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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1. “나는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 공판준비기일
  2. “담배꽁초 던진 여성 때문에 범행 저질렀다” – 첫 공판 
  3. “정신병자라고 다 사람을 죽이느냐” – 증인신문
  4. “김 씨에게 징역 30년 형을 선고한다” – 1심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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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14일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고인 김 모 씨에게 징역 30년 형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치료감호 명령과 함께, 위치추적 장치를 20년 동안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김 씨가 범인이라는 증거들은 명백했기 때문에, 이날 선고에서 중요했던 것은 유·무죄 여부가 아니었다. 김 씨의 범행에 대해 ‘여성 혐오 범죄’라는 의견과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충돌했기 때문에, 이 의견들이 김 씨의 양형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했다.

김 씨의 조현병을 인정하면, “심신장애로 인하여 (책임)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는 내용이 담긴 형법 제10조 제2항에 의해 형이 감경될 수도 있으므로, 법리상으로도 예민한 점일 수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판부는 둘 다 인정했다.

쟁점 1. 김 씨의 여성 혐오적 성향 – “김 씨는 남성을 무서워한다”

재판부는 김 씨가 범행에 이르기까지 가졌던 감정에 대해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여성 고객이 ‘코를 후벼팠다’고 모함했다는 의심을 했으며, 어떤 여성이 던진 담배꽁초가 자신의 신발에 맞아 격분했던 것”을 비중 있게 제시했다. 여성에 대한 의심과 사소한 잘못이 범행으로 연결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감정인의 소견에 따라 “김 씨는 여성에 대한 폄하보다는 남성에 대한 무서움을 느끼는 경향이 더 커보인다”는 점을 비중 있게 제시하며, 김 씨의 범행에 대해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행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2016년 5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초경찰서 앞에서 20대 여성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강남 여성 살인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한 서초서에 항의하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026902.html
2016년 5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초경찰서 앞에서 20대 여성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강남 여성 살인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한 서초서에 항의하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쟁점 2. 김 씨의 조현병 증세 – “불안정한 사고 때문에 책임능력이 미약”

재판부는 김 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김 씨는 고등학교 2학년 이후 정신병 증세가 시작돼 미분화형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환청을 들으며 망상적 사고를 가졌’는 진단을 받았다”고 판시했다.

또한, 올해 1월 김 씨를 진단한 담당의가 “퇴원 후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증언했던 점을 비중 있는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범행 당시에도 조현병 증세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심신미약에 의한 불안정한 사고 때문에 책임능력이 미약하다”며, “원래는 무기 징역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감경해서 징역 30년 형을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쟁점 3. 범행의 계획성 – “사전 계획 있었지만, 심신미약 인정 안 할 정도는 아니다”

재판부는 김 씨의 범행에 대해 “50분 동안 범행 현장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며 서성이다가 범행을 결심했고, 30분 동안 화장실 내 남성 용병 칸에서 대기하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어 “흉기를 사전에 준비해 위치를 탐색한 뒤 장시간 대기한 것으로 볼 때, 사전 계획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조현병에 따른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을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 근거로 “흉기를 은폐하지 않았고, 피 묻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다음날 주점에 출근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2016년 5월 24일 오전, 강남 살인사건 (당시) 피의자 신분이었던 김 모 씨가 서초구 강남역 인근 한 주점 화장실에서 현장검증을 마치고 내려오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http://www.vop.co.kr/A00001027010.html
2016년 5월 24일 오전, 강남 살인사건 (당시) 피의자 신분이었던 김 모 씨가 서초구 강남역 인근 한 주점 화장실에서 현장검증을 마치고 내려오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쟁점 4. 재판 태도와 유족의 고통 – “고통에 시달리는 유족은 엄벌을 요구한다”

재판을 받는 김 씨의 태도는 제1심 진행 내내 독특했다. 살인이라는 중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진지함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기자들이 많이 온 것을 보니 내가 인기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등의 말을 했다. 앉은 자세도 계속 바뀌는 등 계속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김 씨의 이런 태도를 본 피해자의 오빠가 격분해 고성을 질러 재판이 휴정되는 일이 있었을 정도였다.

재판부는 김 씨에 대해 “재판 내내 납득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며, “반성이 없다”고 김 씨를 꾸짖었다. 이어 “성실하게 살던 만 22세의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끝에 꿈을 펼칠 기회조차 잃었고, 유족은 일상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을 겪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족은 김 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 “가석방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한다”

재판부는 김 씨에 대해 “감경 요소보다 비난 요소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선택된 양형 기준은 3유형 ‘비난 동기 살인’의 가중형인 징역 30년 형이었다.

이어 “치료감호 명령과 20년 동안 위치 추적 장치를 부착시킬 것을 명령한다”며, “가석방을 판단할 때에는 신중을 기할 것을 요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로써, 재판부는 김 씨의 조현병과 여성 혐오 성향을 모두 인정하며 제1심 일정을 모두 마쳤다. 김 씨가 항소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김 씨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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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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