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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하고 잔인하게 – 쌍용차 대법원 판결을 회고한다

희망의 날, 2014년 2월 7일.

서울고등법원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아 무효라고 선고하였다.

2009년 초부터 시작해 무려 2,646명(이중 생산직은 2,319명으로서 당시 생산직 전체 인원의 45.5%)이나 되는 많은 노동자의 일자리를 잃게 한 쌍용차 구조조정을 4년여 만에1에 부당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절망의 날, 2014년 11월 13일.

그러나 이 고등법원 판결은 불과 9개월 후인 2014년 11월 13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된다. 도대체 대법원이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한 이유, 그것도 마치 무엇인가에 쫓기듯 이렇게 초고속으로 선고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법원, "쌍용차 정리해고는 적법하다." 2014년 11월 13일 오후 원심을 뒤집는 대법원 판결 직후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과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대법원을 나서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http://www.vop.co.kr/A00000814569.html

대법원, “쌍용차 정리해고는 적법하다.” 2014년 11월 13일 오후 원심(2심)을 뒤집는 대법원 판결 직후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과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대법원을 나서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계속 완화되는 대법원의 정리해고 법리

정리해고 입법화 이전에도 대법원은 정리해고가 가능하다고 판시해왔다. 다만, 지금처럼은 아니었고 소위 정리해고의 네 개 요건을 모두 구비할 경우에 가능하고 특히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도산을 회피하기 어려운 경우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왔다.

  1.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2. 해고 회피 노력
  3. 충분한 협의
  4. 정당한 해고대상자 선정 

그러나 1997년 정리해고가 입법화된 이후부터 오히려 대법원은 정리해고 요건을 계속 완화하는 해석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대표적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였고, 정리해고 네 개 요건 중에 일부가 구비되지 않아도 전체적으로 봐서 유효일 수 있다는 해석까지 하기 시작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문언상 위와 같은 해석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법원이 사실상 법률을 만든 것으로, 입법부의 권한까지 침해하는 셈이다.

퇴출 사람 노동 사표 해고 정리해고

정리해고 요건 엄격히 판단한 2심

그런데 쌍용차 2심 판결은 이런 대법원 판결의 추세와 달리,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대로 정리해고의 정당성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명확히 판시하였다.

특히 쌍용차 사건에서의 중요한 쟁점이었던 회계부정2 문제에 대해서도, 구(舊)차종을 상당 부분 단종시킨 것을 전제로 매출을 추정하면서도 후속 신(新)차종(이미 개발이 끝난 차종 포함)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 (유형자산손상차손의 전제인) ‘계속기업가정’3에 위반된 모순된 주장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2심 판결은 회계부정 문제 뿐 아니라 정리해고의 나머지 요건에 대해서도 엄격한 입장을 원칙적으로 유지하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부정했다.

  1. 장기간 워크아웃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경쟁력 자체가 상당 기간 유지되고 있었던 점
  2. 쌍용차가 주장하는 경영 위기가 구조적, 계속적 위기라고 볼 수 없는 점
  3.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대주주(상하이차)가 회생절차를 통하여 교체될 기회가 주어진 점
  4. 정리해고 규모가 과다한 점 등

또한, 해고 회피 노력과 관련해서도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희망퇴직 등의 조치는 고용관계를 종료하는 것이므로 해고 회피 노력 중에서도 제일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2009년 6월 2일 사측은 쌍용차 정비지회 조합원에게 정리해고 통보를 개별 문자메세지로 발송했다. (사진: 쌍용자동차 투쟁 타임라인) http://victory77.jinbo.net/story/timeline

2009년 6월 2일 사측은 쌍용차 정비지회 조합원에게 정리해고 통보를 개별 문자메세지로 발송했다. (사진: 쌍용자동차 투쟁 타임라인)

정리해고에 고속도로를 깐 쌍용차 대법원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2심 판결을 그야말로 전부 뒤집었다.

우선, 유형자산 손상차손 과대계상과 관련해서는 “회사의 예상 매출 수량 추정이 다소 보수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과대계상되지 않았다고 하였고, 유동성 위기도 존재했으며 쌍용차의 경쟁력 상실은 계속적이고 구조적인 것이라고 하였다.

정리해고 규모에 대해서도 “잉여인력이 몇 명인지 등은 경영판단의 문제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였으며, 해고 회피 노력에 대해서도, 고용관계 종료하는 희망퇴직을 꼭 나중에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해고 회피 노력도 다한 것처럼 판시했다.

대법원

대법원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객관적 증거에도 반하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

(1) 회계 부정 관련하여 “다소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 부분은 회계 부정이 만연(예: 대우조선 분식회계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실형 선고)하고, 몇몇 회계 지표만으로도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다고 쉽게 선고해버리는 한국의 실태에서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에 대한 사법 심사를 거의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2) 또한, 정리해고 규모에 대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하라는 것은 기존의 잘못된 대법원 판결(동서공업 판결)의 내용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와 해고 회피 노력에 대한 사법심사를 크게 완화하는 것이다.

(3) 끝으로, 고용관계를 종료하는 희망퇴직은 현실에서는 정리해고와 거의 동일한 의미인데 이를 해고 회피 노력으로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정리해고는 최후수단이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쌍용차 대법원 판결은 정리해고에 고속도로를 깐 판결이라고 평할 수 있다.

‘이중고’에 빠진 노동자

쌍용차 정리해고라고 하면 아마도 대규모 정리해고라는 것 외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같이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것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누군가는 강성노조라고도 부르는, 노동자의 냉혹한 현실이다.

한국 헌법은 노동조건을 향상하고 지키기 위해서 단체행동권(파업)과 근로기준법 등에 의한 사법심사라는 두 가지 방법을 노동자들에게 주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이중고’에 빠졌다.

(1) 파업의 불법화 (배상책임과 형사처벌): 노동자가 파업하면 그 자체로 불법 파업이 되어 거액의 손해배상과 형사처벌을 당한다.

(2) 정리해고 심사 완화: 게다라 대법원은 갈수록 정리해고에 대한 사법심사를 완화하고 있다.

점점 더 위태로운 처지에 내몰리는 노동자

점점 더 위태로운 처지에 내몰리는 노동자

노동자가 ‘합법적’으로 정리해고에 대응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이 모두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쌍용차 정리해고에 관한 2심 판결은 적극적이고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통해 두 가지 방식 중 한 가지(사법심사)라도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쫓기듯 단 9개월 만에 이를 파기해버렸다. 대법원은 정리해고 앞에서 노동자들은 한낱 ‘생산 요소’에 불과하다는 것을 철저하게 알려주고 싶었나 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이처럼 신속하고 자세하게 2심 판결을 파기한 대법원의 잔인한 의도였던 것 같다.

2017년 9월 퇴임을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에 관해서는 여러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법원 내 연구모임에 대한 외압이나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을 계기로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 권한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개혁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평가 기준은 바로 ‘판결’입니다. 대법원의 역할은 법과 양심에 따른 올바른 판결로 분쟁을 해결하고,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과연 양승태 대법원장은 판결로써 그러한 역할을 다하였는지, ‘양승태 대법원’의 주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칼럼을 시작으로 총 7회에 걸쳐 ‘판결비평칼럼-양승태 대법원장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을 평가하고, 향후 새롭게 임명될 대법원장의 요건과 이후 대법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제시해보려 합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1. 2009년 6월, 이명박 정권을 비판한 교사들은 정말 유죄였나 (곽노현) 
  2. 문재인의 탈원전 ‘공론화’ vs. 제주 해군기지 ‘날치기’ (김필성) 
  3. ‘시효’ 뒤에 숨은 국가배상책임 (이상희)
  4. 신속하고 잔인하게 – 쌍용차 대법원 판결을 회고한다 (김태욱)
  5. 감기 보험 vs. 암 보험: 키코의 본질과 대법원의 오류 (박선종) 

¶ 이번 칼럼의 필자는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입니다.


  1. 정리해고 일자는 2009년 6월 8일

  2. 즉, 유형자산손상차손-진부화 등으로 유형자산의 사용 및 처분으로부터 기대되는 미래 현금흐름 총액이 장부가액에 미달할 경우 그 차액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하는 것-을 과대 계상

  3. 폐업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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