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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 과거 일본 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큰 파문이 일었던 저작권 분쟁 비화를 소개합니다. 국내 창작 콘텐츠업계가 반면교사로 참고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창작자의 권리가 올바르게 보호받고, 활발한 미디어 믹스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필자 주)

  1. 우주전함 야마토: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잔꾀 (상) / 승자와 패자 (하)
  2. 울트라맨: 가문의 영광과 비극 (상) / 국제 분쟁 된 울트라 재판 (하)
  3. 파이브 스타 스토리: 저작권 때문에 환골탈태한 FSS (상) / 탐욕에서 시작된 FSS의 비극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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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함 야마토]는 [기동전사 건담]과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アニメ)의 제1기 붐을 주도했던 상징 같은 작품이다. 지난해 기념비적인 리메이크작 [우주전함 야마토 2199]가 방영되어 뜨거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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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 세계관 창조한 ‘니시자키 요시노부’

그런데 지금까지도 사람들 대부분은 이 작품의 원작자가 [은하철도 999]로 유명한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주전함 야마토]의 세계관을 창조한 인물은 니시자키 요시노부(西崎義展)다.

본래 그는 음반 기획자 출신으로 특히 인재 발굴에 있어서 남다른 능력을 지닌 프로듀서였다. 마쓰모토 레이지는 니시자키가 찾아낸 작가 중에 한 명이다. 현재는 일본을 대표하는 대작가이지만 당시의 마쓰모토 레이지는 미래의 테즈카 오사무를 꿈꾸는 젊은 만화가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마쓰모토 레이지의 작가적 가능성을 한발 앞서 내다본 니시자키는 자신이 마련한 기본 컨셉을 알려 주고 작품을 그리게 했으니 그것이 바로 [우주전함 야마토, 1974]의 탄생 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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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리즈에 이어 극장판으로 4탄까지 제작된 [우주전함 야마토]는 흥행수입 합계가 무려 50억 엔에 달하는(현재의 경제가치로 보면 100억 엔 이상으로 추정) 천문학적인 성공을 거둔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니시자키가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개념을 무시하고  독단으로 제작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이는 훗날 전후 일본 최대의 저작권 소송으로 비화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야마토 부활 3개년 계획… 탈세 혐의 등으로 흐지부지

1970년대 말은 [우주전함 야마토]가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며 사회 현상으로 등장했던 시기다. 이 시기에 니시자키 요시노부는 철저하게 갑의 논리로 [야마토] 후속 시리즈 제작과 관련 사업들을 추진했다. 그냥 속편을 더 만들고 싶으면 본인 마음대로 그냥 만들면 됐다.

그런 상황에서 니시자키는 1983년에 개봉한 [우주전함 야마토]의 네 번째 극장판을 끝으로 1기 시리즈를 정리하고, 1985년부터 ‘야마토 부활 3개년 계획’을 공표한다. 데스라즈 워(1985), 전함 스타샤(1986), 우주전함 야마토 – 탄생편(1987)에 대한 프로젝트를 수립했고, 이 3부작을 제작하기 위해 웨스트케이프 코포레이션, 닛폰 콜럼비아, 반다이, 쇼치쿠, 토쿠마 서점이 오디오 비주얼 네크워크라는 이름의 대규모 컨소시엄(대표이사 니시자키 요시노부)을 구성했다.

그런데 이 무렵 니시자키에게 과거 [우주전함 야마토]의 흥행수입에 대한 탈세 혐의(2억 7천만엔)가 포착됐다. 또한, 제작위원회의 중심인 오디오 비주얼 네트워크는 [야마토]로 투자받은 돈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지 않고 엉뚱한 가라오케 사업에 투자하면서 77억 엔의 부채를 남기고 도산하는 악재가 터졌다. 그 바람에 ‘야마토 부활 3개년 계획’은 추진 주체를 잃어버리고 표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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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함 야마토 1기 시리즈 최종 극장판인 [완결편]

’94년 야마토 부활 재시도… ’95년 다시 회사 도산

회사는 도산했다. 하지만 엄청난 액수의 은닉 재산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니시자키는 이후 개인 크루저를 사서 매일 선상 파티를 즐기며 초호화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약 10년을 놀고먹다가 재산을 많이 탕진해 버린 탓인지 1994년에 다시 녹슨 [야마토]에 시동을 걸어보려 한다.

특히 어떻게 하면 큰 금액의 펀딩을 받아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던 그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기동전사 건담 ZZ]의 캐릭터 디자이너 키타즈메 히로유키를 영입하는 한편, 영화 [블레이드 러너]로 세계적 명성을 떨치던 시드 미드(SYD MEAD)를 퓨처 컨셉 아티스트로 초빙해 투자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야마토 부활 3개년 계획’ 때와 매우 흡사하게 니시자키는 [야마토] 제작을 위해 받은 투자금을 다른 사업(무리한 부동산 매입)에 유용하다 자금난에 봉착하게 되며, 설상가상으로 3부까지 출시한 [YAMATO 2520]의 비디오 매상이 기대치에 전혀 도달하지 못하자 결국 48억 엔의 빚을 지고 1995년에 또다시 도산한다.

이때 이미 요주의 경제사범 리스트에 올라 있었던 니시자키는, 그럼에도 [우주전함 야마토]는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부활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며 관계자들을 안심시키지만,  슬며시 잠수를 타버린다.

시드 미드가 제작에 참여했던 [YAMATO 2520]
시드 미드가 제작에 참여했던 [YAMATO 2520]

’98년 마약 단속… 필리핀 도항… ’99년 무기 밀반입 체포 수감

그런데 1998년 12월 2일. [우주전함 야마토]의 소식이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전혀 의외의 뉴스가 전해진다. 시즈오카현의 토메이 고속도로에서 니시자키가 운전하고 가던 차량이 검문을 받게 되는데, 이때 가방에서 각성제 약 50g, 대마 약 9g 등이 발견되면서 마약 및 향정신약단속법 위반으로 그를 체포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증거가 너무 명백했기 때문에 그는 첫 번째 공판에서 징역 2년 8월을 선고 받는데, 그러나 니시자키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한편, 그 틈을 타서 자신의 크루저 ‘오션나인’호를 타고 몰래 필리핀으로 도항해버린다.

그리고 한동안 그곳에서 또다시 호화롭게 생활하며 선상 파티를 즐겼는데, 해적들에 맞서 신변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레네이트 런처, M16 등의 총기류를 구입해 배에 구비해 둔 것이 화를 자초한다. 이 무기들을 갖고 일본으로 귀항하던 도중 발각, 1999년 2월 1일 총포 도검류 소지 단속법 위반으로 다시 체포되고 결국 수감된다. (징역 5년 6월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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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당시의 니시자키 요시노부

니시자키 파산… 반다이 PS 게임타이틀 발매

참고로 일본에서 [우주전함 야마토]로 사업을 하고 싶은 사업자들은 매우 많았다. 그러나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야마토]에 투자했던 기업들은 그때마다 니시자키에게 사기를 당해버렸기 때문에 큰 반감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가 수감되어 있는 사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수년간에 걸친 재판과 사업 부진으로 인해 상당한 자금난에 봉착한 니시자키는 토오쿠신샤(東北新社)에 [우주전함 야마토]의 저작권을 담보로 채무를 지고 있었는데, 니시자키의 회사(웨스트 케이프 코포레이션)가 파산하자 해당 저작권을 토호쿠신샤가 가져가 버린 것이었다.

그러자 [우주전함 야마토]의 저작권이 토호쿠신샤로 넘어갔다는 소식을 접한 반다이는 재빠르게 토호쿠신샤와 게임 판권 계약을 추진해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타이틀 [우주전함 야마토 – 아득한 별 이스칸달]을 발매한다. 실로 오랜 세월 만에 [우주전함 야마토]의 부가상품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었다.

반다이 발매한 PS 게임 [우주전함 야마토 - 아득한 별 이스칸달]
반다이 발매한 PS 게임 [우주전함 야마토 – 아득한 별 이스칸달]

양자에게 상표권 이전한 니시자키… 옥중 판매금지 가처분

하지만 니시자키의 잔꾀는 저들 두 기업의 법무팀을 우습게 볼 정도의 수준이었다. [우주전함 야마토]의 저작권은 토호쿠신샤에 빼앗겼지만, [우주전함 야마토]의 상표권은 자신의 양자인 니시자키 쇼지(西崎彰司)의 이름으로 이전 등록을 해둔 것이었다.

만일 토호쿠신샤의 목적이 처음부터 [우주전함 야마토]에 대한 권리 확보였다면 사전에 이런 부분들을 면밀히 검토했겠지만, 어디까지나 채무에 대한 담보로 가지고 있던 저작권을 상대가 빚을 갚지 않아 강제 집행한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 예속된 부대권리들까지 꼼꼼히 확인하진 않았다.

이를 근거로 니시자키는 옥중에서 [우주전함 야마토]와 관련된 어떤 부가상품도 자신(정확히는 자기 아들)의 허락 없이는 만들 수 없다는 소송을 제기하고, 해당 상품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다.

이렇게 되자 가장 상황이 급박해진 것은 이미 게임을 제작해 팔고 있었던 반다이였는데, 수세에 몰린 반다이가 찾아낸 구세주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였던 것이다.

[box type=”info”] [예고] 저작권 분쟁 비화 1: 우주전함 야마토 편은 ‘승자와 패자 (하)’로 이어집니다.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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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저작권 소송 하니까 ‘캔디 캔디’도 생각나에요…
    결국 스토리작가와 원화가의 불화로 재판매가 불가능해졌다고 하던데..

  2. 친절한 소개 링크가 되어있긴 하지만, 기사 초반에 ‘우주전함 야마토’가 어떤 작품인지 슬로우뉴스 지면상의 설명이 있었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분도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좋은 기사입니다.

    다음 편은 제목이 조금 더 잘 들어오는 제목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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