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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 칼럼] AI 시대를 뒷받침할 에너지 고속도로? 수도권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을 위해 지역을 에너지 식민지로 만들어도 좋은가. (권승문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6분)

“대한민국, AI로 바꾸겠습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대한민국 AI 액션 플랜 추진 방향

AI 3대 강국 위한 ‘AI 고속도로’

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출범하자마자 발표한 ‘대한민국 AI액션플랜 추진방향’의 마지막 장에 쓰여 있는 문구다. 그야말로 AI로 모든 걸 바꿀 태세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8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AI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AI 고속도로 구축을 위한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추진하고, AI 인프라·데이터 확충과 초고성능·초지능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AI 고속도로를 기반으로 글로벌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해 글로벌 AI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AI 혁신 생태계 조성, 범국가 AI 기반 대전환, 글로벌 AI 기본사회 기여를 3대 정책 축으로 하는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을 마련하면서 산업, 공공, 지역, 문화, 국방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출범식. 2025.09.08. 청와대.

“AI 뼈대는 광물, 혈액은 전기”

“AI의 뼈대는 광물이고 AI의 혈액은 전기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케이트 크로퍼드는 ‘AI 지도책'(2022)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AI 모델의 학습과 사용은 주로 막대한 하드웨어와 자원이 투입된 데이터센터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AI 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고성능 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며 해당 과정에서 막대한 전기가 사용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는 “AI를 제한하는 것은 칩이 아니라 전력”이라고 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에너지 생산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칩 생산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전력이 AI 성장을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재생에너지 등을 통한 대량의 전기 확보에 나서는 이유다.

데이터센터 규모도 점점 대형화하고 있다. 전력 소비 측면에서 기존 데이터센터의 규모는 약 10~25㎿(메가와트) 수준이지만, AI 중심 데이터센터는 100㎿ 이상으로, 연간 1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기를 소비한다. 현재 건설 중인 최대 데이터센터 용량은 약 2000㎿, 계획 중인 최대 데이터센터 용량은 5000㎿에 달한다. 이는 연간 200만~500만에 달하는 가구가 소비하는 전기를 데이터센터 한 곳이 소비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현재 AI 중심 데이터센터는 점점 더 커지는 모델과 증가하는 AI 서비스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AI 성능이 향상되고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AI를 개발·운영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도 급증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약 415TWh(테라와트시)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 세계 국가 중 10번 째로 전력 소비가 많은 프랑스의 전력 소비량(약 410TWh)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최근 5년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연평균 12%로 빠르게 증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약 945TWh에 이르러 전력 소비가 5번째로 많은 일본(915TWh)을 추월하게 될 전망이다.📌1

국내 상황,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집중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6조 원을 처음으로 넘어섰고, 2025~2028년 동안 연평균 13% 이상 성장해 2028년에는 약 10.2조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2 국내 데이터센터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면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4%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24년 기준으로 총 165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공간적으로 매우 집중된 곳에서 많은 전력을 소비해 전력수요 비중을 비정상적으로 높이며 지역 전력망에 지장을 초래한다. 국내에서는 전력 다소비 시설인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데이터센터 입지의 60%,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전력 계통과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에도 고전력 첨단산업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약 70%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도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어 충청권과 호남권의 전력이 모두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여기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까지 조성되면 수도권 전력 집중 현상과 고압송전망 건설에 따른 지역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미 ‘동해안-동서울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건설사업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고, 2029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전북 서남권(2.4GW)과 전남 신안(8.2GW)의 해상풍력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345킬로볼트kV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사업도 갈등을 빚고 있다.

전력 수급 부담, 주민 반발도 잇따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분석에 따라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예측해 보면📌3, 국내 데이터센터 용량은 2023년 약 2기가와트GW에서 2030년 5.7GW, 2040년에는 10GW 수준으로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전력 소비량도 같은 기간 약 5TWh에서 18TWh, 32TWh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23년에 약 1% 수준에서 2030년 2.8%, 2040년에는 4.8%로 커지게 된다. IEA의 기준 시나리오에서 전망한 2030년 전 세계 총 전력 소비량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인 점을 고려하면 전 세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데이터센터 입지의 81.6%, 전력 수요의 80.6%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계통과 전력 수급 부담으로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적기에 건설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쏠림 현상에 따라 주민들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2024~2025년 기준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인허가 33건 중 17건(약 52%)이 주민 반대 등으로 지연되거나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9년까지 신청이 들어온 수도권 지역 신규 데이터센터 601개소 중 6.7%에 불과한 40개소에만 전력이 적기에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4

에너지 고속도로…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 장거리 송전망 부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는 123대 국정 과제 중 38대 과제에 ‘경제 성장의 대동맥, 에너지 고속도로의 구축’이 포함돼 있다. 계획안에서 에너지 고속도로는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인 호남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 등에 보내기 위한 고압직류송전망 등을 연결하는 것으로 정의됐다.

지난해 10월 1일에는 ‘제1차 국가기간전력망 확충위원회’가 개최돼 고압 송전선 70개 노선과 변전소 29개 등 건설이 결정됐다. 정부는 에너지고속도로를 “전국의 산업단지 등 주요 전력수요 지역과 재생에너지 등 발전원이 밀집된 지역을 국가 기간 전력망으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력 인프라”로 정의했다.

국내 전력 공급 시스템은 지역에 밀집한 석탄화력발전과 핵발전 등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규모 인구와 산업단지 등이 모여있는 수도권으로 장거리 송전하기 위한 국가 주도의 ‘중앙집중형’으로 오랜 기간 건설됐다. 문제는 전력 수요의 수도권 집중이 가중되면서 주요 발전과 전력 소비의 지리적 불일치가 지속됐고, 장거리 송전망 부담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송전망 확충 결정은 전력 수급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현 상황을 유지한 채 장거리·대용량 송전망을 대폭 늘리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됐다.

지산지소 원칙?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로 전락한 지방

최근에는 핵발전소 2기를 추가 건설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해석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등으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핵발전소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는 정부가 ‘지산지소’ 원칙,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해당 지역 내에서 소비하자는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실제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AI 산업과 반도체 산단 등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비수도권 지역에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모순된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핵발전이 필요하다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수도권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분산형 에너지 체계 구축,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하며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100 산단은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해당 지역 산업과 주민에게 우선 공급하는 분산형 체계를 목표로 한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지산지소형 RE100 산단을 조성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포함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기업 유치를 위한 분산형 모델 및 재생에너지 요금을 강구하고, 정주·교육 여건을 조성해 신도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지역 산업 유치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의도가 어떻든 현재로서는 ‘지방을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참고 주석

1. IEA(2025), Energy and AI.
2.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2025), 2025 데이터산업 백서.
3. 이정필·권승문(2025), AI 전면화에 따른 에너지 수요 전망과 에너지 전환 대응 과제, 국회사무처.
4. 산업통상자원부(2023),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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