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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폴리시] 이재명(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고속철도 통합’. 하지만 코레일에 SRT를 ‘붙이면’ 모두 해결되는 걸까? (⏳4분)

정부가 오는 9월까지 고속철도 통합을 추진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KTX 운영사)과 SR(STR 운영사) 통합은 대통령 이재명의 대선 공약이었다.

  • 박근혜 정부는 2013년 12월 고속철도 간 경쟁이 필요하다며 SR을 설립했다.
  • 철도 민영화 논란에 직면했지만 SR은 코레일이 지분 41%를 보유하고,
  • 사학연금,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등 공적 자금이 나머지 59%를 소유한 형태로 탄생했다.

왜 SR를 떼냈다가 다시 붙이는가. 정부는 고속철도 분리 운영으로 연 400억 원이 넘는 중복 비용이 발생하고, 승객 불편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통합하면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SR를 다시 붙이면(통합) 모든 게 잘될까?

이게 왜 중요한가.

  • 다시 붙인다고 잘된다는 보장이 없다. 왜 실패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 정왕국(SR 대표이사 사장)은 “통합이 되면 좌석이 하루 1만 6000석 늘어난다”고 주장하지만, 이장호(한국교통대 교수)는 22일 국회 토론회에서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 차량 운영률을 높여 좌석 공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하 이장호 발제를 요약·분석했다.

박근혜가 놓친 것.

  • 박근혜는 시장에 전면 개방하는 영국식이 아닌, 국가가 대주주인 독일식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했다. KTX 중심의 여객운송 사업을 하는 코레일을 지주회사로 두고, 그 아래 수서발 고속철도(SR), 철도 물류회사, 철도차량 정비회사, 철도 시설회사 등을 자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였다. 상호 경쟁이 명분이었다.
  • 하지만 실제 실행한 건 SR 설립뿐이었다. 철도물류 자회사 및 차량정비 자회사 설립, 일부 적자 노선 시장 개방, 철도 유지 보수 분리, 간선 중심 지주회사 전환 등은 첫 발도 못 뗐다.
  • 이렇다 보니 코레일과 SR는 경쟁 자체가 불가했다. 코레일은 돈 안 되는 무궁화호 등 일반철도와 물류사업(화물)을 떠안고 있지만 SR은 수익성 좋은 고속철도 노선만 운영한다. 출발이 다른 것이다.
  • 2022년과 2023년 코레일은 각각 4000억여 원의 영업 적자를 봤다. 2024년에도 736억 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 SR은 2022~2024년 141억 원, 138억 원, 95억 원의 영업 이익을 냈다.

물류 분리? 재정 당국은 “부담 커져.”

  • 코레일은 KTX에서 흑자를 내지만 물류와 일반열차에서 적자를 낸다. SR과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물류를 분리해야 하지만 코레일에서 떨어져 나온 철도물류 회사의 파산을 막으려면 국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재정 당국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 정부는 노인 무임승차나 벽지노선 운영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전부 보전해주진 않는다. ‘경영 효율화’ 명목으로 일부만 보전한다.

어설픈 경쟁 체제는 실패.

  • SRT와 KTX는 출발역이 다르다. 강남·강동권에 살면 SRT(수서역)가 편하다. 강북·강서권에 살면 KTX(서울역·용산역)가 편하다. 이용객은 어느 회사가 더 좋은지 따지기보다 집에서 가까운 역을 선택한다.
  • 정리하면, 코레일은 돈이 없어 티켓 가격을 내릴 수 없고, 좌석은 부족해 할인의 유인도 없으며, KTX와 SRT 타는 곳이 달라 이용객은 그냥 가까운 데를 간다.
  • 경쟁 체제 목적은 독점 기업 코레일의 혁신에 있었지만 방법이 틀리니 실패로 끝이 났다. 이장호는 “만약 경쟁 체제를 도입한다면, 고속철도 부문이 아니라 물류나 비수익 노선에 도입했어야 했다”고 했다. 만성 적자인 물류와 비수익 노선에 민간의 창의적 운영 방식이나 효율적 시스템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KTX든 SRT든 그냥 가까운 곳에서 탄다. KTX 좋다고 수서 근처 사는데 서울역 가서 KTX 타지 않고, SRT 좋다고 강북 사는데 수서역에서 타지 않는다.

통합해서 규모의 경제 높이자.

  • 기차 숫자와 좌석이 부족하다. 통합 운영이 필요한 이유다.
  • 원래 수서-평택고속선은 코레일 단독 운영을 전제로 설계했다. KTX-1(20칸, 935석)이나 KTX-산천(10칸, 410석) 두 대를 이어 붙이는 중련 편성으로 수요를 충당할 걸로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이 노선으로 이동하는 SRT는 KTX-산천급 규모의 기차다 보니 좌석이 부족하다.
  • 고속열차가 지나야 하는 ‘평택~오송’ 구간(약 46km) 선로를 2개에서 4개로 늘리는 사업은 2028년에야 완공된다.
  • 신규 노선이 아니면 차량 추가 구매 시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렵다. 코레일 재원으론 차량을 추가 구입하는 것은 부담이다.
  • 임기 3년의 현 코레일 사장이 차량을 주문해서 돈을 넣기 시작하면 납품까지는 4년 걸린다. 현 사장은 비용을 썼으니 경영 평가에 불리할 것이고, 다음 사장은 새 차량으로 수익을 늘릴 수 있으니 남(차기 사장)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다.

통합해도 기차는 부족하다.

  • 좌석 공급을 최대한 늘릴 수 있도록 차량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935석의 KTX-1를 수서발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 ‘서울·수서↔대전’과 같은 혼잡 구간은 해당 구간만 반복적으로 오가는 왕복 열차를 투입해 단거리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 고속철도가 ‘서대전-계룡-논산’이나 ‘밀양-구포’ 같은 일반 선로를 경유하는 것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 주민이 KTX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돌아가게 한 것인데, 고속열차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느린 구간의 운행을 줄여 속도와 효율적 배차를 회복해야 한다.
  • GTX-A(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전 구간이 연결되면, 노선을 공유하는 SRT의 증편이 더 어려울 수 있다. 현재도 수서역부터 동탄역까지 구간은 GTX-A와 SRT가 공유하고 있다. 일부 시민 요구에 따라 GTX-A가 동탄을 넘어 평택까지 가면, 고속철도 좌석 부족 현상은 더 심각해진다.
  • 인천발·수원발 KTX가 완공되면 차량 부족 문제를 호소하는 목소리는 커질 것이다.

철도 요금 인상, 회피하지 말자.

  • 결국 재원이 부족하다. 철도 운영의 수익성 확보해야 한다. ‘영업 적자 4000억 코레일’ 구조에서는 서비스 개선은 언감생심이다.
  • 철도 요금은 2011년 12월 인상 이후 15년째 동결 상태다.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이장호는 “몇 년에 한 번씩 물가상승률 만큼 인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 코레일이 차량을 구매할 때 정부가 지원하거나, 공기업 경영 평가 때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코레일 역시 철도 데이터를 더욱 투명하게 개방해야 한다.
  • 코레일 노동자들이 파업하더라도 SR은 정상 운영하기 때문에 시민 불편을 덜 수 있었다. 기관 통합 시 파업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어떻게 해소할지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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