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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t is good, slow is better

우리는 슬로우뉴스 창간 특집 주제를  ‘슬로우뉴스’로 정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지금, 여기에서 왜 슬로우뉴스가 존재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모순으로 가득한 세계에 대한 해답은 그 모순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안에서 가장 먼저 구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특집 주제가 확정된 뒤 좀더 구체적인 기획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곧바로 날선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우리 안에 있던 그 모순들이 직설적인 언어들로 튀어나왔습니다.

  • 우리가 속도 지상주의 시스템에서 잃고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 왜 언론은 점점 더 무책임한 속보 경쟁에만 치우치는가?
  • 과연 속보와 특종은 그만큼 중요한가?
  • 왜 이슈는 터뜨려지기만 하고, 마무리되진 않는가?
  • 이슈 하나를 온전히 붙잡아 끝장내는 언론은 과연 있기는 한가?
  • 우리나라 언론의 이슈 완결성은 왜 이 모양인가?
  • 현재 언론 시스템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진화해왔나?
  • 그 안에서 축적된 모순의 정체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 또 미디어의 진화과정에서 테크놀로지는 어떤 역할을 해왔나?
  • 더불어 새롭게 부각하고 있는 SNS는 과연 새로운 대안언론으로서 자리하고 있는가?
  • SNS는 스스로 공론장 자정작용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가?
  • 또 SNS는 언론 기사에서 어떤 역할과 형태로 의미지어지고 있는가?
  • 혹여 언론은 SNS를 앵벌이 시키고, 삥뜯고 있진 않나?
  • 과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오보들이 있어 왔고, 그 유형은 어떠한가?

 

이런 질문을 하고, 또 거기에 답해가면서 좀더 구체적인 사례 분석과 비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비닉권(기자가 취재원 보호를 명목으로 그 취재원을 밝히지 않을 권리)을 악용한 게임 기사 사례를 분석했고, 애플과 삼성의 경쟁관계가 낳은 속보경쟁의 폐해를 취재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전문성’ 부재와 관련해 의사의 눈을 통해 그 전문성을 면밀히 따져봤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입장이 전적으로 옳다고 확신 하지는 않았습니다. 더 많은 비판을 받아들어야 우리 입장이 더 굳건하게 설 수 있다고 우린 판단했습니다. 독자 입장으로 돌아가 봐 생각해봤습니다. 우리가 선정한 테마를 좀더 입체적이고, 균형감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어떤 장치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특집 안에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데블스 애드버킷'(악마의 변호사)이란 코너였습니다. 전체 특집 기사들의 방향과 정반대 방향에서 주제를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특집에선 특히 올드미디어가 처해 있는 현실과 입장을 옹호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더불어 이번 특집에 참여하는 필진들 가운데는 현직 기자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한 명과는 진지하게 사전 기획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지금까지 기자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들을 떠올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기자는 진실을 보도하기 어려운, 힘든 이유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놀랍게도 진실한 보도를 가로 막는 건 그저 권력과 자본의 압박만은 아니었습니다. 이에 대한 솔직한 고백은 직접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지금, 여기에서 왜 슬로우뉴스가 고민되어야 하는지 우리와 함께 생각해주십시오. 우리와 함께 고민해주십시오. 여러분과 함께 토론하고, 대화하면서 그 사유들을 쌓고, 나누며, 공유할 생각입니다. 아픈 상처와 뒤틀린 모순을 직시하는 시간입니다.  그 괴롭지만 또 흥미로운 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민의 근거 : 우리 자신에게 질문하기> 3월 26일 (월)

0. 당신에게 제안하는 새로운 속도 (민노씨)
1. 속보와 특종은 과장되었다 (캡콜드)
2. 뉴스의 미래 1: 저널리즘 시스템의 위기 (강정수)
3. 기술적 관점에서 본 미디어의 변화 (써머즈)
4. 네트워크를 떠도는 유령, 언팩트 (뗏목지기™)

<한번 더 의심하고, 회의하기> 3월 27일 (화)

5. 언론 신뢰 좀먹는 ‘얼굴 없는 네티즌’ (deulpul)
6. 특종와 오보, 그 미묘하고도 아슬아슬한 경계 (이정환)

<본격 사례 비판> 3월 28일 (수)

7. 대기업 임원 이명준씨는 실존 인물인가? (이병찬)
8. 삼성-애플 오보경쟁, 또는 ‘바르기’와 ‘빠르기’ (엔디)
9. 엉터리 의료기사들 (예인)

<항변과 고백: 데블스 애드버킷과 컨페션> 3월 29일 (목)

10. 언론을 위한 변명 (인터뷰. 이승환+필로스)
11. 직무유기를 반성하며 : 독자는 과연 진실을 원하나 (펄)

<정리 토론 및 특집 후기> 3월 30일 (금)

12. 왜 슬로우 뉴스인가? [특집 정리]

 

* 마지막 특집 정리 글은 예상 발행일보다 늦어졌습니다. 독자들의 너른 양해를 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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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공지로 좋은 이곳을 방문하면 일단 읽어봐야 할 글을 이제야 읽게 됬네요.
    차근히 곱씹으며 읽어봐야 겠습니다.

    최근에 방영하기 시작한 HBO The Newsroom 재밋네요.
    관심생기셔서 관련글 써서 엮어주심 재밋게 볼듯합니다.

    감사합니다.

  2. 윤희형 님께

    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 ^
    “공지로” 방문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여기에서 “공지”라고 하시면 어떤 공지를 말씀하시는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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