켜보쇼’로 나갔다. (웃음)

– 굉장히 많이 유통됐는데, 요즘 대학생들의 미디어 소비 패턴이 문득 궁금하다. 

페북이다. 페북 페이지를 많이 본다. 지켜보쇼 동영상도 가령, ‘주먹이 운다’라는 페이지에서 더 많이 유통됐다고 안다.

– 공들여 만든 동영상인데, 미스핏츠가 아닌 다른 페북 페이지에서, 임베드도 아니고 다운로드해서 유통하고… 그게 더 대박나면 좀 얄밉고, 배 아프지 않나.

별로. 어차피 ‘버즈’에 도움이 됐으니까. 개인적인 의견이고, 물론 미스핏츠 동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그런가. 

‘주먹이 운다’ 페이지는 따로 영리를 추구하는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뭐 돈도 많이 못 벌고 그러는 것 같아서.

– 돈 못 벌면 훔쳐도 되고? 돈 벌면 훔치면 안 되고? 

어, 그러네? (웃음)

– 페북에 ‘나는 기자도 아니고, 존나 열정페이페이페이니까 나한테 욕하지 말라고 하지 마’라는 취지로 말했다. 미스핏츠 창간 멤버 맞나? 

맞지.

– 미스핏츠 언론산데?

어, 그러네? (웃음) 형식은 언론산데, 기성언론 언론처럼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지상파 같은 공공재를 쓰는 것도 아닌데, 뭐. 나한테 어쩌라고.

– 영향력 없는 언론사는 막 해도 된다? 

어, 그러네? (웃음)

– 각설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미스핏츠다운 시도였다고 본다.

반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댓글에 논리와 당위를 갖추고, 기성언론처럼 예의를 지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 왜?

내가 도덕적이고, 논리적으로 나가려면, 상대방도 최소한을 지켜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지 않나. 세월호 유가족 욕하는 애들에게 “야, 이 빠가사리 새끼야!” 정도는 할 수는 있지 않나 싶었다.

– 그게 더 솔직한 거다?

그렇다.

– 기성언론을 가식적으로 느끼나?

가식적으로 느끼지는 않는다. 기성언론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아닌 영역이 있으니까. 한겨레가 쌍욕을 한다고 생각해 봐라.

– 한겨레도 디스팩트 같은 형식 실험을 하잖나. SBS도 스브스뉴스를 만들고. 

아무리 형식실험을 하더라도 나처럼 ‘천박’할 수는 없으니까.

– ‘천박’이라고 했는데, 단어 선정 맞나?

맞다.

– 구현모에게 ‘천박’이란?

사람들이 느끼기에 불편을 느끼면 천박하다? 그 정도?

– 천박과 솔직의 관계?

솔직함을 천박하게 표현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나는 기꺼이 천박을 뒤집어쓰고, 천박을 몸에 뿌리고 돌진한 거고.

– ‘천박’이 지금은 신선함이지만, 그 역시 스테레오타입으로 고정될까 염려되진 않나.

별로. 그것 말고도 보여줄 매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ㅎㅎ)

– (옆에 있는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박리세윤에게, 둘은 친구 관계) 정말 현모의 매력이 무진무진한가?

박리세윤: 무궁무진하다.

– 어떤 점에서? 

박리세윤: 일베가 삐뚤어지지 않았으면 현모 같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찬조 출연: 박리세윤
찬조 출연: 박리세윤

– 숨겨진 매력 하나만.

일베를 까긴 했지만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일베 이용자들에게 한번 칭찬받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들에게 ‘아, 이 새끼 개 골때리는 새끼네’라는 소리를, 이왕이면 칭찬 느낌으로 들어보고 싶다.

– 왜 그런 엉뚱한 생각이?

하도 나를 욕하니까.

–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생기는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

그렇다. 물론 그들(일베)의 생각에 절대 동의하지는 않지만.

– 페북에서 엄성섭 앵커가 롤모델이라고 했는데.

출처: TV조선 http://www.tvchosun.com/front/report_anchor.html
엄성섭 앵커 (출처: TV조선)

반은 농담(반어적)이고, 반은 진심이다.

– 진심 부분은?

정치 성향이냐 철학은 별개로, 자신들의 주 시청자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것 같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나름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JTBC의 경향신문 성완종 음성파일 날치기 보도가 연상되는데?

캐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니까. 그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걸 대단하게 평가하면서도 그것을 옳고, 그르다로 가치평가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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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핏츠

미스핏츠에서 활동한다. 역할은?

초기에는 편집과 운영에 참여했는데, 지금은 간헐적으로 글을 쓰고, 간헐적으로 영상에 출연하는 정도.

– 이런 작업들이 호응을 얻고,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계속 발견(?)하면 직업으로 삼을 용의가 있나.

수익모델만 확실하고, 그게 내 성에 차면 하는 건데. 상당히 미지수다.

– 미스핏츠 실무진은 어떤 생각인 것 같나. 미스핏츠를 직업으로 삼을 것 같나. 

나도 잘 모르겠다. 다들 열심히들 한다. 특히 영상팀장이나 편집장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열정이나 능력이나.

– 앞서도 말했지만, 페북에서 ‘열정페이페이페이’라고 했는데.

열정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

–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나.

당연하지. 떼부자!!!

– 얼마나? 

조 단위 부자.

– 가장 하고 싶은 거.

부자 되는 거.

– 그래서? 

사고 싶은 거 사고, 먹고 싶은 거 먹고, 힘든 사람 펑펑 도와주고. 고딩 때는 고아원 설립하는 게 인생의 최종 목표였다.

Tormod Sandtorv, Orphanage, CC BY SA https://flic.kr/p/6RqiCG
구현모의 꿈은 고아원 설립. (출처: Tormod Sandtorv, Orphanage, CC BY 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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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개인적인 얘기는 해도 되나. 여자친구는?

없다.

– 이상형은?

외모적인 이상형은 단발. 성실하게 개념 박힌 사람이라면 좋겠다.

– 똑똑해야 하나?

지식이 많고 적고는 상관없는데, 삶의 태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그걸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면 똑똑한 사람인 것 같다. 남녀 불문하고.

– 취미나 좋아하는 거? 평소에 뭐 하면서 시간 쓰나. 

친구 만나서 떠들고. 혼자 있을 때는 책 읽고. 동네 돌아다니고. 걷는 거 좋아한다. 게임도 좋아하고. 단, 게임은 친구들과 함께.

(메뉴) 책 읽는 구현모
(메뉴) 책 읽는 구현모

– 기성언론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SBS.

– 왜. 

SBS 뉴미디어국이 재밌는 걸 많이 하는 것 같다. SBS 외에는 CBS ‘박재홍의 뉴스 쇼’‘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를 많이 듣는다.

– 앞으로 그렇게 하고 싶은가.

그렇게는 못하겠지. 조직 규모가 다르고, 인력 규모가 다르니까. 그렇게까지 정규적으로 돌리진 못할 거다.

– 외국의 롤모델이나 그런 언론인은 없고?

언론인은 없고. (…)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CNN의 파리드 자카리아?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인문학이나 국제 정치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한 거 같다. 보니까 미국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인도 출신이던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 삶의 롤모델이나 멘토? 혹은 라이벌? 

라이벌은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들. 항상 자극받았다. 쟤네한테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 참 많이 했고 지금도 그렇다. 롤모델이나 멘토는 대학 동기다. 이름을 꼭 말하고 싶은데,

홍준영

손우진

김현규

이 세 친구가 내 삶의 멘토다. 동긴데 다 형들이다. (재수해서?) ㅇㅇ.

– 어떤 점이? 

일단 연애관도 그렇고, 열 살 차이나는 선배 조언보다 한두 살 차이 나는 형들의 조언이 와 닿는 게 많고, 지내놓고 보니 다 도움이 되고, 맞는 말들이었다.

– 예를 들면.

연애 조언. 특히 이별 후 일침을 날려준, 특히 홍준영 형.

– 어떤 조언을 했길래.

정신줄 놓고 옛 여친을 못 잊고, 카톡을 시도했었다. 그런데 준영이 형이 수업시간에 내가 옛 여친에게 카톡하는 모습을 보고, 내 핸드폰을 뺏어 정신 차리라고 충고해줬다. 결국 카톡 차단한 건 나지만, 준영이 형이 큰 도움이 됐다.

이런 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되라. 이렇게 살아라. 하나도 소용없다. 다 맞는 소리고. 당연한 얘기고. 당연한 이야기는 해봤자고. 이런 연애 조언이 훨씬 사는 데 도움된다.

준영이 형이 단통법 터지기 2일 전에 내 핸드폰을 바꿔줬는데, 그 폰으로 영상도 보고 악플도 읽고 이렇게 됐다. 존나 고맙다. 방통위 보고 있나?

– 만에 하나라도 이 인터뷰를 옛 여친이 보고 연락한다면.

일단 준영이 형에게 연락해서 보고할 것 같다. ‘형, 나 어떻게 할까?’ 왜냐하면,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나는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 테니까.

– 왜 헤어졌나.

(…) 그말싫(= 그것은 말하기 싫다).

"그말싫"
“그말싫”

– 인기남이 되고 싶나?

수퍼스타가 되고 싶다.

– 어느 정도 수퍼스타?

친구들이 ‘야, 나 저 새끼(=구현모) 알아, 내 친구야’라고 뻐길 정도.

– 굳이 현실에서 비교하자면, 어떤 사람? 

가수 이승환. ㅍㅍㅅㅅ 이승환 말고.

– 가수 이승환? 

ㅇㅇ. 가수 이승환을 좋아해서. 팬심에서 나온 말이다.

– 이승환이 동영상 소개해줘서 하는 말 아냐?

아니다. 2006년부터 좋아했다. 정확히는 ‘그대가 그대를’를 부르는 이승환을 처음 알았는데, 정확한 연도는 기억이 안 나고, 대학가요제 같은 곳에서 ‘그대가 그대를’을 락으로 편곡해서 부르는 모습을 보고 이승환 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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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_walk
걷는 걸 좋아하는 구현모

– 미스핏츠 활동에 얼마나 시간을 쓰나. 일주일 단위로 계산하면.

3일 정도, 시간으로 따지면, 일주일에 한 10시간에서 18시간 정도?

– 주변 학교 친구들 보면 어떤가. 좀 많이 힘겨워 하는 것 같은데.

X 같다. 정말 X 같다. 취업이 가장 크고. 그거 말고는 뭐. 취업이 가장 크다. 제일 힘들다.

– 그거 말고는?

그거 말고는 다 뻔하다. 애인 고민. 아니면 자기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이런 건 보편적인 문제 같은데, 20대에 도드라진 문제는 취업시장에 진입하는 시기니까.

– 5년 뒤에 뭐 하고 있을 것 같나.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부자라는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가지 않았을까 싶다.

– 롤모델이 엄성섭이 아니라 이건희 같다.

이건희가 아니라 이명박이다.

– 왜. 

이건희는 원래 잘사는 집 아들 아닌가. 나랑 출발선이 달라서 비교하기 싫다. 아니, 비교하기 싫다기보다는 비교할 수 없는 게 맞겠다. 이건희 대단한 건 인정하지만. 하지만 이명박은 동질감이 느껴진다.

– 가정해서 지지난 대선 때 투표권이 있었다면 이명박에게 투표했겠나.

(절레절레) 성공 과정은 대단한 데, 그 과정은 대단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철학에 동의하는 건 아니니까.

– 따로 존경하는 스승이나 그런 사람은 없나?

없다. 내가 제일 잘 났다.

음..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 과 교수님 두 분이 존경스럽다. 성함 밝혀도 되나? (당근이지) 박지훈 교수님이랑 김성철 교수님. 두 분 다 매 학기 수업 내용 최신으로 바꾸시고, 50명이 넘는 학생들 영어 에세이를 다 읽고 코멘트 달아주시는데 진짜 대단하신 거 같다. 교수에게 학부 수업은 진짜 귀찮은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텐데. 학생들한테서 120%를 이끌어내는 게 목표라 하시더라. 이 정도면 좋은 스승 아닌가?

– 어떨 때 내가 존나 세상에서 제일 왔다로 잘난 것 같나.

뻔뻔할 때.

"뭘 봐?" 나는 뻔뻔할 때 가장 매력적이지.
“뭘 봐?” 나는 뻔뻔할 때 가장 매력적이지.

– 예를 들면.

이 인터뷰 하기 전에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했는데, ‘동영상 욕설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더라. 그래서 “내가 잘못했네요.”라고 했다. 인정을 잘한다고 해야 하나? 좀 뻔뻔하게?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한다.

–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했다고 생각해서 잘못했다고 답한 건가.

그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하니까. 평가받는 입장에서는 그 사람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으니까.

– 그럼 잘했다는 사람들에게는?

고마운 거지.

– 미스핏츠를 바이스(vice.com)처럼 키우고 싶다거나? 그런 꿈은 있나?

있다. 있지만 부자 되는 꿈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걸로(미스핏츠) 부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래서 이걸 직업으로 하겠지만, 안 되겠다 싶으면 그냥 친구들과 취미로 하는 거지. 뭐.

– 이런 생각을 미스핏츠 동료들은 다 아나.

알 거다. 아마.

– 미스핏츠 동료들에게 한마디.

영상팀원들이 기획하고, 찍고, 편집하느라 고생했다. 정말 숟가락만 얹었다. 그리고 미스핏츠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더 열심히 노력해서 황금 밥상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나는 숟가락만 올릴 거니까.

너희들은 황금밥상을 차려라! 나는 숟가락만 올린다. 숟가락 올리기 전에 치아 점검하는 구현모.
너희는 황금 밥상을 차려라! 나는 숟가락만 올린다. 숟가락 올리기 전에 치아 점검하는 구현모.

– 끝으로 독자들에게. 

돈 돈 강조했는데, 돈이 전부는 아니다. 돈은 한 80% 정도? (ㅎㅎ) 나머지 20%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 20%가 있어야 존나 행복할 수 있는데, 그 20%를 위해서라도 80%는 필요하다.

내가 고아원을 만들고 싶어도 돈이 없으면 자원봉사밖에 못 하니까.

– 왜 고아원 만들고 싶었나?

고등학교 때 느낀 게 있다. 공부 잘하는 놈들은 대개 잘 산다. 교육 때문에도 계급 이동이 원활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고아원 아이들을 열심히 교육해서 서울대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최소한 교육이 평등하고, 노력하면 교육을 통해서 신분 상승할 수 있게.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 헌법은 적어도 말로는 신분제를 부정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신분이 존재하니까. 어떻게든 좀 더 능력에 따라 상승할 수 있다는 꿈은 주고 싶다. 그런 취지인가?

그렇다. 내가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까.

– 게임을 엎을 수는 없지만, 게임의 룰을 조금이라도 공정하게 만들고 싶다는 건가.

그 정도 표현이 적당한 것 같다.

– 그 정도 표현? 공정하지 않은 게임의 룰?

공정까지는 잘 모르겠고, (세상이) 가차 없다고 해야 할까.

– 잔인하다는 의민가?

그렇다.

세상은 존나 잔인하다. 나는 존나 매력덩어리.
세상은 존나 잔인하다. 나는 존나 매력덩어리.

– 정말 끝으로 하고 싶었는데 혹시 하지 못한 말.

없다. 아 참, 이번 동영상으로 나를 어느 한쪽으로 규정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아직 배움이 얕아서 어느 진영으로든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런 걸 원치 않을뿐더러. 나는 시사인을 보면서도 동의할 때가 있고, 조선일보를 보면서도 동의할 때가 있다. 나를 너무 한쪽으로 규정하는 건 실수일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너무 진영논리랄까, 흑백논리랄까, 그런 양자택일로 나를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동영상은 일종의 연기 아닌가. 

그렇다. 동영상에서 보인 자아와 내 실존의 자아는 겹치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전혀 다른 모습도 있으니까. 너무 기대해서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은 너무 실망해서 기대하지 않는 것도 싫다.

– 동영상 속 페르소나와 평소 구현모의 싱크률은?

한 20% 정도. (다시 생각하더니) 아니, 한 10% (다시 생각하더니) 아니다. 팬들이 실망하겠다. 한 20% 정도. (웃음)

– 니가 팬이 어딨니? 

ㅎㅎ.

– 정말 정말 끝으로 끝인사.

김정은 개새끼!

인터뷰 끝나니까 밤... 하하하하하
인터뷰 끝나니까 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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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1. 이 친구 인터뷰 끝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했더니

    “김정은 개새끼”란다.

    표현의 자유겠지.

    그런데 이 친구는

    “나는 빨갱이가 아니다”와
    “나는 빨갱이다, 그래서 뭐가 문젠데”와
    “내가 빨갱이인지 아닌지 꼭 대답할 의무는 없잖아 안그래”

    사이에서 세 번째에 해당할 것 같은데
    뜬금없이 첫번째 주장을 하는 듯도 보여
    조금 이상했다.

    어쨋든 헌법전문에 나오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하는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통일
    동포애와 민족단결을 향해

    김구와 김대중과 노무현을 이어

    이 친구를 포함해 다같이 더 나아가길

  2. 인터뷰어입니다. :)
    마지막 대답은 ‘종북몰이’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십자가 밟기’에 대한 반어적 풍자의 의미로 저는 해석했고, 그래서 공식 답변으로 살린 것입니다. 물론 제 해석이 정답이라는 것은 전혀 아니고, 얼마든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3. 인터뷰 하는 사람이 ‘존나’라고 하다니 깜짝 놀랬습니다. 어린 애들 말 중에 아무 생각없이 ‘존나”존나’ 거리는 거 들으면 깜짝깜짝 놀라는데 이건 언론 기자가 그렇게 말하고 그걸 또 기사로 옮기다니…… 기자님 사는 세상에서 ‘존나’는 ‘매우, 굉장히’의 다른 말이고 욕이 아닌가봅니다. 기자님 ‘존나’는 ‘좃나게’의 준말이며 더러운 욕입니다. 욕이라고요.

  4. 기자님. 기자가 매체에서 인용이 아니라 직접 ‘존나’ 거리는 건 말의 폭력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는 ‘존나’라는 말을 욕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훨씬 많으며 그게 지금 사회의 상식이란 것 좀 기억합시다. (그것도 특히 서울쪽 젊은이들의 나쁜 말버릇) 여기가 님 개인 블로그라 내가 구경온 것도 아닌데… 얼마나 평소생활에서 ‘존나 존나’ 거렸으면 글로 나옵니까? -_- 나 참 기자라는 사람이 매체에다 어떻게 ‘존나’를 ‘매우’라는 뜻으로 버젓이 문장으로 평범하게 올리는지. 정말 불쾌할뿐더러 이 매체에 대한 기대치를 확 떨어트리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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