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의 모든 활동은 각종 신체와 감각을 동원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은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확장 도구로서의 미디어
마샬 맥루한은 인간의 신체와 감각을 확장하는 도구나 기술을 미디어라고 하고, 미디어를 인간의 확장이라고 했다. 책, 라디오, 옷, 자동차, 인터넷은 눈, 귀, 피부, 발, 중추신경의 확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는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욕구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그리고, 그 중에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발전한 것들이 바로 매스미디어라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 신문과 TV 그리고 라디오이다. 이들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뉴스라는 형식으로 전달하여 사람들과 세상을 이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신문과 TV, 라디오에서 보여주는 모든 뉴스에는 특징이 있다. 우선 그들은 한정적이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무한하지만 지면과 방송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문과 TV는 영향력이나 시의성, 시사성 등의 원칙을 바탕으로 뉴스를 선정해왔다. 게다가 그들의 표현수단 또한 종이 위의 글이나 목소리, 비디오라는 한두 가지의 제한된 방법을 사용한다.
또한 그들은 단방향적이다. 규칙에 의해 선택된 세상의 사건과 이야기를 한쪽에서는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구조이다. 독자나 시청자와 같은 수용자들이 매스미디어에 의견을 전달할 수는 있지만 느리고, 수용자 간의 의견을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러한 구조적인 특징들 때문에 기존 미디어들이 가지는 영향력은 점점 확대되어 왔다. 매스미디어가 선택한 이야기들이 세상에 재생산되어 돌아다니고, 수용자들의 반응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미하게 여겨졌다. 그러다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인터넷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인터넷 등장 이후의 변화
인터넷은 기존의 종이나 방송과 같은 플랫폼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데, 양방향성, 멀티미디어, 하이퍼텍스트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존의 매스미디어와 비교되는 특징들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소비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기존의 매스미디어들은 이러한 특징을 활용한 많은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기사의 내용적인 측면을 보자면, 기존 신문사, 방송사들은 기존의 매체에 쓰였던 기사를 별다른 가공없이 그대로 인터넷으로 옮기기도 하고 인터넷에 특화되거나 인터넷에서만 유통되는 기사를 생산하기도 한다. 링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뉴욕 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 같은 경우를 보면 기존의 기사를 그대로 올린다 하더라도 관련 기사, 인용 기사의 출처, 기업 정보 등에 링크를 걸어 다양한 정보를 연결한다.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사들의 종류도 다양해 졌는데 어떤 포털들은 기존 신문사, 방송사의 기사를 다시 자신의 도메인 아래로 가져다 쓰기도 하고, 어떤 포털들은 통신사의 기사와 각종 블로그 글을 사용하기도 한다. 인포그래픽이나 인터랙티브형 기사를 통해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도 역시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매체의 형식적인 면을 보자면, 대다수의 언론사들은 RSS를 통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내용을 받아볼 수 있게 하거나 소셜 서비스 등에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독자와의 만남을 확대하고 있다. 모바일이 중요해지는 변화 속에서 다양한 디바이스를 지원하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으며 구독 방식의 다변화 또한 시도하고 있다.
더욱 새로운 시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이 주로 해외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미디어랩이 데이터를 공개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각화와 인터랙티브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점은 놀랍고, 블로터닷넷이 포털에 자사 기사를 그대로 송고하면서도 기사 안에서 관련 링크를 잘 활용하는 점은 칭찬할 만 하다.
하지만 그 외 대부분의 국내의 언론사와 미디어들은 기존의 오프라인 중심으로 생산된 컨텐츠를 그대로 사용하는 선에서 멈추고 있다. 인터넷만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다변화된 인터넷 환경과 세밀해진 취향들을 반영하지 못한 채 기존 방식의 뉴스 가치가 인정되는 기사들을 생산하고 있고, 생산된 기사들 역시 링크나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은 눈요깃거리나 광고 정도로 사용되기 일쑤이다.
“모든 로마인들은 노예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노예와 노예들의 심리가 고대 이탈리아에 흘러 넘쳤고 로마인은 내면적으로 노예가 되어버렸다. 언제나 노예들의 분위기 속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무의식을 통해 노예의 심리에 젖어든 것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Contributions to Analytical Psychology> (Carl G. Jung, 1928)
새로운 미디어는 삶의 환경을 변하게 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 가치의 기준이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활의 많은 공간이 디지털과 인터넷과 같은 공간으로 이동하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많은 가치들이 새로 재발견되고 있는 요즈음 적어도 국내의 매스미디어들은 그 흐름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인터넷이 가진 강력한 확장성, 독자와 소통이 용이한 양방향성, 다양한 링크와 미디어를 활용한 입체성을 적절히 구사하여 국내의 기존 미디어들도 새로운 환경에 어울릴 수 있도록 새로운 방법들을 시도하길 바라며 아예 새로운 미디어들의 출현도 활발해져 인터넷 시대에 걸맞는 방법들을 구사하게 되길 기대해 본다.
국내의 기존 주류의 언론들이 어떤 비호?아래 그리고 영리하게 잘 갈아타며 잘 해쳐먹었고 앞으로도 한오백년 그럴것이라는 배부른 생각에 어떤 위기감이나 절박함이 없기 때문에… 모든 권력이 세습 종이신문 사주와 낙하산 방송국 사장에서 나오기때문에… 그런 기술적 흐름이나 변화에대한 대처가 더(무)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근거는 없으려나?-_-;;)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국내의 미디어들은 산업적인 흐름보다는 말씀하신 것과 같은 다른 요소들이 더 영향을 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결국은 바뀌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