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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최근 정부와 국회는 포털 뉴스 알고리즘 공개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과 법 개정안(정보통신법, 신문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알고리즘 투명화’라고 주장하고, 포털사업자는 알고리즘에 대한 ‘정부 개입’과 ‘영업기밀 누출’ 등을 이유로 들어 이에 반발합니다. 알고리즘 공개로 포털 저널리즘은 나아질 수 있을까요? 포털 뉴스 알고리즘과 공개 이슈를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생각해봅니다. (편집자)[/box]

지난 4월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 중 네이버를 통해 이용자가 가장 많이 본 선거 관련 뉴스를 분석하여 결과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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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회가 넘는 조회수 1위 기사는 중앙일보의 [中동포는 민주당 찍는다?···오세훈 발언에 거세진 투표권 논란]이었다. 자칫 중국동포에 대한 선입견을 심고 차별을 조장할 수 있는 기사를 이용자가 많이 보았다는 사실은 “많이 보는 기사가 좋은 기사”라는 포털 저널리즘의 일면을 보여준다.

상위 20위권 기사 중에는 시장후보 정책 분석이나 선거 쟁점을 제시한 기사는 한 건도 없었다. 공개된 분석 결과를 보면 3월 둘째 주와 셋째 주까지는 한국일보나 경향신문의 기획기사가 주목을 받았지만 야권 단일후보 선출일, 공식선거 시작일, 사전선거일 등이 지나며 이용자 조회수가 높아질수록 기획, 심층기사는 사라졌다.

네이버와 다음 포털 뉴스서비스의 ‘공정성’은 늘 선거와 같은 정치적 이벤트 국면에서 문제가 되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포털 뉴스서비스를 없애고 기사 검색만을 제공하는 방안, ‘공영포털’ 도입 방안, 포털 뉴스추천 알고리즘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안 등 포털 규제안을 언론개혁 과제로 꼽은 것도 그리 생경한 풍경은 아니다.

포털 뉴스서비스에 대한 정치적 논란과 파편적인 대안의 반복은 다시 질문을 던지게 한다. 한국사회 저널리즘의 추락은 정말 포털에서 비롯된 것인가? 뉴스추천 알고리즘을 개선하면 시민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뉴스를 접할 수 있을까?

알고리즘과 저널리즘의 이분법

근래 여러 언론 보도에 대한 논쟁을 생각하면 뉴스노출과 추천에서 ‘공정성’ 문제는 포털에게만 제기되지는 않았다. 전통적인 객관성의 규범은 신문과 방송에도 적용되어 왔으며, 이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언론중재위원회와 같은 내용규제 기구도 존재한다. 그러나 같은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특정 언론사에 대한 공정성 요구와 포털 뉴스서비스에 대한 공정성 요구의 이유는 다르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진영 논리, 극단적인 정치인과 정당 지지층의 형성은 언론사들 또한 진영논리에 가두어 바라보게 했다. 언론사들을 이렇게 정치 스펙트럼에 위치지우면, 포털은 그러한 언론사들을 다시 진영 논리에 따라 균등하게 기사를 노출해야 한다는 기계적 공정성 요구에 처하게 된다. 야당 당대표의 국회 발언은 포털 메인 화면에 노출시키면서 여당 당대표의 발언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반발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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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들어오라하세요.” 사건 (2020년 9월, 윤영찬 의원)

2020년 9월 8일 국회에서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내는 윤영찬 의원의 모습이 국회 출입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문제가 됐던 사건. 야당인 주호영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은 포털 메인에 올리고, 여당 당대표 국회 연설은 안 올렸다는 윤 의원의 ‘착각’ 때문에 벌어졌다. 윤 의원의 행동은 권위적인 국회의원의 ‘갑질’로 비판받았다. 특히 윤 의원 자신이 언론인(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포털인 네이버에서도 부사장 경험한 바 있어 특히 더 비판받았다. [/box]

"카카오 들어오라하세요." (2020년 9월, 윤영찬 의원 이미지 출처: 윤영찬닷컴)
“카카오 들어오라하세요.” (2020년 9월, 윤영찬 의원 이미지 출처: 윤영찬닷컴) 야당 당대표 국회 연설은 포털 메인에 올리고, 여당 당대표 국회 연설은 안 올렸다는 윤영찬 의원의 ‘착각’ 때문에 벌어진 국회의원 ‘갑질’ 사건으로 비판받았다.

정치 지형에 따른 포털 뉴스의 양적 균형을 요구하는 이들이 정치권이라면, 저널리스트와 학계의 지적은 또 다르다. 네이버 뉴스의 서울시장 선거보도 분석 결과가 보여주듯 심층기획, 탐사보도와 같은 양질의 저널리즘이 포털 뉴스추천 알고리즘에는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 ‘양질의 저널리즘’에 대한 판단 기준은 언론사마다 다르다. 한 언론사 내부의 편집회의에서는 가능하지만 네이버 기준 검색제휴 언론사가 500여 곳이 넘는 뉴스 플랫폼에서 단일한 저널리즘의 평가기준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입력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저널리스트 및 학계의 요구가 상이하더라도 이들의 공통점은 존재한다. 기계적 공정성이나 양질의 저널리즘에 대한 요구는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이 거느린 이용자의 규모 때문이다. ‘상상의 공동체’로 자사의 독자를 상정하는 개별 언론사와 달리 네이버와 같은 포털 이용자는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양적 균형의 요구, 그리고 속보성과 선정성이라는 뉴스이용 습관에 대한 우려가 양질의 저널리즘이라는 요구로 등장한다. 다른 한편, 알고리즘과 저널리즘이라는 구분은 철학적 논쟁점인 육체와 정신이라는 이원론과 유사하다. 즉, 알고리즘은 기계라는 ‘신체’일뿐이고, 여기에 저널리즘이라는 ‘정신’이 주입되어야 한다는 전제다.

로봇 A.I. AI 기계 인공지능

알고리즘 한계 인정부터 시작해야 

그러나 알고리즘은 결코 기계라는 신체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알고리즘을 통해 학습하는 데이터에는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 콘텐츠뿐 아니라 포털 뉴스 이용자의 개별적이며 원자화된 이용습관도 포함된다. 여기에 포털 뉴스추천 알고리즘에 대응하는 각 언론사의 디지털 역량도 중요한 변수다.

그래서 앞서 본 네이버 뉴스의 서울시장 선거보도 분석 결과는 알고리즘이 유일한 원인으로 작동한 결과가 아니다. 요컨대 뉴스 추천 알고리즘은 포털의 개발자와 경영진, 언론사의 디지털 역량, 개별화된 이용자의 이용습관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언어적 실천’인 셈이다. 따라서 포털 뉴스서비스의 공정성과 양질의 저널리즘에 대한 요구는 알고리즘의 공개나 법적 보고 의무로 이해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알고리즘 개발과 인공지능 학습이 포털의 ‘행위’라면 알고리즘의 공개는 그것을 개발한 프로그래밍 언어와 데이터의 한계를 인정하고 외부의 요구가 왜 구현되기 어려운지 밝히는 포털 사업자의 자세에서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의 한계를 ‘이용자 최적화’, ‘알고리즘의 공정성 검증’과 같은 수식어로 포장할 때가 더 이상 아니다. 그러한 한계의 인정이 도리어 언론사와 저널리스트 뿐 아니라 이용자의 선입견과 스스로의 과제를 고민할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포털 사업자의 선택에 달렸다.

그야말로 일상의 '문'(포털) 역할을 하는 포털
그야말로 일상의 ‘문'(포털) 역할을 하는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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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언론인권센터의 ‘언론인권칼럼’으로 이 글의 필자는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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