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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적이다.’
‘왜 특정 매체만 주로 편집하느냐?’

포털 정책 업무를 맡다 보면 흔히 받는 질문이다. 일단 나는 되묻는다.

“몇 시쯤 사이트에 들어가셨나요?”

사용자 오해는 언론사별 기사 송고 시간대 차이 때문

사실 사용자가 사이트를 접하는 시간대에 따라, 특히 저녁 시간대와 아침 시간대에는 사용자가 오해할 개연성이 있다. 언론사로부터 기사를 송고 받아 이를 토대로 서비스하는 포털 특성 때문이다. 일단 신문사마다 기사를 집중적으로 송고하는 시간이 있다. 요즘에는 24시간 기사를 송고하려고 노력한다 해도, 신문 마감이란 게 대개 다음날 아침신문 기준이다.

조중동은 다른 신문보다 마감이 늦다. 윤전 설비가 잘 갖춰져 있어 지방으로 보내는 신문도 늦게까지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신문들은 아무래도 지방에 보내는 시한을 고려해 마감이 빠르다. 마감 시각에 송고 시각이 당연히 연동한다. 그러다 보니 저녁 시간에는 조중동 외의 신문들이 기사를 쏟아내고, 조중동 기사는 한밤중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이란 아무래도 ‘속보성’을 중시하니까 가급적 따끈한 기사를 찾게 된다.

정리해보자. 저녁 시간대에는 조중동 이외의 신문 기사들이 아무래도 눈에 더 띈다. 곧이어 저녁 주요 뉴스 방송이 끝난 뒤에는 방송 뉴스가 좀 더 노출된다. 그리고 밤새 들어온 기사들은 다음 날 아침에 좀 더 반영된다. 석간신문은 저녁 시간 전 오후에, 통신기사는 온종일, 이런 식의 시간대별 특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

North Charleston (CC BY SA)
“몇 시쯤 사이트에 들어가셨나요?”
North Charleston (CC BY SA)

포털 뉴스 담당자가 말하는 ‘특정 매체 편애’에 관한 입장

지난 몇 년간 포털 뉴스 편집에 대해 흔한 질의 가운데 하나가 바로 특정 매체의 가시가 편중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포털 뉴스에 대한 불신 문제다. 어느 매체를 편애하고 편중 배치할지도 모른다는 의혹은 지난 몇 년 꾸준히 존재해왔고, 국정감사 질의에 등장할 정도로 관심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 편집 행위를 담당하는 포털 뉴스 종사자들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일단 이 같은 인식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털 뉴스 담당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우선, 어떤 매체를 선택하여 편집하든 그 역시 콘텐츠를 구입하고 편집하는 주체가 판단할 일이지, 섣불리 법제도 혹은 외부의 가이드를 통해 결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특정 매체 콘텐츠만 선택해 배치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우선 밝히고 싶다. 기계적 균등함이 중립과 공정성을 가져온다는 발상은 미디어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다. 근본적으로 콘텐츠를 구입한 주체가 그 콘텐츠를 활용하는 데 있어 제약을 가한다면 이는 계약 위반일 뿐 아니라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발상이다.”

실제 이러한 외부의 인식은 포털 서비스 특성상 피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었다.

“국내 언론의 자격 요건상, 직접 취재에 의한 보도자가 아닌 포털이 그러한 서비스를 하는 것은 중립적이지 않다고 판단될 소지가 크다.”

아무리 포털 뉴스 편집자가 신경 쓰더라도 포털이 매개자로서 뉴스 유통을 담당하는 한 중립성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즉, 편집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 한 뾰족한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편집 행위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수많은 매체의 모든 주요 보도를 탑(메인 페이지)에 서비스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그래서 선택 이슈는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선택 기준을 가치 판단을 전혀 할 수 없는 알고리즘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일이다. 또 탑에 특정 매체 기사를 노출했다고 해서 다른 매체 기사를 전혀 서비스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클릭했을 때 다른 매체 기사가 엮인 기사로 제공되고, 이슈 클러스터 등 보완적 서비스를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

최근 포털 뉴스들이 주로 사용하는 뉴스 클러스터링(news clustering, 손 편집이 아닌 자동 편집으로 대표 기사 및 관련 기사를 묶어 제공하는 방식)은 매체 선택의 부담에 대한 보완책으로 사용되는 셈이다.

미디어 다음은 2010년 7월부터 “뉴스 검색 결과의 기본 노출 방식을 주제별로 뉴스를 모아서 볼 수 있는 ‘클러스터링 결과보기’로 변경”했고, 네이버는 ‘네이버랩’을 통해 ‘뉴스 클러스터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다만, “네이버랩의 모든 아이템은 기술 실험 목적으로 제공”하므로 “서비스 내용은 이용자의 동의 없이 변경되거나 삭제될 수 있으며, 네이버는 이로 인한 서비스 중단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네이버랩에서 제공하는 뉴스 클러스터링 페이지
“기술 실험 목적으로 제공”하는 ‘네이버랩 뉴스 클러스터링’

편집 자체가 선택: 우선 기준은 “기사 퀄리티”

“편집 자체가 선택 행위다. 중립성은 전체적 균형에 대한 평가에서 나온다.”

“다수 매체의 주요 보도 가운데 특정 매체 기사만 선택 배치하는 것은 중립적이지 않은 것인가? 만약 어떤 특정 매체 기사가 자주 노출되지 않는다면, 그 해당 매체 기사 퀄리티가 떨어지기 때문으로 확신한다. 매체 논조나 성향을 떠나서 기사 자체의 퀄리티가 현저히 떨어지는 일부 매체는 당연히 소외될 수밖에 없다.”

“포털 뉴스 선정에서 핵심은 기사 내용의 충실함과 공정성이다. 모든 언론사의 기사를 균등하게 배치하기 위해 질 낮고 부정확한 기사,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편향된 기사를 메인 페이지에 배치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우리는 그날그날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도한 기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논조와 매체의 기계적 균형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사가 이용자에게 가장 충실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기사를 읽어보고, 기사 내용이 다룰만한가, 이해 당사자의 직접 코멘트를 다 담고 있는 건지, 아니면 한쪽 편만 편든 건 아닌지 살펴본다. 이해당사자 여러 사람의 목소리 다 담고 있으면 그걸 대표 기사로 쓴다. 매체 선호도는 가지지 않는다.”

단편적으로 편향성을 단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포털 뉴스는 24시간 제공되며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기사들을 교체한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전체적인 균형감이다. 특정 이슈에 대한 특정 매체를 선별하는 과정 자체가 사실 끝없는 공정성에 대한 경계 작업에 다름 아니다.

공정성과 중립성 이슈는 차라리 포털 내부에서는 이용자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의 퀄리티 문제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서비스 퀄리티가 떨어진다면 경쟁 포털 뉴스로 소비자 선택이 쉽게 바뀔 수 있는 만큼, 이용자가 선호할 수 있도록 편집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공정성과 중립성 담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자동 편집은 선(善), 수동 편집은 악(惡)이라는 이분법은 곤란

일각에서는 구글 방식의 완전 자동 뉴스 편집이 사람이 수작업으로 선택하는 국내 포털 뉴스 편집 방식보다 낫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동 로직’이 선이고 ‘사람의 주관적 편집’이 악이라는 이분법은 곤란하다.

미디어 편집 행위는 책무에 기반을 두고 이뤄지며, 기계적 편집을 한다고 해서 논란이 사라지지 않는다. 기계적 자동 편집 알고리즘 자체는 인간이 어떤 가중치를 적용할 것인지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설계된다. 기계적 알고리즘에 의존하기보다 끊임없이 보완책을 마련한다거나 외부의 공정성 문제 제기에 예민하게 반응, 신중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덜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포털 뉴스에는 ‘조작’과 ‘왜곡’의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가능성’만으로 조작과 왜곡을 주장할 수 없으며 비중립적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특히 특정 매체 콘텐츠가 두드러지는 것이 중립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첫째, 특정 광고 수익을 목표로 특정 콘텐츠가 부각된 점(이는 광고수입이 크게 의존하는 포털 사업자의 구조적 제약으로 시장 감시가 필요한 영역), 둘째, 뉴스 편집 알고리즘에 대한 비공개 또는 공개된 뉴스 편집 알고리즘을 벗어나는 뉴스 노출의 빈도수 및 비율(알고리즘은 통계적 기법에 기초하고 있어 일정 수준의 오차율은 구조적 제약으로 인정받아야 함) 등 사례에 기반을 둔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시적으로 생산 및 송고를 집중시키는 개별 언론사의 행동으로 영향받는 뉴스 편집 알고리즘은 특정 매체 노출이 ‘일시적’으로 강조된다고 해서 포털뉴스가 비중립적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가능성만으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성 훼손의 검증이 필요하며, 특히 광고주와의 유착 등을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고로 미디어다음은 뉴스 편집 내역 전부를 공개하고 있다. 몇 월 며칠 몇 시 편집까지 다 찾아볼 수 있다. 또 기사별로 노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그날그날 정치, 사회, 문화 연예 기사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까지 공개한다. 이는 투명성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시도라고 본다.

미디어다음 '뉴스박스통계'
미디어다음 ‘뉴스박스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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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뉴스 담당자에게 듣는다’는 총 5회 연재입니다. (편집자)

1편: 포털 뉴스 볼드체 논란
2편: 특정 매체 편애 논란
3편: 공정성과 중립성 논란
4편: 영향력과 책임에 관하여
5편: 편집권에 관한 고민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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