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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신화 4: 남이 찍은 ‘맑은 하늘’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불법이다

“이게 정말 불법이 아니라고요?”

저작권에 관한 잘못된 상식은 뜻밖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이용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마저 움츠리게 합니다. 오픈넷 박경신 이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잘못된 저작권법 상식, 그 신화를 하나씩 깨뜨려 보시죠. (편집자)

혹시 블로그에 남이 찍은 사진을 올려서 저작권 침해 합의 제안을 받아보신 분 있나요? 보통 2~3백만 원 정도 하는데요. 아니면 저작권이 무서워서 남이 찍은 사진은 아예 손대지 않으시나요?

‘맑은 하늘 사진’, 물론 이것도 완벽하게 신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남이 찍은 사진을 (허락받지 않고) 블로그에 올리는 일은 모두 불법이다’라고 말하면 그것은 분명히 신화입니다.

여전히 남의 사진을 허락받지 않고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 모든 경우에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남의 사진을 올리는 블로거들도 그렇고, 해당 사진을 찍은 분들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아닙니다.

저작물(저작권)의 성립 요건

이 명제에선 ‘맑은 하늘’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저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조건이 필요합니다.

1. 사상과 감정의 표현일 것: 단순한 아이디어에 머물지 않는 구체적인 표현물 형태를 띠고 있어야 합니다.

2. 창작성이 있을 것: 조금이라도, 최소한이나마 창작성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 판례를 보면 ‘이마에 땀이 났느냐’는 표현을 쓰죠. 가령, 통조림 사진을 찍는다고 가정해보시죠. 통조림은 어떻게 찍어도 통조림입니다. 창작성이 개입할 여지가 매우 적죠.

3.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할 것: 이 중 어느 하나에 엄밀하게 속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문학이나 학술 또는 예술로 총칭하는 범위에 속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례: 남부햄 사건 (2001년)

사실관계는 아주 간단합니다. 회사(피고)는 A에게 카탈로그용 사진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A는 사진작가(원고)와 제품 홍보를 위한 사진 제작과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사진작가(원고)는 제품 사진과 이미지 사진을 3~4컷 찍어서 A에게 전달했습니다. 원고 회사는 해당 사진을 카탈로그뿐만 아니라 백화점에 공급하는 가이드 북에도 썼습니다.

이에 사진작가는 회사가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소송했죠.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사진작가는 결국은 저작권 소송에서 졌습니다. 법원이 해당 사진의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햄이라는 건 찍는 각도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대체로 그냥 햄입니다.

저작권 남부햄

햄은 어떻게 찍어도 대체로 그냥 햄입니다.

법원의 입장

  • 대법원 2001. 5. 8. 선고 98다43366 판결, 일명 “남부햄” 사건

판결 요지

1.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이기 위하여는 문학ㆍ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하므로 그 요건으로서 창작성이 요구되는바, 사진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된다.

2. 광고용 카탈로그의 제작을 위하여 제품 자체만을 충실하게 표현한 사진의 창작성을 부인한 사례.

사건에 대한 판단

그 피사체인 햄 제품 자체만을 충실하게 표현하여 광고라는 실용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다만 이때 그와 같은 목적에 부응하기 위하여 그 분야의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원고의 사진기술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 거기에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할만한 원고의 어떤 창작적 노력 내지 개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원고는 촬영이 잘 된 사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 종류별로 3 내지 4 컷을 촬영하였다는 것인데, 이 점은 바로 위와 같은 제품 사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 피사체를 충실하게 표현하였나 하는 사진 기술적인 문제이고, 그 표현하는 방법이나 표현에 있어서의 창작성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비록 거기에 원고의 창작이 전혀 개재되어 있지 않다고는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와 같은 창작의 정도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할만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구름 낀 하늘’이 아니라 ‘맑은 하늘’인 이유

제가 신화라고 한 명제에서 굳이 ‘맑은 하늘’이라고 강조한 이유는 구름이 낀 하늘이라면 창작성을 발휘해 그 구름이 있는 하늘 모습을 선택해서 찍을 수 있겠지만, 맑은 하늘이라는 건 그럴 여지가 아주 적기 때문입니다. 누가 찍어도 비슷한 사진이 나오겠죠. 그러니 창작성을 인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사진을 찍어봤자 파란색 네모만 나오지 않겠어요?

그래서 이렇게 누가 찍어도 비슷비슷하게 찍을 수밖에 없는 제품 사진이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진은 저작권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창작성이 없으니까요.

혹시라도 남이 찍은, 하지만 누가 찍어도 개찐도찐일 수밖에 없는 아주 평범한 풍경 사진 혹은 제품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고 치죠. 그런데 해당 사진의 저작권 침해를 문제 삼으며 2백만 원, 3백만 원 내라면서 부당하고, 과도한 ‘권리질’을 한다면? 그런 내용증명이 와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소한 ‘누가 찍어도 비슷하게 찍을 수밖에 없는 사진’에 관해서는 창작성이 없음을 이유로 들어 저작권이 없다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 신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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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경신
초대필자, 오픈넷 이사

오픈넷 이사.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진실유포죄], [호모 레지스탕스] 등 저자.

작성 기사 수 : 3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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