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의 해법을 찾아서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에 더 깊숙이 뛰어들고 문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드러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가 어떻게 싸우고 있는가, 그 과정을 추적하고 해법을 모색하자는 제안입니다. 한 칼에 매듭을 자르는 해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들고 있는 많은 문제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우선순위, 기회비용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문제 중심의 접근에서 해결 지향의 접근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슬로우뉴스의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 첫 번째 기획으로 학교폭력의 해법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 여는 글: 학폭의 함정, ‘더 글로리’를 넘어서
– 박연진 대학 못 가게 만드는 것, 그게 우리가 원하는 결말인가.
– 못 본 척하는 친구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 “내 새끼 운명을 건 전쟁”, 학폭위가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
– “너는 그래도 우리의 좋은 친구야”- 회복적 정의와 회복적 생활교육
– ‘학교폭력’이라는 말이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 윤석열 정부가 학폭 피해자 시설을 폐쇄했다
– “교사가 학생에게 전화 한 통 못 거는 현실”
– 두 개의 마을: 학교폭력 취재 두 달 소회
– “학폭위 갔으니까 입 다물어” … 시장이 된 학폭, 변호사들만 신났다
– “‘은따’로 겪었던 절망, 물리적인 폭력이 전부가 아니에요”
– “교사의 재량과 권한 강화, 학교가 문제 해결 주체로 나서야 한다.”
– “처벌 중심의 학폭위, 가해자의 반성도 피해자의 회복도 없었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를 위한 현실적인 조언.
학교폭력과 악성민원, 교사의 교권은 모두 맞물리는 문제다. 교사는 쏟아지는 학부모의 민원을 감당해야 하지만 정작 권한이 없거나 자칫 아동학대로 몰리는 경우도 있다. 학생인권을 강화했더니 교권이 추락했다는 해괴한 논리도 떠돈다.
미네소타주립대 교수 월터 로버츠는 “학부모를 문제 해결의 파트너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월터 로버츠가 쓴 교사와 학부모가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가이드라인이다. 학지사에서 출판한 [학부모와 함께 풀어가는 학교 폭력]에서 요약 인용했다.
윌터 로버츠는 “교사가 학부모를 대할 때의 첫번째 준칙은 학부모가 아무리 교사를 화나게 해도 학부모와 협력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부모와 교사 모두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월터 로버츠는 “아이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어른을 찾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움을 요청할 때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교사와 학부모가 협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글은
- 첫째, 피해학생의 부모가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교사가 조언하는 방법,
- 둘째, 교사가 피해 학생의 부모와 대화하는 방법,
- 셋째, 교사가 가해 학생의 부모와 대화하는 방법으로 구성돼 있다.
학부모 – 아이: 공감적 경청이 필요하다.
다음은 부모가 학교폭력을 당하는 아이와 대화할 때 필요한 7가지 가이드라인이다. 교사와 학부모의 협조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다.
첫째, 아이가 왜 이 문제를 부모와 함께 이야기해야 하는지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공감적 경청’이 필요하다. 내가 너라면 어떤 느낌이 들 것 같은지 이해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차피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충분히 듣는 건 할 수 있다.
- 경청의 태도가 중요하다.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성질을 부리거나 빨리 이야기하라고 재촉하면 영원히 입을 닫을 수도 있다.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해하는 것처럼 섣불리 넘겨 짚어서는 안 된다.
둘째, 적절한 질문이 필요하다.
- 우리는 질문을 잘 못한다. 어떤 질문은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고 대화를 중단하게 만든다. 아이와의 대화에서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등을 답변하게 유도하지 않는 게 좋다. 지금 당장은 이런 구체적인 정보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아이들이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컵을 깨뜨렸을 때 너 괜찮니?라고 묻는 것과 같다.) 지금 단계에서는 부모가 판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셋째, 최대한 많은 사실을 확보해야 한다.
- 꼬치꼬치 캐묻는다는 느낌을 주지 않아야 하지만 사실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억을 되살리는 건 아이에게도 고통스러운 경험이라 격려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 도움을 받으려는 노력이 좌절 당할 때 폭력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부모가 확실히 알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그 경험을 털어놓는 과정은 매우 괴롭다. 다른 형태로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극복해야 한다.
- 부모에게는 참을성이 필요하다. 며칠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중요하다.
- 이렇게 이야기해 보자. “네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계획이란다.”
넷째, 문제 해결에 함께 한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그 놈을 혼내 주겠어”라고 말하는 걸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렇게 나올까봐 비밀로 묻어두는 경우가 많다. 공감을 하되 분노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부모를 화나게 만드는 걸 두려워한다.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 말을 아껴야 한다. 스스로 찾아와서 의지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아플 때 의사에게 가는 것과 같다. 도움을 청할 상대라는 믿음을 주는 게 좋다.
다섯째, 학교와 상담하기 전에 아이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 아이들이 머뭇거리는 건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나 아빠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오히려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건 아닐까.
- 여기서 필요한 질문은 뭐라도 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판단과 결정을 아이가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힘을 부여하고 통제를 다시 확보하는 것은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설령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방안을 선택하더라도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화를 강요 당할 경우 자칫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끔찍한 이중구속(double bind)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학교에 알릴 것인지 말 것인지도 아이가 직접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 다만 상황이 매우 심각하거나 자기 방어 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때는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아이의 자존감이 다치지 않도록 하되, 최악의 상황에서 부모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여섯째,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지 않도록 한다.
- 방어를 했을 뿐인데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거나 둘 다 처벌을 받는 경우도 흔하다.
- 불편한 느낌과 위협 받는 느낌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비폭력적인 자기 방어의 방법을 배워야 한다. 위협을 받을 때는 피하거나 막거나 어른들에게 알려야 한다.
일곱째, 언제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도록 해야 한다.
-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알리는 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 이를 테면 어떤 친구가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걸 알게 됐을 때, 교사에게 알리는 것은 그 친구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교사 – 피해학생 부모: 불신과 오해 풀고 협력적 관계 만드는 대화 방법.
다음은 교사들이 피해 학생의 부모와 대화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가이드라인이다.
학교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늘어놓는 부모들이 있다. 월터 로버츠는 “교사가 자신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학생들이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사안”이라면서 “학교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불만과 일부 목소리 큰 학부모들의 주장이 교사들에게 비애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불신과 오해를 풀고 협력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한 대안이다.
가장 중요한 건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다. 학교 폭력과 싸우는 학교의 전반적인 노력과 교사들이 학교 폭력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피해학생을 학교가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가 등을 충분히 설명한다면 적대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다.
- 첫째, 부모의 관심에 충분히 공감해야 한다. 언제라도 의견을 듣고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좋다.
- 둘째, 누가 어떻게 관여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6명의 교사가 2주 동안 몇 차례 회의를 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다.
- 셋째, 구체적인 노력과 날짜, 조치 내용을 기록해야 한다.
- 넷째, 학생의 개인정보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피해학생의 부모가 가해학생의 부모를 직접 접촉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 다섯째, 학교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솔직하게 시인해야 한다. 학교는 100% 안전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 여섯째, 계속해서 듣는 게 중요하다. 부모가 조롱이나 무시를 당한다는 느낌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
월터 로버츠는 “통제를 벗어나는 대화를 피하려면 적절하게 긴장을 유지하되 초점을 흐려 대화를 통제하려는 학부모의 미끼를 물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사 – 가해학생 부모: “학교는 모든 아이에게 안전한 장소여야 한다.”
다음은 교사들이 가해 학생의 부모와 대화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가이드라인이다.
우리의 목표는 학부모가 교사를 돕도록 하는 것이다. 월터 로버츠는 “짧고 간단하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의 처벌이 목적이 아니고 부모를 훈계하거나 스스로를 ‘나쁜 부모’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사실을 근거로 이야기하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부모가 문제 해결의 주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제안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학부모가 교사를 돕도록 하는 것인데 여기에도 네 가지 전략이 있다.
- 첫째, “학교는 모든 아이에게 안전한 장소여야 하고 네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엄마나 아빠가 교사의 말을 단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크다.
- 둘째, 이런 행동이 계속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부모가 아이에게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편에 서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되는 행동을 계속할 경우 부모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야 한다.
- 셋째, 부모와 학교가 소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다.
- 넷째, 부모와 학교가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핵심은 학부모가 주도권을 쥘 때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전략은 학부모에게도 크게 부담되지 않으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공동의 목표를 갖게 된다.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11가지 아이디어.
- 학교는 학부모에게 익숙한 장소가 아니다. 학부모가 방어적인 태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좀 더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하는 게 좋다.
- 학부모는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는데 어느 정도 감정을 추스린 다음에 만나는 게 좋다. 만약 학부모가 위협적인 태도로 나온다면 빨리 대화를 끝내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 미리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의 목적은 ○○가 학교 생활을 잘 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는 목적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최소한의 존중을 잃지 않도록 대화의 기본 원칙을 정확히 설명하는 게 좋다.
- 가장 어렵고 중요한 건 귀기울여 듣는 것이다. 학부모의 말투나 태도가 거슬리더라도 끝까지 듣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끌어내야 한다.
- 발음을 분명하게, 의미는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가 아이들을 때리는 것을 허용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가 자신의 행동 때문에 징계를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성공이란 말처럼 성공하는 건 없다. 아무리 거친 학부모라도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고 작은 합의점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 서로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정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와의 대화는 한쪽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위해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 무엇을 양보할 것인지 결정하면 다음 단계의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기꺼이 노력하겠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 학부모와 교사가 역할을 분담하고 진행 상황을 체크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간다는 인식을 심는 것도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점검과 평가가 필요하다.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저는 우리 계획의 3단계까지 끝냈습니다. 부모님의 3단계는 어떠셨나요?” “우리 리스트의 5단계까지 성공적이었지만 그 이후는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학부모가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있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방관자가 아니라 문제해결의 주체로.
그리스 철학자 필로는 이렇게 말했다.
“친절하라. 왜냐하면 네가 만나는 모두는 힘겹게 싸우는 중이기 때문이다.”
윌터 로버츠는 교사와 학부모의 대화에도 이런 조언이 유용할 거라고 제안했다. 우리는 늘 실수를 하고 학부모나 교사나 무엇인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바로 잡는 용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게 된다.
“학부모들은 학교폭력에 개입하고 예방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학부모들이 문제 해결에 참여할 때 아이들은 자신을 돌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역할 모델로서 충분하다.”
학부모와 함께 풀어가는 학교 폭력 / 월터 로버츠 지음 / 손진희 옮김 / 학지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