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3년 9월 21일 (목).
세 가지 빅 이벤트.
- 첫째, 이재명(민주당 대표) 체포 동의안이 통과될까 안 될까. 둘째, 한덕수(국무총리) 해임 결의안이 통과될까 안 될까. 셋째, 이균용(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이 통과될까 안 될까. 셋은 모두 연결돼 있다.
- 한덕수 해임 결의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체포 동의안과 달리 민주당에 정치적 부담도 없다. 다만 윤석열(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미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진(외교부 장관) 해임 결의안이 통과된 적 있지만 모두 ‘드랍’했다.
-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균용은 대법원장은커녕 일반 공직자로서도 자격 미달”이라며 “대법원장은커녕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은 왜 그랬을까.
- 이재명이 체포 동의안 부결을 주문했다.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 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물밑에서 이탈표를 단속하고 있다.
- 조선일보는 “약속 깬 이재명”을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한겨레는 “석 달 전에 했던 약속을 뒤집은 것이고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 저지’라는 단식의 취지를 퇴색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불체포 특권 폐지는 이재명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 이재명의 석 달 전 발언은 “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를 받겠다”, 그러니 “비회기 때 표결 없이 영장 심사를 받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을 뒤집은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어차피 비회기 중에는 체포동의안이 필요 없기 때문에 특권을 포기하거나 말거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겨레는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주장과 회기 중 체포 동의안 표결을 받지 않겠다는 주장은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는 “부결이 되더라도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을 뒤집은 이재명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 한겨레는 “메시지 관리에서도 철저한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당연히 기각될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정작 체포동의안을 부결해 달라고 요청하는 건 조급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탈표 28표에 달렸다.
- 30표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더 줄었다. 의원 수가 전체 297명이고 과반은 149표다.
- 국회 출석이 어려운 이재명(입원)과 윤관석(구속), 박진(순방)을 빼면 표결 가능한 의원은 294명. 148명이 가결 표를 던지면 체포안이 가결된다.
- 국민의힘이 111명, 정의당이 6명, 국민의힘 성향 무소속이 2명, 시대전환과 한국의희망 각 1명을 더하면 121표, 민주당에서 28표만 이탈하면 149표가 된다.
- 지난 2월 표결 때는 민주당에서 최소 31명이 이탈했다. 169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했는데 반대표는 138표에 그쳤다.
- 한겨레는 “확실한 가결표가 20~30표 수준이고 15~20표가 경계선인데 경계선에 있는 의원들에게는 확실히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비명계 의원의 말을 전했다. 동정론과 부결론이 탄력을 받고 있었는데 이재명이 부결을 요청하면서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 국민의힘 의원들이 부결 표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 가지 시나리오와 세 가지 전망.
- 애초에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했다. 첫째, 체포 동의안을 통과시키고 법원에서 살아 돌아오는 승부수를 걸어볼 수 있었고, 둘째, 체포 동의안이 통과됐는데 법원이 구속 영장을 내줄 가능성도 고려해야 했다. 셋째,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키고 버티는 전략도 가능하다. 이재명은 세 번째를 선택했다.
- 검찰이 굳이 회기 중에 체포 동의안을 던져 표결로 몰아간 것부터 다분히 정치적이지만 이재명이 정면 승부를 피한 것도 스스로 입지를 좁힌 결과가 됐다. 자리를 지키더라도 그 과정에서 명분을 크게 잃을 상황이다.
- 앞으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도 세 가지다.
- 첫째, 체포 동의안이 부결되면 한동안 이재명 체제로 가고 이재명 중심으로 총선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는 약속을 뒤집은 걸 두고 비판이 쏟아질 거고 방탄 정당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검찰 입장에서는 카드가 한 장 더 있다. 회기가 끝난 뒤에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면 된다. 어차피 시간 문제일 뿐 이재명 입장에서는 영장 실질심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다. 일단 이재명을 이슈의 중심에 올려놓으면 윤석열의 실정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 둘째, 체포 동의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법원으로 넘어가서 영장 실질 심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 여기서 살아 돌아오면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영장 발부와 기각 가능성이 각각 반반”이라는 관측도 있다.
- 셋째, 체포동의안이 통과되고 구속 영장이 발부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2~3년 이상 걸리겠지만 이미 이재명의 정치적 생명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이재명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고 비상대책위는 잔여 임기가 8개월 미만일 때만 가능하다. 이재명이 옥중 공천을 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당이 쪼개질 가능성이 크다.
- 문제는 이재명이 부결을 요청하면서 민주당 차원의 전략이 사라졌다는 데 있다. 가결이든 부결이든 민주당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윤미향 후원금 횡령, 2심에서 징역형+집행유예.
- 1심에서는 벌금형에 그쳤는데 2심에서 징역형을 받았다. 횡령 인정 금액이 1718만 원에서 7958만 원으로 늘었다.
- 3심에서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미 임기 4년을 거의 다 채워가는 상황이다.
곳곳이 폭탄, 김행의 과거 발언 논란.
- “낙태(임신중지)가 금지된 필리핀에서는 한국인 남자들이 필리핀 여자를 취하고 도망쳐도 코피노(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다 낳는다.” 김행(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말이다.
- “너무 가난하거나 강간을 당해 임신을 원치 않을 경우에도 우리 모두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톨러런스(tolerance·관용)가 있으면 여자가 어떻게든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 낙태를 금지하자는 주장으로 들리는 발언을 많이 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부정하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적 편견 등을 이유로 생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함께 보듬고 키우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는 이야기다.
- ‘주식 파킹’ 논란도 있었고 남편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0원인 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가짜뉴스가 심각하다”며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완용 친일 어쩔 수 없었다”, 신원식 발언도 논란.
- 신원식(국방부 장관 후보자)이 실제로 한 말이다.
- “대한제국은 일본에 저항했다고 하더라도 일본과 국력 차이가 너무 현저해 독립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면서 “이완용이 비록 매국노였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게 논란이 됐다.
- “이완용을 옹호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이완용보다 더 국익에 반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KBS 수신료 분리했더니 96만 가구 미납.
- 8월 수신료 수입이 555억 원으로 24%가 줄었다. 1년 전보다 24억 원이 줄어든 규모다.
- 세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분리 납부를 신청하면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걸로 오해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동안 TV가 없는 데도 내고 있다가 이번에 안 내기로 마음먹었을 수도 있다. 적극적으로 납부 거부 의사를 보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해법과 대안.
리쇼어링 10년, 참담한 실패였다.
- 해외에 있는 국내 기업의 생산 시설을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걸 말한다. 해외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말이다.
- 2013년에 리쇼어링(reshoring) 지원법을 만들고 해외 진출 기업의 유턴을 지원했는데 10년 동안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은 2만8670개,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힌 기업이 160개, 이 가운데 실제로 54개만 국내 공장을 다시 돌렸다.
- 미국은 2021년 기준으로 612개 기업이 돌아왔다. 트럼프 시절부터 압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기업들을 유인하고 있다. 한국은 26개에 그쳤다.
- 코트라 조사에서는 734개 기업 가운데 복귀 의향이 있다는 기업은 4.5%밖에 안 됐다. “한국은 일본 보다 생산 비용은 크지만 노동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43달러, 미국(75달러)이나 독일(68달러), 일본(47달러)보다 낮았다.
그 아파트엔 ‘문앞까지 배송’ 안 되는 이유.
- 지상 주차장이 없는 공원형 아파트 가운데 일부는 지하주차장 높이가 2.1미터 밖에 안 된다. 택배 트럭 높이가 2.6미터라 주차장 진입이 안 되고 그렇다고 입구에서 손수레로 배송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 저상형 차량을 도입하라는 요구도 있지만 일부 아파트 때문에 새로운 트럭을 구입하는 것도 어렵고 실을 수 있는 물품도 줄어든다. 적재함 높이가 낮아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 한국일보가 찾은 성남의 한 아파트는 임시로 천막을 설치하고 ‘택배 물품 보관소’를 운영하고 있다. 윤희철(대진대 교수)은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허용하되 운행 규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TMI.
정경심 가석방.
-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데 가석방 심사를 통과했다. 27일 풀려난다.
- 아들 입시 비리 혐의 재판이 남아있다. 1심에서 징역 1년이 추가됐는데 항소를 해서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전자담배 판매량 5년 동안 6.8배.
- 2017년 7870만 갑에서 지난해 5억3860만 갑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 담배는 34억4470만 갑에서 30억9090만 갑으로 줄었다.
-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전자담배 흡연자 27%가 “간접흡연 위험이 적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 벤조피렌과 벤젠 등 발암 물질이 많은 건 마찬가지다. 오히려 타르는 일반 담배보다 최대 1.52배가 많고, 니코틴은 0.8배로 비슷하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윤석열 공약 1호는 ‘백신 부작용 국가 책임제’였다.
- “지난 정부에서 잘못 꿴 단추를 바로 잡지 않았다”는 게 김윤(서울대 교수)의 지적이다. 백신에 부작용이 없는 게 아니다. 인과관계가 있든 없든 정부가 포괄적으로 보상을 한다는 믿음을 줘야 백신을 보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실제로 코로나 백신을 맞고 죽은 986명 가운데 인과성을 밝히기 어려운 경우가 78%였다. 인과성이 있는 경우는 2%밖에 안 됐고 인과성이 없는 경우가 20%였다. 프랑스와 독일 등은 인과성 판단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
- 김윤에 따르면 첫째, 백신 접종 이상 반응을 다른 이유로 설명할 수 없고, 둘째, 백신 접종이 원인이라는 추론이 불가능한 게 아니라면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하고 보상하는 게 원칙이 돼야 한다. 한국 정부는 보상은 못 해주지만 사망 위로금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 “신뢰를 잃은 정부가 풍토병이 된 코로나와 주기적으로 찾아올 새로운 감염병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
- 윤석열이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1980)를 ‘인생의 책’이라고 밝힌 적 있다.
- “‘특수이익집단’(카르텔)이 자기들의 뱃속을 채우려고 시도하면서 각종 ‘보조금’이 증가하고, 관료기구의 규모와 권력이 커져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대목이 있는데 요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프리드먼이 내놓은 해법은 “정부지출을 제한하고, 그 원천이 되는 세금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윤석열 정부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 정남구(한겨레 논설위원)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은 청야 전술을 생각나게 한다”고 지적했다. 세입 기반을 무너뜨려, 복지의 재원을 없애버리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청야(淸野)는 ‘들녘을 깨끗이 한다’는 말이다. 후퇴하는 군대가 들판의 곡식과 물자를 태워 없애버리는 방어 전술을 말한다.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은 이유.
- 기획재정부는 요즘 업무량은 물론이고 고민이 줄었다. 대통령실이 건전 재정을 외치면서 추경도 없다. 국회가 치고받고 싸우느라 내년 예산은 뒷전이다. 세수 결손이 59조 원인데 사과도 반성도 없이 지나가는 분위기다.
- 장관이 바뀔 통일부와 여성가족부는 존재론적 위기에 빠져 있다. 통일부(김영호)는 “대북지원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시가 내려왔고 여성가족부(김행)는 아예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하겠다”고 했다.
- 홍범도 흉상 논란에 해병대 수사 외압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국방부는 “문재인 모가지 따러 간다”던 신원식(국민의힘 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왔다.
- 국토교통부(원희룡)와 법무부(한동훈)는 장관이 리스크다. 행정안전부(이상민)는 이미 장관이 한 차례 탄핵을 당했다가 돌아왔다. 대통령 한마디에 R&D 예산 수조 원이 날아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뒤숭숭하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왜 해양수산부가 하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 오창민(경향신문 논설위원)은 “포식자나 천적을 만났을 때 약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죽은 척하기’라고 한다”면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무기력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