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주중에 0시5분에 잠들어서 7시9분에 일어난다. 주말에는 0시26분에 잠들어서 7시55분에 일어난다. 주중에는 6시간18분, 주말에는 6시간26분을 잔다. (소숫점 이하 버림.)

한국보다 더 적게 자는 나라는 일본 뿐이다. 주중에는 6시간16분, 주말에는 6시간24분을 잔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슬립메디신(Sleep Medicine)에 실린 싱가포르대 연구 결과다. 35개국 22만 명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이용자의 수면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했다고 한다.
  • 지금까지 수면 시간 조사가 설문 조사 방식이었다면 이 연구 결과는 직접 측정한 데이터라 좀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침대에 들어간 시간이 아니라 실제로 잠이 든 시간을 측정했다. 표본도 많고 조사 기간도 평균 242박으로 매우 길다. 주중과 주말을 나눠서 차이를 비교했다.
  • 아시아 사람들이 유럽 사람들보다 좀 더 늦게 잠드는 경향이 있다. 아시아와 유럽 사람들은 북미나 오세아니아 사람들보다 좀 더 늦게 일어났다. 수면 시간은 오세아니아가 가장 길고, 남아프리카, 유럽, 북미, 아시아 순이었다.
  • 수면 시간이 짧을수록 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 웨어러블 디바이스 이용자들이 평균적인 국민들과 거리가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워낙 표본 수가 많아 어느 정도 신뢰도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주중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 / Country differences in nocturnal sleep variability: Observations from a large-scale, long-term sleep wearable study 데이터를 슬로우뉴스가 가공.

눈길을 끄는 데이터.


  • 가장 일찍 자는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중은 10시36분, 주말은 10시57분이면 잠이 든다. 가장 늦게 자는 나라는 러시아. 주중은 0시 33분, 주말은 0시58분에 잠이 든다.
  • 가장 일찍 일어나는 나라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중에는 6시20분, 주말에는 6시59분에 일어난다. 가장 늦게 일어나는 나라는 러시아, 주중에는 8시12분, 주말에는 8시57분에 일어난다.
수면 효율 비교. / Country differences in nocturnal sleep variability: Observations from a large-scale, long-term sleep wearable study 데이터를 슬로우뉴스가 가공.

더 깊이 읽기.


  • 이 연구는 그동안의 통념을 깨는 몇 가지 새로운 데이터가 있다.
  • 첫째, 잠을 적게 자는 나라들이 주말에 좀 더 잠을 늘릴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아시아 지역은 ‘따라잡기(catch-up)’ 수면이 더 적었다(유럽이 더 많았다). 주중에 적게 자는 나라들이 주말이라고 더 많이 자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 둘째, 수면 시간 변동성이 큰 나라들이 잠도 더 적게 잔다. 규칙적인 습관이 있어야 잠을 더 많이 잘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변동성이 가장 큰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은 주중 기준으로 61.3분까지 차이가 났다. 일본이 그 다음으로 61.3분이었다. 가장 변동성이 작은 나라는 핀란드, 48.1분이었다. 잠이 부족한 나라들이 잘 수 있을 때 많이 자려고 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셋째, 짧게 자면 깊이 잔다는 것도 오해였다. 짧게 자는 나라들이 수면 효율이 낮았다. 수면 효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핀란드다. 주중은 86.8%, 주말은 86.5%다. 한국은 주중 84.3%, 주말은 83.7%다. 가장 낮은 나라는 일본, 주중이 83.3%, 주말은 82.9%다. 수면 시간이 짧은 나라들이 수면 효율이 낮았다.

결론: 일에서 벗어나야 잘 잘 수 있다.


  • 이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이코노미스트가 이런 분석을 내놨다. “수면 시간은 노동 시간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36.5시간인데 네덜란드는 27시간 밖에 안 된다. 한국 사람들이 40분 정도 덜 자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 유럽과 미국, 캐나다에서는 업무 시간과 업무 시간이 아닌 시간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노동에 대한 보호가 부족한 나라에서 노동 시간이 길고 삶의 다른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 몇 가지 조언은 다음과 같다. 일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것이 수면 장애를 만든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난 뒤 수면 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면 시간이 줄면 인지 능력이 줄어든다. 7시간 수면이 인지 능력에 가장 좋다고 한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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