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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뉴스가 ‘잊혀질 소리’를 찾아 나섭니다. 전국철도노조는 수서발 수서발 KTX 별도 법인 설립안 이사회 통과를 철도 사영화 ‘꼼수’로 보고 2013년 12월 9일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코레일 최연혜 사장이 이런 소리를 했군요.

“사랑하는 직원들을 회초리를 든 어머니의 찢어지는 마음으로 직위해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획/디자인: 써머즈
기획/디자인: 써머즈

출처를 찾아서

철도노조가 오늘로 5일째 불법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략……)

저는 3일전 불법파업에 가담한 직원들에게 최후 복귀명령을 내렸습니다.

오늘까지 돌아오지 않은 7,843명의 사랑하는 직원들을 회초리를 든 어머니의 찢어지는 마음으로 직위해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복귀하지 않은 직원들에 대해서는 특단의 또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뉴시스(정리/이재우 기자), [철도 파업][전문]최연혜 코레일 사장 발표문, 2013년 12월 13일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아서

슬로우뉴스는 가부(모)장으로서의 아버지(어머니)가 가정의 기강을 명분으로 끝없이 가족 구성원에게 명령하는 세계, 근엄한 제스처와 목소리로 온갖 인권 유린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세계를 염려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권위주의와 경제 우선의 논리가 모든 악행을 정당화하는 박정희 시대로의 역사적인 퇴행, 그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합니다. (‘박근혜와 불량식품’)

대통령과 국민은 부모자식 관계가 아닙니다. 코레일 사장과 철도 노동자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죠. 대통령은 국민의 위임을 받아 한시적으로 국가 정책을 운용하는 선출직 공직자일 뿐이고, 코레일 사장과 노동자의 관계 역시 용역 제공과 대가 지불이라는 근대적 계약에 기반을 두고 있을 뿐입니다. (‘노동자가 네 새끼냐?’)

민주주의라는 원칙에 좀 더 충실하여 말하자면 국민은 주인이고 대통령은 국민의 공복(머슴)입니다. 노동과 자본의 관계는 본질에서 적대적인 성격을 갖지만, 현대 자본주의는 그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노동권을 보장하고, 경영을 합리화하는 것으로 말이죠. ‘회초리 든 어머니의 찢어지는 마음’ 운운하는 것은 노자 갈등을 푸는 해법이 아닙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탄압하거나 이러한 탄압을 숨기는 말장난일 뿐입니다. 아니 말장난을 넘어선 기만이고, 폭력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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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1. 내 살다 살다 이런 괴랄한 “어머니의 마음”은 듣도 보도 겪지도 못 했는데 자신의 출세와 보신을 위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소신을 뒤집고 남의 밥그릇을 걷어차는 짓거리를 아무리 화려한 말로 포장해봐야 이것이야말로 “언어살인”이지… 되뇌어 볼수록 욕만 나오고 마음만 찢어지네.

  2. 권모술사도 울고갈 언어의 사기꾼들
    자식도 낳지도 않는 여자한테 무슨 엄마의 마음이라는 존제 할까 제네들 속 마음은 빨리 저 자식들 짜르고 새로운 노예뽑는 것이다

  3. 혹시 어머니, 엄마가 입에 붙은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코레일 최연혜 사장의 2012년 4월 6일 트윗 내용입니다.

    “저의 미소가 엄마같다! 순수하니 보기좋다등 좋게 평가해 주시는 대전시민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시민들과 지역발전에 우선을 두는 순수한 마음!! 항상 초심의 자세로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https://twitter.com/choi_yeonhye/status/188553161840148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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