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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소리 18: “금융 소비자도 신중해야 (…)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 (현오석 경제부총리)

슬로우뉴스가 ‘잊혀질 소리’를 찾아 나섭니다. 금융사들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유출 규모는 무려 1억 명을 넘었습니다. 전 국민의 두 배가 넘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합니다. 설상가상입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

현오석 경제부총리,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

출처를 찾아서

현 부총리는 22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오후에 발표될 카드 정보 유출 대책과 관련해 이런저런 설명을 했다.

논란이 된 건 고객들의 정보 제공 동의와 관련한 부분. 그는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고 말했다.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카드 발급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였다.

한국일보, 현오석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 (2014년 1월 23일) 중에서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아서

황당한 상상이지만, 한국의 경제부총리는 혹여 본인이 직접 신용카드를 발급해 본적도 없고, 통장도 개설해본 적이 없는 건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이용자가 신용카드 만들 때 개인정보를 주고 싶어서 “동의하겠습니다” 란에 체크를 하나요? 카드사들은 주민번호부터 집주소, 직장주소, 집전화, 직장전화, 결제은행, 결제은행 계좌 등등 이용자들이 뭐 한 가지 정보라도 빼먹으면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지 않습니다. 이용자는 그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겁니다.

카드사 정보 유출 피해자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부총리 

이뿐만이 아닙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의 사퇴를 고려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하는데, 현명한 사람은 이를 계기로 이런 일이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말까지 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중요한 정보가 유출돼서 화가 난 이용자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인 걸까요?

현 총리는 다음날 사과했지만, 여전히 찜찜한 구석이 남습니다. “현재 금융소비자의 96%가 정보제공 동의서를 잘 파악하지 않는 관행을 지적한 것으로, 금융소비자도 앞으로 거래 시 좀 더 신중하자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기 때문입니다.

개인정보 강요당하는 금융 소비자 현실 전혀 파악하지 못한 듯

이쯤 되면 소비자가 금융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보 제공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게 분명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덧붙인 이 발언은 동문서답입니다. 이번 사건이 소비자가 동의서를 꼼꼼히 읽어보지 않아서 생긴 사건입니까? 사과하는 자리에서까지 저런 이야기를 하니 도대체 이번 사건을 어떤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는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그에 비해 정작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입니다. 금융기관끼리 내부 정보를 공유하는 문제는 여전히 손을 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업상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대해 조건을 까다롭게 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는데, 실제 제도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반복하는 유출 사고, 공공재로 전락한 개인정보, 무능한 정부 대책

오래전부터 수많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의 개인정보는 전 세계 해커와 대량으로 스팸 문자를 발송하는 광고대행업자들이 공공연하게 이용하는 ‘공유재’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민번호를 없애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치달은 건 이용자가 부주의해서가 아닙니다.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강요하고, 정부가 이를 방조 했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생겨도 처벌이 미약하고, 문제가 되는 제도를 근본에서 개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경제 부총리라는 사람이 나와 이용자 탓을 하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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