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 과거 일본 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큰 파문이 일었던 저작권 분쟁 비화를 소개합니다. 국내 창작 콘텐츠업계가 반면교사로 참고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창작자의 권리가 올바르게 보호받고, 활발한 미디어 믹스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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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도카와 서점의 [The 텔레비전] 편집부 소속이었던 사토 료에쓰는 내부 발령 때문에 [뉴타입]의 초대 편집장을 맡게 된다. 그리고 창간 준비를 하던 중 이노우에 기자가 가져온 나가노의 로봇 그림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본인의 눈으로는 판단이 어려웠던 사토 편집장은 과거 취재 때 알게 된 키타하라 테루히사(北原照久)를 찾아가 그림을 보여주게 된다. 키타하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장난감 수집가로 ‘요코하마 브리키 장난감 박물관’을 비롯하여 여러 박물관을 운영중인데, 존 라세터가 [토이 스토리]를 구상할 때 그의 장난감 수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았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데 나가노의 그림을 본 순간! 이 장난감 박사의 혜안은 물건을 알아본 것이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보석의 원석인지를!
탐욕의 시작
탐욕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카도카와 서점 소속으로 애니메이션 잡지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 원래 해야 할 일은 이 원석을 회사에 귀속시켜 최고의 보석으로 세공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절대반지에 눈이 먼 골룸의 길을 택하게 된다. 키타하라에게 아예 출자하게 해 토이즈프레스(TOYSPRESS)를 공동 설립하고 이 회사가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사업권을 독점하는 골격을 짜버린 것이다.
그러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사토 편집장은 다시 수를 쓴다. 대개 뭔가의 모의를 하다가 반대급부가 등장했을 경우 가장 쉽게 해결할 방법은 상대방까지 계획에 끌어들여 공범(?)을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나가노도 그 수에 넘어가 1년 뒤 토이즈프레스의 창업자 명단에 본인의 이름을 올려 발을 담그게 되고 만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나가노는 꽤 깊은 고민을 한 것 같은데,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는 키타하라의 식견에 설득되어 마음을 정하게 된다. [파이브 스타 스토리]에 나오는 모터헤드(작중에 나오는 로봇들을 부르는 말)들은 그 하나하나가 마치 공예품을 보는 것 같은 놀라운 디테일을 가지고 있어서 대량생산형 프라모델 제품보다는 개러지 키트(Garage Kit)로 제작해 고가로 파는 것이 좋겠다고 보았는데 이는 나가노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만일 카도카와가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사업을 맡을 경우 완구사업권은 거의 십중팔구 반다이에 넘길 것이 확실했는데, 반다이가 자신의 작품의 스폰서가 되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던 나가노의 원한도 작용한 듯싶다.
결국, 토이즈프레스는 [파이브 스타 스토리]에 등장하는 모터헤드들을 고가의 개러지 키트로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고, 사토 편집장은 [뉴타입] 지면을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거대한 광고판으로 삼아 도배하기 시작한다.(참고로 ‘아니메쥬’나 ‘아니메디아’ 같은 경쟁 애니메이션 잡지들은 거의 기사화 하지 않음,)
이것은 분명한 월권행위였는데 문제는 이 무렵 카도카와 서점은 장남과 차남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일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장남 카도카와 하루키 사장이 코카인 밀매 스캔들에 연루되어 이후 수년간 재판에 전념하느라 [뉴타입]의 도배는 그대로 방치(?)해 버린다.
내 것은 내 것! 네 것도 내 것!
[뉴타입]의 전폭적인 지원 사격 속에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상품들은 대기표를 뽑지 않고는 구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판매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토이즈프레스는 막대한 이윤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문제는 어디 가나 마찬가지. 돈을 생각보다 너무 많이 벌어버리면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다. 국내 캐릭터 업계에서 종종 그런 일이 있는데, 해당 캐릭터를 이용한 부가사업이 너무 잘 되어서 원저작권자가 권리를 회수해 갔다가 망하는 케이스가 있다.
가령 A라는 제작사(저작권자)가 X라는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출판사업권은 B라는 출판사에 주었다고 하자. 이 경우 보통 A 제작사는 B 출판사로부터 X에 대한 판권료로 10% 내외의 로열티를 받는 게 전부이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X가 출판 시장에서 대박이 나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A 제작사는 배가 아파진다. X는 분명 우리가 창조한 콘텐츠인데, 우리 것을 가져다가 출판사만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럴 경우 A 제작사는 서둘러 AA라는 출판사를 자회사로 차려 버린다. 보통의 출판 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하는데, 더 이상 B 출판사에 계약 연장을 해주지 않고 해당 사업권을 자회사인 AA 출판사로 가져오는 것이다.
물론 [뽀로로]처럼 출판사업권을 회수해 와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회사들도 있으나 대개는 실패한다. 애니메이션만 만들어 오던 회사가 갑자기 어느 날부터 출판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말만큼 절대 쉬운 일이 아니며, 무엇보다 X를 출판 시장에 최적화시키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B 출판사의 노하우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 상황도 나가노의 독립을 더욱 부추기는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데, 자신에게 족쇄(?)를 채웠던 사토 료에쓰가 뉴타입 편집장에서 물러나고 대신 나가노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할 수 있는 이노우에 신이치로가 신임 편집장에 오르면서 더 이상 사토에게 끌려다니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참고로 이노우에는 현재 카도카와 서점의 CEO가 됐다.)
그리고 나가노의 판권 회수 방침에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하는 사건이 터진다. 토이즈프레스와 계약을 맺고 피규어를 제작하던 카이요도라는 곳에서 나가노의 허락 없이 나이트 오브 골드(주인공 아마테라스가 타는 황금색 모터헤드)의 은색 장갑 버전을 발매했다가 적발된 것이다.
카이요도는 일본 최고의 천재 원형사 타니 아키라(谷明)가 소속한 곳으로 이전까지 높은 퀄리티를 뽑아내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에 대한 정상 참작 없이 나가노는 단칼에 계약을 해지해 버렸고 아울러 이것을 명분으로 토이즈프레스가 가지고 있던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권리를 자신이 세운 신규 법인 EDIT로 모두 가져와 버린다.
꼼수와 꼼수의 대결
나가노의 이러한 동선들이 사전에 계획된 것인지, 아니면 작가적 감정에 의한 즉흥적인 것이었는지 정확한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좀 미숙한 부분들이 있었다. 앞서 다루었던 [우주전함 야마토] 분쟁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작권과 상표권은 일체화된 것이 아니다. 때문에 나가노가 모든 권리를 자신의 회사 EDIT로 가져왔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토이즈프레스의 이름으로 상표권을 등록한 상품들과의 문제는 남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작품의 타이틀부터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두기 위해 [The Five Star Stories]의 로고를 디자인했던 칼리그래퍼 아사쿠라 테쓰야를 만나서 타이틀 로고에 대한 권리를 사들인다.
그리고 토이스프레스 쪽에도 흥정을 통해 해당 상표권을 자신(EDIT)에게 팔라고 요청하는데 협상이 쉽게 진행될 리 없었다. 이럴 경우의 방법은, 협상은 협상대로 진행하면서 해당 상표권들의 존속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가노 측은 마음이 급했는지 상표권 분쟁 시 꼼수(?)로 많이 활용하는 스펠링 바꾸기 전술을 동원한다. 예를 들어 ‘레드 미라주’를 ‘L.E.D.(엘이디) 미라주’로 명칭을 변경해 상표권을 새로 등록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태를 봉합한 나가노가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카도카와 서점이었다. 어차피 본인이 모든 사업을 직접 할 수는 없으므로 어딘가에 사업을 위탁할 곳이 필요했는데, 그렇다면 애초의 생각대로 카도카와쪽에 맡기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고 생각한 듯싶다.
그런데 여기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한다. 사업 진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카도카와 법무팀에서 돌연 [파이브 스타 스토리]는 선라이즈가 판권을 가지고 있는 [중전기 엘가임]에서 유래한 작품이기 때문에 분쟁 소지가 있다는 회신을 보내온 것이다.
웹상에 떠다니는 정보 중에는 선라이즈가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카도카와 쪽에 클레임을 걸었다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선라이즈가 문제를 제기한 사실은 없다. 어디까지나 카도카와쪽에서 자체적으로 거론한 문제이다.
그렇다면 의문은 이것이다. 이토록 예민한 문제가 어째서 [파이브 스타 스토리]가 연재되던 지난 10여 년 간은 아무 문제 없이 이어져 오다가 원작가자 판권을 회수해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자 갑자기 수면 위로 부상했는가 하는 점이다.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대두하고 있지만 대개 이런 류의 문제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뻔하다. 내부 사정을 소상히 알고 있는(그러면서 이권 다툼에서 낙오된) 누군가가 상대 측에 ‘X 파일’을 전달하면서 터지는 경우이다.
협상의 묘를 발휘했더라면…
흔히 법과 관련된 불평을 할 때 “사람 나고 법 났지, 법 나고 사람 났나?”라는 표현을 쓴다. 이미 저런 하소연을 할 정도가 되면 사태가 많이 악화했겠지만,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인지상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법의 힘을 빌기 이전에 인간적으로 풀 수 있는 일이 세상에는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선라이즈 입장에서 그동안 [파이브 스타 스토리]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도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토이스프레스의 대표는 자신들이 잘 보여야하는 애니메이션 잡지 [뉴타입]의 편집장이었다. 만화 한 편 때문에 굳이 편집장과 불편한 관계가 되기보다는 [건담]을 비롯한 자사 주력 작품들의 홍보 지원을 더 얻어내는 것이 실익일 것이다.
게다가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원작자가 다름 아닌 선라이즈 출신의 나가노 마모루였고 퇴사 이후(만화가 데뷔 이후)에도 그가 선라이즈, 그리고 토미노 감독과 직간접적인 협업들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 채널은 계속 열려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가노는 [중전기 엘가임]에서 유래한 설정들이 모두 본인의 창조물이라는 생각(더구나 당시까지 선라이즈가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으므로)이 저변에 깔려 있었고, 무엇보다 토이스프레스와의 관계 정리가 먼저였기에 선라이즈와의 문제는 등한시해 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원작자인 자신도 문제라고 보지 않았던 사안이 카도카와 법무팀에서는 큰 문제로 갑자기 대두했고, 이렇게 사태가 공론화되자 이번 사건에 대해 그동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선라이즈도 조용히 있을 수는 없는 입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당연히 이 시점에서 나가노는 이제라도 선라이즈에 찾아가자는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선라이즈를 찾아가지 않는다. 아니 찾아갈 수 없었다. 선라이즈가 본인이 그토록 경멸하는 반다이에 인수합병 당해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자존심을 선택한 나가노
나가노의 선택에 대해서는 여러 말들이 있다. 작품과 팬들을 위해서 작가가 한 번쯤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의견들이다. 단순히 작가적 프라이드를 버린다는 의미보다는 협상의 묘를 발휘해 모두가 윈윈하는 목적지에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반다이 입장에서 [파이브 스타 스토리]는 일본 내 그 어떤 타이틀들보다도 탐이 나는 킬러 콘텐츠 중 하나이다. 그 때문에 반다이가 가장 하고 싶은 종목에 한하여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일부 사업권을 허락해 주고 그 대가로 [엘가임]의 저작권 문제를 상계 처리하는 형태로 처리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끝끝내 나가노는 작가적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창조주로서의 절대적 권한을 앞세워 카도카와에 수정 제안을 한다. [엘가임]과 관련된 모든 설정과 디자인을 완전무결하게 리셋해 버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증표로서 그동안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단행본 판매 인세로 받은 금액을 모두 쏟아 부어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타이틀은 [꽃의 시녀 고딕메이드]. 바로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모터헤드들을 리모델링 해버린 고딕메이드 사건의 시작이 여기인 것이다.
대개 창작 콘텐츠로 벼락부자가 된 작가나 기업들이 정작 번 돈을 쓸 때는 다른 곳에 쓰는 경우가 많은데, 나가노는 자신의 창작물로 번 돈을 오로지 자신의 창작물을 위해서 100% 올인한 것이다. 그 때문에 그러한 작가 정신만큼은 큰 귀감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 나가노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하여 얼마나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대단히 애석하게도 이 작품은 흥행에서 완전히 참패한다. 공식 집계된 흥행수입이 3천만 엔 정도라고 하니 거의 제작비(약 10억엔) 전체를 날린 처참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DVD나 블루레이 같은 영상 소프트라도 발매해서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데, 나가노의 고집 때문에 이 작품은 4K급 고화질로 제작되어 UHD 미디어가 보급된 이후에야 발매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가노의 팬덤은 대단했다. 작가를 위로(?)하기 위해 일본 최대의 스크린으로 알려진 유나이티드 시네마 토요스 1관의 예매 펀딩을 실시해 ‘부활 상영 이벤트’를 성공 시켰고 이후 각 지방의 가장 큰 극장을 순회하며 6차 상영까지 이어갔다.
비극적 태생의 FSS, 그리고 고딕메이드
팬심은 이것이었다: “위대한 나가노 교주님께서 팬들을 위해 [꽃의 시녀 고딕메이드]라는 선물을 내려주셨다. 그것은 정말로 감사한 것이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또 극장 빌려서 상영회는 열어드리겠다. 자, 그건 그렇고 이제 외도도 끝나셨으니, 어서 빨리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연재를 재개해 달라.”
나가노의 의도가 팬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다시말해 나가노는 앞서의 복잡한 저작권 문제 때문에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세계관을 [고딕메이드]로 뜯어 고칠 마음을 먹고 그 과도기적 장치로 애니메이션을 제작(만화 연재 재개시 발생할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한 것이었다.
하지만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팬덤은 모터헤드가 나오고 파티마가 나오는 과거 버전 [파이브 스타 스토리]에 의해 생성된 팬덤이기에 그들에게 [고딕메이드]는 그냥 덤으로 즐길 수 있는 부록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혹시라도 애니메이션이 흥행 대박 나서 새로운 팬덤이 생겨났다면 모르지만)
그럼에도 나가노는 본인의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인다. “실은 팬 여러분이 작년에 보셨던 애니메이션이 이제부터의 새로운 [파이브 스타 스토리]라고! 이것이야말로 누구의 피도 섞이지 않은 순혈 [파이브 스타 스토리]라고!!”
즉, 정식 상업용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작품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다듬고 정리할 것이 남아 있는 ‘미완의 대기’였던 것인데(당시 나가노의 작가적 커리어도 ‘FOOL for THE CITY’ 1권을 그린 것이 전부), 이를 이윤에 눈이 먼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남용하여 작가를 마치 아이돌 상품처럼 포장해 시장에 내놓았던 것이다.
물론 나가노의 천재성은 이 모든 것을 무마시키고 거대한 팬덤을 형성해낼 정도로 절대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타인들과 협상하지 않고 자신의 독선만을 무기로 나아갔기에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태생적 한계는 결국 그의 발목을 잡고 만 것이다.
참고로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문제는 작가의 전면적인 성형수술 이후에도 많은 문제들이 잠재해 있다. [뉴타입]의 신규 연재 분량이 모여서 단행본을 발행할 경우, 시장에 남아 있는 전혀 다른 그림의 과거 버전 12권(리부트판으로는 7권)과의 문제가 가장 먼저 당면한 현안이며 그밖에 상표권 정리 때문에 이미 한번 홍역을 치른 모형 제품들도 어떤 식으로 정리해 갈 것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그것이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30여 년 간의 세월 동안 팬들은 작가가 만들어 놓은 그 원대한 연표를 쫓아 여기까지 따라왔다. 중간에 온갖 이유와 변명 속에 연재가 중단되고 설정이 바뀌는 와중에도 열심히 열심히 쫓아 온 팬들이다.
그들의 바람은 한가지다. 더 이상은 어떤 외부 요인에도 영향받지 않고 작가가 벌여 놓은 이 ‘다섯 별의 이야기’를 완결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지금의 이 환골탈태가 옳은 선택이었는지,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판가름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