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AI 시대의 대학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이 리포트는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가 진행하는 대안 저널리즘 특강의 실습 결과를 기초로 작성했다.
[이정환의 강의 노트] ‘두 학교 이야기’ 다시 읽기… AI로 요약하기 어려운 디테일, 복잡한 이야기는 복잡하기 때문에 복잡하다.
- 뉴욕타임스의 ‘두 학교 이야기’와 WBEZ(NPR)의 ‘3마일’은 흥미로운 텍스트다. 박상현(오터레터 발행인)의 글로 알게 됐고 몇 차례 강의에서 교재로 썼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정말 좋았다.
- 각각 2014년 기사와 2015년 기사(팟캐스트)다. 멜라니 사건은 뉴욕타임스 기사 10년 전이니 2005년 무렵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 좋은 기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구조와 관계를 드러낸다.
-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있다. 복잡한 이야기는 복잡하기 때문에 복잡하다. 복잡한 이야기를 뭉뚱그려서는 안 된다. 왜 복잡한가 이해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안 저널리즘 특강에서 이 기사를 활용한 방식.
- 뉴욕타임스 기사에는 20명의 짧은 인터뷰가 실려 있다. 학생들에게 팀을 나눠 각각의 이야기를 분석하게 했다.
- 키워드는 격차와 한계였다. 격차가 왜 한계가 되는가.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한국 사회의 격차를 분석했다.
- CBS 씨리얼의 ‘용돈 없는 청소년’을 보고 토론했다.
- 30가지 질문을 뽑고 각각 데이터를 찾아 검증하고 발표했다.
- 그 결과를 모아 웹 앱으로 만들었다.

멜라니는 왜 학교를 떠났을까.
- 필드스톤과 유니버시티 하이츠는 3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고등학교다. 필드스톤은 수업료가 4만 달러가 넘는 귀족 학교고 유니버시티 하이츠는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로 꼽히는 브롱크스의 공립 학교다.
- 두 학교에 교환 학생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멜라니는 필드스톤에 간 첫날, 울부짖으면서 뛰쳐나왔다. “이건 불공평해. 나는 집에 갈 거야.”
- 멜라니는 유니버시티 하이츠에서 가장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었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갈거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있고 얼마 뒤 갑자기 사라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고 당연히 대학교도 못 갔다.
- 어떻게 된 일일까. 10년 뒤 WBEZ 기자가 찾아가 보니 멜라니는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있었다. 멜라니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 “우리가 배운 건 버거킹이나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뒤집는 법이나, 아마도 매디슨 애비뉴의 저 건물들에 살게 될 그런 학생들을 위해 문을 열어주는 법뿐이잖아요. 유니폼을 입고 있을 거고요.”
- 사람들의 기억과 달리 멜라니는 대학교에 갈 수 있었는데 안 간 게 아니었다. 장학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최종 면접까지 갔지만 탈락했다. 다시 도전할 수도 있었겠지만 포기했다.
- “빨리 도망치고 싶었어요. 그냥 그 상황을 받아들였죠. 너무 좌절감이 커서 기회를 찾으려 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이 지긋지긋한 일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요.”
포기한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다.
- 그래도 이해가 잘 안 된다. 한 번 더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 멜라니 다음해에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간 조나단은 합격 통지를 받고 “’나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실제로 조나단의 대학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장학금을 받았지만 책을 살 돈이 없었고 토론 수업에서는 주눅이 들었다.
- 조나단에게 대학교는 필드스톤과도 같았다. 브롱크스에서는 공부깨나 하는 학생이었지만 여기서는 아니었다. 조나단은 수업에 계속 빠지다가 학사 경고가 누적돼 퇴학 당했다.
- “엄마, 엄마 말이 맞았어. 난 아무것도 아니었어,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자격이 없다는 생각.
- NPR 팟캐스트에서는 ‘deserve’와 ‘worthy’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 조나단의 여자 친구 라켈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한 뒤에도 계속해서 “나는 자격이 있다, 자격이 있다”는 말을 되뇌었다고 한다.
- NPR 기자가 브롱크스에서 자라 고등학교 교사가 된 폴에게 물었다. “자격이 없다는 그런 생각은 언제쯤 사라지나요?”
- “나는 36살이고 석사 학위를 두 개나 가지고 있고 박사 졸업 논문을 쓰는 중인데 여전히 그런 기분이 듭니다. 이건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보이는 게 다르다.
- 뉴욕타임스에는 두 학교에서 각각 10명씩 20명의 짧은 인터뷰가 실려 있다.
- 이를 테면, A의 엄마는 필드스톤이 있는 동네에서 청소부로 일한다. A는 필드스톤에 다녀와서 “그들에게 쉬운 게 우리에게는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필드스톤에 다니는 B의 부모는 중국에서 무일푼으로 건너 와서 성공했다. B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운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 A는 근본적으로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B는 노력과 함께 운이 따라야 한다고 본다. 노력만으로 되느냐, 노력으로도 안 되느냐의 차이다.
- 실제로 현실의 인터뷰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흐르지 않는다. 멜라니와 조나단처럼 가까이 가서 봐야 보이는 게 있다.
- CBS 씨리얼의 ‘용돈 없는 청소년’에서 민주는 알바해서 번 돈을 생활비로 쓰는데 친구는 카메라를 사는 데 썼다. 친구가 “너는 돈을 어디에 다 쓰냐”고 물었다고 한다. 영은은 “용돈이 5000원만 있었어도 친구들과 더 잘 어울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씨리얼이 만난 한 학생은 “가난은 사람을 정말 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들었다. 나는 다시 일어서기가 훨씬 어려울 것이다.”

30가지 질문으로 풀어 본 한국의 격차.
- 우리는 한국 사회의 격차를 이해하기 위한 30가지 질문을 뽑고 각각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했다. (과제를 제출한 학생은 26명이었다.)
- 부모의 소득은 자녀의 대학 진학률에 영향을 미치는가?
- 부모의 소득은 자녀의 첫 직장 수준(대기업/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치는가?
- 부모의 소득은 자녀의 평생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가?
-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면 계층 상승 가능성은 실제로 낮은가?
- 저소득층일수록 건강(수명, 질병)에 불리한 결과를 가지는가?
- 사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는가?
- 사교육 여부는 수능 성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 학교 간 교육 환경 차이는 학업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가?
- 학군(거주 지역)이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가?
- 온라인 교육(인강 등)은 사교육 격차를 줄였는가, 유지했는가?
- 부모의 학력은 자녀의 학력에 영향을 미치는가?
- 부모의 직업(전문직/비전문직)은 자녀의 직업에 영향을 미치는가?
- 부모의 자산(집 보유 여부)은 자녀의 교육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가?
- 부모의 사회적 네트워크(인맥)는 취업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가?
- 부모의 문화자본(독서, 문화 경험)은 학업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가?
- 수도권과 지방의 대학 진학률은 실제로 차이가 나는가?
- 수도권 출신이 취업에서 유리한가?
- 지역에 따라 사교육 접근성은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 지방 학생은 수능/정시에서 불리한가?
- 거주 지역은 평생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가?
- 출신 대학은 취업 확률과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가?
- 대학 서열은 사회적 이동 가능성을 결정하는가?
- 고등학교 성적은 장기적인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가?
- 명문대 네트워크는 실제 취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 비정규직 부모의 자녀는 비정규직이 될 확률이 높은가?
- 첫 직장이 이후 경력과 소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가?
결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