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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정67화] 되살아난 지구당이 지방정치도 되살릴 수 있을까? (박영득 /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곧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수많은 후보자들이 거리에서 연신 허리를 숙이며 지역의 일꾼을 뽑아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제 나름대로 당선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궁리해서 공약을 만들고, 방송토론을 하고 공보물도 만들 것이다. 거리에는 현수막과 벽보가 붙고, 후보자들이 유세차를 타고 다니며 유권자들을 향해 말을 쏟아낼 것이다. 후보자들이 선거운동 기간 중에 보여줄 이런 노력들은 의미가 있을까.

공약보다 당적이 중요한 지방선거

안타깝지만,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은 선거결과를 바꾸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투표선택에 대한 다수의 학술연구들은 지방선거가 각 지역 고유의 의제들을 중심으로 한 경쟁이라고 보기 어렵고, 중앙정치의 구도가 그대로 지방선거에 투사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고 분석한다.

전국 각 지역의 정치지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방 안에 앉아 전국의 지방선거 결과를 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역대 지방선거에서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지지를 잃어갈 때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야당이, 대통령의 임기가 막 시작되었거나 지지도가 높을 때는 여당이 승리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러니 현직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직무를 잘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중앙에서 불어오는 바람 앞에서는 자신의 당적을 탓해야 하는 신세에 불과하다.

지역 의제 실종, 왜 문제인가?

첫째, 각 지역이 갖고 있는 문제가 선거의 중심이 되지 못하면 각 지역이 직면하는 문제를 푸는 것은 더 요원해진다. 문제를 풀려면 선거 과정을 통해 지역의 의제를 발굴하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의 지혜를 모으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다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 시작을 하기 어려워진다.

둘째, 중앙의 정치구도가 지방정치를 지배하면 각 지역에서의 정치가 의미를 잃는다. 유권자의 판단은 개별 정치인들의 업무수행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환원된다. 비전 없는 정치인도 소속 정당이 제공하는 프리미엄에 무임승차해서 당선증을 거머쥘 수 있게 되는 반면, 판세가 불리하면 임기 동안 뭘 했더라도 극도로 불리한 선거에 내몰려 결국 낙선한다. 선거를 통한 책임성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왜 지방선거에는 지역이 없어졌는가?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먼저 정당이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역의 요구를 수렴하고 의제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정당의 책무이다. 정당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려면 각 지역에서 정당이 활동할 수 있는 상시적 기반이 필요한데 그 기반이 없다.

2004년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를 바꾼다며 단행한 정치관계법 개정으로 지구당이 폐지되면서 정당의 지역 활동 기반이 황폐화했다. 정당이 각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정당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남은 것은 지역구 안에서 조직의 기반을 다지고 다음 경선과 다음 선거를 기다리는 일 뿐이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평소에는 도대체 뭘 하다가 선거때만 현수막 붙이고 유세차 타고 다니며 시끄럽게 하느냐는 불만이 빈번하게 들리지만 사실 현직 의원이 아닌 다른 정치인들은 평상시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지역 언론의 쇠퇴를 꼽을 수 있다. 지역의제를 공론화할 지역언론이 약화되어 의제를 생산할 정당의 지역 조직도, 지역의제를 유통할 언론도 취약한 상태에서 지방의 정치는 불가능하다.

되살아난 지구당이 지역정치를 되살릴 두 가지 조건

지난 4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협위원회도 지역에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정당의 지역활동을 활성화 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지구당 부활 그 자체로 지역 정치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첫째, 당원 참여가 질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한국 정당의 당원 수는 근래 크게 늘었고 당내 선거에서 당원의 비중도 확대되어 왔지만, 당원의 정당활동은 사실상당내 선거에 국한되어 있다. 즉 당원은 선거의 순간에 동원될 뿐이다. 실제로 한국 정당의 당원 수는 대통령선거, 전당대회 등 주요 당내 선출과정을 앞두고 크게 늘어왔다.

지구당이 지역 정치의 엔진이 되려면, 당원은 선거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주민과 소통하며 정치활동을 수행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정당 조직 역시 그런 일상적 활동을 담아낼 수 있는 형태로 변모해야 한다. 당원의 양적 팽창이 정당활동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정당 지역조직은 개별 정치인의 팬덤으로, 그의 가신 집단으로 전락할 뿐이다.

둘째, 지구당 운영에 대한 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회계 측면의 투명성은 기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구당의 실제 활동이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지, 지역 당원이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활동하고 정당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실제로 열리고 있는지 중앙당이 주도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 지구당 운영을 지역위원장에게 전적으로 맡겨두고 지켜만 봐서는 안 된다.

중앙당은 지역에서 당원이 성장하고 당내 경쟁이 활성화되는 것을 바랄 유인이 있지만, 지역위원장의 유인은 다르다. 지역위원장에게는 지역 당원이 자신을 따르는 맹목적 지지자로 머무는 것이 낫다. 지역 당원은 자신을 돕는 사람이어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도전할 만한 정치적 야망을 갖지 않는 사람이어야하고, 자신보다 유능해서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만한 잠재력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 이해의 불일치를 방치하면 지구당은 되살아나자마자 지역 보스의 사조직으로 재편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려면 중앙당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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