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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 평가 13: “765kV 송전탑 아래선 전기가 없어도 불이 들어온다”(그래서 유해하다?) (믿을 수 없음)

관련 기사:

765kV 송전탑 아래선 전기가 없어도 불이 들어온다
– 오마이뉴스, 2014년 1월 8일 (최종 업데이트: 2014년 1월 10일)

다양한 사진/동영상을 담은 오마이뉴스의 ‘송전탑 형광등 실험’ 보도

관련 기사 요약:

고압 송전선 아래에서 전자파의 영향으로 폐형광등에 불이 들어온다. (해당 기사의 구성과 맥락을 살피건대 그래서 ‘인체에 유해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 편집자) 76만 5000V 송전선로 80m 이내에는 평균 3.6밀리가우스(mG) 전자파가 생성된다. 3밀리가우스(mG)의 전자파는 소아백혈병 유발률을 3.8배 높인다. 밀양 지역도 같은 것을 공사 중이다.

슬로우뉴스의 평가:

  1. 송전선 근처에서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는 것은 전압차 발생으로 생기는데 그 자체로는 무해한 현상이다.
  2. 이 현상을 일으키는 전압차인 전계(단위: V/m)는 기사에서 위험 요인으로 언급하는 자계(단위: mG)와 다르다.
  3. 송전선 교류전류(60Hz)로 발생하는 자계의 유해성에 관한 과학적 인과 증명은 아직 이뤄진 바 없다.

분석:

1. ‘송전탑 형광등 실험’은 비과학적인 ‘쇼’에 가깝다

형광등은 전자기장 형성 가운데 전계의 힘으로 불이 들어오게 돼 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 해당 기사는 자계의 수치를 들며 건강에 해악을 끼친다고 주장(혹은 그렇게 보이도록 만든 기획된 보도)한다. 한마디로 비과학적이다.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76만5000V 송전선로 80m 이내에는 평균 3.6밀리가우스(mG) 전자파가 생성된다”라는 부분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직접 측정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다만 자계와 무관하게 형광등에 불은 들어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웨터를 문질러 정전기를 일으키고 형광등을 대도 불은 켜진다. 즉, 형광등에 불빛이 들어온다고 해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강한 수준의 자기장이라고 볼 수 없다. 즉, 이런 실험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쇼’에 가깝다고 본다.

그냥 전자파 측정 기계를 통해 수치를 측정하고, 이 정도의 수치가 과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을 곁들였다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이렇게 강한 충격 효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보도 행태는 지금 당장은 해당 사안을 즉각적으로 공론화하는 데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질에서 잘못된 정보로 독자의 판단을 흐리고, 장기적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과 우려까지 도매금으로 처리할 수 있는 ‘나쁜 사례’를 제공할 뿐이다.

송전선 밑에서 형광등 밝히기는 원래 2004년 영국 예술가 리차드 박스가 실행했던 프로젝트다.

2. 전자파 “유해성 증명되지 않았다”(미국 물리학회 공식 입장) 

자기장이 건강에 해롭다는 몇몇 연구결과가 있긴 하지만 반대로 자기장이 통증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자석 목걸이, 자석 팔찌 등은 자기장의 긍정적인 효과(적어도 그런 기대 심리)를 상품화한 것들이다. 지구 자체도 거대한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로는 전송선에서 발생하는 수준의 전자파나 자기장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게 과학계 정설이다.

고압선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에 관한 과학계의 합의는 게임 중독에 관한 연구보다도 더 미진한 형편이다(게임 중독에 관해선 ‘정신 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DSM-5)를 참조: 편집자). 미국 물리학회 공식 입장(1995년 발표, 2005년 재발표)은 그 유해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전자파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전자파라는 진동이 세포와 유전자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고압선 유도전류의 저주파 수준에서는 이온화 효과가 없다는 반론이 있다.

3. ‘소음’ ‘사고 위험’ ‘정책결정 과정 합리성’ 등 현실적 실체 문제 주목해야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해도 가능성은 있다. 송전탑이나 송전선 근처 사는 주민의 불안을 전적으로 무시할 일은 아니다. 다만 송전탑 이슈와 관련해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측면에 집중하는데, 실제로 그 ‘전자파의 유해성’은 과학적 증명이 여전히 미진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입증되지 않은 유해성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소음의 스트레스, 사고 위험 같은 것들을 주목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나아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합리적인 합의 과정 부재 등을 비판하는 것이 유효하다. 삽으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문제가 경시되지 않도록 말이다.

4. 추천 기사

송전탑 전자계의 유해성에 관해서는 전자신문 기사를 추천한다: [이슈분석]송전탑 전자계, 인체에 유해한가 (전자신문, 2013년 10월 23일)

최종 평가: 믿을 수 없음 

‘765kV 송전탑 아래선 전기가 없어도 불이 들어온다'(그래서 유해하다)에 대한 최종 평가

[ ] 아주 믿을 만함.

[ ] 믿을 만함.

[ ] 과연 그럴까.

[✔] 믿을 수 없음.

[ ] 전혀 믿을 수 없음.

한전 트윗에 대한 슬로우뉴스의 입장 [업데이트]

한전 트위터에서 “송전선 아래서 형광등 켜지면 유해? 전압차로 인한 과학적 현상으로 인체에는 무해합니다.”라고 트윗을 올렸습니다. 그 근거로 이 슬로우뉴스 기사를 링크하고 있는데요.

슬로우뉴스 기사를 인용한 한국전력공사(KEPCO)의 트윗

슬로우뉴스 기사를 인용한 한국전력공사(KEPCO)의 트윗

슬로우뉴스는 다음 사실과 입장을 거듭 확인합니다.

1.형광등 점등 자체로는 “무해한 현상”이라는 것이지 송전탑의 존재와 그로 인한 인근 주민의 피해(소음, 사고 위험)까지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슬로우뉴스는 현재 과학계에서 고압선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 연구가 미진함을 지적하고, 현재로선 과학계의 중론이 전자파의 유해성 입증은 “증명되지 않음”이라는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근거로 “전자파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위 한전 트윗이 이런 취지라면 이는 오마이뉴스 보도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사실 전달입니다.

2. 슬로우뉴스는 송전탑 이슈의 해결을 위한 현실적이고, 실체적인 문제에 주목할 것을 주문하면서 특히 정책 수립과 집행의 합리성(민주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슬로우뉴스는 정부의 일방적인 공사 강행을 비판한 글을 발행한 바 있습니다. (참고 기사: 밀양의 노래)

3.슬로우뉴스는 이번 신뢰도 평가를 통해 아직 입증되지 않은, 비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한 언론의 ‘공포 마케팅’을 비판했습니다. 이처럼 논란이 많은 사안일수록 사실 확정에 바탕한 합리적인 토론이 긴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송전탑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뜨거운 가슴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슴만 뜨겁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머리와 가슴, 그 모두를 따뜻하게 해야 합니다.

(업데이트: 2014년 1월 13일 오후 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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