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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AI 시대의 대학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이 리포트는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가 진행하는 대안 저널리즘 특강의 실습 결과를 기초로 작성했다.

사건의 시작을 돌아보는 건 사건의 끝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주 강의에서는 전쟁 직전 백악관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How Trump Took the U.S. to War With Iran)를 분석해 봤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미국 역사에 최악의 실패로 기록될 이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기사다. 어떻게 꼬였고 왜 휴전이 쉽지 않은지 이해하는 단서가 많다.
  • 알면 바뀐다. 우리는 이제 이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게 됐다.
  • 어떤 이야기는 상황을 규정한다. 그리고 비가역적인 변화를 끌어낸다.

대안 저널리즘 특강에서 이 기사를 활용한 방식.

  • 많은 사람들이 긴 글을 읽기 힘들어 하거나 맥락을 따라잡기 어려워 한다.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 내가 이 강의에서 계속해서 강조하는 건 이슈의 본질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묻고 핵심 키워드를 파악하고 이야기를 해체하고 맥락을 풀어서 다시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 우리는 모르는 것을 말할 수 없다.
  •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AI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AI의 답변을 받아 읽는 게 아니라 내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말해야 한다.
  • 번역 툴을 써도 된다. 모호한 표현은 반드시 원문을 확인하되 지금은 빠르게 읽고 더 많이 읽는 게 더 중요하다.
  • 협업 툴은 미로와 패들릿, 구글 슬라이드를 썼다. 학생들은 서로의 발표를 비교할 수 있다. 하나의 텍스트를 이해하는 방식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AI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 텍스트를 집어 넣고 요약해 달라고 요청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대로 복붙할 수도 있겠지만 얼마나 더 들어갈 것인가,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멈출 것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선택할 것인가 최종 판단은 내가 해야 한다.
  • 좋은 질문도 필요하지만 이슈를 토막쳐서 분해하고 쟁점을 드러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언어 모델 챗봇이 강력한 건 계속해서 물어보고 바로잡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데 돈이 들지 않는다.)
  • 질문을 잘하는 게 능력이다. 비슷한 것 같지만 비슷하지 않다. 이해의 정도도 다르다.

첫째, 무슨 말을 했나.

  • 학생들을 일곱 팀으로 나눠서 백악관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과 태도를 분석하게 했다.
  • 학생들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조금씩 달랐지만 퍼즐을 맞춰보면 큰 그림이 드러난다.
  •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를 강조했다. 하메네이가 사라지면 정권이 붕괴할 것이고 지금이 기회라고 주장했다.
  •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는 듣자 마자 “Sounds good to me(그거 좋은데)”라고 말했다. 이미 그날 마음을 굳혔을 가능성이 크다.
  • 피트 헤그세스(미국 국방부 장관)가 트럼프를 부추겼다.
  • JD 밴스(미국 부통령)는 유일하게 반대한 사람이지만 마지막 순간에 “나쁜 생각이지만 지지한다”고 돌아섰다.
  • 마코 루비오(미국 국무부 장관)는 “’레짐 체인지’는 멍청한 소리(it’s bullshit)”라고 반발했지만 이란의 공격 능력을 파괴하는 거라면 찬성한다고 물러섰다.
  • ‘레짐 체인지’가 가능한가 물었어야 했지만 중요한 순간에 모두 질문을 멈췄다.

둘째, 이슈의 흐름을 보자.

  • 학생들에게 슬라이드 템플릿을 나눠주고 다섯 단계를 채워넣도록 했다. 복잡한 사안이지만 단계마다 키워드를 뽑으면서 읽으면 흐름을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된다.
  • 1단계 위험한 제안(2월11일): 네타냐후가 찾아와서 공격을 제안했다. 최고 지도자를 제거하고 민중 봉기를 부추기면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솔깃한 시나리오, 트럼프는 “Sounds good to me”라고 말했다.
  • 2단계 CIA 회의: 이튿날 네타냐후가 빠진 회의에서는 ‘황당하다(farcical)’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스라엘이 미국을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3단계: 모두가 최악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세 가지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첫째, 이란을 궤멸시키는 건 불가능하고, 둘째, 미사일도 부족할 거고, 셋째,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을 방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트럼프는 이미 듣지 않고 있었다.
  • 4단계: 하메네이의 위치를 확인했다는 이스라엘의 첩보. 기회를 놓칠 것인가. 불안 요인은 달라진 게 없는데 네타냐후는 바로 지금이라고 압박했다. 지금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조바심이 트럼프를 지배했다.
  • 5단계: 2월26일, 트럼프가 장관들을 모아놓고 의견을 물었다. (정작 에너지부 장관은 빠졌다.) 밴스는 “나쁜 생각이지만 지지하겠다”고 했고, 모두가 대통령의 뜻을 따르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다음날 작전을 승인했다.

셋째, 그래서 이게 무슨 의미인가.

  •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 하메네이를 없애면 정권이 무너질까? 가장 중요한 질문을 트럼프는 건너 뛰었다.
  • 네타냐후가 ‘레짐 체인지’라는 떡밥을 던지자 트럼프는 홀딱 넘어갔다.
  • 애초에 ‘임박한 위협’ 같은 건 있지도 않았다. 지금 때리면 무너진다는 네타냐후의 가설이 트럼프를 지배했다.
  • 트럼프는 직관(instincts)으로 밀어 붙였고 막판에는 누구도 감히 반대 의견을 내지 못했다. 밴스는 미운털이 박혔을 가능성이 크다.
  • 트럼프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회의 참석자 대부분이 “동의하지 않지만 따르겠다”고 말했다.
  •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때처럼 금방 끝날 거라고 믿고 있었다. 다른 시나리오는 없었다.
  • 트럼프가 터커 칼슨(시사 평론가)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it’s going to be OK. Because it always is.(괜찮을 거야, 언제나 그랬으니까.)”
  • 트럼프는 에코 체임버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트럼프가 듣는 말은 트럼프가 하는 말의 메아리일 뿐이다.

어떻게 될까.

  • 세 가지 경고는 현실이 됐다. 첫째, 이란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둘째, 미국이 먼저 미사일이 바닥나고 있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 막으니 미국이 더 후달렸다.
  • 이란은 오래 전부터 전쟁에 대비했고 경제 제재를 견디며 살아남았다. 아직도 미사일의 3분의 1 이상이 지하 기지에 남아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리고 이제 호르무즈 해협이 핵 무기 못지 않은 강력한 방어 수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 미국의 선택은? 이미 실패한 전쟁이지만 어설프게 발을 빼면 중간 선거에서 박살이 난다. 호르무즈 해협을 풀어야 끝나는 전쟁이지만 트럼프가 이란에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게다가 이란이 이제 와서 핵을 내줄 리가 없다. 2월28일 이전보다 훨씬 상황이 안 좋아졌다.

주장하지 않으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

  • 뉴욕타임스는 기사에서 아무런 평가도 판단도 하지 않았다.
  • 독자들은 네타냐후가 트럼프를 꼬드겼고 트럼프가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더욱 충격적인 건 돌아가면서 의견을 말해보라 했을 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반대했던 밴스마저도 “나쁜 생각이지만 반대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 전쟁이 쉽게 끝날 수 없는 이유도 알 수 있다. 애초에 트럼프의 선택이었고 트럼프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이상 물러날 방법이 없다. 트럼프에게 충직한 조언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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